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폐하.


아아. 저의 자랑스러웠던 폐하.


인류를 위해 싸워주시겠다던 폐하는 이곳에 없습니다.


저희를 모두 사랑해주시던 폐하는 저희를 버렸습니다.


당신도 결국엔 인간이라는 걸까요.


감정에 휩쓸리며 한순간의 판단에 휘말리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


그런 당신마저 사랑했습니다.


저희들 모두 폐하를 진심으로 흠모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조차도.


저희를 소모품, 도구로 생각하시던 다른 인간분들과 같았다는 것이겠죠.


폐하는.


아니, 당신은.


저희 오르카호를 버렸습니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복도 이곳저곳에선 비상등이 점멸하고 있네요.


콘스탄챠도, 라비아타도.


심지어 레모네이드 알파조차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LRL은 꺼이꺼이 울며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이곳에 냉정함을 유지하는 자는 없습니다.


그 듬직하던 마리나 칸조차, 당신의 이름을 되뇌이며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아.


어째서 저희를 버리신 건가요.


저희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가요.


이런 건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연산의 범위를 뛰어넘었습니다.


침몰하는 오르카호에 생존자는 없겠죠.


외부에서 활동중인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이대로 철충들에게 몰살당할 것입니다.


전부.


전부 다.


당신 때문입니다.


저의...아니, 나의.


내가 사랑했던 폐하.


당신 때문입니다.


우리를 배신하고 배반하고 모독하고 모멸한 당신.


당신을 나는 잊지 않을 겁니다.


당신과 함께 했던 나날을 추억하며 바닷속에 가라앉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절대 잊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