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랑하는 내사람이여.

이전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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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래와 함꼐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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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서 있는
영원한 해바라기 사랑이고 싶다.

-김기만, 시인



 

사령관과 세이렌은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세이렌은 방금전까지의 수치심은 잊어버린채 사령관의 고백을 떠올리며 얼굴이 봉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세이렌..저기..."

"아...아네!"

"일단 내려오고서 같이..씻을까?"

"아........히히....네!!"


사령관과 세이렌은 서로 마주보며 하나둘씩 옷을 벗겨주었다.

세이렌은 피가 묻은 셔츠를 보고서 잠시 슬퍼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벗겨나갔다.

사령관은 피로 물든 양말을 벗겨주면서 마음이 아파왔지만 계속해서 벗겨나갔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옷을 거의다 벗겨 나갈때쯤 사령관이 나지막히 얘기했다.


"세이렌.."

"네.. 사령관님.."

"사랑해.."

"네..사랑해요.."

"진심으로 사랑해.."

"평생 따라갈꼐요.."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고선 욕조에 같이 앉아 피로를 녹이고 있다.

사실 단순히 청결을 위해서 씻는것이 아닌 서로 함께 마주앉으며, 가만히 다른 의미로 몸과 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령관님.."

"응? 무슨일이니?"

"저, 싫어하지 않으세요?"

"무슨 뜻으로 말하는거니?"

"계속 사령관님꼐 민폐만 끼치고.. 상처를 주고.. 제대로 호위조차 못하는데...."

"세이렌.. 혹시 예전에 내가 했던말 기억나니?"

"아주 많아서 기억이 많아요.. 어떤 말 말씀하시는거에요?"

"세이렌의 뜻 말이야."


예전에 사령관이 세이렌에게 힘든 사정을 털어 놓았을때 세이렌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고선 자신을 유혹하는 냄새라며, 좋아했던 그말이다.

세이렌

여성의 유혹, 내지는 속임수를 상징하는데. 그 이유는 섬에 선박이 가까이 다가오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드는 충동질을 일으켜 죽게 만드는 힘들 가진 존재.


사령관은 세이렌의 알수 없는 이끌림에 당해 물속에 잠겨있다.

물속에 잠겨있다는 뜻은 세이렌의 무대라는것.

과연 사령관은 어떻게 헤쳐 나갈것인가?

먹히거나. 살아남거나. 피하거나. 즐기거나.

아니면..


역으로 잡아 먹던가.

"그러면..조용히.. 노래하나 들려드릴까요...?

"오호... 정말 나를 유혹 하는구나?"

"이미.. 저에게 빠져있다는걸 알고 있지만요..후후.."

"한번 해봐.. 제대로 나를 매혹해보라고."

"나..나난나..라랄라...라...랄라....."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도저히 어느 언어고 도저히 모르는 뜻이지만 아름다운 운율에 취해 점점 사령관은 빠져들고 있다.

사령관이 점점 눈동자의 초점이 사라져 갈때쯤 세이렌은 점점 얼굴을 가까히 가져가더니 코와 코가 맞닿아 버렸다.

그러더니 그녀는 조용히 입맞춤을 시작하였다.


사령관은 한명의 선원이 되어 '유혹' 이라는 시험을 받고있다.

세이렌은 필사적으로 아니, 진심으로 사령관에게 추파를 던지고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그녀는 자살하지 않는다.

진심을 담아 '유혹'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뜨겁게 데워진 목욕물은 어느덧 점점 식어갔지만 서로의 신체온도는 높아져만 갔다.

"사령관님..."

"아아...세이렌..."

"더이상 도망치지 말아요..."

"어디로 갈수 있는건데...내가..."

"저에게 와주세요.. 제가...전부 안아드릴꼐요.."


세이렌과 사령관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몸을 원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세이렌은 사령관위로 올라가 귀에다 속삭였다.


"아아...나의 주인님...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세요.."

"나의 사랑스러운 세이렌... 이리와..."

