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꾸미던 친구 예쁘게 꾸며서 내보낸 첫 데이트.

우리 선머슴 꾸미니까 인물이 확 사네!

이만하면 우리 사령관 오빠야도 껌뻑 죽는다 아이가!

자신감 잔뜩 불어넣어주고 보냄.


그러긴 했지만 그래도 얘가 잘하고 있나, 처음이라 쫄아서 어버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후사르는 내심 걱정이 됨.


그러다 한밤 중에 오르카호에 다 울려퍼질 법한 스파또의 우렁찬 고백을 듣고 그제야 안심.


게다가 밤 늦도록 방에 안 돌아옴.

남녀가 데이트를 했는데 밤 늦게까지 안 돌아온다?


"미칬다, 미칬다, 이 미친 가시나가 첫 데이트부터...!"


후사르는 괜히 자기가 더 부끄러워하며 베개 끌어안고 오도방정.

그러면서도 예쁜 속옷 입혀주기 정말 잘했다 싶음.


다음날 아침.

사실 아침도 아님.

거의 점심 무렵 다 되어서야 돌아온 스파토르트.


평소대로 한다고 하는데 숨길 수 없이 왠지 쭈뼛거리고 있고,

분명 어제 후사르가 예쁘게 해준 화장도 지워져 있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가려는 스파토마토를 붙잡고 꼬치꼬치 캐묻는 후사르.


"니 어제 뭐했나? 니 솔직히 말하래이. ...했나? ...니 진짜로 했나?"


호기심 가득.

흥미진진 두근두근한 눈빛.

마치 여고생 친구 무리 중에 처음으로 남친이랑 키스해본 애가 나온 것처럼.


말없이 배시시 웃으며 끄덕이는 스파토이아.


후사르는 미칬다, 미칬다를 연발하며 더 자세히 얘기해보라고 침대로 끌어당기고,

스파토이아는 멋쩍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만 후사르가 놔주지 않음.


그렇게 지난 밤 사령관과 있었던 일을 나누는 두 소녀.


"다, 다섯 번...!? 니, 니, 니, 미칬나...! 진짜로...? 다, 다섯 번을 우예 하는데!?"


사령관의 체력에 놀라기도 하고,


"나 이제 데이트 겁 하나도 안 나.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대장 덕에 괜찮아졌어!"

"다행이네. 그... 실은 내도 처음엔 그랬다 아이가.... 내도 내 이 사투리가 조금 민망시러웠는데 오빠야가 귀엽다고 자꾸 해주니까...."


있는 그대로 자신들을 받아들여주는 사령관의 마음에 감사를 느끼기도 하고.


여자답지 않으면 어떻고, 사투리를 쓰면 또 어떤가.

저 드넓은 우주에도 이렇게 귀여운 두 소녀를 찾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이제 천천히 조금씩 사랑을 알아가는 두 스페이스걸.

둘은 그날 저녁 첫 별이 뜰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듦.


아마도 언젠가 또 다가올 사령관과의 다음 데이트를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