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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편과 59편 1부에서 이어집니다.




<유미의 편의점 59 : 멜리테의 기습 공격!> 2부

 



 

207.

 

 

 

 

” 후우. 잘 먹었구나. “

 

 

멜리테는 만족스러운 듯이 배를 두들겼다.

멜리테에겐 간만에 느껴보는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 ..너무 많이 먹었나.. 살찌는 건 아니겠지..? “

 

 

하르페이아 역시 배불리 먹었지만 아까 그리폰이 했던 말이 왠지 신경쓰였다.

게다가 평소 양보다는 더 많이 먹었으니. 살찌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반면 하르페이아 보다 많은 밥을 먹은 시아는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배고파 보였다.

 

 

알비스는 아까 꽁쳐둔 초코우유 팩을 꺼내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아댔다.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식당에 다녀간 뒤, 주방에서 무슨 재앙이 일어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참모총장 말대로 여기 밥은 천상의 맛이로구나. 아주 만족스러워. “

 

” 그치? 그치? 엠피 언니도 어서 돌아와서 맛봤으면 좋겠다~ “

 

” 재정부 장관은 어디서 뭘 하는지. 하아암.... 이렇게 먹고나니까 후식이 땡기는구... “

 

 

 

그때,

 

 

” 저김다! “

 

” 저깄슴다! “

 

 

 

방금 막 식당에서나온 브라우니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순식간에 멜리테 일행을 둘러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신들을 둘러싼 왠지 심각해보이는 브라우니들의 표정을 보니,

 

순식간에 멜리테는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 어..어어... 왜... 왜 그러느냐..! “

 

” .... “

 

 

브라우니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브라우니들은 점차 거리를 좁혀올 뿐이었다.

 

점점 멜리테 위로 그늘이 만들어져갔다.

 

 

” 어어어..!? “

 

그리고, 수많은 손이 순식간에 멜리테를 덮쳤다.

 

 

” 안돼..! “

 

 

멜리테는 벌벌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난단 말인가..! 초코랜드를 세운지 고작 1시간만에...! ’

 

 

그런 절망적인 생각을 했다.

 

그때, 멜리테는 갑자기 자기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 우왓!? “

 

” 당신은 우리 영웅임다! 영웅님을 모시러 왔지 말임다! “

 

 

 

브라우니 한 명이 멜리테를 어깨에 앉히고 높게 들어올렸다.

 

나머지 브라우니들이 멜리테에게 손을 뻗으며 그녀를 찬양했다.

 

 

” 오늘같은 날에 당신처럼 취사병님들께 직접적으로 밥을 많이 달라고 하신 분은 처음 보지 말임다!

당신 덕분에 저희도 배불리 먹었슴다! “

 

” 만세..! “

 

”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만세!! “

 

 

멜리테는 갑작스러운 찬양에 왠지 얼떨떨했다.

하지만 브라우니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니, 멜리테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멜리테는 

 

 

” 어험!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니! 나는 초코랜드의 여왕, 멜리테다! “

 

 

” 멜리테 만세! “

 

” 멜리테 여왕님 만세! “

 

 

그렇게 몇 분동안이나 찬양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바닐라가 복도가 많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따지자

 

그제서야 브라우니들은 조용해졌고, 멜리테는 겨우겨우 바닥에 내려지게 되었다.

 

바닐라가 복도를 떠날 때까지 멜리테는 바닐라의 뒷통수만을 바라보며 눈치를 슬금슬금 보았다.

 

바닐라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 크흠. 고맙구나. 제군들! 제군들이 만족했다면 나도 만족한다! “

 

 

멜리테는 브라우니들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그러자 약 50명의 브라우니들이 다같이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함성을 내지른지 0.7초만에 바닐라가 다시 나타났고, 브라우니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또다시 바닐라가 사라지자,

 

 

” ... 나도 제군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싶구나.

