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7화 : 실감나는 격차>


"셋!, 둘!, 하나!, 사수 사격 개시!"


구령과 함께 요란한 총소리가 실외 사격장을 가득 채웠다. 브라우니들과 레프리콘들은 숙련된 병사들 답게 순식간에 과녁들을 쓸어버렸다. 요란한 총소리와는 별개로 명중률이 많이 떨어지는 듯 보였다. 임펫이 이마를 짚었다. 우리 애들이 이정도밖에 안된단 말인가?


"이전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훈련을 게을리 한건가?"


"아니야. 주호가 그게 정상일 거라고 말했거든."


"그게 무슨 뜻입니까 포츈씨?


포츈이 임펫의 말을 부정하며 다가오자 스틸라인 대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격 결과로 또 얼마나 굴려댔을지 생각해보면 정신이 아찔하다. 그녀들에겐 포츈이 마치 구원자처럼 보였으리라. 


"이번 테스트는 향상된 사거리와 관통력을 위주로 보려고 했거든. 주호 말이 그 총이 아직 완성품이 아니라고 했거든. 반동이 워낙 강한 총이라 그냥 쓰기는 어렵고 본 성능을 내려면 특수한 장갑 전투복이 완성되어서 반동을 제어해주면서 사격 능력을 보정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 그 전투복이 개발중에 있거든. 일단은 시제품이 더 빨리 완성된게 총쪽이라 먼저 테스트를 해보긴 했지만..."


구경부터가 스틸라인이 쓰던 화기에 비해 큰데다가 이게 레일건 기술이 혼합 된 하이브리드 소총이다보니 괴물같은 반동이 생길 수 밖에... 실제로 많은 대원들이 반동문제를 토로했었다. 이때문에 총을 고정시키고 사격하게 했지만 여전히 반동이 강했으니 제대로 된 사격 결과가 나올 리가 없었다.


다만 관통력이 증가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해보였다. 그동안 스틸라인의 사격 훈련때마다 총알을 튕겨내던 과녁판들이었는데 이번 사격 테스트에서 피격당한 과녁판들은 하나같이 관통당한 것이다. 최대 사거리에 해당하는 거리에서도 관통이 된 것을 보면... 탄환에 따라 중장갑 철충의 장갑도 관통 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희소식이었다. 더욱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 CMC 전투복 개발 속도를 더 높여야 겠다는 결론을 내린 포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데이터를 기록했다.


스틸라인의 가우스 소총 뿐 아니라 많은 대원들이 새로운 장비를 테스트 하고 있었다. 스카이나이츠는 재연소 장치가 부착 된 새로운 기동장치를 시험하면서 이에 맞춘 새로운 공중전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하르페이아와 블랙하운드, 흐레스벨그의 토론이 계속되는 한편 속도 그 자체를 즐기는 슬레이프니르는 재연소장치를 사용해 최고의 속도를 끌어내는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도 장치를 막 사용하다보니 기동장치의 전원이 갑자기 꺼지면서 추락할 뻔 하기도 했다. 그리폰이 빠르게 잡아내지 못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었다.


이 새로운 장치를 사용하는 부대는 하나 더 있었는데 역시 공군 소속인 둠 브링어였다. 폭격이라는 임무를 맡고있는 그녀들에게 대공망을 무시하며 빠르게 진입하고 작전 후 빠르게 철수하는 이 장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장비였다. 다만 재연소 장치를 점화하는 동안엔 연료 소모가 더욱 커지느니만큼 메이는 대원들에게 이 장치는 지휘관의 명령 하에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두 부대뿐 아니라 스트라이커즈의 티아멧 역시 이 장비를 요청한 대원이었다. 의외로 컴페니언도 이 장치를 하나 요구했는데 다름아닌 스노우 페더 때문이었다. 사령관을 호위하는 임무 중 유사시엔 페더가 사령관을 데리고 이 장치를 사용해 빠르게 현장을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기동기 계통의 대원들에게 이 장비는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다. 물론 모든 대원들이 이 장치를 선호하는 건 아니였다. 페어리 시리즈의 레아가 대표적인 예시였는데 이 장치를 한번 써본 레아는 약 30분간 멀미로 고생을 해야만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며 놀리던 리제가 벼락에 맞을 뻔한 건 덤이었다.


공군에서 재연소 장치를 시험하고 있는 동안 또다른 신기술에 빠진 부대들이 있었다. 바로 포병들이었다. 신병기 연구실의 1번 시험실에서 아머드 메이든의 칼리스타가 포격 테스트 전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팬서와 이오를 비롯한 대원들은 칼리스타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며 응원하고 있었다.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처음 선보는 기술이라 내심 걱정도 되었던 것이다. 포 내부에서 탄이 폭발하기라도 한다면 칼리스타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머드 메이든 옆에선 강주호와 닥터가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표적 드론 준비 완료야 오빠!"


