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멎고 이윽고 정적이 찾아왔다. 추기경이 예견한 그대로, 세워놓은 고기방패들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이리라.

 예배당의 문이 열리고,추기경이 뒤돌아 손님을 맞이한다.

 자신의 것일지, 아니면 쓰러뜨리고 온 성기사들의 것일지 모를 붉은 액체를 뒤집어쓴 검사.

 쥐죽은듯 조용한 예배당에 박수소리가 울린다.

 오셨군요. 어디하나 예측한것과 다를것 없이.

 더이상의 대화는 필요없다는듯 검사가 달려든다. 추기경이 웃었다.

 검사가 찌른다. 왼쪽으로 두발짝.

 뒤돌아  총을쏜다. 뒤로 한발짝.

 검사의 호흡이 거칠다. 그것을 위한 고기방패들이었으니까.

 그들은 검사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소모시키고, 마모시킬 수는 있었다.

 수많은 전투를 치른 검사였기에 생기는 자그마한 틈.

 추기경은 그 틈바구니에서 외줄타기를 하였다.

 노도같이 날아오는 공격 속 순식간의 틈바구니. 추기경이 그 순식의 틈으로 숨는다.

 뒤로 두발짝, 다시 오른쪽으로 한발짝. 숨겨둔 단검으로 검사의 왼팔을 벤다.

 끝없는 소모전. 낙숫물이 바위를 부수듯 조금씩 조금씩 피해를 누적시킨다.

 상대의 머리위에서 천천히 압도한다. 그것이 추기경의 방식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파멸시켰다. 신의 곁으로 보내왔다.

 검사가 이를 악문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날카롭게.

 순식간의 틈이 이윽고 찰나가 되었다. 추기경이 쓴웃음을 짓는다. 어디까지고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전법이지만, 지금만큼은 그만큼 효율적인것이 없으니까.

 오른쪽으로 두발짝. 아슬아슬하게 검이 왼팔을 스쳐간다.
 뒤로 세발짝. 추기경의 수단에 붉은 무늬가 수놓아진다.

 타인의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것이.

 노도같은 쾌검. 우직하고도 날카로운 섬격의 파도. 승기는 점점 검사에게로 기울었다.

 순식간의 틈바구니로 숨어들어가버린다면, 숨을 틈조타 주지 않으면 된다. 찰나의 영역까지 끌어낸 공격. 추기경에게 점점 잔상처가 늘어간다.

 그럼에도 추기경은 전투의 최후까지 발걸음을 디딘다.

 검사의 공격이 멈췄다. 추기경의 움직임도 멈췄다. 예배당에 들리는 소리는 두사람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추기경이 뒷걸음질쳐 물러난다. 천천히 예수상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러고는, 검사를 향해 고개만을 돌린다.

 당신이 원하는 승리는, 절대 내어주지 않을겁니다.

 추기경이 단검을 버린다. 미소를 짓는다. 검사가 불길함을 깨닫고 다가가지만-

 치열했던 싸움을 비웃는듯이, 샹들리에가 추기경을 덮친다.

 

라는 상처뿐인 승리엔딩

누가 안써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