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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속의 마리아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푸른 띠가 둘러진 밝은 갈색의 볼러를 쓴 남자, 빈센트 맥칼리스터. 혹은 비니 맥칼리스터. 맥칼리스터 갱단의 보스이자 론 브래드버리를 노리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지금, 토마스 고아원의 한 아이를 한팔로 붙들고 있었다.

 아이는 저항했다. 팔을 휘둘렀고 다리를 찼다. 그러나 성인 남성, 그것도 매일같이 단련한 비니 맥칼리스터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부로 자신의 근력을 강화했다. 오리진 더스트는 바이오로이드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가격이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물질이었다. 평범한 인간인 비니 맥칼리스터도 오리진 더스트로 인해 적당한 저가 바이오로이드는 가볍게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보속의 마리아가 비니 맥칼리스터를 이기고 아이를 구출할 수 있을까. 마리아도, 비니 맥칼리스터도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하던가. 누가 이길지 알고 싶다면 싸움으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에 서있는 것이 승자가 되는 싸움.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싸움을 막은 것은 누군가의 압도적인 힘도 아닌, 비니 맥칼리스터가 들고 있는 수류탄 때문이었다. 성인남성의 손에 들어갈만큼 작은 폭탄이었지만 둘이 있는 토마스 고아원 건물의 반을 날리기에는 충분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총은 위협적이었다. 근거리에서 철갑탄이 장전된 권총탄을 쏜다면 아무리 금속제 내골격을 지닌 바이오로이드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것이었다. 문제는 총에 맞는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을 겨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행위이자 아주 복잡한 행위였다. 총은 생각보다 잘 맞는 물건이었고 생각보다 맞지 않는 물건이었으니까. 총에 맞으면 사람은 죽을 수 있다. 그것은 바이오로이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총에 맞아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총에 맞고도 달려올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총을 피할 가능성도 있었다.

 사람이라면 총에 맞을 위험성을 피할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사릴 것이었다. 총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로이드는. 사람과는 다른 본능이 새겨진 그것들은 위협에도 움직였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인간을 살리는 것들이었다. 목숨이라는 말이 옳을까. 그들을 생명체로도 보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일회용 구명조끼나 다를 바가 없었다. 부풀어 올라 사람을 구한 다음 버려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자신의 목숨을 주저없이 버릴 것이었다.

 총에 맞아 팔다리가 날아가도 그것들은 싸우겠지. 그렇게 만든 것은 인간들이었다. 그것들을 사람과 구별되는 존재로 만든 것은 인간들이었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들었지만 반대로 바이오로이드이기에 싸우기 벅찬일도 만들어내곤 했다.

 하지만 수류탄이라면. 폭탄은 겨누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 존재만으로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폭탄의 폭발은 피할 수 없었다. 몸을 날린다고 폭발에서 피할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 폭발에 달려와 살아남을 수도 없었다.

 단점이라면 수류탄을 들고있는 비니 맥칼리스터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두 사람과 한 기의 바이오로이드의 목숨이었다. 그것을 아는 한, 보속의 마리아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만두세요! 윌리를 내려주세요! 아무 관계도 없는 아이잖아요!”

 윌리. 비니 맥칼리스터가 안고 있는 아이의 이름이었다.

 “아무 관계도 없다고? 그래, 아무 관계도 없어. 론 브래드버리. 그 아이만 넘겨. 그러면 이 관계도 없는 아이는 살아서 돌아갈 거야. 핏주머니, 네년도, 나도 멀쩡히 사지 남기고 돌아가는 거야. 어려운 게 아니잖아? 아이를 내게 넘겨주는 것. 나는 돈을 달라고 하지도, 하늘의 별을 따오라 말하는 것도 아니야. 아이를 안아서 데리고 오고 내게 넘겨주면 나는 이 월리를 내게 돌려주는 거지. 어때?”

 “월리가 아니라 윌리에요! 윌리가 자주 사라져서 찾아야 할 때도 많지만 월리는 아니라고요. 그리고 주인님은 당신에게 절대로 넘겨줄 수 없어요!”