"오케이. 좋아 칼리스타! 잘 들리지?"


"들려. 말해!"


"지금부터 30초 후 테스트를 시작할거야! 이번 타겟 드론은 매우 빠르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물건인데 한번 맞춰보라고."


"얼마나 빠르길래 그래? 포 반응 속도가 쫒아 갈 수는 있는거야?"


"걱정 말라고. 타겟 드론 주변에만 맞아도 되니까. 일단 한번 쏴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게 될거야."


타겟을 빗맞춰도 근처에만 떨어지면 괜찮다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믿어보기로 한 칼리스타였다. 포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포 내부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개발 된 탄을 장전하는 소리였다. 매우 긴장되는건 칼리스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인공지능의 음성이 10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9... 8... 7... 6... 5... 4... 3... 2... 1...


.....0! 실험 시작!


이 음성과 함께 시험실의 반대쪽 문이 열리며 하얀색 드론 하나가 나타났다. 칼리스타는 바로 이 로봇을 조준했고 첫번째 탄을 발사했다. 탄은 드론보다 한참은 더 뒤쪽에 떨어졌다. 너무나도 빨랐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장에 테스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한 거, 칼리스타는 침착하게 두번째 탄을 조준했다. 이번엔 이동 방향을 고려 한 조준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탄이 발사되었다. 이번에도 탄은 로봇 근처에 떨어졌지만 명중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드론이 느려진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게 아니라 실제로 드론이 느려진게 분명했다. 이정도 속도면 못맞추는게 더 이상한 것이지. 바로 세번째 탄을 쏜 칼리스타는 이번엔 멋지게 로봇을 파괴하는데에 성공했다. 로봇이 파괴되면서 동시에 실험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칼리스타는 장비의 안전장치를 건 후 로봇을 향해 다가갔다. 하얀색의 날렵했던 로봇은 이젠 파편조각이 되어 연기만을 내고 있었다. 왜 로봇이 갑자기 속도를 줄였던 걸까?


"어땠어?"


주호가 시험실 내부로 들어오며 물었다. 다른 대원들과 닥터도 들어오며 요란하게 한마디씩 했다.


"방금 뭐야! 로봇이 느려지던 것 같은데 실험 실수야? 아님 저 탄의 효과야?"


"그보다 칼리스타 정말 침착하게 잘 맞추던데!"


"그....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닥터역시 주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주호가 입을 열었다.


"지금 쏜 탄은 충격탄이라는 신형 탄이야. 우리 테란 군대에선 불곰이라는 중장갑 보병이 사용하는 탄이고."


"거 이름 터프하지 말입니다. 불곰이라니...."


"이 탄은 폭발하는 순간 폭발 반경 내에 중력 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물건이야. 로봇이 느려졌던게 그것 때문이지. 이론적으로 폭발 반경보다 큰 거대한 무기가 아닌 이상 모든 적들이 이 탄에 피격되면 기어다니는 수준으로 느려져. 물론 포탄 자체도 강력하기도 하지만."


닥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들었던 설명이지만 다시 들어도 놀라운 물건이다. 저건 테란이라는 종족이 좁은 범위지만 중력장에까지 간섭할 정도의 기술력은 가졌다는 의미와 같았다. 참 400년의 기술격차란 경의로운 수준이었다.


"아무튼 유용하겠습니다. 포병들에게 가장 엿 같은 상황중 하나가 놈들이 포병에게 가까이 달라붙는 상황인데 확실히 이 탄을 쓰면 그 문제가 많이 줄어들겠지 말입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불곰들이 하는 역할중 하나가 그거거든요. 저글링이나 맹독충 같은 애들이 보병들 가까이에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저글링, 맹독충? 그게 뭔데?'


"아... 있어... 아주 끔찍한 놈들...."


-----------------------------------------------------------------------------------------


닥터와 함께 연구실로 돌아온 주호는 포츈과 그렘린을 만났다. 각 부대에서 진행 한 실험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끝난 듯 보였다. 양산 체계에 들어가는 건 다른 문제지만 이런 기술 개발들이 앞으로의 철충과의 전쟁에 있어 청신호로 작용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주호는 연구실 냉장고에 있었던 맥주 캔 3개와 오렌지 주스 하나를 꺼냈다. 


"기술의 혁신을 위하여!"


"건배!"


