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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대충 5분 정도 떨어진 거리.

 

발키리와 리앤이 거기서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날 보며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발키리. 아침 바람에 기다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그 사이로 매력적인 오드아이가 이따금씩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근심 걱정 싹 사라진 발키리의 정실 파워는 여간 대단한 게 아니다. 괜히 1주년 스킨의 주인공이 된 게 아니란 말이지.

 

 

 

“그래. 덕분에 잘 잤어.

오늘은 도망 안 갔네?”

 

“제가 이제 어딜 가겠습니까? 각하 곁을 지켜야지요.”

 

“네가 조금만 일찍 그래줬으면 일이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 텐데.”

 

“으으... 각하...”

 

 

 

마누라 분위기 물씬 풍기는 발키리. 다만 옛날 얘기만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부끄럼에 몸을 부르르 떤다.

 

그나마 그러는 발키리를 여기서 이해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라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다 같이 발키리를 놀리느라 정신 없었을 거다.

 

아자젤이나 리앤이 이 악물고 발키리를 괴롭힌다 생각해보면... 보통내기로는 30초도 못 버틸 것 같다.

 

 

 

“왓슨? 오자마자 딴 얘기 하기야? 빨리 밥 먹어.”

 

 

 

그래. 마누라 하면 여기가 또 빠질 수 없지.

 

리앤이 허리를 꽉 매여 묶은 앞치마로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며 내게 밥을 가져다 주었다.

 

아침은 무겁지 않게 잘 익은 베이컨과 계란 토스트 몇 개. 

 

소완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토스트 위에 서투르게 그려진 하트 모양 케찹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누가 그렸을까, 발키리? 리앤? 하트의 선이 덜덜 떨려 있는 걸 보면 몸이 안 좋은 발키리 같기도 하고?

 

뭐, 그게 뭔 의미가 있겠나? 귀여우면 장땡이지.

 

 

 

“... 구원자님?”

 

“왜?”

 

“그거... 드실 건가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찰나에 아자젤이 내 옆으로 불쑥 기어와서 찰싹 달라붙었다.

 

하트 모양으로 그려진 케찹에서 또 질투심을 느꼈던지, 둘이 보이지 않는 내 등 뒤로 들어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내 등을 콕콕 찔러댄다.

 

 

 

“나도 저런 거 해줄 수 있는데...”

 

“... 아자젤.”

 

“네... 네? 혹시 들으셨나요?”

 

“... ...”

 

 

 

아아, 한 때 전 세계를 주름 잡던 교단 코헤이여. 당신들의 천사가 이리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딱히 그립진 않습니다.

 

 

 

“밥이나 먹자. 딴 소리 하지 말고.”

 

“저... 구원자님? 혹시 토스트 좋아하시나요?”

 

“가리지 않고 먹기는 하는데.”

 

“그럼... 그 하트 그려져 있는 거, 제가 먹어도 될까요?”

 

“안 돼.”

 

“... ... 천사가 이렇게 부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구요?”

 

“만약 이걸 리앤이 그려줬으면 어쩌려고?”

 

“딸꾹.”

 

 

 

질투심에 눈이 먼 천사님은 하여튼 앞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아마 네가 이걸 먹는 모습을 보면 화나서 직접 교회 철거를 할 지도 모를 일인데?”

 

“... ... 그래요. 그럼 참아야겠습니다.

교단의 치품 천사가 체면을 지킬 줄 알아야겠지요.”

 

“푸흡.”

 

 

 

아까까지 질투니 어쩌니 하던 애가 저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우, 웃지 마세요! 늘 불안에 떠는 제 마음을 구원자님께서 어찌 아신다고 그러십니까?

함께 한 시간이 적어서 늘 조마조마한 제 심정을...”

 

“그걸 아니까 지금 이렇게 같이 딱 달라 붙어 있잖아.

그리고 저기 있는 애들도 지금 양보해주고 있는 거고.”

