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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일단은 시설 입구 부근의 부대는 교전을 계속하고, 나머지는 후퇴해서 후방에 방어선을 구축하도록. 아직 싸울 수 있는 대원은 탄약이랑 같이 전방으로 보내서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게 지원한다. 중간에 특이사항 있으면 보고하도록. 이상.''


''우리 왔어, 마리. 아무래도 한창 바쁠 때 온 모양이네.''


''아,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두 분을 찾으러 갈 참이었는데.''


''경보 들었어요. 연결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요?''


''그렇다네. 그 정도까지 알면 나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군.''


''뭐, 보나마나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겠지. 그래서, 뭘 하면 돼? 연결체 레이드?''


''평소라면 그렇게 부탁 드렸겠습니다...만, 상황이 좀 꼬였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저를 따라 오시죠. 설명은 가면서 드리겠습니다.''


                                                                                               


''어어...마리? 여기가 제대로 된 길 맞아? 뭔가 좀 이상한데?''


내가 그런 질문을 한 건 우리가 산속을 헤치며 뛴지 약 10분쯤 됐을 때였다.


''지름길입니다. 조금 험하긴 합니다만, 지금은 1분1초가 아까운 상황이니 그런 걸 따지는 건 사치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상황부터 설명 해드리겠습니다. 30분 쯤 전, 그러니까 두 분이 나가신 지 30분 정도 됐을 때, 프란츠 각하의 신체 재건을 진행하던 스카디 양에게서 통신이 왔습니다. 시스템을 약간 손본 덕에 재건이 좀 일찍 끝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언제쯤 끝난다고 했나요?''


''2시간만 더 기다리면 된다고 했네. 원래는 내일 새벽쯤 끝날 일이었으니, 10시간 넘게 단축한 셈이지. 스카디 양이 큰 일을 해주었어.''


10시간 단축?! 도대체 최적화를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속도가 빨라진 거야? 두들겨 팼나? 아무튼 엄청난 성과이긴 하다.


''근데 거기서 끝났으면 우리가 지금 이 첩첩산중에서 미친 듯이 뛰고 있진 않을 테니, 뭔가 일이 터진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스카디 양의 통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철충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전까지는 적당히 간만 보면서 아군을 한 번에 쓸어버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면, 지금은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시설 입구를 돌파하려고 하더군요. 혹시 몰라 저도 직접 확인해봤는데, 놈들이 조급해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데요? 혹시 프란츠 주인님의 재건이 앞당겨졌다는 걸 알아차린 걸까요?''


''그러겠지.''


''잠깐, 그럼 우리 통신이 도청당했다는 거 아니야?''


만일 그랬다면 철충들이 언제 어디서 우리를 기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눈이 자연스레 주변에 우거진 덤불과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향했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도청 당했다고 하기에는 아군 작전이 너무 잘 먹혔으니까요. 물론, 적 지휘관이 고의적으로 당해준 것이라면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따지고 들면 끝도 없습니다. 가능한 한 조심하는 게 그나마 최선이겠군요.''


''그래서, 철충은 그렇다 치고, 연결체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금까지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는데.''


''철충들이 움직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출현했네. 아마도 어지간히 급해진 모양이지.''


''걔가 걔 맞지? 그 세모난 머리에 칼 들고 있는 걔.''


''맞습니다. 그 외에도 창과 방패로 보이는 무장 두 쌍도 함께 보유 중인 것으로 관측됩니다. 자체적으로 부유하면서 연결체 주위를 따라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본 연결체 중에서는 그나마 덜 야만스럽게 싸우는 연결체네. 무기까지 다 들고 오고.''


지금까지 싸웠던 놈들 중에 그나마 무기를 썼던 건 스토커가 전부다. 프레데터는 빼고. 걘 연결체가 아니니까.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요. 연결체 단독으로도 벅찬데, 거기다 무장까지 대동했다니, 힘든 싸움이 되겠네요.''


