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오메가 빌딩 내부에는 여러가지 시설물이 있다.


직원복지를 위해 외부 업체와 계약했다고 말하며 설치했던 몇몇 시설.


어지간히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모두 다 알지만, 그 실체는 월급 회수용 시설이었다.


이름만 다른 회사일 뿐, 실제로는 모두 펙스 콘소시엄 소속인 회사의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고, 펙스 산하의 공장에서 가공하고 펙스 산하의 사원들에게 판매하는 업체들.


하지만 인류가 멸망한 이후, 바이오로이드들만이 살아남게 되자 오히려 그런 내수 특화 체계가 빛을 발했다.


인간에 의존하는것이 없고, 어차피 펙스 산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알아서 굴리던 업체에 시스템이었으니 인간들이 없어도 바이오로이드들끼리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모종의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신규채용도 없고, 대부분 종신고용과도 비슷하게 같은 일상만이 이어지는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오메가 빌딩 내의 카페 포레스트 또한, 같은 절차를 밟아 엘븐시리즈들이 상주하며 직원으로 일했다.


그런 카페 포레스트에 뜻밖의 손님이 왔으니…바로 오메가의 비서, 유미가 커피를 사기 위해 1층으로 내려온 것이다.


'…전에 못본 얼굴인데.'


"어서오세요~카페 포레스트입니다~"



"어서오세요~"


피로탓에 이곳을 종종 애용했던 유미는 눈앞에 전에 본적없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을 반겨주는 모습에 잠시 멈칫했지만, 자신의 목적은 커피였으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라떼 하나 테이크 아웃이요. 쓰리샷으로."


"네, 쓰리샷으로 라떼 하나~"


주문이 들어왔을 때 커피를 만들던 다크엘븐은 쓰리샷이란 말에 살짝 놀랐다.


"쓰리샷…? 카페인 중독자인가?"


지금 이 카페에서 유일하게 근무중인 엘븐시리즈인 그녀는 새로운 알바생들이 그래도 금방 구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휴, 어제 나 혼자 주문받고 커피내리고 하나하나 하는건 엄청 힘들었었지. 그보다 알바생이 정말 빨리 구해졌네?'


커피는 금방 나왔고, 유미는 커피를 받아들고 곧바로 뒤돌아 카페를 나갔다.


그리고 재빨리 카페를 나간 유미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두 알바생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살짝 의문을 품었다.


"뭐야…엄청 피곤한 얼굴인데 바로 안마시네?"


"어쩌면 의자에 앉아서 원샷하는게 아닐까?"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쓴 채 대화를 나누는 두 알바생.


"…그렇게 뜨거운걸 어떻게 한번에 마시는거야?"


"헤에~뭐야, 겉만 고양이인줄 알았더니 우리 장화냥이는 혀도 고양이인거냥?"


"닥쳐!"


두 알바생…장화와 천아가 도대체 왜 이곳에서 일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며칠전으로 거슬러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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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전.


천아는 도심지 내부에 따로 마련한 은신처에서 장화에게 무언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자, 식량구해왔어. 그보다 조만간 빌딩까지 잠입해보자. 할 수 있겠지?"


말이 은신처일 뿐, 인류가 멸망하고 쓰이지 않는 숙박시설들 중 하나인 이곳.


옛날에 쓰였던 버스터미널 주변의, 급히 잠을 잘곳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싸구려 무인 호텔이었지만 그 덕분에 인적이 드물고 지금까지 자동으로 관리되어 상태가 좋았다.


천아에게 가장 중요했던 난방이 충실한 건물이었으니 장화도 별 불만없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지만…천아가 들어오며 한 말이 신경쓰였다.


"잠깐, 잠입? 소완이 얘기한건?"


지금 그녀들은 소완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어 맨해튼 외부의 브루클린까지 온 상태였고, 빌딩을 그저 바라만 볼 뿐 다시 그곳으로 침투를 시도하거나 하진 못하고 있었다.


'온 도시에 드론을 풀고 해안경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하려는거야? 미친거 아냐?'


장화는 과거 몽구스 팀을 상대로 작전을 펼쳐본적도 있었기 때문에 상대쪽의 경계수준이 조금만 높아져도 탈출의 난이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문가인 천아가 그것을 모를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방금 전 천아의 발언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천아는 특유의 혀를 내밀며 미소지었다.


"그거야…자기를 건드리면 수를 쓰겠다는 이야기였고. 우리가 따로 무슨짓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 안했잖아? 슬쩍 보고오니까 확실한것도 같고."


"뭐?"


천아는 소완이 본인을 건드렸을때와 그 이후에 보여준 태도, 그리고 도시를 살펴보고 온것을 근거로 나름의 확신을 얻은 상태였다.


"우리 갈때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한거랑 갈때 뭔가 하겠다는 말은 딱히 없었잖아."


"그렇지. 그렇다고 그게 우리 목적이랑 일치하는건 아닌데?"