 

“... ...”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앤이 또 다른 밥그릇을 가지고 와 아자젤에게 건네주었다.

 

적어도 그 밥그릇에는 하트 그림 같은 건 없지만, 찬 구성은 내 것과 다를 것 없이 푸짐했다.

 

 

 

“자. 천사님도 빨리 먹어. 그래야 몸 튼튼해지지.”

 

“리앤 양... ...”

 

“그렇게 감동 받은 척 해도 안 봐줄 거거든!

저렇게 능구렁이 같은 천사님인 줄 알았으면 내가 이 짓거리도 안 했을 텐데... 으휴.

저 자리는 원래 내 거야 했단 말이야.”

 

 

 

한껏 얼굴에 힘을 준 리앤이 스댕 밥그릇에 비춰진 자기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셨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에 화장을 하니 아주 백옥 저리가라 할 정도로 환해졌다. 

 

입술을 또 어떻고? 은은한 핑크빛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타액에 젖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걸 보고 있다 보면 없던 성욕이 들끓는 기분이다.

 

그렇게나 나랑 같이 있겠다고 오르카 호에 가서 한창 힘 주고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아자젤이 옆에 떡 하니 붙어있으니 기가 찰 수 밖에.

 

그럼에도 아자젤에게 나쁜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걸 보면 과연 자비롭다는 이명을 가질 만 했다.

 

 

 

“봐봐. 저 애들, 아자젤보다 나랑 오래 있었다고 으스대거나 과시하지 않을 정도로 착한 애들이야.

뭘 그렇게 걱정하고 그래?”

 

“... 저 혼자 괜히 자격지심에 빠져 있던 것인가요. 치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천사 체면을 지키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그렇게 계속 붙어 있지만 말고 편하게 앉아서 밥 먹어.

애정결핍도 나랑 같이 있다 보면 서서히 해결될 테니까.”

 

“... 애정을 주어야 하는 천사가 애정결핍을 느낀다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군요.”

 

“난 그런 천사님도 마음에 드는 걸?”

 

“... 그럼 다행입니다.”

 

 

 

그제야 아자젤은 꼼지락 꼼지락 내게서 몸을 때어냈다.

 

밥그릇에 비춰진 자기 머리카락을 보고 부스스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다듬기도 하고, 하도 비벼대 핏기가 없는 뺨을 착착 때려 붉게 물들게 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천사 체면은 지키고 싶었던 거 맞아?

나랑 같이 있던 아자젤은 체면 지키려는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그... 그야 구원자님 앞에서만...”

 

“내 앞에서만?”

 

“... ... 그런 게 있습니다! 빨리 밥이나 드세요!”

 

 

 

부끄러워하는 아자젤의 볼이 뺨을 때린 손이 무색하게도 붉게 물들었다.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면서.

 

크으으, 이 맛에 애들 놀리는 거지. 이게 인생 사는 맛이다. 진짜.

 

 

 

“왓슨.”

 

“으, 응?”

 

“아주 살맛 나는 모양이야. 그렇지?”

 

“... ... 밥이 맛있어서 그런가아...? 나는 잘 모르겠는데에...”

 

 

 

그런 나와 아자젤 사이를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는 리앤.

 

똑같이 밥그릇을 들고 있었기에 치워버리거나 할 수도 없었고, 겨우 중재한 끝에 아자젤 반대편 내 옆자리에 앉는 것으로 합의를 볼 수 있었다.

 

 

 

“나 같이 토끼 같은 여자친구랑 사귀고 있으면서 또 딴 여자랑 놀고 있었던 거야?”

 

“하... 하하하... ...”

 

“내가 멸망 전에 살던 사람이라 성관념도 그 때에 멈춰 있는데, 혹시 내가 너무 구식인 걸까?

