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49288052



마리와 함께 전장에 투입되어 그녀의 전술을 지켜봐 온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녀가 왜 보호기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장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병기는 총이 아닌 포탄의 파편이다.


그녀는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하며 그녀를 보조하는 주시자의 눈을 이용해 진형으로 떨어지는 포탄과 폭탄, 미사일등을 요격하여 부대를 보호하였고


싸이킥 능력중 하나인 부유능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날아올라 전투 양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각각의 지휘관과 AGS에게 곧바로 적이 밀집되어있는 지역에 화력을 투사하도록 유도하는 그녀의 능력은 과연 나를 아득히 능가하는 영역이었다.


삼안 또한 이러한 능력을 직접 보고 나니 전장 주변에는 그들 나름대로 데이터를 수집하기위해 드론을 띄운것이 눈에 밟힐 지경이다.


"지휘관님 들리십니까"


"무슨일이야 마리"


"그쪽기준으로 320도 방향에 4층건물 보이십니까"


"확인"


"그 건물 앞 4차선 도로로 적의 기동부대가 움직일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요새화 후 해당 부대의 움직임을 방해해 주십쇼"


"알았어"


나는 건물안으로 들어가 몇몇 창문들에 발포 콘크리트 유탄을 쏴서 창문을 막아 건물을 요새화하고 대원들과 잠시 대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에는 적의 기동부대가 후방을 타격하기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직 경찰 도색도 제대로 지우지 못한 램파트들과 바이오로이드들로 구성된 정부군이 보였다.


적들이 도로에 진입하여 한창 기동중일때 나의 사격을 신호로 순식간에 쏟아진 총알에 픽픽 힘없이 쓰러지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뒤로한체 램파트들은 방패를 치켜들고 기관총으로 응사했다.


나는 공격받아 뜯겨나가기 시작한 바리케이트를 방패로 들이받아 부수고 그대로 밑으로 떨어져 그들과 마주했다.


그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지만 제대로 무기교체도 받지 못하여 44구경 권총탄을 쏘는 그들의 총은 내가 조종하고 있는 램파트의 방패를 뚫지 못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대로 나는 오른팔을 방패 앞으로 뻗어 다연발 유탄발사기가 장착된 기관총을 방패 바깥으로 빼내어 그들을 겨눈뒤 차례차례 사격해 나갔다.


나의 응사에 방패를 들어 받아내려는 램파트였지만 마리의 등장 이후 안정화된 전선덕분에 늘어난 회사들의 보급능력 덕분인지 최근들어 보급받기 시작된 대 AGS용 철갑탄은 정부군 램파트를 말 그대로 방패째로 관통하여 순식간에 제압해 나갔다.


후방을 타격하여 전선 붕괴를 노린 정부군이였지만 이렇게 쉽게 기동부대가 돈좌되어 버린 탓에 더이상의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것인지 모든 전선에서 후퇴를 시작했다는 무전들이 들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휘관님"


근처에서 전황을 살피던 마리가 날아와 이야기 했다.


"고생은 뭘, 니가 고생한다."


"아닙니다. 되려 제가 유럽전선의 마리처럼 더 능숙하게 지휘하지 못해서 아직 교착상태에 있는걸 생각하면 저도 모자릅니다."


"그만큼 이쪽 정부가 잘 싸운다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너무 자책하지는 마."


"그래도 이젠 정말 끝나가는것 같군요"


마리가 우리 앞에 놓인 정부군 AGS 잔해를 보며 이야기했다.


"그래, 이젠 경찰 AGS도 전선에 투입되는걸 보니 녀석들도 궁지에 몰려가는 것 같아."


그렇게 담소를 나누던중 무전이 들려왔다.


"현장 인원은 전부 부대 전부 산개시키고 방어거점들 만들것 비상상황이다."


"무슨일입니까 마이크 아저씨"


"영국놈들이 하이랜드사에 핵을 날렸어, 이쪽이라고 안전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부대 온존을 위해 전원 산개시킨뒤 명령 하달이 있을때까지 대기해야한다"


"젠장 정부놈들... 간신히 승기를 잡나 했더니"


마리는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씨발, 이젠 핵전쟁이냐..."


유럽에서의 선전이 되려 독이되었는지 궁지에 몰린 영국 정부측에서 핵공격을 감행했다.


"오늘 뉴스거리는 뭐 안봐도 비디오겠네"


"저는 방어거점으로 쓸만한 지역들로 부대 전원 산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연결 끊고 돌아간다"


"고생하십니다"


연결을 끊고 통제장치에서 일어나 벙커의 문을 여니 이곳저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주인님"


니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를 불렀다.


"니아, 무슨일이야"


"영국에서 핵공격이 있었다고..."


"현장에서 들었어, 정확한거는 뉴스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말 끝을 흐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답했다.


복도를 걸으며 주변의 분위기를 읽는다.


예상치 못한 핵공격때문인지 소란스러운 분위기로 사람들이 뛰어다닌다.


"또 짐 싸라고 하는거 아닌가 몰라"


"뭐, 이제는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치, 명함에 이사의 달인이라고도 쓸까봐"


"후훗"


니아는 나의 농담에 실없이 웃었다.


-그날 저녁-


뉴스에 나오는 영국의 상황은 더욱이 심각했다.


기업과 국가간의 충돌이라 국지적인 충돌 위주로 이어지던 교전상황에서 갑자기 국가측에서 핵공격을 감행하였고 이로인해 민간인 피해도 있는듯하다.


"이어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최대의 공업도시로 자라났던 인버네스에 위치하고 있던 하이랜드사가 핵공격으로 소실되었으며 현재 현장에 방송드론이 도착하여 영상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면엔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는 도시가 비춰진다


"영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핵공격으로 인해 도시에 있던 시민들중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약 4500명 가량, 실종자는 그 배를 넘는 12000명 상당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 각지의 시민단체들은 국가와 기업간의 더이상의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로도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미친놈들 민간인 소개명령 내리면 눈치챌까봐 같이 날린거야?"


바이오로이드와 AGS의 도입으로 슬럼화된 도시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인버네스는 당시 하이랜드사의 본사가 위치할정도로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그 도시에 제대로된 피난명령도 없이 핵공격을 감행한 영국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것은 당연했다.


"장난 아니구만"


카메라가 비추는 불구덩이가 된 한때 도시였던 그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 되어있었다.


여론전에서 밀리기 시작한 정부는 더이상 명분싸움에서 이길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영원히 계속될것만 같던 전쟁이 정말로 마지막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