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셔틀런 테스트를 한다. 그래, 철남이 니는 다릴 다쳤으니까 빠지고."


1교시부터 시작하는 셔틀런이라. 애들 사이에서 원망의 소리와 함께 나를 질투하는 목소리로 웅성거린다.


"야이, 철남이 니는 이름이 아이언맨인데 어떻게 딱 다리를 해먹냐? 진짜 닉값좀."

"이야~ 니는 다 계획이 있는 녀석이구나."


고작 셔틀런 땡땡이치겠다고 다리를 분질렀겠냐. 주먹을 들기 전에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손을 번쩍 들고는 싱글싱글 낭랑한 목소리로 체육 교사 김상철이한테 대드는 애가 하나 있었으니.


"쌔-앰~ 저도 아픈데 얘랑 같이 양호실 가도 될까요~?"


위로 묶어올린 흰 머리에 새하얀 피부, 학교 지정의 감청색 촌스런 체육복 반바지 밑단을 한겹 접어 올려 늘씬늘씬한 허벅다리를 노출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을 집중시키며, 받쳐입은 검은 브이넥 티를 따라 새하얀 목덜미며 손바닥에 착 들어갈 것 같은 적당하게 살오른 가슴이 반바지랑 똑같은 색의 지퍼를 잠그지 않은 저지 사이로 내비치고 있었다.

거기에 기지개를 키면 살짝 배꼽이 보일락말락하게 티셔츠가 올라가 유사 젖커튼이라는 대꼴 시츄가 펼쳐지기도 해서, 솔직히 다들 말을 안해서 그렇지 눈요기거리로 쓰고 있으리라.

같은 지정복인데도 저렇게나 맵시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후우~ 니는 또 어디가 아픈데."

"아휴, 여자아이의 한달에 한번 오는 매지컬 데이요. 쌤 그런거 성희롱인거 아시죠?"


매지컬 데이. 흔히 생리라고도 불리는 월경주기, 남자는 절대 반박할 수도 꾀병이라 비하할 수도 없는 무적의 단어에 체육 김상철의 이마가 구겨진다.

끄음, 이라는 무언의 허락에 천아는 씨익 웃으며 내 팔을 잡았다. 닿고 있어요, 천아 양.


"됐다. 가자, 핫팩!"

"야! 좋아하지마! 니들 나중에 따로 보충이래이!"


아무도 없는 1층 복도를 걸어간다.

참고로 나는 지금 한팔로 목발을 쥐고 한팔은 천아에게 기대서 부축당하는 중입니다.


"야아~ 핫팩, 이거 뭐냐~?"

"야씨, 누가 보면 어쩔려고 그래."


천아의 손이 내 바지주머니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나의 단장포를 옷감 위로 쥐어잡는다.

여름이 다 됐다 싶은 날씨인데도 그녀의 손은 옷 위로도 알 수 있을만큼 차가웠다.


"내숭은. 존나 좋으면서."


덜커덩 문을 열면 양호실.

이른 아침의 양호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흰색 커튼이 쳐진 간이침대가 두 줄로 나누어 늘어서 있어서, 그 위엔 여성을 상징하는 빨간색 치마를 입은 여성의 표시판과 그에 대조되는 파란색의 남성용 표시판이 각각 붙어있었다.

양호실에 늘상 있어야 할 보건 교사는, 없었다.


"풋, 우리 양호쌤 일 존나 똑바로 안한다니까. 뭐, 그편이 오히려 좋지만 말야?"


커튼을 치고는 그대로 침대에 나를 밀치더니, 그 옆으로 다이빙하듯 몸을 누인다.

끼익-, 두사람 분의 무게를 받은 침대가 구부러지듯 소음을 내며 불평했다.


좁은 1인용 침대다. 딱 달라붙은 서로의 옷깃을 부스럭거리며 차가운 손길이 내 몸을 지나쳐 침대 한켠에 고이 접혀있던 얇은 이불보를 쥔다.

시야가 잠깐 가려지고, 이불 안에 둘이 밀착한 형태가 된다.