요즘 세상에는 일부다처제가 기본인가 봐~”

 

“나도 멸망 전 사람이긴 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양 손에 꽃을 쥐고 있네? 나 조금 화 내도 돼?”

 

“안 됩니다. 리앤 양.”

 

 

 

조금 전의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성녀의 위엄을 되찾은 아자젤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리앤의 말을 끊었다.

 

 

 

“구원자님은 이제 인류의 번영을 위해 그 성스러운 몸을 희생하기로 하셨습니다.

뭇 여성들과 몸을 섞는 것은 당연함을 넘어 의무가 된 상황이지요.

홀로 구원자님을 독차지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셔야 할 겁니다.”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는 아자젤. 과연 치품 천사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다.

 

 

 

“... 천사님.”

 

 

 

물론,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그런 모습으로 얘기해도 전혀 설득력이 없거든?”

 

“... ...”

 

 

 

땀만 삐질삐질 흘리는 아자젤.

 

아자젤이 아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리앤 역시 사람 다루는 데에는 도가 튼 인물이다.

 

사람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 하는지, 척 하면 척이지.

 

 

 

“내가 탐정 경력만 수십 년이거든? 그런데 보통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더라고.

후후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옆에 사기꾼을 데려다 놓을 수는 없잖아?”

 

“어머, 리앤 양의 눈에는 제가 그렇게 보였군요.

성경에 그런 말씀이 있죠.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행여 리앤 양이 그런 파렴치들이 아닐까 하여 저는 심히 두렵습니다.”

 

“안 그래도 사이비 교단의 천사님이셨는데, 이젠 성경까지 팔아먹으시네?

이거 완전 강력범이야. 그렇지? 왓슨? 우리 탐정 경력이 얼마인데 딱 보면 알잖아. 안 그래?”

 

“후후, 어린양들 중에는 간혹 털이 가시처럼 억세고 날카로운 분들이 계시기 마련이지요.

구원자님. 리앤 양도 저희가 ‘함께’ 품어 주어야 할 어린양인 것 같습니다. ‘함께’ 말이에요.”

 

“... ...”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딱 이 한 마디다.

 

 

 

“왓슨?”

 

“구원자님?”

 

“... ...”

 

 

 

살려줘.

 

 

 

“... 두 분 다 그쯤 하시죠. 각하께서 어색해 하고 계신 거 보이지 않습니까.”

 

“바... 발키리이...”

 

 

역시 1주년 스킨 받은 발키리 밖에 없다...

 

 

 

“그... 그렇게 보였나...?

와, 왓슨도 불편하면 말을 하지 그랬어...”

 

“흐, 흠... 구원자님 앞에서 추태를 보였군요.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두 명이 착 달라 붙어서 누가 더 좋니, 누가 더 싫니 하는 것만큼 꼴불견인 게 없습니다.

만약 이전 사령관 앞에서 그런 짓을 했다면...”

 

“... 꿀꺽...”

 

 

 

발키리의 눈이 서슬 퍼런 살기를 띄자 리앤과 아자젤이 내 등 뒤로 몸을 숨기곤 빼꼼 고개만 들어 쳐다보았다.

 

 

 

“... 별로 상상하고 싶진 않군요.

그냥 그런 어린애 투정도 받아주시는 각하께 두 분 다 감사하세요.”

 

“아, 알았어. 나... 나는 그 때 일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아... ...”

 

 

 

발키리의 호통에 둘 다 혼나는 강아지 상을 한 채, 그제야 조용히 밥을 냠냠 먹기 시작했다.

 

오르카 호에서 공수해온 각종 음식물들. 상태가 제법 괜찮은 것을 보니 오르카 호의 상황도 이제 안정권에 들어온 듯하다.

 

나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원래부터 나 없이 잘 하던 애들이었지.

 

괜한 걱정이었다.

 

 

 

“그나저나 발키리는 안 먹어? 같이 먹지 그래?”