음.. 그래! 제군들도 우리 초코랜드의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

 

 

라고 브라우니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브라우니들은 모두 동요했다. 심지어는 한 쪽 구석에서 50명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지기 까지 했다. 

스틸라인 소속에서 초코랜드 소속으로 빠지면 벌받는 거 아니냐, 잘못하다 탈영 되는거 아니냐, 이프리트에게 혼나는거 아니냐 등등 많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멜리테가 50명 모두에게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하자 방금까지의 우려는 내팽개치고 금방 수락해버렸다.

누군가는 이프리트한테 반말을 쓰고 싶다는 의견까지 나오자 찬성의견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렇게 초코랜드는 순식간에 54명이라는 숫자의 사람을 모으게 되었다.

 

 




 

잠시후,

 

더 이상 민폐를 주지 않기 위해 멜리테 일행과 브라우니들은 오르카호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마치 스틸라인 대대 훈련을 보는 듯한 광경이라, 지나가던 오르카호 대원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며 수근거렸다.

 

스틸라인 장교들이 현재 식사 중이라, 장교들이 이 장면을 못본 것이 다행이었다.

 

 

” 어... 지금부터, 장관 임명식을 거행하겠습니다! “

 

 

하르페이아가 빌려온 사회자 단상 앞에 선 알비스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박수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마찬가지로 하르페이아가 빌려온 단상 앞에 선 멜리테는 

브라우니들을 앞에 주르르 세워놓고 장관 임명식을 시작했다.

 

맨 앞에 서있는 하치코 역시 장관 수여대상이었다.

 

 

” 먼저! 하치코 제군! “

 

” 넵! 여왕님! “

 

” 하치코 제군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 “

 

 

하치코는 법무부 장관이 뭔지 몰랐지만, 일단은 기뻐했다.

54명의 박수소리가 오르카호 앞 광장을 울려댔다. 

 

허나 박수를 치는 바이오로이드 55명의 중에 하르페이아 말고는 법무부 장관이 무엇을 하는 직책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는 멜리테도 마찬가지였다.

 

 

” 다음! 브라우니 7104번! 그대에게는 환경부장관을! 2084번 브라우니에게는 문화부장관을! “

 

 

그렇게 하나하나 장관식 수여식이 계속되었다.

 

 

멜리테는 51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장관직을 모두 부여하려니, 아이디어가 점점 떨어져갔다.

자기 상식선에서 알고있는 장관직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5번째부터는 아무 장관이나 이름을 붙여서 장관 자리랍시고 주었다.

 

예를 들면,

 

 

” 브라우니 6477번에게는 배급부 장관을 수여하겠다! “

 

 

이런 뭘 하는지도 수여하는 본인도 모를 해괴한 장관직이 수여되었다.

 

하지만 어디가 이상한 건지 브라우니들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렇게 모든 브라우니들에게 장관자리가 수여된 뒤..

 

 

” 축하한다! 너희들은 이 여왕의 이름으로 초코랜드의 장관이 되었다!

 

나 멜리테 여왕은 앞으로도 제군들에게 영원한 배부름을 약속하도록 하겠다! “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 그럼, 기념으로 지금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느냐? “

 

 

멜리테가 브라우니들에게 물었다.

 

 

” 후식임다! “

 

” 후식이 땡기지 말임다! “

 

” 진급을 하고 싶슴다! “

 

” 맛있는 미뜨파이를 만들고 싶어요! “

 

” 시원한 양파주스 하나 먹고 싶슴다! “

 

 

그렇게 저마다의 소원을 말했다.

 

과반수는 후식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 후식이라.. 아주 좋은 생각이군. 마침 나도 후식이 엄청 땡기는 참이였다. “

 

” 후식 좋아! 나도 후식먹고 싶어 여왕님! “

 

 

멜리테 뒤에 앉아있던 시아가 손을 들며 말했다.

 

 

” 초코바! 초코바..! “

 

 

군침을 잔뜩 흘리는 알비스 역시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를 끄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현장에 알비스의 초코바! 소리가 스피커가 굉음을 낼 정도로 울려퍼졌다.

