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콘스탄챠 인간 님을 회의실로 안내해주겠니?"


"네, 다녀오겠습니다"



전 날 오후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에바라는 분으로부터 인간 한 명이 오니까 준비하라고 저희는 모두 믿을 수 없었지만 

라비아타 언니는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니 다른 분들 과 함께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바이오로이드 둘을 데리고 인간 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두려웠습니다 멸망 전 분들에게 저희는 쓰다버릴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오신 인간 님은 친절하셨습니다 저희가 바이오로이드 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존댓말로

대화를 하셨고 여러 질문도 다 친절히 받아주셨으니 



"후우.... 저 루이스 님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여쭈어봐도 대답이 없으셨기에 잠시 단말에 손을 대니 잠기지 않은 채 열려있었습니다



"루이스 님...?"



방 안은 어두웠고 어렴풋이 침대 위에 같이 왔던 두 바이오로이드 분들이 옷 한 올 걸치지 않은 채 

잠들어 있으셨습니다 하지만 두 분 과 같이 누워있으셔야 할 인간 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를 돌려 던 순간



"꺗......루..루이스 님...?"


"쉬잇.... 애들 자고 있어요 조용히..."


"흐읏.... 그렇게 주무르시면... 소리가 나오는데...."


"그보다 무슨 일이에요? 말 잘해주셨으면 해요 오해 하다가 

어제 만나서 인사한 사람 목 바로 꺾긴 싫거든요"


"흐읍..... 저희.. 라비아타 언니와 정찰 나가셔서 인사 못하신 분들 모이셔서... 잠시 회의를...흐윽..."


"아~ 하긴 못 보신 분들 꽤 있다 했죠? 하하 

저는 또 펙스나 다른 버러지들 하청 받아서 일 하러 오신 줄 알았죠"



뒤에서 껴안으며 콘스탄챠 가슴을 주물거리며 만지는 루이스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로맨스로 보이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호러 다 

대강 상황 설명을 듣고 놔주는 루이스



"그럼 회의실로 안내해주시죠 시간을 너무 소비했네요"


"네.. 근데 옷은 안 입으셔도 되나요..?"


"붕대 떄문에 입기 힘들어서요 입는게 좋을까요?"


"아뇨 불편하시면 그대로 가셔도..."



이래저래 오해가 있어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복도를 거닐며 만나는 다른 부대원들 인사를 웃으며 받아주고 끝까지 존댓말을 쓰는 모습은

어제 와 다를 바 없었다 어느새 회의실 문 앞으로 도착했고 들어가기 전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루이스



"미안해요 방금은 많이 놀랬죠? 제가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꽤나 신경이 날카롭거든요"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수상하게 들어와서 이곳 저곳 조용히 살펴서.."


"제 수발을 들어주는 건 천아 랑 장화면 충분하니 다음부터는 연락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들어갈까요?"



문이 열리고 회의실 안에서 여러 여성들이 들어오는 둘을 맞이한다



"좋은 아침이네요 루이스 씨"


"좋은 아침입니다 각하"


"편히 주무셨나요 주인님?"



모여있는 여성들에게 인사를 받으며 건네는 도중 꽤나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보다 많이 모이셨네요 그리고 칸도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에 보는군 늑대 아저씨"


"마지막 남은 인간이 나라는 건 알고 온 거야?"


"그보다 어디서 다쳤길래 붕대를 감고 왔나?"


"오는 길에 철충들이랑 만나서"


"만나본 적이라도 있었나? 준비 안된 싸움은 절대 안하는 사람이"


"준비 안되서 이 모양이잖아? 이거 아직도 아퍼~"


"흠 흠 두 분 오랜만에 보셔서 반가우신 건 알겠지만 회의 끝난 뒤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실례했군"


"미안해요~"


"그럼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파악하고 계신가요 루이스 씨?"


"나 이외 인류는 다 죽었고 철충이란 침략자들이 깽판 치고있다 이 정도?"


"어느정도 다 들으셨군요"


"그리고 삼안, 블랙리버, 펙스 이 중 아직 펙스가 남아있는 것도..."


"거기까지 아신다면 더 설명해드릴 것도 없네요 앞으로 생각하신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우선 아직 이곳 정리가 끝난 건 아니죠?"


"네 아직 찾지 못한 자매들이나 활용 가능한 시설들이 대거 남아있습니다"


"저도 근처에서 볼 일이 있어서 이곳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그러면 다음으로 말씀드릴 건..."



회의가 끝난 뒤 

방으로 돌아가니 자고 있었던 장화가 일어나있기에 조심히 뒤로 가

껴안으며 목에 코를 대며 향을 맡는다



"잘 잤어? 오빠가 사라졌는데도 안 일어나고..."


"우웅..미안해... 그치만 오빠 냄새 베어있는 침대에선 잘 못일어나겠는 걸..."