 

“저... 저는 괜찮습니다. 각하와 같은 장소에서 먹으면 괜히 어색해질 것 같아서...”

 

“어색하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 그냥 같이 먹는 거지.”

 

“그래도... ...”

 

“아니면 사령관답게 명령을 해야 같이 먹을 거니?”

 

 

 

명령. 그 단어 한 마디에 발키리가 화들짝 놀라 쫄래쫄래 내 옆으로 기어왔다.

 

자기 밥그릇에는 내 것의 절반도 못 되는 양의 밥을 들고 온 채. 여전히 나를 힘들어 하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그런 걸 보고 있을 인간이 아니지.

 

자리를 박차고 우물우물 음식을 씹고 있는 발키리 옆에 앉았다. 

리앤과 아자젤이 당황한 눈빛으로 내 바짓가랑이를 잡았지만,

 

 

 

“몸도 멀쩡한 사람들이 왜들 이러실까아.”

 

“와... 와스은...”

 

“히잉... 구원자니임... ...”

 

 

 

... 역시. 이런 걸 그냥 두고 가지는 못하겠다. 처량하기로는 눈물 글썽이는 이 둘도 만만치 않으니까.

 

그래서 몸만 조금 빼내어 발키리의 허리를 팔로 확 감쌌다.

 

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란 발키리가 딸꾹 거리며 새된 숨소리를 뱉곤 했지만, 그것도 무시하고 내 무릎 위에 앉혔다.

 

 

 

“히... 히익...!!”

 

“혼밥하는 게 얼마나 슬픈 건지 나도 잘 알거든. 그러니까 와서 같이 먹어. 명령이야.”

 

“... 아... 알겠습니다. 각하...”

 

 

 

발키리는 그제야 입을 오물거리며 음식을 씹기 시작했다. 

 

경직되고 힘이 잔뜩 들어간 몸. 그래도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가 만발하는 것을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헤실헤실 웃는 발키리의 숨소리가 내 귓가에 아지랑이를 펼쳤다.

 

 

 

“... 헤헤... 각하의 품... 따뜻해... ...”

 

 

 

그래. 이게 진짜 애호지. 이게 애호야.

 

 

 

“... 왓슨.”

 

“... 구원자님.”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일까?”

 

“이 무슨 불경한 일이옵니까. 어찌 저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시는지요.”

 

“(... 도망칠까...)”

 

 

 

하지만 그런 애호하는 꼴을 여기 애정결핍 자매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리앤과 아자젤의 시선이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던 발키리에겐 제법 따가웠으리라.

 

 

 

“... 밥부터 먹으면 안 될까...? 둘 다.”

 

“밥? 그래. 밥부터 먹자.

대신. 밥 다 먹고 나면 나부터 꼭 안아줘야 할 거야.”

 

“저... 안아준다는 의미가...”

 

“응. 왓슨이 생각하는 그거.”

 

 

 

... 그 날 밤. 나는 리앤이 눈 돌아가면 어디까지 무자비해질 수 있는 지 깨달았다.

 

절대 도망갈 수 없도록 팔과 다리로 목과 허리를 있는 쥐어 짜내듯이 끌어 안는데, 백 년짜리 애정결핍은 과연 레벨이 다른 것이었다.

 

수갑 플레이를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구원자님?”

 

“으, 응...?”

 

“이번에는 저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아자젤이 가늘게 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미지의 존재. 알 수 없다라는 것은 그 자체로 형언할 수 없는 공포였다.

 

 

 

“... 각하.”

 

“... ...”

 

“저... 저도 할 수... ... 있겠습니까...?”

 

 

 

공포라 하면 여기도 빠질 수 없겠지. 사람은 거절할 수 없는 요청에 공포를 느끼는 법이다.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가냘프게 물어보는 저 목소리에 어찌 거절의 대답을 할 수 있겠나?

 

 

 

‘... 죽겠네.’