''내 말이.''


''그래서, 지금 그 연결체는 어쩌고 있어?''


''시설 입구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레오나 대장의 지휘 하에 아군의 기동형 대원들이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화력이 모자라다 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 쪽 기동형이라면...그리폰이랑 지니야, 샌드걸, 그리고...나이트 앤젤 정도 있으려나? 화력이 모자라도 심하게 모자라긴 하네. 하다못해 메이라도 있었으면 상황이 나았을 텐데, 아쉽게 됐어.''


''그리고 보니, 메이 대장은 왜 참전하지 않은 건지 아십니까? 철충들이 들끓는 마당에 그녀만큼 적합한 대원도 없을 텐데.''


''그게 말이지, 바이오로이드 제작에 쓰이는 급속 완성 회로의 부작용이 좀 쎄더라고. 제작된 당사자는 눈 뜨자마자 컨디션이 바닥을 찍는다나봐. 그래서 성격도 더러워지고, 걷기도 힘들어하고 그러더라.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


알았으면 첫 만남부터 성희롱을 하지 않았을 텐데. 덕분에 로켓에 묶에 배송되는 경험을 다 해봤다.


''컨디션 난조라...안타까울 따름이군요. 미사일 몇 발이면 문제가 더 수월해졌을 텐데.''


''컨디션 좀 나아지면 얼굴 좀 비치라고는 했는데, 나올지 않을지는 미지수야. 큰 기대는 안하는 편이 좋을걸?''


''알겠습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저랑 레오나 대장이랑 라비아타 통령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겠군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레오나 대장님이 있는 곳 까지는 얼마나 남았죠? 꽤 많이 뛰어온 것 같은데.''


''이 언덕만 넘으면 되네. 우리가 오는 사이에 별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마리의 말에 어쩐지 불안감이 들어 청각 센서를 키우고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아니. 아무래도 그렇겐 안될 거 같다.''


''네?''


''청각 센서에 뭔가 잡혔어. 총성...은 아니고, 아무래도 그리폰의 미사일 소리 같아. 이 근처에서 연결체랑 싸우고 있는 모양이네. 마리? 연결체가 굳이 시설로 바로 향하지 않고 여기 들러서 깽판치고 있는 이유 알아?''


''아무래도 레오나 대장을 먼저 처리하려고 온 모양입니다. 그녀가 지금 공군의 지휘를 맡고 있으니, 이쪽을 해결하면 견제가 좀 줄어들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군요.''


''그럭저럭 말은 되네. 자, 그럼 어서 가자. 레오나 도와줘야지.''


                                                                                               


''...라고 말했는데 말이지.''


차가운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흠, 여기다 돗자리만 깔면 딱 낮잠 자기 좋겠네. 조각난 텐트를 이불 삼고 고함소리을 자장가 삼으면 딱 좋겠어.


''각하! 괜찮으십니까?''


급박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리가 이쪽을 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며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어어, 걱정하지 마. 그냥 척추랑 다리가 좀 부러진 것 뿐이니까.''


''농담할 시간 있으면 어서 일어나기나 해!''


레오나의 불호령에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키고 다시 전선에 복귀했다. 아무래도 허리 부품이 좀 휜 것 같은데, 별 일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마리 대장! 창 하나가 그쪽으로 갔어! 감당할 수 있겠어?''


''가능하네! 그보다, 그레고르 각하의 상태는 문제 없나?''


''시속 70km로 날아오는 방패에 맞아서 몇 십미터 날아간 것 치고는 멀쩡해! 아직 입도 쌩쌩하고!''


마지막 말을 굳이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레오나? 뭐,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다행이군! 그럼 내가 저 창들을 상대하는 동안 방패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겠나?''


''노력 중이긴 한데...라비아타, 아직도 그대로야?''


레오나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서 방패와 씨름하고 있는 라비아타에게 물었다.


''네! 있는 힘껏 내려쳤는데 꿈쩍도 안 해요!''


