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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기경 아르망의 우울


 아프다.


 그날 이후로, 안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마음 한구석이 꾸욱, 하고 조여와서 괴롭고 슬프다.


 [용…….]


 갈기갈기 찢어지던 폐하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 마음의 상처가 아물긴커녕 여전히 피가 뚝뚝 흐르고 있을 텐데도, 폐하는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미소를 지어 주셨다. 그 미소가 너무나 소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악감이 들었다. 소중한 만큼 죄악감이 들었다.


 [저, 폐하와 잤어요.]


 [어째서, 그렇게나 나와 서방님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왜, 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어째서, 그렇게 모든 걸 다 가져가는 거야?]


 정제되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어지럽게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길 반복했다. 그것들은 마치 작고 날카로운 쇳조각들 같아서, 떠오를 때마다 내 안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어지러운 과거와 보이지 않는 미래. 그 둘 사이에서 나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이 현실이라는 걸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무 일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 내 앞에 놓인, 내가 선택한 잔혹한 결정의 결과였다.


 ‘그때 좀 더 요령 있게 행동해야 했어.’


 ‘배우잖아? 한발 물러서는 것처럼 숙이고 들어가면 그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을 거야.’


 힘들 때마다 마음속에서 악마 같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만약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가정. 배우로서의 가면을 썼으면 원만했을 거라는 장밋빛 절망.


 그러나 달콤하고 유혹적인 만큼 그것만큼은 절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폐하의 앞에서만큼은 그런 가식의 가면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없는 일. 설령 폐하께 내침을 받는 일이 있다 해도,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그 결과가 이 꼴.


 미래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음 가는 대로 지껄인 결과가 지금 내가 있는 현실이었다.


 “…….”


 역시,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예지하는 미래 속에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폐하의 모습도 용 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수천의 케이스를 분석하고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검토해도 그 부분만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예지할 수 있어도, 그토록 바라는 단 한 가지는 예지할 수 없었다.


 “…빈 껍데기 같아.”


 맥없이 흘러나오는 조소. 그 공허한 미소는 허공을 맴돌다가 슬며시 사라졌다.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폐하는, 용 님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예지에 끊임없이 물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두렵다.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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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죄송합니다

실은 뒤에 더 많이 있는데

중간부터 다듬기 작업중이라


너무 짧아서 죄송하니 이 뒤 한 줄만 스포하겠습니다


< “거짓말!” 아르망이 빽 소리쳤다. “그런 미래 따윈 없어요! 폐하는 거짓말쟁이야!” >


싸웁니다, 네.

그럼 다음화에 뵈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