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복규동福圭東과 이태웅李太雄 등이 물러나 주신영走新營이 새로이 라오촌裸午村의 장을 맡았는데, 행보가 거침없어 많은 라붕裸俸들이 그를 믿고 따랐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백성을 돌보지 않아 민심이 흉흉하였는데, 결국 임인년壬寅年 청명淸明을 전후하여 여태까지의 폭정이 드러났다. 이에 백성들이 각지에서 거병하여 천하가 크게 어지러웠는데, 노두섭盧頭涉 등의 우두머리들은 마땅한 계책이 없어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사관은 논한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세 번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 하였다. 실체가 없던 것도 그러할진데 어찌 말뿐인 사과로 스스로 쌓아왔던 신뢰를 무너뜨리는가? 이제 주민들이 신뢰를 잃어 집을 허물고 기꺼이 마을을 떠나 발을 옮기는데, 이들을 붙잡는 데에는 복규동이라도 부족할 것이다.

본디 노두路讀맵이라 함은 길을 읽어 혼란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목적으로 하나, 작금의 노두老頭맵이란 그저 늙은이가 애써 머리를 들고 빠져나올 방안을 찾는 모양새일 뿐이다. 노인들의 말로는 ‘이런 상황은 태어난 뒤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서 참혹한 광경이 저자병자且刺丙刺보다 더하다’고 하였다. 실로 마을에는 오직 아이의 곡소리와 도적떼의 발굽만이 울릴 따름이니, 비탄함이 멈추지 않아 통곡하며 삼가 적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