 

 

 

이 세 명.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극심한 애정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누구는 백 년 동안 사람 한 명 없는 VR 세계에 갇혀 있던 사람이고,

 

누구는 자기 실수 때문에 스스로 자기 다리까지 자를 정도로 자기 혐오에 빠진 사람이고,

 

누구는 천사 노릇 하느라 평생 편하게 누워보지도 못한 채 사랑을 나눠줘야만 했던 사람이다.

 

이제 그 셋이 작정하고 나에게 달려든다.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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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와아아아스으으은~ 왜 그렇게 멍 때려어~ 다시 해야지이... 헤에에...”

 

“헤헤... 구원자님의 따뜻한 성수가... ...”

 

“하아... 하아... 가... 각하... 제가 각하를 얕본 것 같습... 쿨럭...”

 

“... ...”

 

 

 

살았다. 나는 살아남았다.

 

아침밥을 먹을 때 해가 수평선에 걸려 있었는데, 눈 떠보니까 어느새 중천이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느낌. 특히 하반신은 진짜 분쇄될 것 같다.

 

아아... 스틸라인 일개 부대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던 옛날이여. 벌써부터 그립습니다.

 

 

 

“... 리앤.”

 

“하아... 하아... 나... 나?”

 

“나... 나 죽을 거 같아... 그만 좀...”

 

“안 돼...! 백 년짜리 외로움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크흡...!”

 

 

존나 무겁게 보고 있었는데요.

 

 

“가볍게 본 적 한 번도 없... 으읍?”

 

“이건 벌이야♥

 

 

 

내 몸 위에 올라타 허리를 열심히 흔들던 리앤이 쓰러지듯이 내 위로 누우며 키스를 했다.

 

하지만 혀는 일말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 잠깐 움직일 힘조차 남지 않았던 거다.

 

 

 

‘... 이겼다고 봐도 되겠지...?’

 

 

 

진짜 약해지긴 심각할 정도로 약해졌구나.

 

하긴, 여기 와서 별 다른 재활 훈련을 했던 적은 없으니까 그러는 게 당연하겠지.

 

 

 

“... 리앤. 말할 힘은 남아 있어?”

 

“이... 일단은...”

 

“그럼 그거부터 좀 알려줘 봐...

오르카... 오르카 애들 언제쯤 온대?”

 

“아... 아마 1시간쯤 뒤에... 크흡...!”

 

“왜, 왜 그래...?”

 

“아랫배가 자꾸 쑤셔서...♥ 전에 한 번 해봤는데 이런 거 별로 안 익숙하단 말이야...”

 

“... 빼려고 해도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있는 편이 안심된단 말이야♥

 

 

 

리앤의 질이 경련하듯이 내 물건을 꽉 조이며 자꾸만 뭔가를 갈구하고 있다.

 

땀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지금 상태에서도 무슨 힘이 남아서 이러는 건지... 역시 부상자였던 아자젤, 발키리와는 기력부터가 레벨이 다르다.

 

 

 

“아무튼 1시간 뒤에 온다고 하면... 이 상태로 내버려둘 수는 없겠지.

오랜만에 보는데 첫만남이 이런 난교 파티일 수는 없잖아.”

 

“그... 그렇지... 아쉽지만 일단 여기서...”

 

“그 전에 너부터 한 번 더 보내버리고.”

 

“헷?”

 

 

 

수컹!

 

마지막 힘을 다해 허리를 올려 리앤의 자궁구를 건드렸다.

 

단순히 한 번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톡, 톡, 리듬감을 가지며 그 주변 전체를 귀두로 쓰다듬는 것이다.

 

 

 

“으헤...?♥

 

“리앤은 이쯤이 약점이었지? 전에 했을 때 이미 다 파악했다고.”

 

“으에에... 헤헤... ...♥

와... 와스은... 이러면 나 녹아버려어어... ...♥

 

“사령관이라면 전략을 세울 줄 알아야지.”

