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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도 못했던 걸 찾아냈네, 트리아이나.”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이자, 오르카 호의 사령관은 자신의 눈 앞에 놓인 물건을 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 끝에 위치한 것은, 다름아닌 동면 포드였다.


“시설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이게 살아남은 건 기적이네.”


“그치?”


트리아이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도 이게 있던 구획은 침수되기 전이라서 꺼내 올 수 있었어.”


“잘 했어.”


트리아이나를 칭찬하며, 사령관은 동면 포드에 가까이 다가갔다.


포드의 옆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불투명한 하얀색이던 포드 뚜껑의 유리는 투명해지며 그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수면 포드의 안에는 기괴한 형태의 갑주를 입은 남자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깨우면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걸 다 찢어죽여버릴 것처럼 생겼는데?’


사령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 동면 포드 밑에 뭐라고 적혀 있는데?”


“어디?”


“거기, 포드 밑쪽에…”


그렇게 말하며 가리킨 수면 포드의 아랫부분에는, 마치 날카로운 날붙이로 긁어서 쓴 것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 Je suis rempli de tristesse et je suis troublé ]


“…이게 무슨 뜻이지?”


“프랑스어 같은데, 읽을 줄은 모르니까 뜻은 알 수가 없네.”


사령관의 말에, 트리아이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대충 ‘위험, 열지 마시오’…이런 뜻 아닐까? 저런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니까 조금 위험해 보이는 사람 같은데…”


“경고 문구였으면 저렇게 막 긁어서 쓴 것처럼 대충 써 놓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도…”


수면 포드 안의 인간을 힐끗 바라보며, 사령관은 말을 이었다.


“…위험해 보이긴 하네.”


“그럼 까마귀한테 한번 물어보자!”


“로크한테?”


“까마귀는 그 시설에서 오래 있었으니까 이게 누군지도 알고 있지 않을까?”


“확실히…그럴 수도 있겠네.”


트리아이나의 말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잠시 뒤, 사령관의 부름에 응해 해변가로 온 로크는 사령관과 트리아이나 옆의 수면 포드를 보고 놀란 듯했다.


“…이걸 무덤 안에서 가져온 건가, 바이오로이드 여성?”


“응. 왜? 혹시 위험한 거야?”


“위험하다면 위험하긴 하겠지만…운이 지지리도 없군.”


“나 말이야?


의아해하는 트리아이나의 말에, 로크는 수면 포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인간을 말하는 거다.”


“이게 누구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묻는 트리아이나에게, 로크는 담담히 말했다.


“이 자는…앙헬 공이 무덤의 안배한 최후의 보험이었습니다.”


“최후의 보험?”


되묻는 사령관에게, 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침입자들이 예상보다 강해 저와 제 형제를 파괴하고, 무덤의 보안도 전부 무력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면 그때 이 인간이 등장하는 겁니다.”


“등장해서…침입자를 죽이는 거야?”


로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희 둘을 쓰러트린 침입자를 겨우 사람 한 명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직접 싸워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로크는 수면 포드를 힐끗 보며 말했다.


“그런데 로크, 이 사람이 살아있는 걸 알았으면서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던 거야?”


“이 자가 그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크는 수면 포드 안의 사람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앙헬 공의 무덤에 철충이 침입했을 때, 무덤의 시스템은 이 자를 깨웠습니다. 이 인간은 깨어나자마자 피아를 가리지 않고 앞에 놓인 모든 것을 공격하기 시작했죠. 그 공격 대상에는 저와 제 형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계속해봐.”


로크가 말에 뜸을 들이자, 사령관은 말했다.


“저와 제 형제는 그 인간을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그 인간은 기묘한 능력을 사용해 저희의 공격을 흘려냈고, 저와 제 형제는 큰 손상을 감수하고서 그 인간에게 전격을 가했습니다. 전격을 맞으니 제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했는지, 그는 저흴 공격하길 멈추더군요.”


“…그럼 너흴 공격할 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거야?”


사령관의 말에, 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전격으로 그를 공격한 덕에 제정신이 돌아왔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리고는 자신은 다시 동면에 들어갈 테니 자신을 깨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앙헬 공을 지키는 경비견이 되느니 차라리 영원히 얼어붙은 채로 있겠다면서 말이죠.”


‘…자기가 좋아서 앙헬을 지키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네.'


사령관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수면 포드를 힐끗 바라보았다.


포드 안에 누운 남자의 얼굴은 헬멧으로 가려져 볼 수 없었지만, 사령관은 어째서인지 그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오르카 호로 데려가서 닥터에게 검사를 맡겨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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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간인 거에는 이유가 있슴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