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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General .3

 

 

"그래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거지?"

 

"응 언니"

 

크라켄이 기지를 덥친지 3일이 지나고 닥터의 말에 레오나는 긴한숨을 내쉬었다.

 

오래전 자신들이 이곳에 배치된 이후로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백야로 인해 시간개념이 엉클어져 낮밤도 모르는건 애교였고 남극의 극한의 추위가 기지를 덥치기는 늘상있는 일이며 긴 추위로 인한 식량부족으로 위기를 겪기도 하는건 물론 기지에 있는 브라우니들이 말썽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등 참으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갑작스러운 인간이 출연한다던지 

 

본적없는 커다란 괴생물체의 출현하여 기지로 쳐들어 온다든지 그 기지로 쳐들어온 괴생물체을 인간이 단칼에 도륙을 내버린다던지 그리고 그 직후 또다시 쓰러진다든지 이번처럼 단시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리라 확신하였다.

 

여러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체 레오나는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부대장들을 소집하였다.

 

.

..

...

 

 

"라비아타 통령 이 정보가 정말 사실인가?"

 

"네 사실이에요"

 

불멸의 마리4호는 라비아타가 가져온 정보에 경악하였다.

 

인간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졌음에도 일부의 바이오로이드는 저항군이라는 이름으로 철충에 대한 저항활동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언젠가는 발견되거나 혹은 돌아올 인간을 위해 철충에게 저항한지 거의 수십여년.. 

 

그 기다림에 대한 보상인지 인간이 발견되었다는 정보는 평소에 냉정한 마리 답지않게 흥분하게 만들었고 곧 진정되는 마음을 안고 혹시모를 정보의 신빙성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갑자기 인간이라니...혹시 거짓정보나 철충의 함정일 가능성은 없는거요?"

 

"저와 정보를 준 인물만이 알고있는 비밀로 한번 떠보았어요.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맞았어요"

 

"그렇다는것은?"

 

"아마 정보는 사실일 확률이 높아요. 제가 떠본것도 있지만 그 인물은 저를 경멸할지언정 이런걸로 거짓을 말할 인물은 아니구요.."

 

"정말로 정보가 사실이라면 서둘려 수색을 위한 인선을 정해야겠군."

 

"네 서둘려 인간님의 안전을 확보해야해요...“

 

그렇게 라비아타와 불멸의 마리4호에 의해 98개의 스쿼드가 서둘러 구성되었고 각 스쿼드는 인간이라는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을 찾기위해 에바가 알려준 지역으로 파견되었다.

 

 

.

..

...

 

 

"일단 보고할게 많기는 한데 어떤것 부터 보고해줄까?"

 

"간단한거 부터 보고 해주겠어?"

 

갑작스러운 사건의 연속으로 심적으로 피곤한지 조금 수척해진 레오나의 말투에 닥터는 멋젓게 웃고서는 패널에 화면을 띄었다.

 

"먼저 언니도 그자리에 있어서 알겠지만 "크라켄"의 사체를 수거해서 조사해보려고 했는데 재처럼 바스러져서 사라져버렸어."

 

"그래...눈앞에서 사라졌으니깐..."

 

인간에 의해 크라켄을 문자 그대로 두동강을 나버린후 미쳐 크라켄의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크라켄은 마치 다 타고남은 재마냥 바스러지면서 남극의 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크라켄보다 앞서 기지를 향해오던 레프리콘에 의해 "라바"라고 명명된 생물체 역시 크라켄처럼 재가되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일단은 인간님이 쓰던 칼에 묻어있던 혈액과 세포조직을 채취하긴 했는데 하베트롯 언니때 와 같이 별 성과는 없었어 그리고..."

 

이번에도 회의실 밖으로 부산스레 뛰어나간 닥터는 곧 인간이 사용하던 환도을 들고와서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놓았다.

 

환도 자체는 금란모델이 사용하는 환도와는 별차이가 없어보이는 환도였다. 

 

아니 오히려 의전용인 금란의 환도와는 달리 장식이나 손잡이에 수실 같은것이 없는 그저 투박한 모습의 환도였다.

 

"환도라니...구시대에나 의전용으로나 사용될 물건이네?"