 

 

 

이미 이전에 리앤과 했을 때부터 이 애의 약점은 질릴 만큼 찔러봤다. 

 

이젠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리앤의 몸. 백 년의 외로움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쾌락을 쏟아 부어주마.

 

 

 

“으... 응오오...♥♥♥ 히이... 힘들다고 했으면서어...♥♥

 

“애들 오기 전에 끝내야 하니까 좀 세게 한다?”

 

“응고오오오!!!♥♥♥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리앤의 몸 전체를 꽉 끌어 안았다. 

 

이 애정결핍 아가씨에겐 다른 성감대를 어줍잖게 자극하는 것보다 그냥 안아주며 내 체향을 온 몸에 덕지덕지 바르는 게 더 효과적이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30초 정도가 지났고, 리앤은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행여나 맨 살이 풀밭에 닿을까 해서 내 겉옷으로 애 어깨를 감쌌다.

 

 

 

“헤... 헤헤헤... 초천재 미소녀 형사는 왓슨한테 졌어...♥♥ 완전 져버렸어...♥♥

 

“... 그런 말 할 기운은 있나 보네.”

 

 

감기 걸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고개를 돌려 남은 둘을 쳐다보았다.

 

 

 

“... 아자젤. 빨리 일어나.”

 

“헤헤... 저도 한 번만 더 할래요...♥

 

“안 돼. 빨리 일어나.”

 

“하지만...”

 

“일단 더 하더라도 집 가서 해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부끄럽지 않겠어?”

 

“구원자님과 함께라면 부끄럼도 잊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저의 의무... 아야!”

 

 

딱콩!

 

아자젤의 몸을 담요로 감싸주며 머리를 손날로 가볍게 내리쳤다.

 

이 천사님. 헛소리를 시작하면 혀 꼬인 것마냥 방언처럼 튀어나온다니까.

 

 

“어휴... 내가 진짜 못 산다. 못 살아. 건어물인 것도 정도가 있지.”

 

“그치만... 십 년 넘게 천사 역할만 하고 살았단 말이에요오...

나도 어리광 부리고 싶은데...”

 

“동굴에서 보여줬던 어른스러움의 반만 보여줬더라도 이런 말 하지도 않았어 임마.”

 

“구원자님께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지만 않으셨더라도 저, 이렇게 어리광 부리지 않았을 거에요.”

 

“... 낙천적인 건지 낙관적인 건지 갈피를 못 잡겠다 야.”

 

“구원자님을 어~엄~청~ 사랑하는 거 뿐이랍니다♥

 

 

 

하여튼 말은 잘 해요.

 

 

 

“일단 너를 어디에다가 둘 지 생각 좀 해보자.”

 

“에? 저 버리고 가시게요?”

 

“아니. 그 약한 몸으론 이거 치우는 것도 못할 거 아냐. 그러니까 청소할 때까지만 잠깐 다른 데 가 있으라고.

업어다 줄 테니까 불평하지 말고.”

 

“어... 업어주시게요오...?”

 

 

 

아자젤이 가슴께로 수줍게 손을 모은 채 얼굴을 붉혔다.

 

... 왜 이상한 데서 수줍고 난리야. 귀여워 죽겠네.

 

 

 

“그... 그럼... 저어어어기 숲에다가 데려다 주시면 안 돼요?”

 

“숲은 또 왜... 멀기만 하구만.”

 

“머니까 가는 거에요. 그러면 구원자님께 더 오래 업혀 있을 수 있잖아요?”

 

“... ...”

 

“왜애애애... 안 돼요?”

 

 

 

더 오래 업혀 있고 싶어서 숲에다 가져다 달라니.

 

자기 전략을 사전에 다 까발리고 시작하는 애가 대체 어디 있냐.

 

 

 

“... 안 돼. 그 몸으로 숲에 있다가 또 어떻게 돌아오려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걸어서 오면 되니까.”