"말도 어쩜 이렇게 이쁘게 할까 우리 장화..."


" 헤헤... 오빠 너무 좋아..."



서로에게 빠져 주위도 제대로 못 보는 둘을 못마땅하게 보는 이가 있었으니



"....일어나자마자 찐득한 걸 보고 싶진 않은데..."


"천아 너도 일로 와 몸 추울텐데 뎁혀줄게"


"사양은 안 할게~ 우리 오빠 몸은 항상 따뜻해서 좋아~"


"우리 천아 몸은 항상 시원해서 좋네~"



품에 안긴 채로 눈을 위로 치켜뜨는 천아



"그래봤자 장화, 재보다 좋아하진 않잖아"


"절반 만큼은 좋아해줄게"


"....하여튼 왜 이딴 새끼한테 반해가지고..."


"반한 사람이 지는거지~"


"재수 없는 새끼"



옆에서 같이 품에 안겨있는 장화는 얼굴을 비비며 둘을 쳐다보다 말한다



"나는 그런 점도 좋은 걸..."


"나를 이해해주는 건 역시 장화 밖에 없구나~"



질렸다는 듯 쳐다보는 천아



"하아... 꼴값들을 떨어요 진짜..."


"둘은 뭐 보고 싶은 곳은 없어?"


"누구 때문에 걷기도 힘들어서 못 다니겠네요~"


"나는 오빠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그래? 그럼 장화는 내일 나랑 르로드 씨 집 좀 다녀오자"


"연락이 닿은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어찌 알았는지 내가 갇힌 삼안 통신 설비로 좌표를 남겨놨더라고"


"잘 됐다 그럼..."


"죽었을거야 그 사람 난 그 사람만큼 세상에 비관적인 사람도 본 적 없어

넘겨줄게 있다니까 가봐야지"


"우웅... 괜한 이야기 하게해서 미안해..."


"별 신경 안 써 장화 너만 너만 내 곁에 있어주면 돼 그 이상은 안 바래"


"나도... 오빠만 있으면 다 필요 없어...."



똑 똑



"주인님 잠깐 괜찮으신가요?"


"...다녀올게"


"응 다녀와"



장화와 교감을 나누는 도중 온 불청객들에게 꽤 화가 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에게

무작정 화를 낼 수 없으니 웃는 얼굴로 나가는 루이스

방문한 것은 산뜻한 초록 단발머리 날카로운 눈매로 바라보는 바닐라가 서 있었다



"제대로 말도 안하시고 내일 볼 일 보러 밖에 나간다고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아하하... 굳이 제 볼 일 보러가는데 다른 분들 같이 가면 민폐 아닐지..."


"혼자 남은 유일한 인간 님이 밖으로 호위 없이 가는 것도 충분히 민폐입니다"


"3명 그 이상은 안됩니다"


"....대체 무슨 일이시길래 그렇게 적게 가는겁니까?"


"여기서 딱히 먼 곳도 아니고 그냥 숲속이라서요"


"하아... 명단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확인하시고 지명해주세요"


"이해 해줘서 고마워요 바닐라 양"


"고마우시면 다음부터 이런 일 만들지 말아주시죠"



한 마디를 마저 남기고 가는 바닐라에게 인사하며 다시 숙소로 들어가니

장화가 장비를 점검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오빠 저 년 죽여도 돼?"


"안돼~ 원래 바닐라 기종들 말이 험하잖아 본인도 항상 반성할거야"


"그치만..."


"나는 우리 장화가 이렇게 오빠 챙겨주는 마음만 받아도 기쁜데~"


"치... 알았어 오빠가 그렇다면야..."


"아 나가서 하라고!"


"천아 가 질투 많이 하나봐~"


"너도 오든가... 왜 그리 성질 내"


"누구 떄문에 허리 빠져서 제대로 못 걷거든?"


"아 그건 내가 미안"



저항군에서 첫 날은 회의와 숙소에서 실 없는 대화랑 애정행각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명단에서 지목한 바이오로이드들 과 장화와 함께

볼 일이 있는 숲 속으로 도착했다



"이런 숲 속에 정말로 집이 있었군요"


"하얀색에 되게 예쁜 집이네~"


 "날씨도 좋아서 산책하기도 좋네요~"



발키리, 미호, 켈베로스 와 함께 숲 속 동화에 한 장면 처럼 예쁘게 만들어져 있는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집 앞에 도착했다 평생 지하실에만 박혀있길래

분명 어디 벙커 같은 곳에서 부른 줄 알았는데 왠일이래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니 안 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삶은?"



그 뒤에 이어질 말이 필요한가 보다 물론 알고 있다 



"무의미하다"



맞는 답에 문이 열리고 안에서는 바닐라 기종 그러나 저항군에 있던 바닐라와는 다르게

긴 장발에 좀 더 성숙한 모습에 여인이 나왔다



"오랜만이네요 시샤 누나 르로드 씨는 안에 계신가요?"