 

레오나가 환도를 들고서는 뽑아보려고 하자 옆에서는 닥터가 사악하게 미소지었고 기세좋게 뽑으려고 힘을 주었지만 환도는 뽑히지가 않았다

 

환도를 아무리 뽑으려고 해도 뽑히지가 않자 레오나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표정으로 닥터를 쳐다보았고 어느세 닥터는 모르는척 딴청을 피웠다. 

 

"왜 안뽑히는거야?"

 

"뇌파 잠금장치가 달려있어서 그래"

 

"삼안이나 블랙리버의 회장실이나 기밀시설에 설치하는 그거 말하는거야?“

 

"응 근데 이렇게 소형화된건 나도 처음이야"

 

뽑히지가 않는 환도을 계속 들고있는 것이 민망해졌는지 레오나는 환도를 테이블위에 다시 올려놓았다.

 

“언니 나 이거 연구해봐도 되? 이런 모델은 처음이거든”

 

"그건 물건 주인한테 물어보겠어?"

 

눈을 반짝이던 닥터는 레오나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쪽을 향하고있다는 것을 보았고 이네 레오나의 시선이 향하는곳에는 쓰려졌던 인간이 어느세 서있었다.

 

"아...그러니깐...일어나셨어요? 헤헤.."

 

자신이 한말을 인간이 들은것인지 안들은것인지 닥터가 멋졋이 웃자 인간은 천천히 닥터쪽으로 다가고 왔고 인간이 천천히 다가오자 회의실에 긴장감이 흘렸다.

 

바이오로이드는 명령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가지는 감정은 대부분이 호의이다.

 

하지만 회의실안에 있는 바이오로이드의 머리속에 드는 생각은 호의가 아니였다.

 

"공포..죽음.."

 

자신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인간에대한 호의조차 무시할만큼 눈앞에 인간에게 나오는 기운은 자신들의 긴장을 유발하였다. 

그렇게 한발자국 걸어올때마다 회의실에 공기는 무거워져갔다.

 

닥터에게 다가온 인간은 두손으로 천천히 닥터의 어깨를 잡자 닥터는 "히익"하는 딸꾹질과 함께 움찔거렸다, 그리고 닥터의 머리속에는 인간에게 엄한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뜻밖에 말이였다.

 

"지난번에 경향이 없어서 아프게 잡았구나...어깨는 괜찮니?"

 

어깨에는 지난번에 자신을 잡던 아픔 대신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고 중저음의 날카롭지만 감미로운 인간의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아직까지 공포심에 흔들거리는 닥터의 앞으로 인간은 몸을 낮춰 자신과 눈을 맞주쳤고 이내 자신을 걱정해듯 어깨를 매만져 주었다. 

 

"괘...괜찮아요...인간...님"

 

괜찮다는 우물거리는 닥터의 말에 인간은 이내 손을 닥터의 머리에 올리고서는 닥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듬어 주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공포에 질려하던 닥터의 낯빛은 어느세인가 서서히 돌아왔다.

 

방금까지 인간에게 뿜어져나오던 기운이 거짓말같이 가라앉자 긴장감에 무거웠던 회의실에 공기가 거짓말 처럼 편해졌고 이네 긴장감이 약간은 풀리자 레오나가 입을 열었다. 

 

"정체가 어떻게 되시는거죠?"

 

자존심 과 자기애가 강한 레오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오자. 이내 당황 하였지만 본능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건지 어쩔수없었다.

 

아직까지는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있는 레오나의 질문에 인간은 닥터가 앉아있던 자리에 착석하고는 닥터를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그리고는 닥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담듬어 주기 시작하였다.

 

인간이 자신의 머리를 쓰담자 마치 주인에게 이쁜을 받고있는 강아지 마냥 기분좋게 헤실거렸고 이내 정신이 돌아왔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자신의 두손으로 빨개진 얼굴을 급히 가렸다.

 

"카인..."

 

"네?"

 

"인간이 아니라 카인이다"

 

"아...그래요 카인님"

 

"님자는 빼도록...그리고 이름은?"

 

"네?"

 

"너의 이름말이다. 서로을 알기위해서는 이름이 먼저다."

 

중저음에 날카로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지만 적어도 그 목소리에는 적의는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자 레오나의 긴장도 천천히 풀려져갔다.

 

"실례했어요. 저는 바이오로이드 모델 레오나. 이곳 네이쳐21 기지의 대장이에요"

 

"바이오로이드? 인간이 아니라는 건가?"

