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오후, 에밀리가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사령관은 별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승낙해 주었다. 그에게 에밀리는 딸이나 동생처럼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사적인 만남도 종종 가지고는 했다.


그런데 함교에 들어선 에밀리는 뜻밖에도 짧은 메이드복 차림이었다. 사령관이 어리둥절하며 가까이 오라고 말하자, 에밀리가 이러는 것이었다.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주인님."


무표정한 얼굴로 하는 말이 복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에밀리는 태연했다.


사령관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뒤에 서 있던 경호원 리리스는 입을 부풀리며 웃음을 참았다.


"주인님한테 보여드릴 게 있어서요."


"뭘?"


에밀리는 사령관 앞에 서더니, 난데없이 속옷이 보이도록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눈을 감았다.


"에밀리…… 그거 누가 가르친 거니. 레이븐? 파니?"


에밀리는 아무것도 모르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사령관의 뒤를 가리켰다.


"경호대장이, 이러면 사령관이 좋아할거라 했는데……."


사령관은 고개를 휙 돌려서 리리스를 노려보았다. 리리스는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리리스, 너 이따가 보자. 벌이야." 사령관이 말했다.


"네. 주인님."


리리스는 벌이라는 말을 듣고 기대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벌 받으려고 일부러 이런 거 아냐? 사령관은 한숨을 쉬며 에밀리를 다시 보았다.


"있잖아, 에밀리. 이런 건 리리스가 장난친 거야. 팬티 안 보여줘도 에밀리는 충분히 예뻐."


"하지만…… 리리스가 이게 사령관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방법이라고 했는데."


에밀리는 말하면서 사령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아무래도 마음만은 진지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둘이서 평소 하는 행실을 보면 리리스 입장에서는 아주 거짓말인 것도 아니었다. 사령관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기.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른 거란다. 리리스는 리리스답게 표현하는 것이고, 너희 아스널은 아스널만의 표현 방법이 있고, 에밀리에겐 에밀리의 표현 방법이 따로 있어."


"……."


"굳이 남의 방식을 따라하진 않아도 된단다. 나는 에밀리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으면 해."


"나만의 방법?"


"응. 에밀리만의 사랑 표현법."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모르겠지만 그러마고 대답했다. 사령관이 내주는 숙제라면 뭐든지 열심히 할 작정이었다.


"물론 숙제는 숙제고, 벌은 벌이니까. 이따 아스널한테 징계를 받도록."


"……너무해."


에밀리가 입을 내밀었다.




* * *




이야기를 들은 로열 아스널 대장의 명령으로 에밀리는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었다. 비록 속은 것이기는 하지만, 모르고 저지른 건 더 큰 죄라는 말이었다.


"에밀리는 사령관을 좋아하나 봐? 속옷도 보여주게."


같이 청소하는 파니가 물었다. 룸메이트인 파니도 에밀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함께 청소하고 있었다.


"으응. 그래서 사령관한테 이것저것 해 보는데, 자꾸 잘 안돼." 에밀리는 힘없이 말했다.


"후후후…… 청춘이구나." 파니가 흐뭇하게 웃었다.


"파니도 청춘 아니야?"


"음, 그렇지. 하지만 내 청춘은 양에게 바쳤다고."


양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뭐든지 양하고 연관짓기 좋아하는 파니는 신이 나서 청소도 멈추고 떠들었다.


"양은 참 좋아. 양털로 옷도 만들고 모자도 만들고 바지도 만들고 배게랑 이불도 만들고 카펫도 만든다고. 게다가 양꼬치, 양고기 케밥, 양다리 구이, 양갈비, 양고기 스테이크, 양카레, 양고기 무침, 양 스튜……."


에밀리는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파니는 양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럼. 양은 사랑이라니까."


마대를 밀던 에밀리가 다시 물었다.


"혹시 사령관하고 양하고 비교하면 어느 게 더 좋아?"


사령관은 오르카호 모든 부대의 아이돌이나 마찬가지였다. 과연 이 질문에는 파니도 머뭇거리더니,


"음…… 아직까진 양이 더 좋은걸?"


라고 말해 왔다.


에밀리는 놀란 듯이 중얼거렸다.


"그게 파니의 양 사랑 표현법이구나."


"응? 뭐, 듣고 보니 그러네. 헤헷."


에밀리는 사령관의 말대로, 사람마다 사랑 표현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청소를 거의 끝마칠 무렵 파니가 다시 물었다.


