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전엔 탈주한 바이오로이드를 무자비하게 추적해서 잡아오거나 죽이던 악명 높은 추노꾼임


그런데 온갖 더러운 짓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삶의 이유였던 가족이 2차 연합전쟁에 휘말려 죽음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서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리고 방황함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좆간에게도 죄의식이란 게 생기고 점점 깊어져감


거기에 밤마다 죽은 가족과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을 저주하는 악몽에 계속 시달리면서 정신이 무너져감


그리고 마침내 철충이 쳐들어왔을 때, 인간은 그냥 죽음을 선택하고 부하 바이오로이드에게 어디로든 꺼져버리라고 명령함


그런데 그동안 계속 학대하고 도구 취급했던 그녀가,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을 희생해서 주인을 살리고 냉동수면장치에 집어넣음


인간은 충격과 절망과 뒤늦은 후회와 함께 냉동수면에 들어가고, 오랜 세월이 흘러 저항군에 발견됨


사령관과 저항군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폐인을 잘 보살펴주고, 그 따뜻한 마음에 감화되어 자신의 과거를 깊이 참회하게 됨


그러다 결국 인간의 과거가 밝혀지고, 바이오로이드들은 그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함


사령관은 엔젤이나 리앤 등을 통해서 인간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번에는 어떠한 조언이나 명령도 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처분을 오롯이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맡기기로 함


그리고 인간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인간도 그녀들에게 심판받겠다고 담담하게 말함


인간은 뇌파를 숨기는 헬멧을 쓰고 AGS들의 호위 하에 옛날에 살던 집으로 감


그리고 그동안 추노짓에 사용하던 무기와 장비들을 모두 줄에 묶어 둘러메고 오르카 호로 돌아가는 고행길을 나섬


몸이 부서지는 고행길 끝에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질질 끌며 오르카 호로 돌아오자, 모든 대원들이 인간을 둘러쌈


대원들은 흉흉한 기세로 인간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인간은 마땅히 받아야 할 처형을 묵묵히 기다림


마침내 칼이 내리쳐지지만, 끊어진 건 인간의 목숨이 아니라 그가 메고 있던 줄이었음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의 설득이나 명령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의지로 그를 용서하고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함


어안이 벙벙하던 인간은 이내 펑펑 울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죄하고 또 사죄함


대원들이 인간의 거지꼴을 웃으면서 놀리는 가운데, 사령관은 오열하는 그를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안아줌


그렇게 완전히 새사람이 된 인간은 두 번째 삶을 오직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해 헌신하며 지냄


그러던 어느 날 사령관과 저항군이 위기에 처하자, 버렸던 옛 무장들을 회수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사로 복귀함


직접 나서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자신을 희생하여 모두를 구하고 평온한 얼굴로 안식을 맞이하는 엔딩





하도 매운맛만 먹다보니 진부해도 희망적인 전개를 보고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