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


장화는 몽구스 팀의 공세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애초에 장화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모든 대처를 해둔 이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웠다

장화가 살아있는 것은 단지 생포해오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핀토는 궁지에 몰린 장화를 보며 웃었다


"너는 악당이고

악당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지옥에서조차"


더이상 발악할 수단조차 없었던 장화는

삶의 의지, 그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다가 그 말을 듣고는

자기 앞에서 배실배실 비웃는 것 같은 저 얼굴을

한순간이라도 일그러뜨리고 싶다는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악당이 악당을 이용하고 버린 것뿐이라고 했지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악당이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본 적 있어?"


장화는 오직 단 하나만을 처리하기 위해 숨겨놨던 마지막 폭탄을 꺼내보였다


[이런, 자폭할 생각이야, 물러나 핀토!]


철컥 철컥


"젠장"


타앙!


핀토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탄환이 다 떨어졌는지 무신경한 소리만이 들려왔다

위험을 직감한 미호는 핀토가 황급히 상승하는 사이 탄환을 발사했다


장화는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얼굴을 찌푸리는 핀토를 보며

소리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


카아앙!! 푸슉!

퍼엉!


그러나 죽음은 어디선가 날아온 쇠붙이에 궤도가 틀어져 장화의 뺨을 훑고 지나갔다

또한 하늘로 날아오르면 히어로는 날개의 연결부위를 뚫고 들어온 쇠붙이로 인해 균형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장화는 그것들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달빛을 닮은 무언가가 건물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었다


"어휴 이 등신아"


그것은 쏜살같이 다가와 자신을 들쳐매고는 빠르게 달려나갔다


[동료가 있었나?]


미호는 그들을 조준했다

그리고


퍼엉!!!

거대한 폭음과 함께 눈부신 섬광이 미호의 시선을 덮쳤다


그리고 이들이 현장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사냥개와 뱀은 사라져있었다









"윽......"


장화가 정신을 차렸을 때 있던 곳은 거미줄마냥 금이 잔뜩 간 폐건물 안이었다


"일어났냐?"


장화는 천아의 말에 대답할 새도 없이 온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작게 신음했다


"시키는대로 살다가 진짜 총맞아 죽을 뻔한 느낌이 어때?"


"닥쳐"


폐건물의 창가에서 작은 칼을 빙빙 돌리는 천아를 째려보던 장화는

이내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사냥개처럼 물었다


"왜 날 구하러 온거야?"


천아는 대폭소했다


"아하하하!! 눈뜨자마자 그런 게 궁금한거야?"


"그만 쳐웃어!"


"아하하... 미안미안! 하지만, 그야 당연하잖아?"


천아가 공중에 살짝 던졌던 칼을 잡으며 말했다


"네가 죽으면 다음은 내 차례였을지도 모르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버려진 들개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하지 않겠어?"


장화는 어이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어떡할래?"


그리고 기억해냈다

자신은 여제가 자신을 지키러 오라는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고

오히려 놈들에게 붙잡혀 죽을 뻔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마도 주인은 사냥개를 버렸다

심지어 미끼로 사용해서 꼬리를 잘라내려 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장 다시 돌아가서 놈들을 다 쳐죽여버릴거야"


"어이쿠 그건 많이 힘들 걸? 시티가드 고위 요원들까지 행차하셨던데 상처입은 사냥개가 뭐 할 수나 있겠어?"


"그럼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장화는 갑작스럽게 속에서 끓어오르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이해할 수 없는 분노에

금이 간 벽을 주먹으로 계속 내지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허억허억...


천아는 장화가 지쳐서 주먹질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좀 진정되셨나?"


"......"


"그래서, 진짜루, 이제 어떡할거야?"


"어떡하냐니..."


"애초에 마귀할멈은 우리를 버려서 꼬리를 자르려고 했던 것일 테지만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미 다 들통난 마당에

마귀할멈은 꼬리를 밟혀서 무서운 사람에게 잡혀갔지 않았겠어?

이제 우리는 아예 주인조차 사라져버린, 죽을 날만 기다리는 방생된 사냥개나 다름없다 이거지"


천아가 현실을 다시 한 번 짚어주자

장화는 이를 꽉 깨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 너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갈 거야

안 그래도 이 동네는 너무 추워서 돌아다니는 것도 고역이었단 말이야"


장화는 천진난만하게 말을 내뱉는 천아가 너무나도 어이없어져서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분노와 우울함을 표출했다


"주인의 명령만 따르고 길들여져왔던 사냥개가

목적도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이젠 그럴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는걸?"


"벌써 여제가 자살 당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하지만 여제의 세력은..."


"아니, 바깥을 잘 봐"


"...... 이게... 무슨...?"


천아가 걸터앉아있던 창 바깥으로 시선을 옮긴 장화는

난장판이 되어버린 바깥 풍경을 보고는 한 번 더 할 말을 잃었다


천아는 장화가 죽을 뻔했던 날 이후로 일어났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장화가 기절한 얼마간, 하늘에 열린 구멍으로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쏟아져나왔고

그 무언가는 온 도시의 기계와 AGS들을 장악하며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통신 시설까지 마비되면서 마리아 리오보로스는 물론이고

다른 사냥개들과의 연락도 불가능해졌다

천만다행으로 미지의 무언가는 자신들을 직접 방해하지 않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뭐 그 틈에 우리 철부지 아가씨를 들쳐업고 이렇게 피난왔지롱"


"......"


"이제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 해

이번엔 이 언니가 진지하게 말하는 거니까 잘 들어둬"


"언니는 무슨..."









저벅저벅


붉은 사냥개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 발을 딛었다

그곳에는 인간들과, 철충들과, 바이오로이드들이었던 것들이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자신이 만들어진 모티브였던, 원래라면 생포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을 붉은 머리의 바이오로이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었던 여우같은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자신을 악당이라고 비웃던 바이오로이드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이었던 것들이 있었다

"......"


장화는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내가 악당이라면 언젠가 지옥에 떨어지겠지"


장화는 잠깐 뜸을 들였다


"너희는 지금 어디에 있니? 천국?"


그러다 미련 없이 뒤돌아 나아갔다

어디에도 풀어내지 못한, 뜨겁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끌어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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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히히 아저씨의 장화 만화를 보고 충만해진 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