"참. 에밀리는 전쟁이 끝나면 뭘 하고 싶어?"


"전쟁…… 끝? 잘 모르겠어. 왜 그런 걸 물어?"


파니는 눈을 감고 말했다.


"응. 왜냐면, 난 양 목장 재벌이 될 거거든. 양들을 잔뜩 길러서 털도 뽑고 양고기도 마음껏 먹을 거야. ……혹시, 에밀리도 시간 나면 나랑 같이 양을 기르지 않을래?"


사실은 사령관하고 같이 있고 싶었지만, 양을 기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잠시 고민하던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령관하고 같이 지내다가 심심하면 양 기를게."


"그래. 가끔 사령관 데리고 양 기르러 와."


파니는 기쁘게 웃었다. 한 점 티없는 웃음을 보고, 에밀리도 정말 파니의 양 목장들이 생기기를 바랬다.


다음 날은 예고 없는 화력지원 출동이었다. 스틸라인 보병대가 적들에게 포위당한 바람에, 에밀리와 에밀리를 호위하는 분대가 화력 지원을 하러 가는 것이다.


에밀리는 레이븐과 파니와 비스트 헌터의 보호를 받으며 숲을 가로질러 갔다.


아스널 대장의 말에 따르면, 숲을 통한 지름길로 가서 스틸라인 보병대의 퇴로를 만들어 주고 빠지기만 하면 되는 작전이라고 했다.


레이븐이 선두에 날아서 진격로를 정찰하고, 아스널에게 보고하면 오르카호에 있는 아스널이 분대장 비스트 헌터에게 지시를 내린다.


한동안 별일 없이 숲을 행군하던 도중이었다. 수다를 떠들던 레이븐이 돌연 입다물고 앞을 노려보았다.


"저 앞에 나이트 칙 철충이 얼쩡대는데."


곧, 칙을 제거하란 명령이 내려왔다. 헌터는 파니더러 나이트 칙을 박살내라고 지시했다. 분대 화력에 비하면 하잘것없지만, 놈이 적군에게 분대의 위치를 알렸다가는 분대가 포위당할 수도 있었다.


파니는 신이 나서 들고 있는 대포를 겨누어 쏘았다.


하급 철충에 불과한 나이트 칙은 금새 박살나서 불덩이와 잔해만 남게 되었다.


역시 파니는 명사수야. 뒤따르던 분대원들이 감탄하고, 파니가 팔을 돌리며 즐거워하는 때였다.


레이븐이 짧은 비명과 함께 허공에서 추락했다.


헌터가 깜짝 놀라며 바라보자, 레이븐이 소리쳤다.


"젠장, 기습이야! 광학미채로 숨어 있었어!"


다급하게 후퇴하라고 소리치려는 찰나 숲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이제껏 저 멀리서 투명하게 몸을 숨기고 있던 철충들이 속속 나타났다.


선두에 섰던 파니가 기관포에 맞아서 쓰러지고, 그 뒤를 헌터도 따랐다.


적들은 중요한 전력인 에밀리를 없애려고 여기서 매복한 모양이었다. 적이 스틸라인 보병들을 묶어 둔 건, 말하자면 에밀리에 대한 유인책이었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아스널과 사령관은 보병뿐만 아니라 에밀리 일행에게도 급히 후퇴하라 지시했다. 헌터는 이를 갈며 에밀리를 보고 외쳤다.


"에밀리! 빨리 도망가!"


에밀리는 자기도 모르게 레일건과 함께 도망쳤다.


그 길로 아스널이 일러주는 좌표까지 달려와 보니, 숲에서 벗어난 강변이었다.


그녀는 구조 요청을 위해서 시키는 대로 신호탄을 쏘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 직후, 에밀리는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 에밀리! 거기서 기다려. 곧 구조 부대가 도착할 거야.


사령관이 다급하게 외쳐 왔다.


그러나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고 잠깐 숲 속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됐어. 나 혼자 자매들을 두고 오면 안 됐어. 같이 왔어야 하는데."


- 물론 모두를 구하러 갈 거야. 그러니 에밀리 너만이라도 거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철충이 오면 쏴 버리고.


아스널도 끼어들어 에밀리더러 허튼 짓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에밀리는 그럼에도 묵묵히 있다가, 곧 표정을 굳히고 다시 숲으로 달려갔다.


- 에밀리! 뭐 하는 짓이야. 빨리 돌아가. 명려…….