 론 브래드버리. 덴버러 백작의 후계자이자 유일한 적자. 보속의 마리아에게 론 브래드버리는 단순한 아이가 아닌 주인이었다. 자신의 소유주였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킬 존재였다.

 “그래. 주인. 그 애새끼가 주인이라니. 그래서 그 아기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니년들 주인이니까 주인이 재미로 뒤지람 뒤지는게 니놈들이니까. 그래서, 이 월리인지 윌리인지 윌리 웡카인지 모를 애새끼도 니놈들 주인을 위해 죽이겠다, 이거지? 어때, 윌리 웡카. 니들을 평생 보살펴줄 거라 생각한 저 핏주머니는 지 주인을 위해 널 죽이겠다는데. 어때, 배신감 느끼지 않아?”

 “아니에요! 윌리는 제게도 소중한 아이에요!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아이에요! 윌리는...”

 “그러면 구해봐! 이 애새끼가 중요하다면 말야. 내게 론 브래드버리를 데려와. 못해? 그러면 이 자리에서 우리 셋 다 뒤지는 거야. 이 불쌍한 윌리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나같은 돈없는 고아는 이렇게 비참하게 죽는 거라고. 저 돈많은 고아를 위해 뒤져나가는 존재라고 말야. 내 말이 틀렸어? 이 윌리가 네 주인이었다면 이럴까? 당장에 달려가서 론 브래드버리를 내 앞에 갖다 바쳤을 거야. 돈 없는 고아들의 결말은 그거잖아? 돈많은 부자들 위해 뒤져나가는 것. 연합전쟁 이후든 이전이든 말야. 우리가 배운게 뭔지 알아? 저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야. 다른 돈없는 고아 새끼들 죽이면서 위로 올라가는 거야.”

 비니 맥칼리스터도 고아였다. 돈 없는 고아였다. 심지어 그를 보살펴줄 고아원은 망해 그와 같은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른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채 길거리에 던져져야 했다. 의지할 것은 자신이었고 밟고 일어설 것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밑바닥 인생들이었다.

 “윌리, 내가 사는 법을 가르쳐줄까? 이런 따듯한 곳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채 전전긍긍하며 사는게 아냐. 싸우는 거야, 투쟁하는 거야. 내 것은 내 힘으로 얻어내는 거야. 말해, 저 핏주머니한테. 니들 같은 놈들을 의지해서 산 내가 바보였다고. 너 같은 핏주머니는 필요없다고. 어차피 날 지켜줄 것도 아니면 꺼지라고 말야.”

 “으아앙! 마리아!”

 “말해!”

 맥칼리스터는 안고있는 윌리에게 외쳤다. 윌리는 그저 울 뿐이었다. 마리아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윌리를 구해줄 수 없었다. 론 브래드버리를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주인은 마리아의 전부였다. 이 토마스 고아원이 전부였던 마리아에게 찾아온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의 존재는 마리아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갓난아기때부터 바라본 윌리인가. 아니면 이제야 몇번 보지도 못한 자신의 주인인가. 마리아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선택할 수 없었다.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에게 절대적 충성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은 바이오로이드를 완벽한 기계로 만들지 않았다.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감정을 가진 존재로 만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마리아는 자신에게 감정이라는 것을 남겨둔 자들을 원망했다. 당연히 선택해야 할 것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윌리를 포기하게 만들 수 없는 자신의 감정모듈이 원망스러웠다.

 “그래, 그 표정이야. 핏주머니. 어쩔줄을 모르겠지? 답을 알고 있잖아. 잠깐 눈을 감는 거야. 론 브래드버리를 넘겨. 그리고 잠시 지나면 알게 될 거야. 네 주인은 더이상 론 브래드버리가 아니라는 걸 말야. 언제부터 그 아기가 네 주인이었지? 그냥 아기야. 아무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살아남은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지. 너는 다른 주인을 섬기면 되는 거야.”