 

“그럼 걸어서 가는 것도 되겠네.”

 

“엣?”

 

 

 

아자젤의 입이 꼭 토끼 입처럼 x 모양이 되었다. 당황했는지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고.

 

 

 

“아, 안 돼요! 꼭 업혀서 갈 거란 말이에요!”

 

“야... 야! 너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아자젤이 담요를 두른 채 내 등으로 확 업혔다.

 

가냘픈 팔로는 내 목을 꽉 쥐고, 얇디 얇은 다리로는 내 허리를 와락 붙잡으니 속절없이 잡힌 꼴이었다.

 

 

 

“자! 가요! 리앤 양처럼 더 하고 싶었던 거 꾹 참고 업히는 거로 타협 본 건데에!”

 

“야, 야! 너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천사님이 이러면 어떻게 해?”

 

“좀 솔직해지기로 한 게 어때서요! 저도 이제 안 괜찮은 거 괜찮은 척 하기 싫어요!”

 

 

 

붙잡은 팔과 다리가 더 강하게 나를 끌어 안았다.

 

힘도 없는 녀석이 그나마 있는 힘을 다 몰아다 쓰는 건지, 아자젤의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 하아. 진짜... 내가 아는 아자젤은 이러지 않았는데.”

 

“게임 속 아자젤은 저랑 다른 삶을 살았을 아자젤이니까요.

이런 어리광 부리는 천사는 싫으신가요...?”

 

“... ...”

 

“시... 싫으신 건가요...?”

 

 

 

... 아... 진짜... ... 내가 이런 거에 약하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아서...

 

 

 

“... ... 아니. 대신 교회까지만이다.

그 이상은 시간 없어서 못 데려다 줘.”

 

“... 그래요. 좋습니다.

흠흠. 저도 앞으로는 천사로서의 위엄을 되찾을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구원자님께서 그런 아자젤을 원하신다면.”

 

“... 아냐. 괜찮아.”

 

“네?”

 

 

 

역시,

 

나는 사령관치곤 너무 유약하다.

 

 

 

“어리광 부리는 아자젤도 좋다고.

아니, 그러는 편이 나는 더 좋아.”

 

“구원자니임... ...”

 

“왜냐면 아자젤은 방울꽃처럼 청초하고, 지켜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어느 나라 공주님 같이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그런 사람이 어리광 부려준다는 데 거절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

 

 

 

예전에 아자젤 서브 스토리에서 이런 간질간질한 칭찬을 듣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그러니 이 아자젤도 비슷한 칭찬을 원하겠지. 게임 속 아자젤과 똑같지는 않지만...

 

 

 

“... 반려♥♥

 

“에?”

 

“반려, 반려, 반려, 제 사랑스러운 반려♥

 

 

 

반려라는 호칭은 아자젤 호감도가 최대가 되야 들을 수 있는 말인데, 벌써?

 

 

 

“어, 언제 봤다고 반려...”

 

“그런 게 중요한가요? 중요한 건 제가 반려를 너무너무너무너무 너어어어~~무 죠아한다는 거죠♥

 

 

이 애, 혀까지 풀렸다.

 

 

“오늘 너~무 좋은 날이에요... 반려한테 이렇게나 큰 칭찬을 들었잖아요...

물론... 허리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 다음부턴 좀 상냥하게 해줄게.”

 

“네에♥ 기대하고 있을 게요.”

 

 

 

아자젤이 업힌 채로 내 귓가를 우물거리며 속삭였다.

 

아. 진짜 너무 사랑스럽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이 사람은 천사인가? 아니면 날개가 부러져서 인간 세상에 내려온 큐피트인가?

 

재미있게도, 둘 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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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솔직히 솔직히

내가 천사박이는 아닌데 아자젤은 진짜 솔직히 진짜


아자젤 귀여우면 추천해줘

발키리는 다음화부터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