"얼마든지..."


세이렌과 사령관은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도저히 오르카호에서 있었을때 생각도 못했던 일이지만.

지금 이순간, 서로를 원하고 서로를 탐닉하며, 서로를 소유하고싶다.


"하아....하아....더...빨리..."

"아니야..세이렌...시간은 길어, 후..그리고 너무 깊히 생각하지마."

"그..그치만...읏..."

"하아...너의 눈동자, 입술, 목덜미.. 전부다..하으..사랑스러워.."

"그렇게 말씀하지면..하...하읏..."


서로가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젊은 남녀가 서로의 신체를 보고서 인간의 본능으로써 하는 행위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더 느끼고 싶어서 몸을 뒤섞고 있다.

짐승들이 하는 행위가 아닌 본능적으로 나오게된 마음 따위가 아니다.


"아...아...!더..더이상은..."

"나의 사랑스러운 세이렌......괜찮아..?"

"네...네...! 저..정말...괜찮아요...!"

"받아줘...나의 진심을......하...으..."

"제발....저에게...와주세요...사....사랑해요..."

"나도...나도...!! 사...사랑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있을것이다.

새하얀 도화지 일수록 더 더럽히고 싶다는 말을.

하지만 예술이라는건 바라보는 각각 개인의 시선에 따라 평가가 다른법.

오히려 깨끗한 도화지를 더럽다 라고 평가하는 이가 있을수도 있고.

여러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도화지를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을수도 있다.


그날 두 남녀의 도화지에는 사랑 이라는 동그라미 하나가 그려졌다.


~ 목욕이 끝나고서 간단하게 정리후 침대위에서.


사령관과 세이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서 주변을 정리하고 몸의 물기를 닦은채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사령관이 지시한것도 아니다.

세이렌이 부탁한것도 아니다.

단지, 서로가 서로를 더 알아가기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세이렌...나의 세이렌.."

"아아...사령관님... 제 머리카락이 그렇게도 마음에 드세요?"


사령관은 세이렌과 마주보며 누운채 누워있다.

사령관은 세이렌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세이렌은 사령관의 가슴을 쓰담으며 누워있다.


"사령관님.. 오늘 생긴 상처를 보면 마음이아파요.."

"너무 내키지마.. 금방 나을거야."

"아뇨.. 제가 대신 아프고 싶었어요.."

"응..? 아냐아냐 이젠 내가 지켜줄꼐."

"사실..그 '수첩'... 봐버렸어요 미안해요.. 저는 나쁜 아이에요.. 사령관님의 비밀을 봐버렸으니까요.."

"....."

"그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외로웠는지... 뒤늦게 깨달았아요 미안해요..."

"세이렌..지금 내품안에 안겨있잖아..?"

"네...맞아요.."

"그러면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자.. 지난일이잖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누워있으니까 말하는건데."

"네..? 어떤거요?"

"마치.. 결혼한지 얼마 안된 부부같지않아?"

"아...히히...정말요?"

"그러면...우리 호칭부터 바꿔볼까?"


갑자기 사령관은 세이렌을 덮치더니 얼굴을 마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사랑해"


세이렌은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호칭변경에 당황하는것도 모자라서 얼굴을 손으로 가리기 시작했다.

"아...아아...부끄러워요.."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대답 안할거야?"

"남편...."

"잘 안들리네.. 뭐라고?"

"남편...사..."

"남편...사..그리고...?"

"사랑해!! 한판뜨자...."


세이렌은 갑자기 용기가 솟아난건지 사령관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끄러워 하면서도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사령관은 오르카호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수많은 대원들과 사랑을 나눈 사령관 이였지만 이런 가슴이 떨려오는 상황은 처음이였다.

수많은 플레이도 겪었다. 각각 대원들마다 원하는 상황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금 이순간 세이렌과의 상황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다.

이것이..

사랑인걸까?


