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사령관님."


안드바리는 생기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않는 차가운 눈빛으로 사령관을 내려다보고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컵떡볶이를 입에 욱여넣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사령관은 최대한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눈을 피했다.


"사령관님. 저 좀 보세요."


하지만 그녀는 집요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들어올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헬멧 내리시고요."


"....."


그는 그녀의 말대로 순순히 슈트의 헬멧을 내렸다.

그의 얼굴을 감싸고있던 헬멧은 접히고 접혀 슈트 안쪽으로 수납되었다. 헬멧 뒤로 가려져있던 그의 얼굴을 본 안드바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혀를 끌끌 차며 손에 들려있는 서류와 사령관을 번갈아가보았다.


"부품 150만..영양 148만...전력.....190만.....을 쓰셨네요...맞나요?"


".....네."


손에 들려있는 서류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사령관은 슈트의 헬멧을 다시 올렸다.

평소의 안드바리는 그 나이 때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고 귀엽지만 자원과 관련된 일의 안드바리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콘스탄챠씨? 지금 저희에게 남은 자원은 얼마죠?"


"어....부품 142, 영양 875, 부품은..10정도...남았네.."


여린 목에 핏줄이 세워지는게 보였다. 오르는 화를 겨우 목 뒤로 삼키며 사령관을 쏘아붙였다.


"사령관님...? 이 사태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


사령관은 머리를 굴렸다. 제조가 이렇게 중독적일 줄은 몰랐다. 이번에 얻은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바이오로이드를 만들려고했지만 나온 것이라고는 트리아이나와 불가사리 익스프레스 76 뿐이었다.  


확률은 그의 편이 아니였다. 결국 화가 날 때로 난 사령관은 유전자 씨앗이 떨어질 때까지 제조를 돌렸고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안드바리 앞에 무릎을 꿇고있었다.


"아이작, 너 덕분에 우린 이제 손가락이나 빨게 됐어."


안드바리의 옆에 있는 부사령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를 나무랐다.


'카버, 제조의 재미를 알지 못하다니 넌 인생 절반을 손해보고있는거라고..'


하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나마 자신의 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 부사령관이 등을 돌렸다.

그래서 그는 콘스탄챠를 슬쩍 쳐다보았다. 하지만 콘스탄챠는 그의 눈을 피했다.


'주인님..이번엔 너무 심하셨어요..'


라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콘스탄챠마저 등을 돌렸다.

이제 이 곳에서 사령관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드바리는 자원의 수가 적혀있는 서류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사령관을 다시 불렀다.


"사령관님."


그는 그녀가 이번에도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 줄 것이라 생각했다.


"응..?"


최대한 불쌍한 톤으로 말해야한다. 그래야 동정심을 유발시킬 수 있으니깐 말이다.


"이번에 탐색대가 버려진 삼안산업 공장을 발견했는데요.."


"어..?"


"거기에 가셔서 일 좀 하나 해주실 수 있나요?"


"아, 시발..."


그녀는 흐지부지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여왕을 부른거다..?"


"그런 셈이지.."


티타니아는 자신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사령관을 쏘아붙었다.

그는 평소의 작업복과 공구 대신에 군복과 제대로된 무기를 들고있었다. 수송선 안에는 그와 티타니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매인 오베로니아 레아를 필두로 발키리와 하르페이아, 그리고 합류한지 얼마 안된 사이클롭스 프린세스가 있었다.


"이 헬멧..다시는 안 볼 줄 알았는데말이죠.."


발키리는 손에 들려있는 낡아빠진 헬멧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르페이아와 레아, 그리고 티타니아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용살자여, 그래서 짐을 왜 부른 것이냐?"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사령관을 쳐다보고있는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눈빛을 그는 피하며 입을 열었다.


"나중에 알게될거야.."


그녀는 아마 이 일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이 있다.

말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게 더 빠를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날았을까.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 아. 제 말 들리시나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안드바리였다. 

평소의 그녀와는 맞지않게 검은색의 제복과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막대과자를 물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지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지금 사령관님께서 탕진하신 자원을 다시 벌어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를 제외한 모두가 사령관을 째려보았다. 그는 그들의 눈을 애써 무시하며 무기의 탄창에 탄약을 넣고있었다.


"여러분들의 목표는 저기 있는 버려진 삼안산업 공장에 있는 남아있는 철충들을 격퇴하고 공장에 있는 자원을 회수해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실력은 이미 입증된 바가 있으니...여튼...