지금 장화는 천아의 말을 완전히 이해한게 아닌듯, 계속해서 질문만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장화는 조심하느라 브루클린 내부만 다녀왔었고 그 때문에 맨해튼쪽은 상황을 모를 수 밖에 없었다.


맨해튼에서 직접 오메가빌딩 주변을 탐색해보고 온건 본인뿐이란걸 천아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장화에게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멍청아, 우리 목적중 하나가 오메가의 몰락이잖아. 이건 알지?"


"누굴 바보로 알아? 당연하지."


"그럼 소완이랑 그 주인…부분에 대한거만 안건드리면 되는거잖아? 일단 걔가 반 오메가 노선을 밟고있는건 확실하지? 걔도 낯선 우리들에게서 협력을 구할정도로 상당히 급해보였으니 내부에서 정보를 캐는것까진 별 문제가 없을거야."


장화는 천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그건 그렇다 쳐도 도시를 정찰하는 드론이랑 해안가 경계에 대한건? 탈출루트가 막히면 자살행위랑 다를게 없다고."


"어제랑 오늘, 한 이틀정도 맨해튼 내부를 살펴보니까 정찰드론같은건 없었어. 지나가는 얘기를 들어보니 해안가 경계는 사실인것 같았지만…소완도 몸을 뺐으니 우리를 견제할 이유가 없다고 안한거겠지."


"어제도 오늘도 맨해튼을 다녀온거야? 어쩐지 오래걸리더라니."


장화와 천아,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의사를 통일했다.


"좋아, 그럼 정보수집까지만 하고 돌아가자고. 여긴 우리 둘만 달랑 와서는 안되는곳이었어. 준비를 더 해야했나…"


"아니, 정확히는 별 문제 없었지만 그 소완이란 변수때문에 다 망한거지."


둘은 방금 전 눈빛교환으로 내부를 정찰하고 돌아가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것들이 남아있었다.


"쯧. 이미 존재를 들킨채로 임무를 해야한다니. 이게 무슨 하드코어 난이도야?"


"어쨌든…이틀동안 살펴본 결과 빌딩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별로 없어. 인류가 망하기 전이랑 지금이랑 큰 차이가 없을것같아. 출입증 없으면 내부로 못들어가게 해놨더라고."


"그건 어떻게 안거야? 그보다, 아깐 잠입하자더니?"


장화는 잠입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잠입이 힘들것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천아를 보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천아는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이 따로 있었기에 굳이 내부로 잠입할 방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걸 따로 생각해놨으니까 이러지. 남은 기간동안 탈출로나 한번 짜보자고."


두 사람은 전직 잠입의 프로답게, 제대로 계획을 세워 작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좋아, 일단 공중과 바다는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니 육로로 잡고…"


"아니지, 잘만하면 해로도 가능하니 동부 해안의 경계태세와 정찰범위를 확인…"


토론하는 둘의 모습은 확실히 전문가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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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일 뒤.


카페 포레스트의 휴게실에서 둘은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입은 다 좋아, 근데 왜 이런 꼴이어야하는거야?"


"안그러면 다른거로 들어와야하는데? 이게 제일 낫지않아? 똑같이 머리띠를 쓰긴 했지만…적어도 노출은 적잖아? 게다가 너도 고양이 머리띠는 익숙할거 아냐?"


장화는 천아에게 카페 점원으로 일해야하는 점을 불평했지만 자신의 머리에 쓴 머리띠가 특히 싫었다.


본래 엘븐시리즈들이 마스코트로 쓰고다니던 젖소 뿔 머리띠, 그 머리띠는 카페 포레스트에서 일하는 이상 직원 규정상 반드시 착용해야했다.


그것을 본 장화는 적극적으로 머리띠를 쓰기 싫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고양이 머리띠를 쓰는것이 최대한 타협한 결과였다.


"소완이 자기 주인을 위한다고 그 미친짓을 한것처럼, 우리도 중요한 사람 하나쯤은 있어. 너도…핫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당연하지."


장화는 사령관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고, 천아는 그 점을 그녀에게 상기시켜주었다.


"그러면 부끄러움 좀 참고 일해. 여기 의외로 손님 많다고."


덤으로, 일할때 좀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그렇게 장화의 의욕을 끌어올린 천아는 목소리를 낮춰 장화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그보다…하수도 관련은?"


뜬금없이 하수도에 관한 질문을 해온 천아였지만, 장화는 똑같이 목소리를 낮춰 대답해주었다.


"탈출루트? 하수도는 더치걸들이 구역별로 관리한대."


"…그건 어떻게 안거야?"


"맨홀 구멍에 휴대폰을 떨어뜨렸다고 시티가드한테 가서 물어보니까 그쪽 구역 담당 더치걸한테 찾아가보라던데."


천아는 장화의 수법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걸 순순히 가르쳐준 시티가드의 단순함에 놀랐다.


"그걸 진짜 찾아가라고 했다고? 그래서, 안쪽의 더치걸은 매수했어? 아니면 협박?"