"나는 실험체 바이오로이드라서, 때때로 사령관의 명령이 안 먹혀."


그렇게 중얼거린 에밀리는 일부러 못들은 척하고는 통신 연결을 끊었다.


숲 속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풀밭에 레이븐이 쓰러져 신음하는 중이었다.


에밀리가 다가서자, 놀란 레이븐이 여기는 왜 왔느냐며, 고통을 참아가며 소리를 질렀다.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레이븐을 자가 비행이 가능한 레일건에 태우고는, 랑데뷰 장소인 강변까지 데려가 눕혔다.


다시 한 번 숲 속으로 달려가자, 이번에는 헌터가 피 흘리는 팔을 움켜쥐곤 나무에 기대어 신음을 흘리는 중이었다.


헌터는 에밀리를 보자마자 가슴이 덜컥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욕설을 섞어서 호통을 쳤다.


"야 이 짜샤! 왜 다시 온 거야!"


"나 혼자 가면 안 되니까."


"뭐? 네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굴 구하려 들어. 어서 도망가, 빨리. 까불지 말고!"


에밀리를 보호하는 것이 헌터를 비롯한 호위 분대의 역할이었다. 헌터가 마음에도 없는 혼을 냈음에도 에밀리는 듣지 않고 레일건에다가 헌터를 뉘였다.


"야, 제녹스에 올라타면 안 된다고 했잖아!"


"헌터를 구하기 위해서니까 괜찮아."


"웃기는 소리 하네. 너 빨리 도망 안 가?"


"안 가. 이게 내 사랑 표현법이야. 헌터랑 다른 자매들을 위한."


"뭐……?"


에밀리는 헌터를 실은 레일건을 갖고 달렸다. 그리고는 무사히 랑데뷰 장소에 눕혔다.


쉬지도 않고 바로 다시 숲에 향하는 그녀를 보고 헌터는 걱정스레 소리쳤다.


"또 어딜 가?"


"파니가 남았어…… 파니는 양을 기르고 싶어해."


헌터가 뒤에서 외쳤지만, 뭐라고 하건 에밀리는 숲을 뛰어갔다. 도중에 철충 몇과 마주치자 주저 없이 레일건을 쏘아 박살내 버렸다.


마지막으로 발견한 파니는, 처음에 총을 맞은 그대로 여전히 엎어진 채였다.


피투성이인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호흡이 가늘고 몸을 떠는 걸 보니 상태가 나쁜 것 같았다.


양 이야기를 떠올린 에밀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파니를 업고 뒤돌아 도망쳤다. 레일건도 에밀리를 따라 곁을 날아갔다.


도중에 또 마주친 철충과는 파니를 업은 채로 싸워야 했다. 에밀리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레일건을 쏴 갈겼다.


비록 레이븐의 조준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이전보다도 집중력을 발휘해서 한 발 한 발 낭비하지 않고 적들을 일격에 부수어 나갔다.


마침내 강변까지 안전히 도착하자, 에밀리는 파니를 땅에 눕히고 숨을 고르게 했다.


"추워……."


에밀리에게 안긴 파니가 떨면서 말했다. 기관포에 맞고 나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았다.


"내가 따뜻하게 해 줄게. 곧 구조 부대가 온댔어."


에밀리는 자기도 모르게 파니의 손을 잡아 주었다.


얼굴이 창백해진 파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양 목장…… 하고 싶었는데. 아스널 대장이 보고 싶어. 모두랑 같이 양고기 먹고 싶었는데……."


"먹을 수 있어."


에밀리가 안타깝게 말했지만, 파니는 몸을 달달 떨기만 하다가 곧 머리를 젖히고 눈을 감았다.


에밀리는 눈을 부릅뜨고 파니를 흔들었다.


"죽으면 안 돼……. 죽으면……. "


그러나 파니에게서 대답이 없자, 에밀리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다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절규하며 울기 시작했다.


헌터는 한숨을 쉬며 우울한 얼굴로 기어왔다. 그리고는 파니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울지 마, 에밀리." 헌터가 파니에게 손을 댄 채로 말했다.


"하지만, 날 호위하다가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어. 양을 기르고 싶어했던 파니가……."


헌터는 고개를 저었다.


"울지 말라니까."


"나랑 같이 있어서 죽고 만……."


"얘 안 죽었어."


"응?"