무운을 빕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안드바리는 연락을 끊었다. 다들 익숙하다는 듯이 헬멧을 쓰고 수송선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이 모든 상황이 아직 이해가 안됐는지 사령관과 화면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용살자여..?! 저게 무슨 소리더냐..?! 공장이라던가...탕진한 자원이라니..?! 그대는 분명 놀러가는거라고.."


그녀의 처절한 외침에 사령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거짓말해서 미안.."


"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모든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했지만 이 곳은 현실이었다.


"우리...일하러가는거야..자원 백만 벌 때까지 계속 일해야해.."


"아니야..! 이럴리가 없어! 그대가 어찌 내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그보다도..백만이라니..?! 자원을 얼마나 쓴거냐! 너는!!!"


그녀는 사령관의 멱살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령관은 아무런 말 없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렸다고 생각한 그녀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여..여기서 나가야해..! 도망쳐야 해..! 나 여기서 꺼내줘..!"


그녀는 양갈래 머리를 부여잡고 수송선에서 뛰쳐내릴려고했지만 그녀의 몸은 움직이질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붙잡고있는 것만 같았다.


"뭐지..?!"


"안돼~ 이렇게 된 이상 너도 같이 일하는거야..."


스텔스 능력을 쓴 하르페이아가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를 꽉 끌어안고있었다.


"이거 놓아라..! 진조의 프린세스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저항해보려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씨...당신을 위한 전용장비가 있습니다.."


발키리는 케이스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케이스의 버튼을 누르자 엄청난 빛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강력한 빛에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빛이 약해지고 어느정도 시야가 확보되어었을 때 그녀의 눈 앞에 있는 것은.


2개의 헤드라이트가 달려있는 노란색의 헬멧이었다.


"자...당신도 이걸 쓰고 우리랑 똑같아지는거에요.."


"싫어..! 이거놔..! 싫어!"


레아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헬멧을 씌우려고하자 그녀는 맹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너도..우리처럼 되는거야..."


"맞아맞아..처음에는 괴롭지만 나중에는 적응될거야.."


"맞습니다.."


티타니아와 하르페이아, 그리고 발키리가 그녀의 몸과 얼굴을 꽉 붙잡았다.

제아무리 강력한 바이오로이드일지라도 다굴에는 장사가 없었다. 


"싫어..! 도와줘..! 용살자여..! 도와주거라! 보고만 있지말고 좀 도우라고!!"


마지막 희망인 사령관을 애처롭게 쳐다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령관은 등을 돌려 그녀의 눈을 피했다.


"......미안하다."


"용살자여..."


그의 슈트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애처로운 그녀의 눈을 더 애처롭게 만들어주고있었다.




정적만이 감도는 공장에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철충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버리고 간 철의 교황을 기다리며 세력을 키워나고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버려진 삼안산업의 공장에서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실수 한 것이 있었다. 바로 터를 잘못 잡았다는 것이었다.


무수한 총알과 고드름, 번개, 뭐든지 뚫어버리는 총알, 미사일, 그리고 눈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살기에 그들은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자, 자! 자원 백만 벌기 전 까지는 수송선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니깐 빨리하고 집에 가자고!"


"......."


"대답 안 해?"


"네....."


그들이 지나간 길에는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음...순조롭군.."


이 모든 상황을 드론으로 지켜보고있던 안드바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채워져가는 자원의 수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엔..누가 좋으려나..."


그녀의 단말기에는 페레그레누스와 LRL, 자비로운 리앤, 포티아, 그리고 에밀리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저항군에는 어떤 소문이 하나 있었다.


저항군의 시설 어딘가에 바이오로이드를 조사하는 비밀 연구시설이 있다. 그리고 그 연구실의 어떤 기준을 통과하면 그 바이오로이드가 쓸 전용장비를 만든다고 했다.


그걸 머리에 쓰면 몸이 피곤해지고 생각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면서 이윽고, 쉬지도 못하는 채로 같은 곳을 영원히 빙글빙글 돌게되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을 들은 일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에게 그 소문이 사실인지 진위여부를 물었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해 그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헛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에 그녀들은 반신반의 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알지 못 했다. 

지하에 있는 닥터의 연구시설은 오늘도 바이오로이드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그 조사의 어떤 기준을 통과한 바이오로이드를 위한 전용장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전용장비를 쓴 바이오로이드는 한동안 돌아오지 못 하고 같은 곳을 영원히 빙글빙글 돌고있다는 것을..











거기서는 자원을 아껴썼으면서 여기서는 왜...




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 작품입니다.


이번편은 그냥 작정하고 개그노선으로 한번 써보았읍니다.

여튼 재미에 감동도 없고 뇌절 뿐인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