"일단 손님 분들도 들어오시고 말씀하시죠 예의가 아닙니다"


"라고 하시네요 다들 들어오시죠"



모두가 들어오고 방 한 쪽으로 안내 받은 뒤 자리를 비운 시샤가

다과를 들고 대접해준다



"연락한지 몇 십 년 만에 오시고 참 빨리도 오셨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그랬죠 그보다 방 안에 왔는데도 안 나오신다는 건"


"....따라오시죠"


"장화야 가자 나머지 분들은 여기서 쉬고 계세요 다녀올게요"


"각하 저희도 함께..."


"정말 미안한데 같이 못 가요 별 일 없을거니까 편하게 들 계세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따라오려는 3명을 자리에 앉혀둔 뒤 장화와 함께 시샤 누나의 뒤를 따른다



"이쪽 안쪽에 계십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관이 열리고 안에는 검은 머리에 틈틈이 하얀색이 보이는 중년이 누워 있었다



"르로드 씨 답네요 정말 그만한 실력 있으면서 굳이..."


"주인님께서는 굳이 구차하게 세상에서 더 살고 싶다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도 있었나요?"


"삶은 애초 무의미하다 빠르든 늦든 무조건 죽음이라는 끝으로 맺는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이 삶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르로드 씨의 입버릇 이었죠?"


"의미는 찾으셨습니까?"



시샤의 물음에 옆에 서 있는 장화를 안으며 그 가 가장 활짝 웃을 수 있는 만큼 웃으며

대답했다



"찾았어요 내 생애 가장 사랑스러운 의미를"


"오빠....."


"다행이네요 살아서 들으셨다면 웃음을 지으면서 좋아하셨을 겁니다 테드 님은..."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셨겠죠"


"가시는 길에 동화 책 들고 가시죠 주인님이 도련님 주시겠다고 잔뜩 채워놨습니다"


"챙겨갈게요 그리고... 수고 많았어요 아저씨 분명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부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시길"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봐요 돌아가자 장화야"


"응... "



시샤 누나가 르로드 씨와 함께 관에 눕는 것을 보고 지하에서 올라왔다

기다리고 있던 발키리, 미호, 켈베로스 에게 일이 끝난 걸 알리고 토미워커를 불러 

동화들을 운반했다 


연구소에서 꺠어났을 떄 장화 와 천아를 만난 것도 기뻤지만 

더욱 기뻤던 건 르로드 씨한테 연락이 와 있었기에 

퉁명스러워도 항상 챙겨주던 그 얼굴을 모습을 친절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는 점에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그 둘처럼 르로드 씨도 떠났다 시샤 누나가 전해준

마지막으로 전할 말 과 동화를 남기고 


평생 외로웠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 잃은 그가 적어도 가는 길은 외롭지 않게

시샤 누나 와 함께 걷기를   

 


"오빠 괜찮아? 눈시울이 빨간데..."


"....울면 안되는데 다시는 안 울기로 그 사람이랑 약속했는데..."



동화들을 운반하는 토미워커를 바라보며 나에게 따뜻함을 알려주었던 4명이 모두

떠났다 생각하니 눈물이 날려한다 하지만 약속했으니까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항상 웃으면서 지내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런 날 품에 안으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장화 

품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그래 이 향기다 둘을 잃고 광증으로 이리 저리 방황할 떄 날 잡아준 향기

다시 한 번 잃었던 온기를 사랑을 채워준 이 향기



"고마워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응...나도 정말 사랑해 오빠..."





여러 색이 어우러져 핀 꽃 밭 하얀 울타리가 쳐 있는 길에 서 있는 시샤와

눈 앞의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나무에 기대 앉아있는 검은 머리에 남성


"이제 왔냐?"


"...다녀왔습니다 주인님"


"꼬맹이한테 말이랑 동화는 잘 건네줬어?"


"네 동화도 잘 건네드렸고 대답은 활짝 웃으시며 찾았다고 했습니다 가장 사랑스러운 의미를"


"그래 이제 맘 놓이네 테드도 죽고 애덤도 죽고 어찌하나 했는데..."


"얼마나 기다리셨나요"


"....그렇게 많이 안 기다렸어"


"거짓말.."


"많이 안 기다렸다니까 울지마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날에 왜 울어"


"흑....흡...끅..."


"에휴... 외로움도 많이 타면서 수고 많았어 어서 가자"


"저보다 외로움 더 타시면서... 흐윽...윽..."


"하여튼 한마디를 안 져 일으켜줘"



르로드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키는 시샤 그렇게 일어나 둘은 울타리 쳐진 길을 나란히 걷는다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잔뜩 나누며 외로움에 말라버린 마음을 다시 적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