 이터니티는 말했다. 자신이 론 브래드버리를 주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브래드버리 가문의 적자이기 때문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평생을 본 적도 없는, 존재조차 몰랐던 아이를 보고 자신의 주인이라 생각한 것은 그가 죽은 휴이 브래드버리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속의 마리아가 론 브래드버리를 자신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형식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의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젖을 물린 아이였다. 자신의 품에 안았던 아이였다. 행복하게 웃는 그 아이를 보고 웃었던 마리아였다. 남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니었다. 자신의 주인이었다. 그것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신의 주인을 지키는 것은 자신이 보속의 마리아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바이오로이드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그 작은 아이. 그 아기는 사랑스러웠다. 그 아기는 마리아에게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휴이 브래드버리는 마리아의 기대와는 다른 어른으로 성장했다. 이터니티의 말에 따르면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만일 그것의 주인이 아니었다면 비속어라도 섞어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론 브래드버리는. 옳은 주인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어른과도 다른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자신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안아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론 브래드버리는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다. 보속의 마리아의 주인이자,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마리아는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은 그 앞에서는 하찮은 존재였다. 론 브래드버리의 존재로 인해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자신의 자매들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마리아는 비니 맥칼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모두 이 자리에서 죽을 필요가 없었다. 죽는 것은 자기 자신이면 충분했다. 마리아는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다.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죽음은 그저 과정에 불과했으니까.

 어쩌면 마리아의 실패였을 수도 있었다. 자신이 휴이 브래드버리를 옳은 어른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자신이 휴이 브래드버리를 잘 가르쳐 주었다면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자신의 죄였다. 자신이 잘못한 탓이었다. 그 죄는 사함을 받았다. 그 죄책감은 론 브래드버리를 보며 사라졌다. 그 아기를 보며 그것의 죄책감은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 행복. 그것에게 론 브래드버리는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제는 보속의 차례가 온다. 구원에는 행동이 따라야 했다. 구원을 받은 존재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야 했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 했다. 보속적인 행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보속의 마리아는 비니 맥칼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비니 맥칼리스터는 수류탄을 놓치고 말았고 수류탄은 공중으로 날아갔다. 마지막으로 신관의 작동을 막고 있던 안전 손잡이는 더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수류탄의 폭발은 돌이킬 수 없었다.

 윌리는 비니 맥칼리스터의 품에서 벗어났다. 땅에 떨어진 그는 울기 시작했다. 맥칼리스터는 작은 아이에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날아간 수류탄이었다.

 4초. 신관이 작동해 수류탄이 터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면 수류탄의 폭발 반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더욱이 실내였다. 파편과 충격파는 더 위험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비니 맥칼리스터는 생각했다. 그는 목숨을 걸었다. 목숨을 걸고 보속의 마리아에 맞섰다. 그러나 목숨을 걸었다는 말은 죽을 생각을 했다는 말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품고 있다.

 생즉필사 사즉필생.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이 말에 담긴 속뜻이 무엇인가. 결국 목숨을 건다는 것은 목숨의 위협속에서 살고자 함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위기 속에 뛰어들며 그 위기를 이겨내기 바란다는 말이었다.

 비니 맥칼리스터는 진짜로 죽을 생각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블러핑이었다. 진짜로 수류탄을 터트려 다같이 죽을 생각까진 아니었다. 그저 수류탄이 터질 수 있다는 위협으로 론 브래드버리를 얻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수류탄은 그의 손을 벗어나버렸다.

 그 수류탄을 붙잡은 것은 마리아였다. 신관이 작동하지 전, 그것은 수류탄을 품었다. 그것의 풍만하고 따듯한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그것의 치마는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가 마치 꽃이 꽃봉오리로 돌아가듯 그것의 상반신을 덮었다.

 그것은 울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뿐이었다.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존재는 무력했다. 윌리도, 론 브래드버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이터니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바이오로이드는 론 브래드버리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터니티와 같이 주인을 지켜줄 수 없는 존재였다.