~ 다음날 아침


아침이 밝았다. 서로 얼마나 원했기에 침대는 엉망이고, 아침이 밝았지만 침대위의 두명은 계속해서 잠들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먼저 세이렌이 일어났다.


"하아아암...어제밤...아흣...! 아..아아....나..슬슬 위험한날인데..."

아마도 정신을 차려보니 어제밤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마치 첫사랑과의 만남을 보는듯 하다.

세이렌이 혼자 망상에 빠져있을때쯤 사령관이 조용히 일어나 세이렌을 껴안았다.


"우리여보... 일어났어?"

"아...아..사령관님...!"

"사령관..? 그게누구야? 바람피는거야?!"

"아..아아!! 남편! 남편!!"


사령관이 세이렌을 놀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당황했지만, 지금부턴 사령관과 부하가 아닌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로 변해버렸다.

서로의 대한 마음을 확인했으니, 같이 맞이하는 아침마저 상긋하게 받아드려진다.

서로 침대에서 일어나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고, 같이 양치를 하면서 엉덩이를 만지듯이 정말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신혼부부가 되어 생활을 시작했다.


~ 오두막집에서 나와 자원탐색중.


"이야...이거봐봐! 여보!! 이거봐봐!"

"네? 이게 뭐에..꺄아아!"


사령관은 탐색중 성인용품을 세이렌에게 보여줬고 세이렌은 사령관과 손만 잡아 보았지 다른 대원들 처럼 비밀의 방에가서 관계를 맺어본적이 없어 상당히 부끄러워 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이상황이 재미있는듯이 계속해서 보여줬다.

"이거...괜찮겠어?"

"아아...부끄러워요...! 그런 부끄러운 물건은 단둘이 있을때 말해주세요!"

"지금 우리 단둘이잖아?"

"그런뜻이 아니에요!!!!"

세이렌이 화가난듯 고개를 돌렸지만 머지않아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만...이라면...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세이렌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사령관과 세이렌은 점점 집을 꾸며나갔다. 탐색중 발견한 귀여운 곰인형을 탁자위에 올려둔다건가,

사령관에게 어울릴거라면서 하늘색 셔츠를 구해 입히기도 하고, 세이렌에게 하얀 원피스가 어울린다면서 입히기도 했다.

아무도 존재하지 않은 바닷가 마을에서 산책을 하기도하고,

해바라기 씨앗을 구해와 집으로 오는길을 따라 하나씩 정성스럽게 심어뒀다.


~ 이젠 아무도없는 주택가 안의 술집

"윽...! 사령관님은 이런게 맛있어요? 에베베.... 으... 써라..."

"술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지, 낭만으로 마시는거란다 세이렌."

"헤헤..그런가요...."


사령관과 세이렌은 과거 술을 판매하던 가게에 들어가 쌓인 먼지들을 대충 쓸어내린뒤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둘이 술을 마시게된건 세이렌의 부탁이였다.


~ 몇일전 세이렌과 사령관의 산책중 대화
"아아~~ 사령관님~~ 들리세요오~~?"

"나도 귀가 달려있어 그래도 안돼!"

"아아아~~ 딱 한번만 마셔보고싶어요~~!"

"술도 약한애가 뭔술이야!"

"그치만 티타니아씨 라던가 유미씨랑 자주 마셨잖아요!!"

"그건, 걔네가 비정상적으로 술에 빠져 사니까 어울려준거지!"

"그러면 나 비정상적으로 변할래요."

"응..? 어떻게...?"

"이제부터 혼자서 술가게를 찾아 마시는 연습을 할겁니다!"

"아아!! 내가 졌어! 같이 마시자....."


세이렌은 사령관이 술을 좋아하는것을 기억해내고서는 같이 마시고싶어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이렌은 술이 약하다는 소문을 듣고선 무리할까봐 애써 거절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을 어떤이가 거절하겠는가.

어쩔수 없이 술을 같이 마시기로 했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따라다닌다.

하지만 태양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땐

해바라기 또한 얼굴을 숨기고서 주저 앉는다.