 

카인의 물음에 레오나 옆에 서있던 발키리가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과거 인간님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인간님의 세포를 베이스로 만든 존재들입니다."

 

"그럼 이곳에 다른 인간은 없는건가?"

 

"이곳을 비롯하여 인간님을 제외한 모두가 멸망하였습니다..."

 

"...어떻게 멸망한거지?"

 

"철충에 의해 멸망하였습니다"

 

인간이 멸망했다는 말에 놀라거나 당황할 만 했지만 카인은 인간의 멸망보다는 철충이란 단어에 무언가 생각이 난건지 미간이 살짝 찌푸렸다.

 

철충이란 단어을 듣자 머릿속에서 무언가 생각이 나는거 같았지만 안개처럼 무언가 끼인 듯 생각은 나지않았다. 하지만 철충이라는 단어는 확실하게 기분이 나쁜어감으로 들렸다.

 

"카인님은 정체는 뭐죠?"

 

"기억이 나지 않는군..." 

 

"하나도 말인가요?"

 

"당장에 생각나는건 내 이름이 카인이라는 것과 전에 내가 죽인 괴물에 대한 이유 모를 증오와 살의밖에 기억나지 않는군..."

 

"...그 괴물들은 정체가 뭐죠?"

 

"그것 역시 모르겠군 다만 그것들에 왜 살의를 느끼는지도 모르겠고..."

 

무릅에 앉혀둔 닥터는 자리에 앉혀주고 탁자에 있던 환도를 집어들어 반쯤 뽑자 칼날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였다.

 

30대 초에 이목구비가 뚜렸한 미형의 얼굴이 환도에 비춰보이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처음이라도 보는 사람마냥 한참을 빤히 쳐다보다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아도 무언가 닦히 떠오르는 것은 없자 이내 "탁"하는 소리와 함께 환도를 집어넣었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한말은 모두가 사실이다. 그것을 믿던 안 믿던 그건 너의 자유이고..."

 

환도를 탁자위에 놓고서는 레오나를 바라보자 레오나 역시 카인과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눈을 마주치자 레오나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띄었고 이네 그것을 알았는지 당황하였다.

 

"다...닦히 의심하려고 물어본건 아니에요 그런니깐 사전청취 같은걸로 방주에서 회수하라는게 인간인줄 몰라서 당황했던거고 그리고..."

 

"방주?"

 

"카인님을 회수...아니 신병을 확보하라고 연락온곳이 방주였습니다"

 

어버버 거리며 당황해하는 레오나 대신하여 발키리가 답하자 카인은 무언가 생각나려는건지 생각에 잠겼다. 

 

방주라는 말이 낯이 있게는 들렸지만 그럼에도 역시 생각나는것이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의중에 죄송합니..헛!"

 

추락했던 피닉스 대령의 수복이 끝났다는 것을 보고하기 위해 들어온 하베트롯의 눈에 카인이 들어오자 당황한듯 헛바람을 삼켰다.

 

"무슨일이야? 소대장"

 

"피닉스대령의 수복이 끝났습니다. 다행이 크게 다친곳은 없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대령한테는 푹쉬라고 전해둬”

 

“네! 그리고 방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방주에서? 내용은?"

 

"인간님을 방주까지 모시고 오라는 연락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레오나 대장님도 동행하시라는 연락입니다.“

 

"나를?"

 

"네! 그렇게 전해왔습니다"

 

네이쳐21 기지는 본디 방주의 지원부대로써 방주에서 생기는 기술적, 물리적 문제등이 생겼을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라면 방주에서 필요할 경우 필요인원을 파견해야 하지만 어떻게 된일인지 이제까지 방주에서의 지원요청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는 연락이야 해봐야 방주에 문제없다는 일종의 안부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방주로 직접오라는 호출 그것도 대장인 레오나에 대한 호출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였다.

 

"대장님이 직접 호위해서 오라는거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저희가 아는한 최후의 인간님이시니..."

 

발키리에 말에 레오나도 일리있는지 수긍을 하였다. 

 

자신들이 아는한 카인은 최후의 인간이기에 그 가치는 그 무엇보다 중대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남은건 그의 결정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따라주시겠어요?"

 

레오나가 묻자 카인은 무언가 신중하게 생각하는듯 보였다.

 

카인입장에서는 방주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작정으로 따라갈수없는 노릇이였다. 