자축하며 음료와 과자를 먹던 그들은 그 후로 다양한 대화들을 나눴다. 앞으로 또 무슨 무기를 만들어야 할지부터 어떻게 대량 생산 라인을 확보할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원문제.... 그러고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고보니 이쪽에선 자원들은 어떻게 얻는거야? 함선이나 군대 돌리는데 들어가는 자원이 보통은 아닐 것 같은데."


"주기적으로 우리 애들이 탐색을 나가서 자원들을 여럿 얻어오곤 하거든. 멸망 전에 인류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자원들이나, 고철같은거나 쓸 만한 물건들... 이런것들을 가져와서 다시 가공해서 써먹고는 하거든..."


생각해보면 오르카 호는 대단히 열악한 상황에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그런 자원만으론 한계가 오는 날이 올 것이다. 앞으로 오르카의 부대 규모는 더욱 커질거고, 새 무기도 등장하게 된다면 더 많은 자원들을 요구 할 것이 분명했다. 언젠가 광산이라도 팔 일이 생기게 될텐데... 그러고보니 연료도 필요하고... 여기는 베스핀 가스 대신에 무슨 연료를 사용하려나.


"M.U.L.E 채광 로봇이 슬슬 필요해질지도 모르겠어."


"그게 뭔데?"


" Mobile Utility Lunar Excavator. 우리쪽에선 흔히 지게로봇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로봇이야. 한번에 많은 자원을 채굴하고 운반하는데에 특화되어있는 로봇이라 언젠가 쓸모가 생길 것 같아서."


 "그나저나 테란 친구들 작명센스 참 재미있네. 지게로봇이라니...."


"이래뵈도 성능은 확실한 로봇이라고. 모든 테란 광산지구에서 쓰는 로봇인데 이름으로 놀리면 큰 코 다친다."


그 외에도 주호와 대원들은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예를들면 기술자들에게 필요한 장비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자신이 쓰는 장비에 대한 농담과 푸념이라던지. 어느 세상에 가도 자기가 쓰는 장비는 늘 안좋게 보이는 모양인가보다. 하기야 영화에서도 항상 좋은 물건들은 악당놈들이 쓰더라고. 주호라고 다를게 없었다. 자치령에서 장비가지고 투덜거린게 하루이틀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이것이 자치령의 수준이다.' '이것이 자치령 방산비리 클라스다.' 이런 식의 자조적인 말을 자치령 기술자들이 얼마나 입에 달고 살던가. 다만 여기에서 이쪽의 물건을 써 보니 자치령 물건들이 참 좋은 물건이긴 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프로키온 산업 새끼들이 만든 물건들 빼고. 하여간 최저가 입찰이라는건 믿을게 못된다니까. 여하튼 이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때 갑자기 벨소리가 들려왔고 개발팀 팀원들은 벨소리가 난 문쪽을 바라봤다.


"주호씨! 잠시 상의할게 있는데 들어가도 되겠어?"


"대장님? 네... 네! 금방 나가겠습니다!(어느 순간 사령관은 주호에게 말을 놓기로 했고 주호는 사령관을 대장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었다.)"


사령관의 목소리였다. 주호와 팀원들은 서둘러서 음료수와 과자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을때 주호는 문으로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렸고 문 밖에는 사령관과 페로가 서있었다. 사령관과 페로에게 캔음료 하나씩을 건내자 사령관은 고맙다며 음료를 받았다. 그리고 연구실 내부의 자리 하나를 골라 그곳에 앉았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을 할게 있어서 그래."


"부탁이 있으시다면....?


"혹시 자치령의 제공 전투기에 대한 기술.... 가지고 있어?"


"있습니다."


제공 전투기.... 있지요. 발할라 시절에서 일할때 개발에 참여했던 기체가 있지요.


"다름이 아니라 소규모 기습작전을 하나 세우고 있는데, 기동형 철충들이 꽤 있어서 말이야. 이 경비 철충들을 제거하고 지상에 존재하는 감염된 레이더 타워를 파괴하려고 하는데... 상륙작전을 세우자니 너무 규모가 커지다보니... 가능하면 조용하게 제거하고 싶은데..."


"도움 될만한 기체가 하나 있습니다."


주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전투기 임무와 지상 전투로봇의 임무를 번갈아가며 수행 가능한... 다재다능한 전투기가 있거든요."


----------------------------------------------------------------------------------------


<다음화 해금기술 : 바이킹>


바이킹 : 기동 공격기 / 중장 공격기


든든한 제공 전투기입니다. 돌격 모드로 전환하여 지상 유닛을 공격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