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한 밤 중의 갑판 위에서 난간에 몸을 기댄 그가 뒤에 서 있는 마키나에게 말을 건넸다.

오르카의 대부분의 전원이 꺼졌지만 하늘 위에 있는 별들과 달빛이 어두운 갑판을 그나마 비춰주고 있었고

지금의 분위기와 맞게도 가장 밝은 달빛이 그 만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이 곳을 떠나실건가요."


난간에 기대있는 그에게 미처 다가가지도, 손을 내밀지도 못한 어중간한 자세로 마키나가 기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에게 손을 건네거나 다가가도 그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지금의 그를, 낙원에서 구해준 그의 손을 다시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마키나는 잘 알고 있었다.


마키나가 말을 꺼내자 그는 조금 쓸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조금만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어."


그 말을 하는 그의 팔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난간에 팔을 올린 채로 기대 있어도 몸의 떨림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떨고 있었다.

방금 말했던 그대로, 그 또한 이 오르카와 지금까지 가까이 지내왔던 대원들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소중한 것을 잃는 것 만큼 슬프고 속상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죽음이 되었던, 잠시 곁을 떠나는 이별이 되었던 간에 말이다.


"..제가 어떻게 말해도 당신은 마음을 바꾸지 않을건가요."


"넌.. 이미 낙원에서 봤잖아. 어떤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어떤 말을 들어도.. 나는 마음을 바꾸지 않아. 그래서 선택했었잖아?"


"네.. 오르카로 돌아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저를 구해주셨죠."


마키나의 말을 듣고 난 뒤 그는 말 없이 고갤 끄덕였다.

그의 뒷 모습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보고 있는 마키나는 가슴 위에 손을 올린 채 주먹을 쥐고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전.. 당신의 욕망을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면 제가 이뤄주고 그 마음을 받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전부 이뤄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말을 이어나가던 마키나의 목소리가 끊겼다.

...방금 그가 보인 반응처럼 마키나의 팔도 떨리고 있었다.

팔만 떨리는 것이 아니다. 몸 전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입술이 떨려오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었고 팔이 떨려오지만 그에게 뻗어 닿을 수 없었고

눈이 떨려오지만 눈물은 눈에 고인 채로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욕망을 이미 알고 있는 마키나였기에 어떻게든 밀려오는 슬픈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바뀌지 않는다.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설령 슬픔을 가지고 있더라도 절대 꺾이지 않는 그의 마음이 만들어 낸 선택이었다.

이미 한 차례, 낙원에서 꺾이지 않는 그의 마음을 본 마키나였기에.. 어떻게든 억누르려 했지만..


"전.. 흐윽.. 당신의 곁에..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왜..! 떠나지 말아주세요.. 흐윽.. 제발.. 조금만이라도.. 이번만이라도.. 마음을 바꿔 주세요.."


벅차오르는 감정과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마키나는..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닿았는지 그는 난간에서 떨어져 점점 마키나에게로 다가갔다.


"..사령관..?"


점점 그가 다가오자 흐르는 눈물을 닦는 중에도 마키나는 그를 불렀고

이젠 숨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까지 그가 오자 그녀는.. 말 없이 팔을 벌렸다.


"마지막이라면.. 이대로.. 안아줘요. 제 욕망을.. 들어줘요..!"


그녀의 진심이 담긴 말에 답이라도 하는 듯이 그는 말없이 마키나를 안았다.

이런 상황만이 아니었다면 계속 느낄 수 있는 온기였겠지만.. 이것이 그녀가 느낄 수 있는 그의 마지막 온기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눈에서는 더욱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눈물은 뺨을 타고 내려가 그의 어깨를 적셨다.


"...마키나."


"..네."


"마지막으로..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하고 싶은.. 말이요..?"


"..괜찮을까?"


"네.. 당신의 욕망을.. 제가 이뤄드릴게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제가 들어드릴게요."


그 말을 한 뒤 마키나는 스스로 그의 목에 감은 팔을 풀었고 그대로 잠시 떨어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 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자 마키나는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웃어보였고

그는 눈을 감은 채 마키나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욕망을 건넸다.



"나에게 마키나를 마끼나?"




아 빌드업 힘들었다.

이거 창작 아니면 내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