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서른 되는 백수임

제작년 여름에 졸업했으니 대학 졸업한 지 2년이 거의 다 됐음


고등학생 때까지는 그래도 모범생 축에 속했지만 대학에 간 후로는 공부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서 학점 간신히 3만 넘기고 졸업했음


대학을 졸업한 후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 얼굴 보고 살기가 죄송스러워서 고시원으로 나왔음

편의점 야간알바를 1년 가까이 하며 고시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음

돈에 쪼들려서 살지는 않았고, 오히려 내가 번 돈이니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샀는데도 원채 짠돌이라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음


2년간 한 번도 취업 준비를 해본 적이 없음

어디 지원해본 적도, 자소서를 써본 적도 없고 기사 시험과 공무원, 토익 시험등을 신청만 해놓고 공부도 안하고 가서 앉아있다가 돌아온 적만 여러 번 있음

하고 싶은 일도, 할 줄 아는 일도, 해본 일도 없음

스스로가 수동적이라는건 군대에서 자아성찰 하며 깨달았지만 이 정도로 스스로 결정을 못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음

남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친구들은 직장인이거나, 대학원생이거나, 서른이 되기 전 꼭 취업하겠다며 노력하고 있는데

내 눈에는 모두 불구덩이에 빠진 것으로밖에 안 보임

대기업에 있는 놈들은 대기업이라서 힘들다고, 중소기업에 있는 놈들은 중소기업이라서 힘들다고, 공무원인 놈들은 공무원이라서 힘들다고, 일 없는 놈들은 일이 없어서 힘들다고...


이미 학생 때 머리에 넣었던 몇 안 되는 것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이제는 책 한 번 펴기가 왜이리 싫은지 모르겠고 그냥 '혼자 살면 편의점 알바만 해도 안 굶고 사는거 아닌가?' 같은 생각만 하고 있음


돌이켜보면 열아홉살에서 스무살이 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음

난 이제 서른이 눈앞인데



방에서 칵테일 몇 잔 말아마시다가 써봅니다.

부끄러워서 로갓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