 

브라우니 군중 중에 귀를 아파하는 인원이 속출하자 그제서야 알비스는 마이크를 껐다.

 

 

” 크흠. 좋다. 제군들! 다들 후식이 먹고 싶은 게로군? 제군들의 소원, 잘 들었다! “

 

 

멜리테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 자! 이게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줄 화폐다! “

 

 

그리고 아까 사령관에게서 받은 수많은 마법소녀 스티커들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 초코랜드 부대 전원, 편의점으로 기습 공격을 간다! “

 

 

그리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기쁨의 함성을 질러댔다.

철충들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 기습 공격 시작이야..! “

 

 

멜리테는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를 지켜보던 하르페이아는,

 

 

” ... 편의점 하나 가는 건데 기습 공격이라니.. 왠지 군사작전 뛰는 느낌인걸. “

 

 

의외로 흥미로워 했다.

사실 마음 속 한켠에는 다이어트에 대한 걱정이 슬슬 자리잡고 있었지만,

 

 

” 오랜만에 맥주 좀 마셔볼까? “

 

 

어느새 다이어트 생각은 지평선 너머로 날려버린 하르페이아였다.

가장 똑똑한 하르페이아였지만, 어느새 누구보다 완벽하게 멜리테 일행에 동화되어 있었다.

 

 

그렇게 55명의 초코랜드 군은 오르카호 안으로 위풍당당한 풍채로 입성했다.

 

 

 





 

한편, 초코랜드 장관 수여식 현장 한 켠에서 한 소녀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저 사람들, 뭐하는거지? “

 

 

그렇게 소녀는 혼잣말을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옥수수를 한 입 베어물었다.

 

 

 

” 한번 따라 가볼까? “

 

 

 

 

 

 

 

사건 발생 10분 전.

 

 

 

 

 

 




 

208.

 

 

한편. 편의점.

 

사건 발생 1분 전.

 

 

 

” 니히힛! 너! 역바니의 일원이 된 걸 환영한다! 니히히히힛! “

 


그때 니바 양은 토끼 모양 아이스크림의 가슴 부분에 딸기 크런치 두개를 달아놓고 그렇게 환호했어요..

 

멀리서 보니까 무슨 젖꼭지 같네요... 저게 뭐야..

 

 

 

 

 

한편..

 

 

” 크허엉..... 크허엉.... “

 

” .... 자네... 설마 자는겐가..?“

 

 

요안나섬 유미 양은 술기운에 완전히 뻗어버렸네요..

 

 

이에 요안나 양은 굉장히 황당해 했어요..

 

 

요안나섬 유미 양에게 억지로 편의점에 끌려온 듯 했거든요.

 

 

 

 

 

뭐, 손님들이 저렇게 나오는건 좀 당혹스러울 때가 많긴 하지만,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부분이라 별거 아닌 건 여전해요.

 

 

 

이제 아셨나요?

 

 

 

저는 차가운 도시의 커리어 우먼! 어떠한 위험이 닥쳐도 저는 다 대처할 수 있다구요. 헤헤..

 

 

 

 

 

 

 

그 때,

 

 

띠리링~ 

 


편의점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 게 제 눈에 들어왔어요.

 

 

 


” ...? “

 

 

 

이윽고 편의점 문이 아주 힘차게 열렸어요.

 

 

 

공격! 공격! 공격!

 

 

...편의점으로 들어온 시아 양... 어깨에 앉아있는 분홍머리의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어요.

 

 

” 어서오...세요..? “

 

 

그리고 시아 양을 선두로 알비스 양, 하르페이아 양, 하치코 양,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브라우니들이 우르르 들어왔어요!!

 

 

” 으게겍!? “

 

 

이상한 자세로 아이스크림을 노려보던 니바 양은 깜짝 놀라 자빠지고 말았어요.