더운 입김이 목에 닿는다. 딱 달라붙은 채로 입김이 속삭인다. 간지러운 목소리가 바깥의 소음 사이로 고막을 파고들어온다.


벗긴다? 뭐야 이거 핫팩....? 존나 풀발했잖아. 풋...! 기대했냐?


손톱 끝으로 살살 귀두 뒤쪽의 파여진 곳을 간지럽히듯 긁어댄다.


"야야,"


쉬이, 조용히 해, 븅신아. 들키고 싶냐?

셔틀런이자나, 우리도 셔.틀.런. 해야지?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크림을 꺼내든다.

튜브형 용기의 모 회사의 대용량 제품.


쭈우욱, 천아의 손바닥에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크림이 짜여졌다. 바닐라 향이 방에 퍼졌다.

튜브가 움푹 패어드리만치 짜여진 상아색의 끈적한 크림을 양 손바닥에 문질문질 펴바른다.


"다됐다~"


워낙에 다량으로 쭉 짜낸 탓인지, 손바닥을 붙였다땠다 하는 것만으로 크림이 튀기듯 쩗, 쩗, 하고 점성있는 파성음을 튀긴다.

치덕치덕하게 펴발라진 크림은 더이상 보습용이 아닌, 특정 용도의 동영상에서 쓰이는 미끌거리는 마사지 오일을 연상케 했다.


그때 밖에서 오래된 스피커로 울려퍼지는 익숙한 음악과 함께 녹음된 기계음성이 양호실까지 들려온다.



[이 음악은 셔틀런을 통한 심폐 지구력 측정을 위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음악에 맞춰 정해진 구역을 왕복해 달려야합니다.]


[출발선에 출발하여 출발 벨소리가 울리면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십시오. 정해진 신호음 주기에 맞추어 벨소리가 울립니다. 다음 벨소리가 울리기 전, 목표 지점에 도달해야 합니다.]


[먼저 목표 지점에 도착한 응시자는 신호음이 다시 울릴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신호음이 울리면 다시 반대쪽 라인 끝을 향해 달립니다.]


[본 검사는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다가 점점 빨리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단계별로 빨라지는 속도에 맞춰 20m 거리를 가능한 오래 왕복하여 달려야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출발선 라인 앞에 한 줄로 서서 출발 신호음을 기다리십시오.]


"자아~ 셔틀런 주자는 준비하시고~"


양손 엄지와 검지를 작게 말아 동전만한 작은 원을 포갠 천아가 내 하반신에 손을 뻗었다. 



지금 창 밖의 운동장에선 셔틀런 측정을 위한 콘들이 일렬로 주욱 세워져 있었고, 그 앞으로 반 애들이 스트레칭을 하는 중이었다.

아무도 없는 양호실에서, 수업 중이라는 일상 속의 비일상적인 행위. 그 배덕감에 귀두가 터질듯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준비....]


차가운 손가락이 장대에 닿는다.

흰 손톱도, 작고 가는 손가락도, 핸드크림으로 범벅이다.

온도 차 때문인지, 그 양손은 하염없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마치 시원한 크림 프라페를 뒤집에 쓴 것 처럼, 장대 전체에 치덕치덕 발라지는 핸드크림의 감촉.


[출발!]


착-, 착-, 착- 착-


[하나-]

"하나~"


밖에서 들려오는 신호음에 맞춰서 한번씩 장대에서부터 귀두 끝부분까지 느리면서 긴 스트로크.


[둘-]

"둘~"


점성을 가진 고형의 핸드크림이 윤활제가 되어 쩌억, 하고 느릿하게 올라갔다 떨어지는 지옥의 자이로드롭.

속도가 느린 만큼 쥔 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배가되어, 오히려 엄청나게 자극적이다.

느린 호흡. 미끄덩, 하고 부드러운 손가락의 고리가 귀두까지 천천히 올라간다.


"크읏....!"

"큭큭. 소리내지마 병신아. 들키면 어쩔려구?"


자극이 너무 강하다.



아무도 없는 양호실.

밀착된 몸이. 귀에 딱 달라붙어 조곤조곤 뇌에 직접 대고 속삭이는 듯한 그녀의 달뜬 한숨이.