 

낯선곳에 떨어져 낯선곳에서 깨어나 다시 낯선곳으로 따라오라 하니 의심이 드는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기억도 없는 자신이 이대로 있을수 없는것 또한 사실이였기에 자신에 대해 단서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만 했다.

 

이내 그가 동의를 하자 레오나와 발키리 출발을 위해 애기를 나누었고 그사이 생각에 잠겨있는 카인의 앞으로 하베트롯이 다가왔다.

 

"저..저기"

 

"응?"

 

카인앞에 선 하베트롯은 우물쭈물 거리다 이네 카인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지...지난번에 구해주신것 감사합니다!"

 

하베트롯에의 경례에 하베트롯을 바라보는 카인의 입가에 이내 작게 미소를 지어졌다

 

"이름은?"

 

"하베트롯입니다! 계급은 소위이고 네이쳐21기지 2소대 소대장입니다!"

 

"카인이다 앞으로 잘부탁하지"

 

카인이 손을 내밀자 하베트롯은 두손으로 카인의 손을 맞잡고 감동에 뻑찬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총알세례도 피닉스의 포격도 발키리의 저격도 어떻게 하지못한 괴물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괴물을 향해 꺼리낌없이 달려와 단칼에 도륙내버리고 그 시신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카인의 모습은 과거 소설에서나 읽던 백마탄 기사 그자체였다. 

 

감동에 벅찼는지 눈가에서 눈물이 나자 하베트롯이 어쩔줄 몰라하였고 카인은 이내 손으로 하베트롯의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모습을 멍하게 보던 발키리는 레오나를 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적어도...나쁜사람은 아닌거 같네..."

 

.

..

...

 

방주는 기지에서 사흘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날씨가 따라줘야 한다는 전재가 붙는 시간이다.

 

남극은 내륙으로 갈수록 날씨는 변덕스럽고 그 변덕으로 인한 불어오는 얼음폭풍은 자신들처럼 혹한사양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들의 발을 묶어두는데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말은 운이 나쁘면 사흘거리는 거리도 일주일이 걸릴수 있다는 의미였다.

 

"차출인원은 나와 발키리, 알비스, 베라 그리고 닥터야"

 

원래 닥터는 명단에 존재하지 않았다. 혹한사양은 둘째치더라도 닥터 본인 자체가 연구용 바이오로이드 이기에 기지안이 아닌 남극내륙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전혀 적합한 유닛이 아니였기 떄문이다. 

 

하지만 본인 역시 방주에 둘러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않다고 강력하게 희망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방주로의 호위준비를 끝낸 일행은 방주로 향하였다. 그러나 난관은 시작부터 다가왔다.

 

"스노우 모빌을 탈줄 모르는데..."

 

카인의 이 말에 레오나는 한숨을 쉬고서는 카인을 자신의 뒤에 태워서 출발하였다. 

 

“떨어지지 않게 꽉잡아요”

 

이말이 화근이 되었다.

 

레오나의 말대로 카인은 손을 올려서 레오나의 허리를 잡았고 두터운 방한복과 털장갑 넘어오는 자극은 오랫동안 인간을 만난적 없는 레오나에게 커다란 자극으로 다가왔다.

 

"손에 총알 필요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그말을 삼겼다. 어째든 이동중에 호위대상에게 총알을 선물할수 없는 노릇이기에 허리와 둔부 어딘가에 오는 자극을 견뎌가며 이동하였다. 

 

그렇게 어느정도 이동하던중 카인의 코위로 눈송이가 하나 떨어졌고 카인은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다.

 

"레오나?"

 

"무슨일이시죠?"

 

"멈춰야 할거같군."

 

"?"

 

"폭풍이 오겠군. 커다란게.."

 

뜬끔없는 카인의 말에 레오나는 잠시 멈추고서는 닥터에게 날씨를 알아보라고 애기하였다. 이네 패널을 조작하던 닥터가 날씨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자 레오나는 카인을 쳐다보았다.

 

"날씨에는 별문제가 없다는군요?"

 

"이상하군 큰게 올거같은데..."

 

"하아...서둘러 움직이도록하죠"

 

"그 판단 진심인가?"

 

카인의 말에 스노우모빌에 올라달려던 레오나가 움찔하며 멈췄고 이네 약간 화난 표정으로 카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레오나를 카인은 무표정 바라보았다.