토끼모양 아이스크림은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코를 박고 말았죠.

 

 

” ... 저자들은 단체 회식이라도 온겐가? “

 

” 회식이요..? 회식은 안하고 싶은데.. 헤헤헤.... 요안나씌가.... 매애앤날 재미없는 얘기 해서... “

 

” ... “

 

 

요안나 양도 그들을 보며 놀란 듯 했어요.

하지만 취해버린 유미 양은 상황파악이 안되는 모양이었죠.

 

 

” 쓸어담아! 쓸어담아라! 너희가 배를 채우고 싶은 만큼 마음껏 식품들을 골라라! “

 

” 쓱싹쓱싹! 쓱싹쓱싹! “

 

 

시아 양 위에 있는 분홍 머리 손님이 그렇게 외쳤어요.

시아 양은 몸을 흔들며 추임새를 넣었어요.

 

브라우니들은 입구 근처에 배치되어 있는 바구니를 저마다 하나씩 들고 가기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알비스 양은 바구니 하나를 챙기고 선두로 뛰쳐나갔어요.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초코바가 있는 초코바 코너였죠..

 

 

” 유미 언니 안녕하뎨요! “

 

 

다음으로는 하치코 양이 저에게 인사하면서 안쪽으로, 

 

 

그 외 수많은 브라우니들은 각자 저마다 다른 식품 코너로 뛰쳐갔어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저는 편의점 오픈 첫 날이 떠올랐어요.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커리어 우먼도 이런 단체 러시는 힘들다구요..!

 

 

 

그때,

 

 

” 안녕. 유미. “

 

 

브라우니 군중들 사이에 있던 하르페이아 양이 조용히 다가왔어요.

 

 

” 네.. 근데..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

 

 

” 아 그게 말이야.. “

 

 

하르페이아 양은 제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말해줬어요.

 

그러니까, 멜리테라는 분이 새로 왔는데, 배고픈 대원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초코랜드라는 곳을 세우고, 배고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하네요..

 

지금 이 사람들은 밥을 먹고 후식을 먹으러 온 거라고 하네요..

 

제가 바퀴벌레와도 전쟁을 한 적은 있지만.. 배고픔과 전쟁을 하는 사람은 처음보네요.

 

근데, 전쟁을 하는 건 좋은데 왜 하필 편의점이냐구요!

 

 

그때,

 

 

” 저기! 계산좀 해주시지 말임다! “

 

 

첫 번째 계산이 들어왔네요..

 

 

” 네! 지금 해드릴게요!! “

 

 

저는 그렇게 외치며 1번 카운터로 갔어요.

 

브라우니 양은 바구니에 담긴 온갖 식품들을 카운터에 쏟아냈어요.

 

 

‘ 으.. 왜 이리 많이 산거야..! ’

 

 

거기다 문제는, 각자가 스티커를 배부 받은 게 아니라, 일단 POS기에 모든 대원들의 상품들을 찍어놓으면

 

멜리테 양이 한 번에 계산을 한다고 하네요..

 

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 계산 방식이람..

 

 

” 자자! 너희들도 마음껏 골라라! 너희는 비록 초코랜드 소속은 아니지만, 특별히 손님인 제군들의 몫까지 내가 쏘겠다! “

 

 

멜리테 양은 어느새 시식테이블에 앉아있는 니바양, 유미 양, 요안나 양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그 뒤로 누가 달려가는지 전혀 모른 채 말이죠.

 

 

 




10분 뒤.

 

 

 

 

아직 10명 밖에 계산을 못한 상황..

 

10명이서 골라간 상품은 무려 52개나 됐어요..

 

 

그 와중에 계산 도중에 부족한 물품이 넘쳐나서

 

백룸으로 급히 달려가서 중간중간에 물품들을 꺼내와 매대에 자꾸 채워줘야 했어요.

 

 

그 사이에 계산대에는 또 줄을 서고 있고..