 주인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었다. 론 브래드버리말고도 사랑을 주는 존재가 너무 많았던 것이었다. 그 주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뿐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희극적인 결말을 기대했는가. 이곳에는 그를 위한 여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아는 웃고 있었다. 수류탄을 안으며,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며. 그것은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통으로 가득한 삶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기쁨이 있었다. 자신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던 수많은 고아들. 윌리만이 아니었다. 고아원을 거쳐간 아이들은 손으로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이 글보다 더 긴 길이의 명단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마리아가 떠올린 이름은 론 브래드버리였다. 고아이자 자신의 주인이자 자신의 희망. 보속의 마리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은 그 누구도 볼 수 없었고 그 의미를 알 일은 인류의 멸망까지 없으리라.

 폭발음은 마리아의 강철치마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치마가 올라가며 그것의 흰색 속옷이 드러났지만 곧 쏟아진 피와 내장으로 인해 흰색 속옷은 검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그것의 길고 가늘며 두툼하며 아름다운 다리는 곧 힘을 잃고 벽에 걸쳐지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꽃봉오리같이 아름답게 오므라진 마리아의 치마는 조금의 틈을 만들어내며 검회색의 연기를 길게 늘어트렸지만 안쪽의 모습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으아아앙! 마리아!”

 윌리는 마리아의 사체에 다가가 그것의 허벅지를 붙들고 흔들며 울었지만 마리아는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작동불능이 된 상태로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윌리 웡카. 그런 식으로 살면 남들의 발판만 될 뿐이다.”

 맥칼리스터는 권총을 꺼내 윌리의 머리를 겨누었다. 윌리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는줄도 모르고 마리아를 보며 울고 있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맥칼리스터는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총을 내리며 피식 웃었다.

 어린 아이를 아무 이유 없이 죽일만큼 악당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이유가 있다면 서슴없이 죽일 악당이기도 했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총알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총은 이터니티를 죽이기 위해 써야 했다.

 론 브래드버리를 지키고 있는 바이오로이드. 모든 시작이 된 바이오로이드. 그러나 바이오로이드는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낸 기계였다. 도구였다. 그렇다면 사람의 손으로 그 끝을 맺을 수 있었다. 그를 위한 권총이었다.

 “그래서 이 고아원 어디에 있는 거지.”

 그는 중얼거리면서 방을 하나하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설마 폭발음을 듣고 도망치진 않았겠지. 그런 걱정이 있었지만 맥칼리스터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구석에 몰린 쥐였다. 아무리 쥐가 문다고 해도 맥칼리스터에게는 바이오로이드쯤은 죽일 수 있는 총을 들고 있었다.

 “이 방인가.”

 라고 말하며 맥칼리스터가 한 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총성이 울렸다. 총알이 맥칼리스터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세발의 총알은 정확했고 순식간에 발사되었다.

 그러나 그 총알은 어디에 박히거나 무언가를 뚫지 못했다. 그저 허무하게도 허공에 떠있을 뿐이었다.

 권총을 든 이터니티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미 총알이 바닥나 슬라이드가 뒤로 젖혀진 권총에서 총알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말했지 않았는가. 혼자는 위험하다고. 아무리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몸이라 한들 그 몸에 걸친 것이 구시대의 정장인 이상 그대의 몸은 이전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핏주머니가. 네녀석과 같은 놈들은 질색이라고. 그래서 나를 구한 것으로 인정이라도 해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맥칼리스터는 자신보다 키가 큰 바이오로이드를 곁눈질로 노려보며 말했다. 검은 장발의 바이오로이드는 대답하지 않고 뻗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역장에 의해 공중에 멈춰서 있던 총알들은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성능 하나는 최고지만 같이 있고 싶진 않은 바이오로이드라니까. 이터니티,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다. 론 브래드버리를 넘겨라.”

 비니 맥칼리스터는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이터니티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물론 넘기지 않는다 해도 데려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