또다시 태양이 떠오르게 된다면

해바라기 역시 고개를 들어 태양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계속해서...하염없이 바라본다.


~ 다시 술집에서 세이렌과 사령관의 대화

"세이렌 괜찮아? 점점 눈이 풀리기 시작한다...?"

"흐히...너무 잘생겼다..."

"응..?"

"다른 이에겐 줄수 없을정도로 너무 잘생겼다 내남편...."

"평소 세이렌이 아닌데.. 괜찮아..?"

"사랑해요 정말.."

"나도... 많이 사랑해 세이렌..."

"이젠 나 두고 사라지지 말아줘요.."

"어디안가 여기가 '우리집'인걸?"

"우리집..히히...우리집...행복해..."


세이렌은 사령관의 얼굴을 작은 두손으로 감싼채 술에취해 취중진담을 말하고있다.

점점 눈은 풀려가지만 말 한마디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건

평소, 주변에 수많은 경쟁자들, 어쩔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말하지 못해 쌓여있는걸 전부다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이렌은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고백을하고 하염없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어느정도 말했을까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끝내 말을 멈춰버렸다.


"세이렌, 너무 취한거같은데 슬슬 일어날까?"

"싫어요!!!"

"응...? 화났어...?"

"....응...나 지금 많이 화났어...너......"

"너...? 나 말하는거니...?"

"그래!! 너!! 너떄문에 화났다고!!"


세이렌은 눈물을 흘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쌓였는지 눈물은 점점 볼살을 타고 내려와 점점 옷을 적셔갔다.

세이렌은 계속해서 사령관을 향해 쏘아붙히면서 화를 냈다.


"그때 왜!! 피를 흘린거야..이 미련한 사람아!!"

"그떄는... 내가 미안했어.. 조심할께..."

"그리고 또!! 사라지면 끝날줄 알았던거야? 알아? 내가 얼마나 찾으러 다녔는지?" 

"알아..알고 있어.."

"니가 뭘아는데!! 내가...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

사령관은 침묵을 유지했다.

여기서 더 변명을 이야기했다간 세이렌은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묵묵히 듣기로 했다.


"네리! 운디네! 테티스! 이 아이들 이름은 기억나? 병신새끼야!!!!"

"세이렌.. 너무 취했어 그만하고 돌아가자..."

"나 아직 안끝났어!! 안끝났다고!! 으아아아악!!!!"

세이렌은 화가 날정도로 나서 그런지 절규에 가까운 비명 소리를 지르며 테이블에 엎드려 울기 시작한다.


"흐...흐윽...니...니새끼때문에....나는...나는 어떻게 할거야...."

"세이렌.. 내가 미안해... 진정하고..."

- 꽈악


그때였다. 사령관이 세이렌을 진정시키기 위해 엎드려 울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자

세이렌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령관의 멱살을 잡고야 말았다.


"좆 달렸다고 니가 우선이 되지마...좆만아..."

"세이렌...일단 이거부터 놓고서 말하지 그래?"

"개새끼... 술맛 떨어지게 꼬리 내리는거봐?"

"세이렌... 그만하라고 이야기 했어?"

"왜 뭐, 왜!! 내 이런모습은 처음보냐? 그러고서.. 또 떠날거지..?"

"응...?"

세이렌은 화를 내려다가 떠날거냐는 질문을 하고선 맥이 풀렸는지 힘껏 잡았던 멱살을 풀어버리고선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래...가...그냥 가버려.. 사실 너..너말이야 너.... 그냥 나한테 공수표 날린거 다알아..."

"무슨 뜻이야...?" 

사령관이 정말 몰라서 질문을 하자 세이렌은 품속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 보였다.


"여기서 더할까?"

"그걸...너가...어째서...?"

"묻잖아. 더해?"

"...."

"참내... 이건 뭐라고 설명할건데? ....크흐....."

세이렌은 술을 한잔 들이키고서는 뭔가 계획서 처럼 적힌 종이 한장을 사령관 발밑으로 던져버렸다.