 

1번 계산대 뿐만 아니라 2번 계산대까지 줄을 서는 바람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였어요.

 

오늘 하늘이 제 한계를 시험하는건가.. 그런 생각도 문득 들더라구요.

 

 

” 유미 언니! 안녕하세요! “

 

 

계산대 앞에 선 하치코 양이 해맑게 웃으며 저를 맞이 했어요.

 

저는 정신이 영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하치코 양의 계산을 도와주었어요.

 

 

” 네~ “

 

 

하치코 양은 제가 힘들어 보이는걸 눈치라도 챈 듯이, 바구니에서 뭔가를 빼갔어요.

 

그리고 제가 물품들을 바코드로 찍는 사이, 그것을 원래 있던 곳에다 돌려놓고 왔죠.

 

 

그렇게 하치코 양은 강력분 하나와 민트 시럽만을 사갔어요.

 

 

그 이후로, 하르페이아 양은 안주와 써머쓰ㅂ, 하이ㄴ캔을 사갔고,

 

 

수많은 브라우니들은 각자 다른 식품들을 바구니에 부랴부랴 담아왔어요.

 

모두가 다른 제품들을 사는 와중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 분들. 양파 주스를 말 그대로 거덜내고야 말았어요.

 

양파 주스가 편의점에 30개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고작 10명이 안되는 인원이 30개를 다 털어가 버렸죠.

 



시간이 지날수록 브라우니들은 바구니를 꽉꽉 채우는 것도 모자라


아예 바구니로 탑을 쌓아서 오는 사람까지 있었어요.


편의점을 아예 거덜낼 생각인 모양이에요.


갈수록 한번에 계산하는 상품들의 가격 앞자리가 늘어가요.



근데 이렇게 많이들 사는데 

 

멜리테 양은 도대체 전재산이 얼마길래 이렇게 막 사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엄청난 부자인가..?

 

 

근데, 왜인지 뒤에서 바코드 스캐너 소리가 들려오네요..

 

뒤를 돌아보니,

 

 

요안나 양이 어느새 카운터 안에 들어와서 2번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어요!

 

 

” 요안나 님!? “

 

” 아, 유미 양. 놀랐나?

그대가 힘들어 보이길래, 잠시 도와주러 왔네. “

 

” 네..? 하지만 요안나 님이 계산을 어떻게.. “

 

” 그대가 하는 걸 보고 따라하고 있으니, 그대도 걱정말고 계산하시게. 

이런 일은 처음이여도 별거 아니니. “

 

 

요안나 양이 호탕하게 웃으며 바코드 스캐너로 제품들의 바코드를 찍어냈어요.

 

가르쳐 준 적이 한번도 없는데도, 요안나 양은 아주 능숙하게 바코드를 찍어냈어요.

 

 

 



 

 

한편,

 

 

 

” 후훗. “

 

 

멜리테는 시식테이블에 후식을 가져와 맛있게 먹는 브라우니들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하였다.

 

 

” 그대들이 배부른 모습을 보니, 내가 절로 기쁘구나. 하하하. “

 

” 하하하! “

 

 

멜리테가 웃자 옆에서 초코바를 테이블에 쌓아놓고 먹고 있던 알비스가 따라 웃었다.

테이블에 초코바를 잔뜩 쌓아놓은 모습이 마치 산과 같았다.


 

” 여왕님도 먹어! “

 

” 훗. 고맙구나! 국방부장관. “

 

 

알비스가 새 초코바를 까 멜리테의 입에 넣어주었다.

 

 

” 으음!! 맛있어!! “

 

 

처음으로 멜리테의 입에서 어린 아이의 말투가 흘러나왔다.

 


 

” 거기 너, 역바니가 되라! “

 

 

” 응? 나아!?!?“

 

 

” 그래!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에서 바니 스피릿이 조금 느껴지는군..!

 

하지만 하찮다! 하찮아! 이 바니슬레이어 님이 역바니로 만들어주지!!

