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전편


이전편을 보고 오면 조아요. 감마가 ㄹㅇ 화수분임


'생각보다 오르카 호는 포로 대우가 꽤 괜찮군.'


'밥도 맛있고... 집에 가면 델타녀석에게 소완 기종 유전자 씨앗이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그런데 큰일이군...'


'놀고 먹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살이 좀 쪘다... 아무래도 몸을 좀 움직일 필요가 있겠어.'


 포로용 츄리닝을 입고 감마는 오르카 호 안을 걸어다녔다. 처음엔 대부분 경계했지만, 생각보다 허술한 감마의 모습에 최소한의 경계심만 남기고 데이트 공모전을 이어나갔다.


'그러고보니 오락시설 정도는 이용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 체력단련실에서 몸이라도 움직이긴 해야겠군.'


 감마는 잠시 생각한 뒤, 체력단련실로 이동했다. 오르카 호 내부를 좀 헤메다가 중간에 무적의 용(세일러복)을 만나 체력단련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가볍게 런닝머신을 달려볼...'

"어라?"


"좋아 한 세트만 ㄷ... 어라?"


 체단실에 감마가 들어서자 묘한 공기가 흘렀다. 적과 적이 만났다는 그런 긴장감이 아니었다.


'저 탄탄한 복근... 그리고 날렵한 허벅지. 무엇보다 흐트러짐 없는 삼각근...'


'훤칠한 키... 츄리닝으로도 가려지지 않고 척 보기에도 탄탄해 보이는 탄력있는 몸매...'


'저 녀석... 고수다...!'


 기묘한 기류가 흐르는 와중 감마는 상의를 벗었다. 스포츠 브라 아래로는 매끈하면서 탄력있는 복근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감마 본인은 살이 살짝 쪘다고 불만이었지만 그 정도로도 감마의 복근은 가려지지 않았다.

 감마는 이내 몸을 한번 가볍게 풀었다. 몸을 풀 때 마다 드러나는 허벅지 근육이나 팔 근육은 마이티를 긴장시켰다. 마이티는 그런 감마를 보며 아령으로 계속 운동했다. 펌핑이 되는 마이티의 팔 근육을 보며 감마 역시 긴장했다.


'전장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데... 마이티라는 개체가 이렇게도 대단한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던가...?'


'9지역 사이드에서... 아니 멀리서 무적의 용님께 말로만 들었었는데 직접 보니 더더욱 굉장한 기백을 가지고 있는걸...!"


 몸을 다 푼 감마는 런닝머신에 섰다. 그리고 마이티를 향해 말했다.


"오르카 호의 마이티R. 나와 나란히 달릴 생각 없는가!?"


"그 제안, 기꺼이 받아들이죠!"


이럴때 한번에 최고 단계로 달리는 이는 진정한 헬스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며 나가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야 말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헬스인이라고 할 수 있다.

 참 헬스인인 두 사람은 당연히 이런 원칙을 알고 있었기에 누가 말하지 않아도 최저 단계로 세팅했고, 그 모습을 보며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최고단계 까지 도합 4시간을 뛴 두 사람은 러닝머신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런닝머신을 멈추기까지 둘은 한번도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런닝머신에 내려서 숨을 고르는 감마에게 마이티는 포카리를 한 컵 건넸다. 감마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마이티가 건네 준 포카리를 받아 마셨다.


 아령을 들 때에도, 바이크 머신을 탈 때에도, 두 사람은 마치 오래 된 친구처럼 합을 맞추어서 운동을 했다. 이윽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이티가 오르카 유치원으로 일하러 갈 시간이었다.


"티에치엔 말고도 저와 같이 합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 역시 오르카호에 나와 같이 합을 맞춰 운동을 할 수 있는 개체가 있을줄은 몰랐다."


"만약 저희가 적이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두 사람은 마주보며 웃으면서 주먹을 맞부딪히고 악수를 했다. 굳게 맞잡은 두 손은 많은 감정을 나타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 반가움, 서로의 진영 때문에 오래 지낼 수 없는 아쉬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굳은 믿음.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티는 샤워장으로 향했다. 감마는 마이티가 간 곳을 계속 바라보다가 묵묵히 운동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 뭐랄까... 좀 많이 단순... 한 아이였네요."


"그러게... 얼마전까지 목숨걸고 싸울때는 참 답도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아직 저쪽에 있을 때 먹을거 주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는 교육 같은거도 좀 해놨어야 했을까요..."


"그런거 가르친다고 들을 애는 아닌거 같아."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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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주신 익명의 라붕이(나이 모름, 직업 모름)님께 셈심한 감사를 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