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들고 불침번 브라우니와 레드후드 몆몆만 깨있는 야심한 밤.

하지만 오르카호 조리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 앞을 주저하듯 배회하는 조용한 발소리와, 주방을 정리정돈하는 소리만이 들릴 뿐 이었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는 불침번 브라우니는,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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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리콘 상뱀, 레프리콘 상뱀"


"...음냐...사령관님...거긴...으음..."



"레프리콘 상뱀..! 일어나 보십쇼..!"


사수가 통 일어날 생각을 안하자, 브라우니는 레프리콘의 어깨를 잡고 살짝 흔들어 깨웠다.

그제서야 눈을 뜬 레프리콘은 단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브라우니...뭔가요...?"



"지금 주방에 누군가 있는것 같슴다! 연등신청자 명단도 비어있는데..! 혹시 귀신..?!"


브라우니는 오이칰이라도 만난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허나 그녀의 사수는 다소 사부작 거리는 주방의 소음에도 태평한 태도였다.



"하아...난 또... 브라우니, 오늘 근무자 교육때 뭐했습니까?"


레프리콘은 단잠을 방해 받은것이 불만인듯, 팔짱을 끼고 말을 이었다.



"분명히 시스터오브 발할라 레오나 소장님이 사령관님께 서프라이즈로 대접하실 요리를 배운다고, 소완님께 1대1 요리 강습을 받는다는거, 임펫 원사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예? 그래도 연등자 신청명단에 두 분 이름이 없는데..."



"아이고...브라우니, 사령관님이 기본적으로 모든 서류를 챙겨보시는데, 레오나님과  소완님이 연등자 명단에 들어가있으면, 서프라이즈를 알아차리시겠어요? 못알아차리시겠어요?"



"어...알아차리실 것 같습니다"



"하아...


"헤헤, 근무자 교육때 사실 살짝 졸았지 말입니다"


"후우...그래도 뭐...그런 보고정신은 좋은거니까요, 저도 근무중에 졸면안되는데, 미안해요"


"아님다, 제가 넓은 아량으로 용서 해드리겠슴다!"


"말이나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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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리실 앞


"....으음"


"안들어오시고 뭐하십니까? 준비는 다 되었사옵니다"


소완의 말 대로 주방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번쩍이는 식기부터,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신선해보이는 야채들까지.

무릇 요리에 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준비 한 사람의 내공을 들여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허나, 머뭇거리는 금발의 여인, 레오나는 주저하는 듯 했다.


"잘 모르겠어, 그냥 밀키트나 만들까봐, 최소한 실패는 안할거아니야"


"멸망전 유명한 요리사는 이런말을 남겼사옵니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있다, 중요한 건 열정이다, 라고"


"그리고 적어도 제가 이 배에 타면서 본 북방의 암사자는 고작 이런 도전을 겁낼 위인이 아닙니다만"


"후우...알았어, 소완이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좋아, 도전해 볼게"


"그렇게 나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제 밀키트 단골고객에게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시옵소서"


"그럼, 제육볶음을 해보겠사옵니다, 일단 파 기름을 내기 위해 중불에 양파를 볶아주십시오"



"응! 알았어"


그렇게 말하곤, 레오나는 버너를 최대화력으로 돌렸다.



"제가 분명히 중불에 볶으라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후훗, 소완은 바보네, 강불에 볶으면 더 빨리 볶아지는게 당연하잖아?"



".....하 씨발"



소완은 분명, '밀키트 무료구독권이나 선물해줄걸" 이라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