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https://arca.live/b/lastorigin/49706490?category=%EC%B0%BD%EC%9E%91%EB%AC%BC&p=2

---------------------------------------------------

“검사 결과가 나왔어.”


사령관을 향해 걸어오며, 닥터는 말했다.


“별 이상은 없어?”


“저 사람 건강상태를 묻는 거면 이상은 없어. 다른 걸 묻는 거라면 심각하고.”


“뭐가 심각한데?”


“전부 다.”


그렇게 말하는 닥터의 얼굴에서는 평소의 장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오빠가 이걸 보는 게 더 빠르겠네.”


그렇게 말하며, 닥터는 사령관에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태블릿의 액정에는 엑스레이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이 사람 팔이랑 다리가 평범해 보여?”


“…기계 같은데?”


“맞아. 그리고 몸통 쪽을 봐.”


닥터의 말대로 사령관이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사람의 장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기계들이 얽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의 척수가 있어야 할 자리를 따라 회로 모양의 선이 뻗어 있었고, 폐가 있어야 할 위치에는 폐와 유사한 모양의 기계장치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 사령관은 무심코 표정을 찡그렸다.


“저 사람, 팔이랑 다리는 물론이고 장기들 대부분이 기계야. 아마 뇌랑 심장 빼고는 다 기계로 교체됐을 가능성이 높아.”


닥터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저 사람이 입고 있는 갑옷은 뼈랑 살에 고정되어 있어서 함부로 벗길 수도 없어. 아마 벗기려면 하루 종일 수술을 해야 할 거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오빠?”


“…심한 부상을 입었던 사람이라는 건가?”


사령관의 말에, 닥터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해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는다면 인간은 보통 수술해 보기도 전에 죽을 거야, 오빠. 이 사람은 강제로 이런 시술을 받았던 거라고. 만약에 자기 몸을 강화시키길 원했다면 차라리 오리진더스트 시술을 받는 게 훨씬 안전하면서 빠르기도 하고.”


닥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이 사람이 과연 그런 시술을 받은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일단 오빠 말대로라면 이 사람은 앙헬 리오보로스가 최후의 수단으로 안배해 둔 사람이었다며?”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닥터는 그런 사령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이 원래 앙헬의 경호원이고, 앙헬에게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충성하는 사람이라서 자기 스스로 그런 시술을 받기를 자원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봤어?”


닥터의 말에, 사령관은 고개를 저었다.


“로크의 말을 들어보니까 원해서 동면하고 있던 건 아닌 것 같더라.”


“확실한 거야?”


닥터는 불안한 눈빛으로 수면 포드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고,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 사람을 꺠울지 말지 결정하는 건 오빠 손에 달려 있긴 하지만…난 저 사람을 깨우지 않는 걸 추천하고 싶어.”


“이유는?”


“너무 위험해. 이거 보여?”


닥터는 엑스레이 사진에서 머리 부분을 확대하며 말을 이었다.


“뇌에 설치된 이 장치가 문제야.”


“이게 이 사람이 광분하도록 만드는 거야?”


“단순히 광분하게만 만드는 거라면 차라리 낫지. 이건 사람의 뇌를 조작하는 용도의 이식물이야. 이식자의 뇌를 오직 파괴에만 집중시키는 용도로 쓰이는 장치지.”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어?”


“멸망 전에 도입될 뻔했던 물건이라 기록이 남아 있거든.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이식될 계획이었지만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않아서 취소됐다고 하더라.”


닥터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이걸 제거할 수가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사람의 경우에는 장치가 전두엽이랑 뇌간 사이에 이식되어 있어서, 함부로 제거하려 했다간 이 사람이 죽거나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될 거야. 애초에 이 장치를 이식할 때 제거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그곳에 이식해 놓은 거야.”


닥터는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까 오빠가 말한 대로라면, 로크의 전기 공격으로 그 전기 장치가 고장나버렸을 수도 있어.”


“고장나면 차라리 좋은 거 아니야? 아예 그런 상태로 변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항상 트리거 되어 있는 상태가 되어있을 수도 있지. 그건 이 사람이 깨어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야.”


닥터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을 깨웠다간 오빠는 물론이고 오르카 호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닥터의 말에, 사령관은 수면 포드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닥터? 김지석의 묘에 있던 신체 재구성 장치라거나…”


“그것도 일단 이 사람을 깨워야 사용할 수 있잖아.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오르카 호 안에서 이 사람이 날뛰기라도 하면? 우린 다같이 심해로 가라앉게 될 거야.”


수면 포드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측은지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런 사령관의 모습에, 닥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동면 상태를 유지시킨 채로 수술을 할 시설-“


닥터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동면 포드에서는 기계음이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은 닥터와 사령관은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환-지직-경 변화-지직-을 감지-함-]


[강제 동면 해제 절차를 개시합니다-]


“어…어?”


닥터는 당황하며 급히 수면 포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포드의 뚜껑은 닥터가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열려버렸고, 그 안에 누워 있던 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포드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가 포드 밖으로 발을 내딛자, 금속이 금속과 무겁게 부딪히는 소리가 의무실 안에 울렸다.


기계음이 섞인, 마치 힘겹게 내쉬는 듯한 숨소리가 남자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사령관과 닥터는 그 자리에 선 채로 굳어버렸다.


“지…지금 우리 보고 있는 거지?”


닥터는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름끼치는 숨소리를 내며 닥터와 사령관을 쳐다보던 남자는 이내 천천히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사령관과 닥터는 겁에 질린 채로 뒷걸음

질을 치기 시작했다.


“거기 두 사람.”


""꺄아악!!!""


남자가 자신들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하자, 사령관과 닥터는 동시에 의무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여기가 어딘지나 말해라.”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남자는 말했다.


---------------------------------------------------------------------------

제목이 인?간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