,

남극에서는 행동 하나하나가 목숨과 직결된다, 그리고 그런 남극의 날씨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더잘았기에 아무리 인간이라도 카인이 이래라 저래라 할문제가 아니였다.

 

"적어도 남극에 대해서는..."

 

레오나가 화나가서 따지려하자 카인은 장갑을 낀손으로 레오나의 입술에 손을 대어 그녀의 말을 말을 막아섰다.

 

"내기 하나할까?"

 

"뭐라구요?"

 

"1시간이내로 큰폭풍이 몰아치면 내가 이긴거고 안몰아치면 레오나가 이기는걸로 하지 만약 레오나가 이기면 앞으론 얌전히 따르도록 하지"

 

뜬끔없는 내기에 레오나는 여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카인을 쳐다보았고 이내 체념한것인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좋아요 그럼 카인님이 이기면요?"

 

"흠...소원하나 들어주겠어? 아 무리한건 부탁 안할테니 걱정하지 말고"

 

갑작스러운 내기에 레오나가 어이없어하자 레오나의 옆으로 다가온 발키리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받아주시죠...만약 틀려도 조금 늦어질뿐입니다."

 

"하지만!"

 

"어째든 상대는 인간입니다. 그것도 최후로 남은...괜히 기분 나쁘게 할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키리의 조언에 레오나는 한숨을 쉬고서는 숨을 고르고서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카인을 단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틀리면 저희 말에 무조건 따라주셔야 할거에요"

 

"물론이다"

 

내기는 성립되었지만 두사람의 냉랭한 기운 정확하게는 레오나의 냉랭한 기운에 눈치를 보던 베라와 알비스는 방한텐트를 펼치면서 속딱거렸다.

 

"하아 분위기가 좋지않네..."

 

"자아! 베라언니 이거 먹어! 단거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데!"

 

알비스가 초코바 한 개를 베라에게 건내었고 베라는 그것을 받아들고서는 한입물었다. 단맛이 입에 퍼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다 문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알비스...너 방금 초코바 탄창 주머니 안에서 꺼내지 않았어?"

 

베라의 말에 알비스는 당황하면서 말을 더듬자 베라는 황급히 알비스의 탄약주머니를 열어보았다.

 

"이럴줄 알았어!"

 

예상대로 탄창 주머니 탄창 대신 안에는 초코바가 가뜩 들어있었고 베라는 주변을 둘러볼 것도 없이 알비스의 볼을 꼬집었다.

 

"베라언니이이이! 그게 아니고~!!"

 

"너 나중에봐!"

 

혼내는 와중에도 손은 멈추지 않았는지 방한텐트가 설치되었고 발키리가 준비한 미니화로에 연료를 태우자 텐트 안이 금방 훈훈해졌다.

 

그리고 채 1시간이 되지않아 저 멀리서 눈구름이 몰려왔고 이내 눈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눈폭풍에 텐트가 날아갈만 했지만 설치가 잘되었는지 끄덕없이 눈폭풍 으로부터 일행들을 보호해주었다.

 

"어떻게 안거죠?"

 

"감이라고 해두지"

 

베라가 건넨 따듯한 커피를 받아들고 말없이 마시는 카인을 보면서 레오나는 내기에서 졌는지 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론 신기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베라언니 추워..."

 

"그러게 초코바만 잔뜩 챙겨오니깐 그렇지..."

 

방한텐트안은 화로로 인해 훈훈해지긴 했지만 밖의 매서운 추위 떄문인지 방한복을 입었음에도 닥터가 추운지 몸을 덜덜 떨었다.

 

"추..추워"

 

"닥터 그러게 왜 따라온다고 한거야?"

 

"하지만 방주에 갈수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걸"

 

속칭 발할라의 자매들은 혹한에서도 잘버틸수 있게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 이지만 연구원으로 생산된 바이오로이드인 닥터에게는 이런 추위가 힘든건 당연한것이였다. 

 

그럼에도 따라와서 사서 고생하는 닥터를 보면서 사서 고생하는게 저런거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그렇게 추위에 덜덜 떨던 닥터의 어깨위로 따뜻한 무언가가 감싸졌고 고개를 올려 보자 자신의 어깨에는 카인이 두리고 있던 방한 모포가 자신의 어깨위에 올려져있었다.

