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머드 빅 칙들의 중기관총 세례가 노움의 콘크리트 방벽을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아더와 더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려 하였으나,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의 반격으로 인해 결국 목표 대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서로의 총탄이 오고가는 도가니 속에서 트릭스터는 비밀스럽게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어 아더를 향해 달려들어 다시 한번 발톱을 휘두르려 하였으나, 이내 복부와 어깨가 아더의 소총 난사 속에서 일부 피격되고 만다.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며 급히 뒤로 물러난 트릭스터는 아더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손톱 날을 계속해서 갈기 시작했다.


"꼴에 수작이라는 걸 좀 부리는 군. 그래봤자 아무 의미 없지만."


이미 아더의 강화복에는 적외선 및 열감지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기에 어둠 속에 숨어든 트릭스터의 수작은 진작에 아더에게 들킨 지 오래 되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트릭스터의 표정이 비웃음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웃기 시작한 이유를 더치가 먼저 알아챘다.


"사령관, 옆에!!"


광산의 폭발물들을 둘러맨 한 칙 캐논이 아더와 더치를 향해 달려오던 와중, 자신의 옆에 있는 갱도 벽에 직격으로 포격을 터뜨리는 동시에 폭발에 휘말렸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커다란 폭발이 광산 내부의 일부를 집어삼키며, 그 지역이 점차 매몰되기 시작했다.



"브라우니! 레프리콘! 노움!! 당장 거기서 빠져나와라!"


"안 됩니다! 사격을 중지하면 놈들이 사령관님을 향해 발포할 겁니다! 저희가 놈들을 저지할테니 가서 트릭스터를 처리하십시요!"


"나가는 출구는 전부 외워두었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흰 그리 쉽게 당해주지 않을테니 걱정 마십시요!"


셋의 저항에 아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더치의 손을 붙잡고 매몰되는 바위들로부터 앞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트릭스터는 아더와 더치보다 먼저 다른 통로로 도망쳤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갱도를 달려나가는 둘을 계속해서 조롱하고 있었다.


"오, 찍 찍 찍! 한 쥐새끼가 굴 속을 달려요, 찍 찍 찍!

멍청한 쥐새끼 답게 그저 달리기만 하지요, 찍 찍 찍!

데몬도 쥐새끼도 그저 멍청하게 달린답니다 찍 찍 찍!

하지만 내겐 상관 없답니다! 전부 내 손에 죽을테니, 하! 하! 하!"


"....."


아더는 비록 트릭스터의 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만큼은 알 수 있었다.


더치와 잊혀진 62명을 모욕하는 트릭스터의 혓바닥만큼은 반드시 몸으로부터 뽑아내야만 한다는 것을, 아더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아더와 더치는 무너지는 바위들을 피해 가까스로 검은 점액들로 뒤덮인 심층부의 입구를 찾아내었고, 망설임 없이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균형을 잃고 어둠 속에서 굴러떨어진 와중에도 아더는 더치를 안아 그녀가 받을 충격들까지 전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굴러떨어져 끈적거리는 바닥에 가까스로 착지한 둘은 음산한 분위기 속에 각자 조명탄을 꺼내들어 불을 켰고, 붉은 빛에 의지하며 둘은 그들의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느님 맙소사."


아더는 그저 탄식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심층부에는 녹빛 종기덩어리들이 점액들에 둘러싸인 채 사방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안에는 덜 자란 벌레처럼 보이는 무언가들이 쉬지 않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더치 또한 이들의 존재를 그저 보고만 있었다.


"...사령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긴 반드시 날려버려야 해."


자신의 작업팀을 포함한 62명의 더치걸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섬이 안 쪽부터 철충들에게 넘어가게 생겼다는 사실에 더치의 눈에 핏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네 말이 맞아, 더치. 대신 우리가 죽는 일은 없을거야."


하지만 아더의 말이 끝나기도 무색하게 트릭스터의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심층부에 매복해 있던 칙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이런! 너희가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천만에!

여기가 네놈의 무덤이다, 데몬!"


"트릭스터..."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좀 있었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건 아무 의미 없겠지.

네 놈 목을 잘 도려낸 다음, 해변가의 살덩이들을 처리하면 모든 게 해결될 테니까!"


"...내가 네 놈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해 두지."


아더는 소총의 노리쇠를 강하게 잡아당기며 마침내 점액들로 뒤덮인 바닥에 착지한 트릭스터를 노려보았다.


"네 놈 목만큼은 내가 척추째로 확실히 뽑아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