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시작된지도 벌써 반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정부와 전투를 계속하며 지금와서는 아직까지도 전쟁 초기에 투입된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나마 많이 남아있는 부대는 내가 지휘하고 있는 중대가 유일하게 되었다.


애초에 전투 효율을 명목으로 AGS를 상대로 퇴각해야할 상황에 놓였을때 부상병들을 이용해 AGS부대의 시선을 끌어 그들을 유도하고 부상병들과 적들이 한데 엉켜 전투가 벌어질때 그 위로 클러스터탄을 날려 일대를 날려버리는 전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걸 보고있자면 아직도 다른 부대들에 적더라도 몇몇의 베테랑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되려 신기하지만...


특이사항으로는 경호를 당담하던 인원의 감축이 있었다. 내 경호팀의 일부였던 페로는 블랙리버로부터 전투모듈의 프로토타입이 도착하여 이것의 현장 테스트를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된 상태이다.


"요즘들어 인원이 좀 많이 줄은거같지 않아?"


나는 리리스에게 물어보았다


"현장지휘 테스트 문제때문에 그렇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시죠 이사님"


리리스는 딱 잘라서 말했다.


'현장지휘 때문이라기에는 인력이 너무 많이 없는 상태인데...'


당장 내가 보기에도 북적이던 이곳 벙커는 눈에띄게 사람이 줄어든 상태다.


'아니 전쟁은 분명 삼안이 이길건데 왜이리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거야...'


알고있던 일들과 다르게 정부는 초반에 바이오로이드를 이용한 기습에 의해 AGS 센터들을 점령당했지만 점차 차근차근 삼안의 목을 쥐어오고 있었다.


'시발 진짜 내가 개입하면서 이자리에 들어올 다른사람이 안들어와서 이렇게 된거아니야..?'


펙스도 내부 정리가 끝나고 참전했기에 여유가 생길줄 알았지만 의외로 정부의 저항은 좀더 능숙하고 조직적으로 바뀌어가고만 있었다.


'시발 진짜 좆된거야...?'


고민하고 있는 찰나


"리리스님"


"이미 알고있어요"


갑자기 리리스가 권총을 꺼내들더니 허공에 총을 발포했다.


"우왓, 뭐야!"


내 앞으로 로자아즐이 펼쳐지고 니아도 그곳을 향해 발포하기 시작했다.


벽과 문틀에 총알이 맞으며 몇발의 불꽃이 튀더니 공중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쉐이드였다.


그 로봇은 아무말 없이 기관포를 꺼내 쏘기 시작했다.


"니아!"


내가 그녀를 걱정하며 소리를 지르자


연기속에서 역장방패를 펼쳐 탄을 막아낸 그녀가 튀어나왔다.


"암살형 AGS입니다! 빨리 이쪽으로"


시간을 번 AGS는 다시 광학미체를 활성화시켜 화약 연기 속으로 녹듯이 사라졌다.


"총알자국 다 보인다고 깡통 자식아"


리리스는 총알을 맞아 일그러진 광학미체의 결점들을 찾으며 총을 꺼낸체 외쳤다.


갑자기 한 구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오자 리리스는 그에 맞서 총을쏘기 시작했다.


니아 또한 나의 안전을 확인한 후 총을 다시 장전한 뒤 책상을 뛰어넘어 리리스가 총을 쏘는곳을 향해 유탄을 발사했다.


퍼억


유탄을 맞은 쉐이드의 팔이 떨어졌는지 땅에 붉게 달아오른 칼날이 튀어나온 팔이 공중에서 나타나 떨어졌다.


"고폭탄인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당연히 근접용 산탄이죠"


니아는 씨익 웃고는 말했다.


그 순간, 니아의 어께죽지에서 피가 솟구치며 그녀가 쓰러졌다.


"니아!"


"개같은 깡통새끼가!"


리리스도 그것을 보고는 그대로 총을 쏴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책상 뒤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어께에 입고있던 티셔츠를 벗어 상처를 눌러 지혈을 시작했다.


가지고 있던 탄약을 전부 소진한건지 리리스는 공중에 떠있는 균열사이로 보이는 AGS를 향해 주먹을 꽃아넣었고 주먹을 꽃아넣은 그 균열을 기준으로 점차 쉐이드의 외장이 보이기 시작하고는 곧이어 그 몸을 전부 드러냈다 그리고는 그 거대한 몸뚱이가 천천히 쓰러지고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드 레드 코드 레드 침입자 발생 전 시설 차단하고 지원 병력 보내도록"


"씨발 씨발 씨발"


나는 그녀의 어께를 세게 누르며 지혈하려 하고 있었다.


"비켜요"


간신히 피를 막고있던 나를 리리스가 치우고 허리의 파우치에서 몇개의 앰플을 권총처럼 생긴 주사기에 집어넣고 그녀의 상처 주변에 꽃아넣었다.


그리고는 비닐재질 처럼 보이는 천을 상처 주변을 크게 감싸도록 씌웠다.


"응급처치는 끝났습니다. 이사님, 패닉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와주세요"


방을 나서자 문 앞에 김지석이 나에게 붙혀준  바닐라들이 피를 한가득 쏟은체 쓰러져 있었다.


"너, 왜이리 침착한거야"


"이야기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알고있던거지?"


머리속에서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그녀에게 질문했다.


김지석의 얼굴을 이 벙커에서 본지 오래된 점, 그가 '쥐새끼'를 정리해야 한다고 한 것, 단순히 지휘모듈 테스트를 위해 인력을 차출했다기에는 눈에띄게 줄어들은 인력


그리고 내가 현장에서 본 그들이 전쟁을 하는 방법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를 포함한 이곳의 모두가 미끼가 되었다'라는 점을 가르키고 있었다.


"...니아양 부축하는걸 돕겠습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우리는 패닉룸에 도착해 니아를 바닥 한쪽에 눕혀두었다.


"리리스, 다시 한번 물어보지. 지금 이 시설 자체가 지금 미끼가 된거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씨발"


그녀의 침묵은 긍정과 다름없었다.


패닉룸에서 붉게 점등하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로 보이는 리리스는 무전을 듣고 있는지 귀에 손을 얹고 있었다.


"애미 씨발..."


기절해있는 니아를 보며 무력했던 나를 탓한다.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땀과 신음을 흘리며 누워있는 니아의 손을 잡고있었다.


-몇십분 뒤-


영원같던 시간이 지났다.


패닉룸 안에서 점멸하던 붉은 램프가 꺼지고 녹색불이 들어왔다.


"암살형 AGS의 제압이 끝났습니다. 의무실로 가시죠"


"몇개나 들어온거야"


"5기로 이뤄진 암살팀이었습니다."


"내통자, 있었던거 맞지?"


"....네, 지금 이사들중 내통혐의가 있는 세명을 체포한 상태입니다."


"의무팀 불러, 의무실로 니아 옮기고 나서 그 새끼들 얼굴 좀 봐야 쓰겠다.


"이미 의무팀이 오고있습니다. 이쪽에 들것이 있으니 니아양을 이 위에"


그녀를 조심히 들것에 옮기려 하자 하얀색 가운을 입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문밖에서 안쪽 콘솔에 신호를 넣었다.


리리스가 신원을 확인하고는 패닉룸의 문을 열었다.


그들은 능숙히 니아를 들것에 옮기고 밖으로 나섰다.


의무실에 도착해 침대에 옮겨져 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고통스러운지 땀을 흘리며 낮게 신음하는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땀을 닦아내고 리리스를 돌아본다.


"안내해"


그녀는 작게 끄덕이고 뒤로 돌아 걸어나섰다.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의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