그제사 들여다보니, 파니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기분 좋게 코를 고는 파니의 가슴이 작게 오르락내리락 했다. 피투성이 상처 때문에 기절해서 잠들긴 했지만 다행히도 사망할 정도까지는 아닌 모양이었다.


"오버하지 마. 그냥 자고 있는 거야."


"……이거, 한대 때려도 될까."


에밀리는 처음으로 누굴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살살 때려. ……그리고 고맙다. 명령을 거역한 건 잘못이지만…… 아까 욕한 건 미안했어."


헌터는 머쓱함 반 대견함 반이라는 표정으로 에밀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업혀오던 중 기절했던 레이븐도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웃었다.


저 멀리서 구조 부대를 태운 수송기 소리가 들려 왔다. 기습을 실패한 철충들도, 에밀리의 레일건 맛을 보자 더 이상 공격해 오지 않고 퇴각해 버린 모양이었다.




* * *




오르카호에 에밀리 분대와 스틸라인 보병대가 무사히 귀환했다. 분대원들은 모두 수복실로 실려가고, 에밀리는 사령관 앞에 불려왔다.


사령관이 엄하게 말했다.


"에밀리, 아스널과 내 명령을 듣지 않다니…… 이유가 뭐니?"


"잘못된 것 같아서. 분대원들만 두고 오는 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사령관은 어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아스널과 난 너라도 안전하길 바랬어. 만약 분대원 중에 다치지 않은 애가 한명 더 있었다면, 그녀도 일단 후퇴하라고 일렀을 거야."


걱정스럽게 하는 말에, 에밀리는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항상 보살펴 주는 자매들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 데리고 왔어. 버리고 갈 수가 없었으니까."


에밀리의 말은 어디까지나 진지해 보였다.


사령관은 에밀리의 눈을 응시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야. 사실 나도 네 입장이었으면 그랬을 지 몰라…… 하지만, 명령을 거역한 건 잘못이야."


"그래도 결국 다 구했는데. 나도 안 다치고, 아무도 죽지 않았고."


에밀리는 혼나는 게 납득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철충의 목적은 분명 너였어. 까딱 잘못해서 에밀리 너까지 다칠 뻔했으면 어쩌려고 했어…… 너를 포함해서 분대원 모두가 다쳤으면, 구조대도 더 힘들었을지 모르잖니."


사령관이 한숨을 지었다. 에밀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난 네가 위험해지길 원치 않았단다. 물론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넌, 아무래도 보호장비도 없고, 연약하고. ……조금 더 어리고."


걱정을 담아 하는 말을 듣고, 에밀리는 한동안 조용히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먼저 침묵을 깬 쪽은 에밀리였다.


"혹시, 그게 나에 대한 표현 방법이야?"


"응? 뭐가."


"사령관이 특별히 내 안전을 신경쓰는 게, 나에 대한 사령관의 사랑 표현법…… 이야?"


"그, 글쎄. 뭐, 딴에는 그렇게 되긴 하네."


사령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캐노니어 분대원과 차별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책임을 묻다보니 에밀리만 특별히 신경쓰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에밀리는 허리를 꾸벅 숙여 공손하게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셔서."


인사를 하고 난 뒤에 에밀리가 말했다.


"사령관한테는 항상 이렇게 인사하라고, 아스널 대장한테 배웠는데…… 표현 잘 했어?"


"응. 조금 어색하지만."


사령관이 피식거렸다. 그는 에밀리를 한없이 귀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앞으로도 열심히 배울게. 난 사령관이 좋으니까."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해."


사령관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에밀리가 드물게 주저하더니,


"저기. 생각해봤는데, 방금 전 그 말이 내 사랑 표현법인 것 같아. ……사령관은 어떻게 생각해? 나만의 표현."


하고 기대감 어린 얼굴로 말해 오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에밀리를 향해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응. 그거야말로 에밀리한테 정말 어울리는 사랑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


"진짜?"


"어. 여러가지 의미로 에밀리다워."


"으응……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노력할게요."


에밀리가 또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사령관이 에밀리에게 다가왔다.


"어쨌든 무사하게 돌아와서, 그리고 애들도 구해줘서 고마워. ……이건 내 또다른 표현법이야."


사령관은 가만히 에밀리를 껴안아 주었다. 에밀리의 입이 벌어졌다.


표현 방법은 달라도, 모두의 마음은 비슷한 것이다. 가슴이 뭉클해진 에밀리도 눈을 감고 사령관을 마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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