''도대체 저 방패는 뭘로 만들었길래 저렇게 튼튼하대? 캡틴 아메리카 저리 가란데?''


''뭔가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기도 한데...그 조금이 어렵네. 마리 대장, 혹시 우리가 가진 장비 중에 화력 쎈 무기는 없어?''


''없네! 적어도 라비아타 통령의 대검보다 더 강한 건! 굳이 따지면 메이 대장의 ALCM 정도가 있겠다만, 그건 우리까지 쓸려버리니 어불성설-윽?!''


그렇게 말하던 마리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조금 휘청였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허벅지에 창이 스쳐 길게 상처가 나있었다.


''마리! 괜찮아?!''


''조금 긁힌 수준입니다!''


''긁히긴! 허벅지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오기 부리지 말고 잠시 뒤로 빠져, 내가 응급처치 해줄테니까! 그레고르 사령관, 자리 메워!''


''Eye eye, sir!''


그렇게 말하고 마리가 서 있던 위치로 이동하던 중, 라비아타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다. 기왕이면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는데.


''레오나 대장님, 방패 하나가 다시 전선에 복귀했어요!''


그럼 그렇지.


''또?! 이게 몇 번째야, 진짜!''


''분명 라비아타 통령의 일격을 두 세대는 받아냈을 텐데, 아직도 멀쩡히 움직이는군. 심지어 흠집도 없어. 전선에서 이탈한 지 10분도 안됐을 텐데.''


''사기 깎이니까 거기까지만 말해, 나도 아니까.''


레오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리의 다리에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나 역시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을 입 밖에 냈다.


''저렇게 압도적인 전투력을 가졌으면서 여태까지 전선에 서지 않았다니, 말이 안된다는 생각 안 들어, 레오나? 분명히 뭔가 약점이 있을 것 같은데...''


''나도 지금 최대한 머리 굴리는 중이야.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서 문제지.''


''라비아타, 그쪽은?''


''저도 마찬가지에요!''


''죽여주는군. 아니면 하다못해 특이한 점이라던가?''


''특이한 점이라니, 그게 뭔데요?''


''특이한 점이 뭐냐니, 특이한 점이 특이한 점이지.''


''무슨 설명이 그런...아, 그러고 보니, 방패의 질감이 약간 이상한 것 같기도 하네요!''


방패의 질감이라?


''어떤데?''


''말로는 잘 표현 못하겠는데, 약간, 그, 방패가 제 공격을 받아내는 느낌이 아니라 밀어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에요!''


''아아, 뭔지 알겠다! 그러니까, 그런 느낌인 거지? 신선한 회 먹을 때처럼 생선이 이빨을 밀어내는 느낌 비스무리한.''


''꼭 표현을 그렇게 하셨어야 했어요?!''


''이해가 쉽잖아! 아무튼, 다른 건?''


''없어요! 애초에 두 세번만 내려치면 곧바로 후퇴하니 분석이고 뭐고 할 시간도 없고!''


라비아타의 설명에 수긍하고 혀를 차려는 순간, 마리의 다리에 붕대를 감던 레오나의 눈빛이 한순간 돌변했다.


''저 표정은...뭔가 감이 잡힌 거야, 레오나?''


''잠시만 조용히 해봐. 생각 중이니까.''


레오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마에 손을 짚고 한참동안 생각에 빠졌다. 중간중간 뭔가 중얼거리긴 했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기에 나와 라비아타는 각자의 자리에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때때로 날아드는 창과 방패는 덤으로.


그리고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던 수십 초 후, 레오나는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 수도?''


                                                                                               


지난화에 힘을 너무 빼서 이번에는 분량이 좀 적습니다.


제 미천한 소설을 봐주시는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글 날아간 뒤로 아카 공앱에서 글 써보려고 하는데 인터페이스가 하나도 이해가 안된다.


나도 이제 컴맹인건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