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났다.

 철충도 철의 왕자도 지구의 안전을 위협했던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났다.


 그야말로 인류가 마침내 승리한 것이다.




 아직은 차가운 새벽.

 가장 어둡고, 가장 차가운 시간.


 풀잎 끝에 맺힌 새벽을 머금은 이슬이 별처럼 빛나고,

 조금 자라난 풀들에 난 잔털들은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 빛나고 있다.

 아침이 오면 사라질 보석들을 바라보며, 언덕 위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서서히 밝아오는 태양. 그리고 싱그러운 햇살과 바람을 타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무런 음도 없는 그저 지금의 기분을 알리는 콧노래.


 누군가 등 뒤에서 껴안아오는 것을 느꼈다.

 익숙한 향기.

 따스한 체온.

 그리고…


 "어서오세요. 사령관님. 약속… 지켜주셨군요."


 발키리는 감사했다.


 사령관이 자신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을 때 했던 약속.


 이 순간과 이 약속이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빌었던 그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졌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