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있으니 스토리 안 봤다면 뒤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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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브라우니 147이 사고를 쳤다.

그놈의 총을 대체 몇 번이나 고장 내는 건지.


놈이 부숴먹은 총의 개수가 얼마나 많은지.

내가 녀석의 번호까지 외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녀석이 반성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어이, 케시크. 또 브라우니 147의 총을 고쳐줬나?"
"아, 네...! 비록 타 부대라도 총기관리는 저희 임무이기에..."

"네가 매번 몰래 부품을 교환해주니까 그 녀석이 반성을 못하는 거다. 크게 혼쭐 한 번 나야 해."


내 말에 케시크가 깜짝 놀랐다.


"그, 그 총은 원체 고장이 자주 나는 기종이라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바이오로이드 전용 소총이 곧 지급될 때까지만.. 제가 돕겠습니다."

"고장의 원인은 그 녀석의 장전 조작이 너무 거칠기 때문이겠지."

"......"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부대에 보급이 잘 못 전달된 것 같다. 확인해보도록."

"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케시크가 급히 달려간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T-4케시크.'


듣기로, 녀석에게는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고 했다.


'본부에서 저 녀석을 주시하라고 했지.'


내 눈에는, 아직 다른 케시크들에 비해 월등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동료애가 지나쳐.'


다른 케시크들도 그렇긴 하지만, 저 개체는 특히 심했다.


'타 부대원들까지 정비해주고 있을 정도니.'


브라우니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케시크를 힐끔 보니, 먼 산을 보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니 신이시여, 부디 부탁드립니다.

오늘 출격에서도 동료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조금 더 그녀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xxx년 x월 x일.


브라우니 147이 부상을 입었다.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장전을 거칠게 하는 버릇을 못 버렸고,

결국 그 녀석의 총은 전투 도중에 고장 났다.

하필 적을 코앞에 뒀을 때.


녀석의 방아쇠는 중간까지만 당겨지다 멈췄고,

상대의 방아쇠는 끝까지 당겨졌다.

총구가 147의 머리를 향한 상태로.


하지만 147은 살았다.

어떻게?



"케시크."

"예, 예....! 아윽!!"


병상에 누워 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려다 고통을 호소했다.


"누워 있어라.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을 테니."

"예.... 감사합니다."

"왜 브라우니 147을 구했지?"

"......"

"넌 유일한 의료개체다. 의료병의 죽음은 곧 부대의 죽음.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렇.. 습니다..."


입술을 꾹 씹으며 고개를 숙이는 케시크.

나는 그녀의 반응을 자세히 살피며 일부로 도발한다.


"바이오로이드가 죽으면 교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의료병은 아니지.

너와 브라우니는 단가가 다르다. 누가 너더러 네 목숨을 바쳐 구하라 했지?"


".....!!"


그녀가 나를 쏘아봤다.

이 나를.

자신의 상관이자, 한 부대의 지휘관을.


'흠.... 과연.....'


난 나를 노려보는 눈빛을 보고 상부가 왜 그녀를 주시하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늑대의 본능을 가지고 있나.'


늑대 무리에 우두머리는 단 하나다.

물론, 당장 날 물어 뜯으려는 것은 아닐 테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 때문에 나름대로 고생이겠군.'


늑대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그 의지를 관철하다가 자신이 죽더라도.


"다음 전투에, 넌 내 옆을 따라와라."

"예....?"

"두 번 말하지 않아. 내 옆을 보좌해라."

"...하지만 그런...."

"지금까지 넌 뒤에서 보조하기만 했지. 이번 기회에 한 번 맛봐둬라. 앞에서 지키는 방법을."

".....!"


그녀의 눈이 커졌다.


"싫은가?"

"하겠습니다!"

"좋아."


그 후,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전장을 누볐다.

가장 바쁜 것은 케시크였다.

앞에서 나와 함께 돌격하랴,

누군가 부상을 입으면 급히 달려가서 수복하랴.


하지만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녀석은 동료의 부상을 끔찍히도 두려워한다.

성격의 설계부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끔찍한 발상이지만...'


이 케시크는 자신이 앞장서서 나설 때 그 공포를 이겨냈다.

남들을 대신해 스스로에게 적에게 잘 보이는 표식을 박고 나설 때,

케시크는 누구보다 용맹하고 날카로운 늑대가 되었다.


'재능이 있어.'


난 케시크의 변화에 놀랐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했다.


'이렇게까지 비윤리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건가.'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옆에서 녀석을 보며 느낀 것은...


케시크는 어떤 인간보다 입체적이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남을 돕는 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진정 이런 인물이 인간이 아닌 걸까?

단지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억지로 공포심을 심는 행위를 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 다운 그녀가...?


'........'


나는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빈틈이 결정타였다.







"지, 지금 당장 치료를...!"


케시크가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둥지둥 약품을 꺼낸다.


"....상처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


나는 손을 더듬거리며 배를 만진다.

배는 멀쩡했다.

그래서 손을 더 올려 가슴을 만진다.


'이런.. 가슴이 꽤 크다고 자부했는데.'


내 한쪽 가슴에 구멍이 뚫리며 사이즈가 대폭 줄었다.

심장의 절반이 사라졌다.


"하.... 잠깐의 망설임이 이렇게..."


전투가 시작된 찰나.

나는 회의감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그 방심이 그대로 나를 죽였다.


-지휘관님!!


케시크가 외치며 나를 옆으로 밀쳤으나,

그때 이미 두꺼운 탄두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지, 지금 당장 치료를...."


그녀가 손을 덜덜 떨며 붕대를 꺼낸다.


"그깟 붕대로 뭘 어쩌겠다고."

"......"

"가라."

"예....?"

"병사가 울어서야 쓰나."


난 그녀의 눈물을 닦아준다.

내 손에 묻었던 피가 그녀의 눈 바로 아래를 지나가며 워페인팅처럼 묻었다.


"넌 항상 내 옆에서 내가 지휘하는 걸 지켜봤지."

"......"

"너라면 할 수 있다. 가."

"하, 하지만..."

"지휘관이 없으면, 부대는 전멸한다. 모두 죽게 놔둘 셈인가?"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럼 가. 당장."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뜬다.

내 손이 닿지 않은 반대쪽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만.

피가 묻은 쪽 눈은 메말라 있었다.


'아아.....'


나는 웃으면서 절망한다.


'내가 너를 망가뜨렸구나.'


그러나 그런 생각을 말할 틈은 없다.

나처럼 빈틈이 생겼다가는.

나처럼 한순간에 죽을 것이기에.


"적의 목을 물어 뜯어. 아군을 지켜라."

"예.....!"

"너라면 할 수 있어. 늑대가 되어라."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되겠습니다!"

"그럼 됐다, 가."


그녀가 떠난다.


"......미안하다."


나는 하늘을 보며 사과했다.


나는 이제 죽고.

그녀는 살아가겠지.


끝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전투는 승리할 거다.

그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부디 끝까지 살아남기를.

그리고 언젠가 자신을 돌아봤을 때.

절대 후회하지 않기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어떤 인물로 거듭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먼 미래를 꿈꾸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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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스테이지 제목이 '어느 한 병사의 기도'인데

그게 칸 같아서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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