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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오면 이해가 빠릅니다...


근데 난 왜 과제 마감 안하고 이거 쓰고 있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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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7명의 서약자가 닥터가 만든 장치를 통해 각자의 세계로 흩어졌다.

그러니 남은 인원들은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녀들이 사령관을 찾아 데려올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면서...


하지만 남은 인원들 역시 사령관을 생각하는 마음은 깊었고, 이는 닥터도 마찬가지였다.

닥터의 그 마음이 닿았던 것일까. 단 한번이지만 게이트를 다시 열 수 있는 동력원을 공급하는데 성공하고 만다.

원래라면 본인이 가기 위해서 연 게이트였지만, 정작 닥터는 며칠동안 이어진 철야로 인해 쓰러지는데...


거기에 더해 메이를 제외한 서약자들은 전부 다른 세계로 흩어져있는 상황.

누가 가야 하는지를 정하지 못한 채 언제 닫힐지 모르는 게이트만 계속 열려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자원을 받았겠지만, 다른 세계가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

아무나 보냈다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만한 손실도 없었기에, 다시 지휘관급 게체들의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으니, 한 브라우니의 장난에 휘말린 흐붕이가 게이트에 밀려 들어가버린 것이다.


그 브라우니는 어떻게 됐냐고?

뭘 어떻게 되긴.

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모두의 앞에 닫힌 게이트가 보이니, 원인을 색출해냈고. 요안나 아일랜드로 보내졌지.


그나마 다행인 건, 탈론페더가 몰래 붙여놓은 도청기가 흐붕이의 몸에 붙어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 * *


흐붕이가 이 세계에 떨어진 지 5일차


그 상황을 전혀 모르는 전 사령관, 현 트레이너는 이제 막 기상한 참이었다.

그는 현재 타키온의 트레이너를 맡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경위인가 하니, 오르카를 뒤로 하고 트레센으로 온 날.

봐버리고 만 것이다.

타키온의 달리기를


솔직히 말하면 그녀의 승부복을 보고 오르카에 있는 닥터가 조금 생각난 것도 있었지만.

그가 타키온이 보여주는 달리기에 반한 것이 주 원인이었다.
아무도 없지 않냐며, 돌아가려는 타키온의 팔을 자기도 모르게 붙잡을 정도로.

한사코 이상한 조건을 대며 밀어내려는 그녀를 그는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실험에 협조해준다면 생각해보겠다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가 내민 3가지종류의 약을 부작용따위 생각하지 않고 입안에 털어넣을 정도로


그 결과 몸이 발광하긴 했지만. 오르카에서 있었던 모든 사건은 그가 생각하는 사건의 기준을 관대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실험에 협조한다는 약속 끝에 트레이너 자리를 따낼 수 있었다.


"아 왔나. 모르모트군 오늘의 도시락은 뭔가?"

"계란 장조림 밥이야. 사츠키상 준비는 잘 되가고 있어?"

"그럭저럭 준비는 하고 있지. 다만 연구의 진척이 잘 나가지를 않아서. 여차하면 그 때까지 연구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겠어."


타키온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모르모트군에게 한 가지 알약을 내밀었고 그는 익숙한 듯 물과 함께 약을 먹었다.


"근데 이거 뭔 약이야?"

"각력을 강화해주는 약일세. 처음 만들어 본 거라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감수하게나."

"부작용은 확실히 있는 것 같네."


타키온이 말한대로 모르모트군의 다리에서는 힘이 넘쳐흐르고 있었지만, 그의 반대급부로 팔이 축 늘어져있었다.


"저기 타키온. 이거 언제 원래대로 돌아와?"

"모른다네."

"저녁까지 이러면 내일 도시락을 못 만들 것 같은데..."

"최대한 빨리 되돌리는 약을 만들도록 하지."


* * *


"그럼 어서오세요. 흐레스벨그씨. 중앙 트레센 학원에!"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 시각, 흐붕이는 어쩌다보니 중앙 트레센 학원의 편입 절차를 밟고 있었다.


어쩌다보니라고 해도, 전말은 단순했다.


매지컬 모모와 닮은 우마무스메를 발견한 흐붕이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쫒다가, 그 우마무스메가 트레센 학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 일반적인 공부라면 모를까 덕질을 위한 공부는 꾸준히 해왔던 흐붕이인 만큼, 단기간에 우마무스메의 특징과 트윙클 시리즈의 핵심을 암기.


결국 중앙 트레센 학원의 라이센스를 따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딘가의 디지털이 본다면 덕후의 귀감이라고 불렀을 정도의 집념.


물론 흐붕이도 본 목적을 잊지는 않았다.

떨어진 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세계는 우마무스메들이 달리는 트윙클 시리즈가 하나의 주축 스포츠가 된 세계.

그리고 자신이 떨어진 일본의 경우, 우마무스메의 육성은 트레이닝 센터 학원 줄여서 트레센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즉 트레센= 자신이 있던 세계의 오르카 호라고 결론 내린 흐붕이는 합법덕질과 사령관 수색을 위해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로서 취업한 것이다.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요양때문에 트레센을 떠났다가 돌아오신 분이 있는데, 그 분에게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타즈나씨가 직접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는 곧 이사장님이랑 대회개최 건으로 협상을 하러 가야해서요. 그럼 곧 돌아오겠습니다."