 

어서 역바니를 입어라! “

 

 

” 으엑!? 싫어!! 하지마아아!! “

 

 

강력분과 민트 시럽을 가지고 주방으로 달려간 하치코와

토끼 머리띠와 당근 세이버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니바와 하르페이아를 제외하면 

모두가 다리맡에 수많은 포장 봉지들을 쌓아두고 저마다의 후식을 먹고있는

평화로운 시식 테이블이었지만, 아직 카운터에선 한바탕 전쟁을 방붙게 하는 계산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 으아..!! ‘

 

 

벌써 21명이나 되는 사람을 연속으로 상대했어요!!

 

2번 카운터에서는 이제 겨우 9명 상대했는데, 아직 계산해야할 사람이 25명이나 남아있다니!!

 

 

’ 그만 좀 와라..! ’

 

 

그때,

 

 

” 아.. 언제 계산해주심까!? “

 

” 줄이 많이 밀렸지 말임다! “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어요.

 

 

‘ ..설마.. 

역시... 요안나 양에겐 무리였던건가..!? ’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어요.

 

 

거기엔..

 

 

 

” 에헤헤..... 계산은.... 해드릴게... “

 

 

요안나 양은 어디가고 술에 잔뜩 취한 요안나섬 유미 양이 있었어요!

 

 

” 아니, 여기서 뭐하세요!? “

 

 

바빠 죽겠지만 저는 유미 양에게 가 따졌어요.

 

하지만 유미 양은 취할대로 취한 상태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죠.

 

 

” 요안나 님은 어디갔어요!? “

 

” 아... 그게에... 화장실 가신다고.... “

 

 

유미 양이 헤벌레 웃으며 말했어요.

 

 

” 헤에에... 손니이이임... 계산해드릴게요오..... “

 

 

유미 양은 비틀거리며 바코드 스캐너를 카운터의 상품이 아닌 엉뚱한 곳에다 찍고 있었어요.

그러자 카운터 앞의 브라우니 양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 갔어요..

 

 

” 나가요!! 나가!!! “

 

 

저는 유미 양을 억지로 카운터 밖으로 데리고 나왔어요.

 

어떻게든 그녀를 백룸으로 옮겨놓고, 백룸 바닥에 눕힌 뒤 제 겉옷까지 벗고 이불삼아 덮어 재웠죠.

 

그렇게 백룸을 나오는데, 또 라면이 부족하다고 요청이 들어오는 바람에 백룸으로 돌아와 라면을 챙겨가야 했어요.

 

여러모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저는 카운터로 돌아가 또다시 혼자서 계산을 하기 시작했어요.

 

 

” 저기 2번 카운터에 계신 손님분들! 죄송하지만 1번 카운터에서 다시 줄을 서주세요!

 

죄송합니다! 조금만 양해 부탁드릴게요..! “

 

 

 

 



한편,

 

 

 

” 느에에.... 힘이.... 딸꾹!... 빠진다.... 깨꼬닥! “

 

 

” 휴. “

 

 

애써 술을 먹여 니바를 제압한 하르페이아는, 브라우니들이 바구니에 엄청나게 많은 상품들을 집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자 하르페이아 안에 있던 또 다른 걱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이거, 괜찮나..? ‘

 

 

다시 생각해보니, 하르페이아는 아직 멜리테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몰랐다.

 

사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이렇게 편의점을 거덜낼 정도로 많이 사는 것은 돈 낭비가 아닐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일이 커질 것 같아, 아니 이미 일이 크게 벌여져 너무 늦어버렸지만 

하르페이아는 뒤늦게 멜리테를 찾았다.

 

 

” 저기, 여왕님. “

 

 

” 왜 그러느냐. 외교부장관! “

 

 

시아의 무릎에 앉아있던 멜리테가 팔짱을 끼며 하르페이아를 올려다보았다.

 

멜리테의 입가에는 이미 과자가 잔뜩 있었다.

