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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괌에 도착하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괌은 척 보기에도 기존에 있던 군 기지들의 규모가 더욱 거대해 진 것이 눈에 뜨일 정도였다. 아마도 연합전쟁을 거치며 규모가 확장된 것일 것이다.


"이야, 항구에 군함들좀 봐"


"연합전쟁 전이랑은 많이 달라졌군요"


그 거대한 섬의 삼분의 일 정도가 요새화 되어있는게 한눈에 보이는 괌은 항구 이곳저곳에 군함들과 그것들을 정비하는 거대 AGS들이 눈의 띄었다.


"주인님, 그러고보니 저희 섬의 정기 연락선이 이곳에서 출항하는게 아니었나요?"


"아, 맞다. 블랙리버 보급선"


블랙리버로부터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물자를 실어나르는 정기 연락선이 이곳 괌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용케 그녀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한번 이쪽 블랙리버 기지쪽에 물어나 볼까"


"아무래도 그게 가장 간단하겠죠"


공중에서 선회하면서 착륙 대기중이던 비행기가 점차 고도를 낮추는게 느껴지고 창 바깥으로는 땅이 가까워져만 갔다.


난기류로 인해 착륙하면서 비행기가 요동치는게 느껴지고 비행기의 속도가 늦춰져갔다.


-블랙리버 기지 검문소-


"이야... 무슨 미군기지처럼 생겼네"


철책이 둘러져있는 비행장 너머로 몇채의 건물이 보이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검문소가 서있는 전형적인 군사기지의 모습을 한 블랙리버의 기지앞에서 내리며 내가 말했다.


우리가 검문소에 다다르자 안쪽에서 브라우니 하나가 나와서 우리를 제지했다.


"이쪽은 블랙리버 사유지임다, 적절한 권한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렀지"


나는 지갑 안쪽에서 출입증을 꺼내 브라우니에게 건냈다.


그녀는 내 출입증을 받아들고 허리춤에 차고있던 리더기에 출입증을 가져다 대고는 나에게 다시 건냈다.


"신분 확인되셨슴다. 무슨 용무로 방문하셨슴까"


"정기 보급 문제때문에"


"잠시 기다려주십쇼"


나와있던 그녀가 검문소 안쪽으로 들어간뒤 검문소 안의 장치를 조작하더니 차단봉이 스윽 하고 올라갔다.


"차량 불러드립니까?"


"불러줄수도 있는거야?"


"저기 벤치에 앉아계십쇼 불러드리겠슴다"


그 말을 하고는 브라우니는 안쪽에 비치된 수화기를 집어들고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약 3분정도가 지났을까 군용 차량이 안쪽에서 이쪽으로 오는것이 보였다.


우리 앞에 차가 멈춰서고 안쪽에 있던 브라우니가 말을 건냈다.


"타십쇼"


우리는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우리가 기다렸던 시간만큼 흘렀을까 기지 밖에서 보이던 흰색 4층 건물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자동차가 멈춰서고 내리면 된다는 말을 듣고 내려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던 사람에게 온 경위와 목적을 설명했다.


우리는 그가 말한 사무실로 가서 정기 연락선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치고 합류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괌 시내로 돌아가 방을 잡았다.


-1주일 후-


"오, 사장님 아니야? 도착 예정일 지났는데도 안와서 무슨 일 생긴줄 알았다고"


물자 하역을 위해 위에서 대기중이던 더치걸들중 하나가 내가 나오는걸 알아봤는지 인사를 건냈다.


"아, 문제가 좀 있어서 한국 일정은 캔슬하고 괌으로 바로 돌아가서 일정이 꼬였어. 일은 어때?"


"AGS가 없어서 좀 느려, 솔직히 이거 우리들 만으로 지으려면 4년은 더 걸릴껄"


"미안하다, 야"


"아니 미안하라고 한 소리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거지"


내가 토미워커같은 굴착용 AGS를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나중에 철충 문제도 있을거라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구식 중장비들을 들여놓았는데 지금와서 더치걸들이 고생하는 걸 생각해 보면 그냥 벙커 건설이 끝나면 AGS를 바다에 빠트려서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면 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 맞다. 맥주 사왔다"


"오, 역시 뭔가를 아는 사람이라니까"


괌에서 내가 따로 사온 술을 가리키며 말하자 더치가 웃으며 말했다


"야, 근데 니들 술 마셔도 되는거야?"


"광산에서 일할때도 생산량 120% 초과 달성하면 보상으로 주니까. 우리도 몇번 마셔봤지"


"그럼 뭐 상관 없겠지"


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쪽 건설현장에 더치걸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관리자가 제안한 일에 반신반의하며 사온 맥주 몇박스에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봤을때는 애처럼 생겼는데 말이지..."


"바이오로이드는 그런 구분이 없으니까요"


내가 넌지시 던진 혼잣말에 니아가 답했다.


"아, 그냥 해본 말이야. 그냥 좀 기분이 묘해서"


"그렇습니까?"


"응, 별 의미는 없어"


"아, 술 지금 실어도 될까?"


"그래 실어놔 냉장고에 넣어 놀테니까"


제 자매들에게 술 이야기를 하러 돌아갔다 다시 우리에게 온 더치걸의 질문에 답하자 그녀는 술상자를 집어들고 차량 트렁크에 집어넣었다.


"그럼 일 끝나고 금방 돌아갈께, 먼저 들어가"


"오냐, 그럼 먼저 간다"


우리는 항구에 주차해둔 차에 올라 더치걸들이 지어놓은 집으로 돌아갔다.


"흐아, 얼마만의 집이냐"


집 문을 열고 들어가 신발을 벗으며 내가 말했다.


니아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풀어 정리하고 있었다.


"니아, 옷가지는 나 줘 샤워하면서 앞에있는 세탁기에 넣어놓을 테니까"


"여기 있습니다."


그녀가 캐리어에서 꺼내준 옷가지들을 집어들고 세탁기에 쑤셔넣은 뒤 옷가지들을 벗어 집어넣고 그대로 세탁 버튼을 눌렀다.


그대로 욕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간단한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나 다 씻었어, 들어가도 돼"


내가 나올때 쯤 이미 갈아입을 옷가지까지 꺼내둔 니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역시, 집이 최고야"


1층 거실에 있는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긴장이 풀려 올라오는 피곤함에 나는 곧 잠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