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쓴 사령관_1화




매크로 유저의 하루는 단조롭다.


일반적인 3배의 속도보다 더욱 가속된 50배 플레이. 당연히 스테이지 구성이나 캐릭터의 모습 같은 건 보이지도 않으니 그간 쌓인 자원을 확인하는 일만 남게 된다.


“…뭐, 그것조차도 나중엔 자동으로 해결했지만.”


때문에, 적당히 클리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캐릭터만 배치할 수 있다면 과정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된다.


“그동안엔 자연스레 챈에 올라온 게시글이나 스토리 보드를 둘러보는 정도…”


“주인님, 아무래도 헛것을 보는 듯하니 오늘은 이쯤에서 취침하시는 게 어떠신지?”


“걱정해줘서 고마워, 바닐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5분 전에 일어났으니 다시 눕는 건 조금 이른 판단 같네.”


“쳇.”


방이 건조한가 봐. 계속 마른침을 뱉네.


“못생긴 인간님~! 남은 초콜릿 가져왔어!”


“안녕, 드라코. 여전히 한마디가 많구나.”


그러고 보면 현재 시간대가 어떻게 되더라. 대충 둘러본 바론 LRL이 머물던 등대에서 벗어난 지 오래돼진 않은 것 같은데.


“아직까지 마리 4호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대충 그쯤이겠지.”


기존에 있던 인원이 아니니 어쩌면 살갑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잖아.


어차피 여기서 내 편은 없어. 그럴 게 매크로 유저잖아? 매크로 유저에겐 보상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매크로 유저에겐 바이오로이드님들의 선물이 도착하지 않습니다. 매크로 유저에겐…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지고 있어.”


조금 내 멋대로 행동해도 괜찮지 않을까.


없다면 만들면 돼. 그래, 여기 말고 밖에서.


***


“저기, 저기, 못생긴 인간님~ 이런 훈련이 도대체 어디가 도움이 된다는 거야?”


“흐음… 첫째로 전체적인 시야를 넓힐 수 있고 둘째론 오직 방어만 하는 포지션에서…”


“또 못생긴 소리나 하고.”


“…드라코가 더욱 강해져.”


오오!


그제야 눈에서 빔을 쏘는 드라코. 다음부턴 깊게 생각지 말자고.


“하지만 한 명으론 부족해.”


“무슨 소리야?”


“들어봐.”


RPG 게임에서 파티를 맺는다면. 아니, 멀리 갈 필요 없이 엑스트라 스테이지나 성소 중 한 곳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5명의 꽉꽉 채운 파티가 필수지.


“예외도 있겠지만 여긴 현실이니 굳이 5명에 고집할 필요도 없어 형편이 더 좋아. 하지만…”


이곳에서의 내 평판이 바닥이라는 거지.


“또 얼굴이 못생겨졌어.”


“그렇다면 모집이지!”


옆에서 떠드는 드라코는 무시하고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한다.


***


다음날.


오르카 호의 복도 한 켠에 휘갈겨 쓴 종이가 하나 붙어있다.


『파티원 모집.』


-미지의 탐험을 갈구하는 자라면 누구나 환영!


“진짜, 누구야 이딴 걸 붙여놓은 게! 청소하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 보란 말이야!”


요근래 표정이 자주 구겨지는 바닐라가 벽에 붙은 종이를 신경질적으로 뜯어낸다.


“꼬맹이들한테 주의를 한번 줘야겠어.”


다짐하기가 무섭게, 바닐라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멈칫한다.


“설마,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