"이걸로 나몰래 목숨을 끊어버린다..? 맞아?"

"세이렌 오해야! 내말좀 들어봐!"

"야..사령관..."

"응...?"

"갑자기 사라지던 전날 '그떄' 너는 내말을 들어준적은 있고?"


~ 사령관이 사라지기 전날 사령관의 개인공간

"저기, 사령관님 오늘은 테티스가 사령관님께......"

평소와 같이 사령관의 무릎위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날 오르카호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아기새처럼 이야기하는 세이렌이였다.


"아! 그리고! 용 대장님이 그려셨는데! 사실은 그때 제옷을....."

"쉿...세이렌.. 오늘은 할말이 있어.."

"ㄴ..네...?"

"내일부터는 나를 못볼거야.."

"어...언제 돌아오시는데요? 장기출전 이신가봐요..?헤헤..기다릴..."

"하아...그게아니야....."

"네....?"


세이렌은 평소같이 생각했다. 

사령관은 바쁜사람이니까, 우리 모두를 통솔하는 사람이니까. 항상 내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사람이란걸.

홀로 독차지 하고 싶어도 어쩔수가 없었다.

사령관은 모두의 것이니까.


"내일 오르카호를 떠날거야. 이걸 아는 사람은 오로지 너 하나뿐이고.."

"어디..아니아니... 제가 뭐 잘못했어요...? 사령관님....."

"아냐아냐, 이쁘고 착한 세이렌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후후..."

"그러면..왜 저희를 떠나시는거에요...? 말씀해주세요...."

"지쳤어. 지겨워. 짜증나. 숨어버리고싶어."

"...."

"더 길게 말하지 않을께...후우,,,"

사령관은 시가를 마저 피우더니 테이블 바로 옆에 놓여져 있던 술잔을 들었지만, 

술이 없다는 걸 알아챈 뒤엔 더이상 귀찮았는지 병채로 마시기 시작했다.

과도한 음주는 만병의 근원이라지만 때론 도피처가 되고 치료제가 되기도한다.

특히.


지금 이순간 닳아버리지 못해 수리도 못하는 사령관의 위태로운 마음은 어느 누가와서 고쳐줄수도 없고 진정 또한 시킬수가 없는 상태다.

내리막길에서 떨어지는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고물 자동차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려가는길 에서 바위에도 부딪히고, 나무에도 꼬라박는것도 모자라서 수많은 생명들 또한 빼앗아 버렸다.

그럼에도 자동차는 묵묵히 내려간다.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민폐 덩어리 고물 자동차니까.. 


"사령관님..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말아주세요.....이리 주세요..차라리 제가..."

- 쨍그랑

사령관이 병채로 마시는걸 보고선 마음이 아파 자신이 따라주면서 조절해줄려는 세이렌의 마음을 몰라준건지 사령관은 술병을 바닥으로 냅다 던져 버렸다.


"너 마저도... 날.. 막는거냐..?"

"사...사령관님...?"

"하아...됐다...아니야...미안해....세이렌...내가 많이 취했나보다.. 먼저 들어가..."

"아니에요..사령관님..제가 죄송해요..."

- 틱


그순간 탄창에 총알이 없어 허공에 공이를 치는 소리가 들려와 세이렌은 고개를 치켜들어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사령관은 웃고 있었다.

분명히, 웃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눈물이 나오는 걸까.

사령관은 울고 있다.

하지만, 떨리는 손에 쥐어진 작은 권총은 울지 않는다.

사령관은 오늘도 실패해 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사..사령관님...!! 그거...뭐에요...! 방금 하신행동...."

"하...하하....미안...또 실패해버렸네.....흐흡....흑...."

"아아...사령관님..."

세이렌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사령관에게 조용히, 조심히 다가가 손에 들린 권총을 멀리 치워버리고 그저 안아주었다.

"가여운사람...내가 많이 미안해요...이리와요 나에게..."