초여름의 아직 서늘한 아침의 날씨와 두 사람의 체온을 덮은 이불이.

움직일때마다 조금씩 삐걱이기 시작한 침대가.

이불 속으로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부풀어오른 하반신의 음영과, 달콤한 바닐라 향과.

모든 것이 하나하나 자극이 너무 강해서 한심한 한숨이 나와버린다.


[열다섯-]

"열다섯~"


아직도 열다섯 밖에 안됐다.... 라고....


20m 짜리 왕복 오래달리기.

동양인의 평균 신장 대비 보폭을 고려해볼때, 약 30걸음.

그것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일분일초가 되어버린다.


6인치 단장포를 닦아내는 포신정비병 천아 일병의 손길은 평소의 그것보다도 느긋하고 또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듯이 끈적하고 집요하게 달라붙어온다.

위로 살짝 휘어진 포신을 따라 귀두관까지 포개진 손가락 링터널.


마찰이 거의 없는 로션 범벅의 작은 양 손바닥이 장대에 딱 밀착돼서, 오나홀이라는 것을 써본 적은 없지만, 그 감촉이 이런 느낌인걸까?

지금은 아직 흝는 속도가 느리지만, 빨라진다면,


"우리 핫팩, 존나 뿅가죽겠는 표정인데? 이래선 측정이 안돼자나."


먹잇감을 잡아먹기 전 칭칭 감고 가지고 노는 뱀과 같이, 천아는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난 양 피식 웃는다.


[스물-]

"야, 핫팩. 끝까지 버티면...."


속도가 점차 올라간다.

이제 평범하게 자위행위을 할 때의 리듬과 비슷할 정도로.


[스물 하나-]

"핫팩이, 하고 싶은거,"


귀에 밀착된 천아의 매끈거리는 입술로 속삭인다.


[스물 둘-]

"잔~뜩, 하자?"


ASMR, 이라고 하던가, 소근거림이 고막을 직접 관통해서.


[스물 셋-]

"뭐, 솔찌키 나도 좀 꼴렸고? 울 핫팩이가 존~나게 원한다면 대줄수도?"


몇번째 반복되는 손운동으로 열이 돌기 시작했는지, 천아의 목소리엔 점점 열띈 한숨이 섞이기 시작한다.


[스물 넷-]

"아, 그치만 피임은 해야한다?"


[스물 다섯-]

"노콘섹스는 졸업 하고 나서, 니까?"


[스물 여섯-]

"뭐, 울 핫팩이가 정~ 원하면?"


[스물 일곱-]

"....응? 어쩔래? 예비 애기 아빠?"


윽.


[스물 여덟-]

"....야아~ 지금 움찔거렸겠다? 꼴렸냐?"


[스물 아홉-]

"애기 아빠? 좋냐? 좋아? 풋,"


[서른-]

"아~아~ 질싸는 졸업 전까지 금지라니까, 븅신아? 큭큭."


[서른 하나-]

"....헤에~ 그렇게 하고 싶었어? 질싸."


천아의 손놀림에 귀두가 끄덕이듯 구부러진다. 끝에는 아침 꿀을 머금은 꽃잎이 새벽바람을 맞이하듯 쿠퍼액과 핸드크림의 혼합물이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천아의 손가락과 만나 흰색 실놀이를 수놓았다.

출발 신호음은 이제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자연히 성기에 들어오는 자극의 쇠퇴기도 없어져서, 초반엔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만 했던 여유조차 없어진다.


[서른 아홉-]

"뭐어? 울 남친이 그렇게 임신시키고 싶다니, 존나 곤란하지만~"


[마흔-]

"노콘으로, 섹스, 할까?"


[마흔 하나-]

"핫팩, 버텨야지? 나랑 노콘으로 하고 싶잖아?"


[마흔 둘-]

"큭큭, 지금 얼굴 존나 웃겨, 너."


끙차, 하고, 내 위에 올라탄 자세를 바꾸고....





오르카 예선 C조에 천아가 있더라구요

똑같은 주제 똑같은 인물상으로 뇌절에 3절째긴 한데 걍 저번에 본 짤이 꼴려서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