 

 

” 여왕님, 이거 괜찮을까? “

 

” ..? 뭐가 말이냐? “

 

” 여왕님. 돈은 아낄수록 좋은거야. 근데 이건 너무 많이 사는 것 같지 않아..? “

 

” ... “

 

 

그러자 멜리테가 대답하지 못했다.

 

 

” 이쯤하고 좀 덜 사라고 하는게.. “

 

 

” 나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다. 외교부 장관. “

 

 

멜리테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 하지만, 배고픔을 덜어내는데 그깟 돈이 뭐가 중할까? “

 

 

그리고 눈을 번쩍뜨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진중했다.

 

하르페이아는 놀란 표정으로 멜리테를 내려다 보았다.

 

 

” 나는 배고픔 때문에 많은 것과 많은 이들을 잃었다. 

 

다시는 그럴 수 없다! 다시는!! “

 

 

멜리테는 하르페이아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 제군들! 마음껏 먹어라!

 

뱃속에 배고픔이 생길 틈조차 허락하지 말라!! “

 

 

 

멜리테가 후식을 먹고있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예“라는 힘찬 대답이 멜리테에게 돌아왔다.

 

멜리테는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위풍당당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는 어떤 걱정거리도 보이지 않았다.

 

 

하르페이아는 멜리테에게서 받은 것을 보았다.

 

뽀끄루, 백토, 모모가 그려진 스티커. 편의점에서 화폐로 사용하는 것들.

 

그것들은 고무밴드로 십자로 빡빡하게 묶여있었다.

 

 

얼핏 봐도 꽤나 두툼한 스티커 뭉치를 보자

 

하르페이아는 이런 믿을 구석이 있었기에 

멜리테가 자신만만하게 단체 후식을 제안했음을 깨달았다.

 

 

하르페이아는 밴드를 풀어 한번 숫자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마침 구입한 술은 편의점에서 먹을 순 없으니, 하르페이아는 지금 딱히 할게 없었다. 

 

그래서 이 스티커들의 수를 세어보기로 했다.

 

 

 



 

잠시후.

 

 

 

 

 

” 헉.. 헉.. “

 

 

마지막 1명만을 남겨두고 저는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손을 카운터 테이블에 짚었어요.

 

 

” 마지막 분이시네요.. 헤헤.. “

 

 

” 넵! 빨리 계산해주시지 말임다. 저 진짜 오래 기다렸슴다! “

 

브라우니 양은 웃으며 바구니에서 핫바 2개와 핫바와 2+1으로 함께 나온 고추핫바 1개,

 

솔의 ㄴ 하나, 튀긴 건빵 봉지 하나를 꺼냈어요.

 

마지막 분인데 다행히 숫자가 많지 않네요.

 

 

” 마지막 계산인가? 하하. 오래 기다렸군. “

 

 

멜리테 양이 브라우니 양 옆으로 와서 제가 계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마지막 건빵까지 바코드를 찍은 순간,

 

 

” 저기요~!!!! “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건 바로..

 

 

양손에 바구니를 든 지니야 양이었어요!!

 

바구니는 터질 듯이 많은 상품들이 들어있었죠!

 

 

 

” ...!? 넌 뭐냐..!? “

 

” 저도 같이 계산해주세요! “

 

 

지니야 양은 뻔뻔한건지 당당한건지 모를 말을 했어요.

 

 

” 그게 무슨 소리냐.. 제군. 제군은 우리 초코랜드의 소속이 아니지 않느냐! “

 

” 그렇죠. 근데 아까 그러셨잖아요.

 

‘너희는 비록 초코랜드 소속은 아니지만, 특별히 손님인 제군들의 몫까지 내가 쏘겠다!’

 

라구요. “

 

 

지니야 양의 당당한 대답에 그제서야 멜리테 양은 자기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어요.

 

 

” 아. 그랬었지. 하하하. 그래. 제군 것까지 다 계산해다오! “

 

 

진땀을 흘리는 멜리테 양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어요.