 

 

카인의 행동에 당황한 닥터가 어버버 거리자 카인은 닥터의 머리를 다시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아 어느세 식어버린 커피를 마셨다.

 

"따듯해.."

 

모포에 남아있는 카인의 온기 떄문인지 어느세 추위를 잊었고서는 닥터는 웃으면서 카인의 모포를 더 끌어앉았고 그런 모습을 보던 베라와 알비스는 왠지 모를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희안한 사람..."

 

안에있던 바이오로이드이 카인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이것이였다.

 

멸망전의 바이오로이드들의 대우는 말그대로 길가의 굴러다니는 쓰레기 그것보다도 못한 대우을 받았다.

 

오죽하면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지만 바이오로이드가 죽었다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을정도로 열약했다.

 

인간의 노동력 대신으로도 인간의 무기를 대신으로도 인간의 화풀이 대신으로도 심지어 인간의 성욕과 폭력, 감정의 배설구로써도 바이오로이드는 사용되었고 그럼에도 인간에게 봉사하고 인간을 사랑해야하는 슬픈 운명을 가진 것 또한 바이오로이드 였다.

 

처음에 인간을 데려왔을떄 놀란것은 카인이 최후의 인간인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드는 생각은 인간이 자신들에게 무슨 명령을 혹은 어떤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였다.

 

그리고 카인이 "크라켄"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것을 보고서는 경악하는 것은 물론 그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인간이라는 존재감으로써도 무력으로써도 카인이 마음만 먹고 자신들을 능욕하고 유린하려 한다면 자신들은 그것을 절대로 막을수 없다고 확신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런 자신의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카인은 그런거에는 별 관심이 보이지 않았고 느긋하게 자신들의 통제에도 군소리 없이 잘따라주었다.

 

이번처럼 앞을 막은것도 있지만 결과론적으론 어째든 눈폭풍에 대비하여 고생을 하지않았다.

 

“인간님도 초코바 줄까?

 

어느세 친해진건지 알비스가 주는 초코바를 받고서는 답례라도 하듯 알비스의 볼을 부둥부둥해주고 있는 카인의 앞으로 온 레오나는 카인을 잠깐 내려다보다 이내 카인의 옆으로와 앉았다. 

 

"춥지도 않은거에요?"

 

"참을만하군.."

 

무심하게 말하는 카인을 쳐다보며 레오나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의 모포를 카인의 어깨의 덮어주었고 그런 레오나를 카인이 쳐다보자 레오나의 얼굴은 부끄러운지 반쯤 달아 올라있었다.

 

"감기걸리면 안되니깐.."

 

달아오른 레오나의 얼굴을 보며 카인은 작은 미소를 짓고서는 모포의 한쪽은 자신을 어깨에 올리고 한쪽은 레오나의 어깨에 감싸 올려주었다.

 

"자...잠깐만! 이럴려고 이런건!"

 

졸지에 영화에서 나오는 연인들이나 할꺼같은 모양새가 나오자 레오나의 얼굴은 더 달아오르고서는 옆으로 떨어지려고 하였다. 

 

하지만 카인은 레오나가 도망가게 순순히 놔두질 않았다.

 

"아까 지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했지? 지금 사용하도록 하지 이대로 얌전히 있도록"

 

"치...치사하게!"

 

카인이 아까의 소원권을 이렇게 쓸거라고는 생각못했지만 약속은 약속인지라 레오나는 어쩔수없이 카인의 옆에 앉아있을수 밖에 없었고 어깨가 맞다아 서로의 체온을 느껴지기 까지 하자 레오나의 얼굴을 더 붉게 물들었다.

 

"연료 더 피울 필요없겠네?

 

달아오른 레오나의 얼굴을 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닥터에 말에 카인과 레오나를 제외한 안에 있던 모두는 그것을 긍정이라도 하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렇게 하루쯤이 지나고 거짓말같이 눈폭풍이 지나가자 일행은 방주로 향하는길을 제촉하였다.

 

여전히 레오나의 허리와 둔부 어딘가를 붙잡고있는 카인의 손길에 레오나는 부끄러운듯 얼굴이 약간씩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익숙진듯 불편해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일행은 이틀을 더 이동하자 마침내 얼음과 눈으로 덮힌 모두에게 잊혀진 방주의 입구가 그 모습을 드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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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초코우유따윈 먹지 않겠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