세이렌의 진심어린 위로와 사과는 소용이 없었는지 다음날 사라져 버렸다.

세이렌이 멀리 치워버린 '권총'과 함께


~ 다시 술집에서 세이렌과 사령관은 대치하고있다.


"내가!! 이 망할 권총때문에 얼마나 조바심이 난줄알아!!! 이걸로 자살했을까봐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거...어디서 발견한거야...."

"이 권총은 그때 어떻게 챙겨 갔는지 모르겠는데.. 보관은 확실히 해야지... '갈매기 그림' 뒤에다 숨겨놓으면 끝인줄 알아..?"

"....그거 위험해 얼른 내놔... 세이렌, 명령이야."


- 탕!


세이렌의 감정모듈이 폭주하다 못해 녹아버렸는지 명령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곧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실천했다.

사령관에게 비어있는 총이 아니라는 점, 더이상 자극하면 안된다는 것을 경고 하듯 허공에다가 총을 발사해버렸다.


"그만...그만....그만!!!!! 그만해!!!!!!!"

"세...세이렌...진정하고....우리 대화..."


- 탕!!


세이렌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미 그녀는 감정이 무너질만큼 무너져 대화로는 접근조차 못한다.

사령관이 말을 걸자마자 사령관 발 밑에다 총을 발사하는 세이렌의 모습을 보면

눈빛이 죽어있다 못해 생기마저 사라져버린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눈이 내린다는 말이 있듯이 세이렌은 사령관에게 한을 품다 못해 터져버려 여름인 지금 눈이 내리고있다.


분명 틀림 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무슨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를 말하는것인지 되묻겠지만.

틀림없다.

지금 이 공간에선 세이렌의 한 맺힌 바람소리와 함께 폭설이 내리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요한 공간속에서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던 그때,

세이렌은 갑자기 얼굴을 부여잡고 웃기 시작하더니 총구를 관자놀이에 가져갔다.


"아...아하하하....사령관님...죄송해요...."

"응..? 세이렌..지금 뭐하는거야...당장 그만 두지 못해!!!"

"제가 대신 짊어 질게요... 제가 사령관님을 납치한거고... 사령관님은 저에게 잡혀오신거에요..."

"그게 무슨소리야..너가 납치라니...."

"제가... 사령관님을 납치해서 이곳에 끌려 왔다는걸 오르카호 분들에게 말하시면 다시 복귀하시는데 문제가..."

"무슨소리 하는거야!! 우리 약속했잖아...여기서 단둘이서 살자고..."

사령관은 설득을 시도했지만 세이렌은 언제든지 발사 할수 있는듯 공이를 뒤로 재낀뒤 방아쇠를 손끝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그거다 거짓말인거 알아요...종이에 적힌대로 '우리집'이 완성이 된다면 사라지실거잖아요!!!"

"야!! 세이렌!! 너 그거 끝까지 읽어본거 맞아....? 일단 내려놓고 우리 대화좀 하자..."

"제가 희생할께요.... 가질수 없다면....전부다...부셔버리...아니지..."

"세이렌...세이렌!!! 당장 그총 내려놓지 못해!!! 나도 더이상은 못참아!!!"

"가질수가 없으니..독차지 할수 없으니!! 제가 사라질께요...사랑해요...사령관님..."

"야!! 야!! 세이렌!!!"


한발의 총성이 울리고서 폭설은 멈췄다.

폭설이 멈추고 나서야 무서워서 도망갔던 햇님이 돌아와 쌓여버린 눈을 녹이기 시작한다.

눈들이 녹기 시작하면서 미쳐 보이지 못하고, 사라졌던것들 또한 다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말기. 이 계획서를 반성삼아 '세이렌'(중요)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자.

사령관이 적은 자살계획서의 맨 아랫부분에 조그맣게 적힌 글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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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면 드디어 끝낼수 있을듯합니다.

사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접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뭔가 좀더 매끄럽고 몰입감있게 글을 잘쓰고 싶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완결은 냅니다.

항상 부족한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