 

 

 

” 하아.. 네... “

 

 

끝인줄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이네요..

 

 

 

 

잠시후.

 

 

 

마침내 지니야 양의 상품까지 계산을 끝냈어요.

 

지니야 양... 온갖 맛있고 비싼것만 20개 가량을, 그리고 그닥 싸지않은 식품들만 엄청 골라갔더라구요.

 

앞에 바구니로 탑을 쌓은 브라우니들은 부피는 크지만 가격은 비교적 싼 상품들 골라갔지만,


이 분은 진짜 비싼 것만 골라왔어요..


 

” 어우.. 힘들어어... “

 

” 고생했다 제군. 이제 계산을 할 차례구나. 하하하. “

 

 

멜리테 양이 웃으며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POS기를 바라보았죠.

 

 

... 저는 POS기에 나타난 숫자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 ...왜 그러느냐? “

 

” ... “

 

 

이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나온 것 같네요..

 

 

 

1630스티커입니다... “

 

” ...1630..? “

 

 

멜리테 양 역시 깜짝 놀라는 듯했어요.

 

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하르페이아 양을 불렀더니,

 

하르페이아 양이 스티커를 가지고 카운터로 왔어요.

 

 

” 얼마 나왔어? “

 

1630 스티커다. “

 

 

” ...뭐..? “

 

 

하르페이아 양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어요.

 

 

” ...왜 그러느냐..? “

 

” 그게.. 여왕님.. “

 

 

하르페이아 양이 카운터에다 스티커를 올려놓았어요..

 




https://youtu.be/llONt2t0tnE




 

” 여왕님이 가진 스티커... 1500 스티커밖에 안돼... “

 

 

 

 

 

 

 

” 뭐..? “

 

 

멜리테 양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어요.

그리고 급하게 카운터에 올려진 스티커를 일일이 세어보았어요.


제가 그것을 도와주었죠.


하지만.. 하르페이아 양 말대로 정말 스티커는 1500밖에 안됐어요.

 

 

” 어... 어... “

 



삽시간에 멜리테 양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 여왕님~!!! “

 

 

하치코 양이 편의점 문을 열고 달려왔어요.

 

 

” 하치코가 여왕님이랑 쭈인님 드시라고 미트파이를 구워왔어요! “

 

 

그리고 멜리테 양에게 민트색 미트파이를 내밀며 꼬리를 흔들어댔죠.

하지만 멜리테 양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죠..

 

 

” ...여왕님? 왜 그러세요? “

 

 

 

 

 

 

 

 

” 어..... “

 

 

 

” 여왕님!!! “

 

 

” 멜리테!! 괜찮아!? 갑자기 왜 이래..!? “

 

 

 

 

 

 

 

 

 

 

22xx년 4월 3일.



 

멜리테는 오렌 지병이었던 파산으로 쓰러졌다.

생년 2시간이었고, 또 초코랜드가 개국 선언된지 2시간 만이었다.

많은 브라우니들이 몰린 그녀의 수복실로 향하는 행렬에는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도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사실 뭐하는지 궁금해서 따라온거다.

멜리테. 그녀는 동료들과 주식을 잃었던 몰타 섬 시절부터 오르카호에 이르기까지 처량할 정도로 배고픔과 싸웠다.

 

이후, 멜리테는 화가 잔뜩난 안드바리와 파견에서 돌아온 엠피트리테에게 엄청 혼났다.




 








이 편 기획을 3월 말에 했는데


만우절 사태가 일어나고 문학 접는다고 선언하고 온갖 사건사고를 다 겪고 나니


5월에 2부가 나오는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렸슴.



사실 기획할땐 별로 안 길줄 알고 가볍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등장인원도 많고 글도 길어짐



하여간 드디어 특별편이 끝났읍니다..


읽기 힘드셨을텐데 읽어줘서 ㄳㄳ


다음편, 60편으로 돌아오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