곧 타즈나가 나가고, 홀로 남겨진 흐붕이는 가면을 벗고 몰래 덕질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모르모트군은 돌아온 팔 힘에 안도하며 타키온의 트레이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여기 계셨군요. 트레이너씨."

"타즈나 씨.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한창 트레이닝중에 죄송하지만, 오늘 신입 트레이너분이 오셨어요. 괜찮으시면 안내를 해주셨으면 해요."


대화하던 중 타키온이 골을 통과한다. 랩타임은 전보다 0.5초 줄은 상황. 그는 한번 고개를 끄덕인 뒤 타키온에게 손짓을 했다.

손짓을 본 타키온이 한 바퀴 더 도려는 것을 멈추고 다가왔다.

타키온의 초점없는 눈이 왜 그러냐는 듯 살짝 찡그려졌다.


"왜 그러는가. 모르모트군. 아직 오늘의 트레이닝은 한 세트가 더 남았을텐데?"

"일이 생겨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대신 내일 좀 더 하고."

"어쩔 수 없군. 그럼 내일 보세나. 모르모트군."


타키온에게 아쉬워하는 기색은 없다. 오히려 연구할 시간이 늘었다고 좋아하는 모양새다.

그걸 보고 안심한 모르모트군은 타즈나를 따라 흐붕이가 기다리는 응접실로 향했다.


하지만 모르모트군은 보지 못했다. 타키온의 꼬리가 묘하게 축 늘어져있는 것을.


* * *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럼 저는 일정이 바빠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안내 잘 부탁드려요!"


타즈나가 언제봐도 놀라운 속도로 달려 사라지고, 모르모트군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챙겨온 매지컬 모모테이프를 보면서 응원봉을 흔들고 있는 흐붕이가 있었다.


"잠시 나가있을게."

"... 부탁드립니다."


그 뒤로 10분이 지나서야 전 사령관 현 모르모트군과 흐레스벨그는 마주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긴 왠일이야?"

"사라진 사령관을 찾으려고 닥터가 게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서약하신 분들이 그 게이트를 통해서 다른 세계로 가셨고요."

"미호, 에밀리, 나엔, 리리스, 티아멧, 리엔, 발키리 전부?"


흐붕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모트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떠나오기야 했지만, 설마 그녀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한편으론 의문도 떠올랐다. 그녀들은 그렇다치고 흐붕이는 왜?


"저는 브라우니의 장난에 휘말렸습니다."


브라우니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모르모트군은 오르카가 그리워져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죠. 사령관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미안하지만 그건 안돼."


이번엔 흐붕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차례였다. 안된다는 답을 들으려고 여기에 온 것은 아니었기에.


"왜 안 된다는 거죠? 사령관이 없으면 저희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전멸하고 말거에요."

"라비아타가 있잖아. 당분간은 라비가 잘 이끌어줄거야."

"그걸론 납득 못해요. 사령관."

"납득해줄거라곤 생각 안 했어. 그래도 안돼."


흐붕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고,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그래도 의미는 없었다.

그녀가 아는, 아니 오르카의 모두가 아는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때는 언제나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그러리라. 그렇기에 강권할 수 없는 것이다.


"맡고 있는 애가 있어. 걔를 버려두고 갈 수는..."

"저희는요? 사령관. 저희는..."

"미안... 흐레스벨그. 꼭 돌아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라."


고집스럽다. 한 명과 오르카의 승무원 전원을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가 압승일텐데.

그 한 명을 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긴, 원래부터 이상한 곳에서 고집이 세고, 정많은 사람이었지.

어떻게 보면 오르카호의 모두를 믿고 있는걸까. 

이해는 가지만, 여전히 납득은 할 수 없었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 사츠키상이랑, 일본 더비랑, 킷카상까지 나가야하니까... 앞으로 반 년정도."

"기네요. 엄청."


흐붕이가 화를 못 이기고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터는 순간 흐붕이의 머리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이건 도청기...? 탈론 페더씨가 만든 거 같은데...'


"왜 그래. 흐레스벨그."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죠. 반 년 그 이상은 안 됩니다."


갑자기 바뀐 흐붕이의 태도. 본래라면 이상해 할 법도 하지만, 허락받았다는 안도감이 위화감을 덮었다.

그렇기에 모르모트군은 눈치채지 못했다. 흐붕이와 같이 방을 나가면서 슬쩍 자신의 목덜미에 붙여진 도청기를.


'제발 제대로 작동해야 할텐데. 테이프도 멀쩡했던 걸로 봐선, 아마 작동할 것 같긴 하지만...'


"근데 흐레스벨그. 잘 곳은 있어?"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밤 새면서 공부해서, 잔 적이 없네요."

"그럼 우선 잠부터 자. 숙소로 안내해 줄게."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흐붕이의 트레센 학원 첫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 편. 취직을 했으면 일을 해라.


* * *


한편 오르카 호.

그 모든 대화를 듣고 웃음을 흘리고 있는 한 바이오로이드가 있었으니...


"야스각이다. 야스각!"


다행히 도청기는 잘 작동하고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