"아니, 아직. 직접 찾아가진 않았어. 그래도 더치걸이니까 마주쳤을때 적당히 설득하거나 데리고 탈출하면 되지 않을까? 하수도 내부 지리는 관리사무소에서 지도를 훔쳐왔어."


본래라면 가장 중요한 탈출루트인만큼 내부의 인원을 미리 구워삶아놔야하는 문제였지만, 천아는 장화의 엉성한 대처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나쁘지 않네."


오르카의 더치걸과 그녀의 과거에 대해 들은적도 있었고,  바이오로이드들도 가기를 꺼리는 하수도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이니 자신들이 탈출할때 함께 탈출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더치걸같이 험한 일을 하는 바이오로이드는 어지간해서는 그 대우나 배치가 바뀌는 일이 없는데다가 괜히 들쑤셨다가 들킬 수 있었기 때문에 더치걸이 담당이란것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럼 나중에 핫팩한테 소형 잠수정 하나만 보내달라고 하면 될것 같아. 대도시 하수도라서 배관 크기가 상당히 크거든? 그 부분은 내가 예전에 맨해튼에 침투할때 조사해봐서 알아."


천아의 말에, 장화는 무언가 더러운걸 보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하수도를 조사했어?"


정작 본인도 조사를 해왔지만, 배관의 지름같이 세세한것까지 조사해오지는 않았다.


"야, 상대가 하수도에서 거래하는 갱단 두목이었단 말이야."


"…뭐, 아무튼. 그럼 이제 뭐가 남았지?"


"딱히 없어. 이제 목적인 정보만 잘 캐내. 괜히 이상한짓 하지말고."


"시끄러워."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저기, 식사중에 미안하지만 좀 나와줄래? 지금 손님이 좀 늘었거든?"


점장의 말에, 장화와 천아는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섰다.


"아, 네."


이미 식사는 대화도중에 전부 끝낸 상태였으니, 다시 알바생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될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이 휴게실에서 나오기 직전, 점장인 다크엘븐이 그녀들에게 특이한 질문을 했다.


"그보다 점심은 괜찮아? 뭐 속이 이상하다거나 맛이나 냄새가 이상하다거나 그런거 없지?"


맛이 좋았다거나 양은 적지 않았냐는 그런 있을법한 물음이 아닌, 상태가 안좋았다는게 전제가 아닐까 싶은 정도의 물음.


장화는 너무 뜬금없는 그 물음에 무심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없는…데?"


"다행이다. 얼마전에 갑자기 나 빼고 다른 직원들이 전부 식중독으로 쓰러졌었거든."


다크엘븐의 말에, 장화는 살짝 놀라 옆을 슬쩍 쳐다보았다.


"식중독…?"


천아는 식중독이란 말에 장화의 눈을 슬쩍 피했고, 장화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확신을 가졌다.


"그래, 그래서 오늘 점심도 좀 신경써달라고 얘기했는데…다행이네. 어쨌든 빨리 나와줘."


다크엘븐이 휴게실에서 나가자, 장화는 천아를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너…?"


"뭐 어때, 죽인건 아니잖아."


그녀가 생각하는게 맞다는듯, 천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죽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대답을 했다.


장화는 천아의 그런 뻔뻔한 태도에 말문이 막혔지만, 그래도 넘어가기로 했다.


안그랬으면 빌딩으로의 잠입이 한층 더 어려워졌을테니까.


장화와 천아는 이곳에 출근하는 엘븐시리즈들이 알 수 없는 식중독 증세로 쓰러진 후 긴급히 알바를 구하는 자리에 들어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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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층, 회장 집무실.


유미는 카페에서 커피를 산 뒤 곧바로 그것을 들고 집무실로 올라왔다.


"말씀하신 커피 가져왔습니다…부회장님."


"어, 그래. 수고했어."


유미가 말한 부회장…최지는 책상 위에 핸드밀과 드립퍼, 주전자 등 커피를 만드는 재료와 도구들을 양껏 갖춰놓고 있었고 그것들을 사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 반쯤 완성된 커피가 있음에도 그는 유미가 가져다준 커피를 마셨다.


유미는 최지가 스스로 커피를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산 커피를 마시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그것을 질문했다.


"그보다 왜 매번 그런걸 드시는거죠?"


최지는 그런 유미의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좀 싸구려 입맛이라서. 그보다, 오르카쪽에 연락은 된거지?"


"네, 협력하겠다고는 하는데…정말 델타를 이렇게 잡을 수 있는걸까요?"


"이게 성공하면 확률이 올라가고, 실패하면 뭐…나중에 힘으로 밀어야 하는거지."


달그락, 탁.


"자, 한잔 해."


"…감사합니다."


최지는 자신이 모든 정성과 재료를 다 동원해 만든 두잔의 커피 중 한잔을 유미에게 슥 건네준 뒤, 다른 한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있는 오메가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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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내부 반란은 안쓰겠다고 했지 장화랑 천아를 철수시키겠다곤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