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이 서버의 보안을 다시 한번 해제해 달라고?"


"응. 언니가 저번에 풀어줬을때 데이터가 아직 해석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백업해도 원본데이터가 없으면 복구가 불가능해서.."


"...알았어. 작업끝나면 불러. 다시 잠글거니까."


"고마워! 언니!"


"간다."


그렇게 연구실을 떠난 부사령관을 뒤로 하고, 닥터는 자신의 기계팔을 이용해 서버의 데이터를 자신의 패널로 열람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완전히 해석되지 못한 데이터를 짜맞춰 조립하면서, 서버의 심연을 파헤쳐 내려갔다.


[프로젝트 풍란 개발기록]


"...이건..?"


닥터는 못 보던 프로젝트 파일을 복원했고, 이윽고 그 파일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내용은, 삼안의 가장 어두운 부분과 직결되어있었다.


[개발일지]


2106년 8월 7일.


[오리지널]의 유전자를 사용한 바이오로이드들의 배양이 끝났다.

대부분은 오리진더스트의 투여량을 버티지 못해 골격이 붕괴하며 사망했고, 살아남은 몇몇 개체도 실질적으로 움직이면 골격이 실시간으로 부숴지고 있다. 좀 더 고강도의 골격이 필요하다. 그래. 라비아타에 사용된 것과 비슷하지만, 무게가 덜 나가는..


2106년 10월 11일


상부에서 양산대신 특수개체로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해 요건에 맞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요청했던 강화 티타늄합금소체도 들어왔다.

....하지만 계산해봤을때, 라비아타같이 오리진더스트를 때려넣으면 이 골격이라도 버티지 못 할 것이고, 그를 보강하기 위해서 무게가 나가게 될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2107년 1월 4일


해결법을 찾았다.

그냥 오리진더스트를 마개조된것으로 사용하면 된다.

[오리지널]도 비인가 실험 오리진더스트를 사용했고, 그에 따른 강화실험을 하면서 완성된 것이니...

상부에 [오리지널]에 사용된 오리진더스트와 동일한 비인가 오리진더스트를 요청했다.

본래라면 근섬유가 형성되기전에 근육조직이 붕괴할테지만, 이건 그 적합률 최상위권의 [오리지널]의 100% 동일유전자니까 문제없다.


2107년 5월 7일


드디어 완성했다.

프로젝트의 위장명은 프로젝트 풍란.

제조개체는... 현실에서 빛을 볼일은 없겠지. 이건 비인가 오리진더스트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제조된 개체니까.

제조개체의 코드네임은...그래. [오리지널]이 --린 이니까, 그냥 줄여서 린이라고 부르자.

중세 그리스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온 이름이, 정작 그 누구보다 적은 잔혹하게 죽이는 도구라니.


2107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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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말소됨)


"...이게. 뭐야..?"


닥터는 자신이 본 것이 정말 삼안의 기록이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령관과의 이야기에서 하이린 부사령관이 저번의 그 기록에서 나온 요원과 동일인물인건 사령관과 자신은 확실히 알고있다.

나머지 지휘관들도 의심은 하고 있었겠지만.


그런데 [오리지널]이라고?

복제품인 바이오로이드가 있었다고?

그것도 라비아타와 맞먹는 특수재조개체로?


"...이건 오빠가 알아야해..!"


그렇게 자리를 뜨려는 순간, 뒤통수에 서늘한 감각에 닥터는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 총기류의 느낌이었다.

도대체 누가?라고 생각하던 닥터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닥터. 결국 알아냈구나."


"....언니가 여기서 말한 [오리지널]이었어..? 그렇다면 그 하이린이란 이름도..?!"


"..뭐 우연의 일치긴 한데... 맞아. 정확히는 에이레네. 고대,중세쯤에 사용하던 그리스어. 신약발음으로 읽으면 이리네.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아이린이 되지. 근데 김지석 그 개놈이 발음할때 잘못 발음해서 하이린이 되어버렸지 뭐야. 하하."


"....그러면 그건 그 몸에 있는 기억인거야?"


"..닥터. 난 내 몸에 남아있는 잔재기억과 의식이 다르다고 이야기 했었지? 그때 이름을 말할땐 기억이 돌아오지도 않았었어. 그러니까, 내가 아바타로서 이곳을 지휘할 때의 이름이 하이린이었지. 생각없이 지었던 이름인데 이게 이렇게 우연의 일치가 생기네."


"....이건 오빠도 알고있어?"


"...네가 알아낸 코드네임 제외하고 다 알고있어. 너도 긁어 부스럼 만들긴 싫을테니... 너만 조용히 입닫고 넘어가면 돼."


"...못하겠다면?"


"...펙스랑 전면전이지. 그것도 인간이 지휘하는. 심지어 오르카 내부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인간으로서의 권한으로 기밀자료까지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야."


"....."


"잘 선택해. 나는 오르카호의 부사령관이지만, 동시에 펙스의 회장이야. 오르카호의 부사령관이라는 직함에 스크래치가 나거나 위태로워지는 순간, 나는 결론적으로 몸을 맡길 곳으로 펙스를 택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그런식으로 끝난다면... 오르카는 펙스가 더 골칫거리가 되겠지. 그냥 조용히 묻고 넘어갈래? 아니면.... 전쟁을 선택할래?"


"...전쟁까지 할 각오는 되어있어?"


"어머. 얘 말하는 거 봐라. 각오같은게 안 되어 있었으면 말이야. 내가 그 지랄하면서 오메가를 잡아왔을 것 같아?"


"....하아. 내가 졌어. 언니."


그 말에 부사령관은 닥터의 뒤통수에 겨눴던 권총을 다시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이건 부사령관으로서의 명령이기도 하고, 인간으로서의 부탁이야. 그냥 묻고 넘어가자. 넌 저 데이터를 다시 암호화 하고, 복원한적이 없는거야. 알겠지?"


"...알았어. 근데 언니. 그러면 저 자료의 복제품은..."


"뭐 말 안 한다고 했으니 알려줄게. 한반도 울산에 있는 삼안의 연구소야. 뭐. 지금 시점에선 이미 죽었겠지."


"울산이면.."


"그래. 완전히 초토화된 곳이야. 진작에 확인해봤어. 복제는 죽었어."


".....알았어. 서버 보안 잠궈줘. 저 서버. 그냥 명령으로 뜯는 거 못하게 막아놔. 언니. 저건 말 그대로 심연이야..."


"그 심연을 만든 사람이 나인걸. 아무튼... 그런거 함부로 들여다봐서 좋을거 없어, 닥터. 여자는 여자로서의 비밀이 많은 법이라고. 막 까발리고 다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근데 궁금한게 하나있어. 프로젝트 풍란은 저 서버에 의하면... 2030년대부터 진행됬던 프로젝트였어. 그런데..시간이 너무 맞지 않아."


"간단해. 기밀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70년동안 위장신분으로 내세우기 위해 유지했을 뿐인 프로젝트야. 거기서 결국 진짜로 내 복제품이 만들어진거고."


"....."


"그럼 간다."


그렇게 사라지는 부사령관의 뒷 모습을 보며, 닥터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행한 것이 아니지만, 자신의 기억과 감정에 박혀있을 기억과 죄책감을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알지못할 것이다.


Such a person does not exist...

그러한 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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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음집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43742876  


저번에 오메가잡아올때 닥터는 부사령관이 어떤 사람인지 다 들었음.

그니까 그거 입막음하는 부사령관의 설정 겸 삼안의 또 다른 개짓거리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