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극심한 두통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다.


아직 살아있나? 이곳은 어디인가...


눈을 떠서 주변을 돌아보려 해보지만,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다시 손 끝에서 부터, 하나씩, 몸을 움직여보자...


몇번이고 움직여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마치 몸의 모양을 한 감옥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다.


한참을 몸과 씨름하다 마침내 손가락 끝 부분이 잠시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시야가 밝아지며 주변 광경이 비쳐졌다.


"...뭐야 이거"


내가 내뱉었다고 생각한 말은 나오지 않고 있었고 내 눈앞에는 닥터와 한 남자, 그리고 엔지니어로 보이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몸에 전기가 내달리는 듯한 통증이 쏟아져 들어왔다.


입에서 절로 통증을 간신히 참는 신음 소리가 나오고 몸이 절로 굽혀졌다.


"어...?"


"됐다!"


"뭐가 됐다는 거야?"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내가 다시 물어보았다.


"아저씨 정신이 들어?"


"뭐야, 너희들 어디서 온 거야!?"


"진정해요,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남자가 외치는 걸 뒤로 하고 나는 도망가려 했다.


"뭐... 뭐야 이건...?"


그리고 몇 걸음 도망쳐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던 찰나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기계가 되어있는 내 팔이었다.


"이게... 무슨...?"


뒤돌아서 그 무리를 쳐다보았다.


닥터와 포츈, 그렘린 그리고 한 젊은 남자


"너희들은 누구지? 나는 어떻게 된거고?"


"진정해 아저씨, 우리는 오르카 저항군 소속 기술팀이야. 그리고 아저씨를 깨운것도 우리"


"저항군?"


"혹시 철충에 대해 기억하시는 게 있나요?"


"철충... 그래, 2차 연합전쟁 도중 갑자기 세상을 멸망 시키다시피 한 외계괴물"


"기억 손상은 없는거 같지?"


"잘못되었다면 최근 기억부터 없어졌을거거든 닥터 말이 맞는거 같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아저씨, 우리가 아저씨를 깨웠다고 이야기 했지?"


"그래, 그게 무슨 의미지?"


"이 기계, 원래 아저씨 두뇌를 그대로 복제한 기계지?"


"설마..."


"여기 잠들어있던 아저씨를 다시 깨운게 맞아."


소름이 돋았다, 분명 사용할 수 없도록 바꿔둔 기계에서 나를 다시 깨우는게 가능하다니? 그리고 다른 이유에서의 위화감이 나를 감쌌다.


"여기 살고 있던 애들은 어쩐거냐...?"


나는 목소리를 깔고 위협하듯 이야기했다.


"어, 그거는 걱정하지 마. 더치걸 열세명 이랑 바닐라 하나 전부 안전하게 보호 중이야"


"더치걸은 40명이 있었을 건데?"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열세명 밖에 남아있지 않았어, 질병이나 수명이 다해서 명을 달리했다고 이야기 하는걸 들었어"


"그걸 어떻게 믿지?"


"못 믿겠다면 벙커 밖으로 나가서 직접 만나보던가. 그 뒤에 이야기 하는 건 어때?"


"그래... 일단은 그렇게 하지"


통증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생각들이 서로 이야기 하면서 정리되자 여기 있는 사람이 오르카의 사령관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첫 만남이 이렇게 될지도 이렇게 조질지도 몰랐는데 말이야'


분명히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텐데... 라며 혼자 고민을 하고있자 누군가 내 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이지?"


"아니, 그 인사를 좀 하려고..."


"그 난리를 겪은 거 치고는 꽤나 침착한데? 나 같았다면 엘리베이터도 따로 탔을텐데 말이야"


사령관은 실없이 웃고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내가 직접 봤으니까 말이야. 믿을 수 있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하기야, 저 기계로 내 기억들을 다 들쳐봤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여튼, 반가워 나는 이곳 저항군의 사령관이야. 편한대로 불러도 상관없어"


"그럼 사람 쉽게 믿는 바보라고 불러도 될까?"


"아... 하하..."


"장난이야, 반가워 사령관"


우리 둘은 손을 맞잡고 짧은 악수를 나누었다.


물론 리리스나 다른 호위기체들이 있었다면 산산조각이 났을 이야기겠지만, 뭐 이럴 때가 아니면 이런 장난을 언제 쳐보겠나 싶어 장난을 쳐봤다.


"그래서 이 섬은 어떻게 찾은거야? 삼안 소유의 무인도라는 이야기만 있었을 건데"


"이야기 하자면 긴데 에이다라고 하는 고고도 궤도에 있는 인공지능 위성이 이 섬에 이상한 시설이랑 생존자가 확인된다고 이야기 해줘서 조사와 구조를 겸해서 온 거라고 할 수 있을걸"


"굳이 이곳에 찾아왔다는 소리야?"


"아니 운이 좋게 이곳을 찾았을 때 우리는 괌에 있었거든 거리가 그렇게 먼 것도 아니었으니까"


"음... 대충 이해는 가네, 우리도 괌에 왔다갔다 해봤으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 1층에 도착했고 익숙한 입구가 보였다.


내가 앞장서서 능숙하게 문을 열고 나오자 뒤에 있던 이들이 따라왔다


뭔가 쑥덕거리는 게 들리는 것 같지만 지금은 무시하자


분명 방금 전에 봤을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숲이 좀 더 무성해졌고 이곳저곳 낡은 게 눈에 밟힌다.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했다


"그럼 기계오빠, 니아언니 있는곳에 안내해 줄까?"


"기계오빠는 무슨... 라붕이라고 불러, 싫으면 아저씨라고 부르던가... 잠깐 뭐?"


"니아언니?"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뒤돌아 걷다 곧 뛰기 시작했다.


"아저씨...! 원래있던 집 거기야!"


닥터가 못 찾을까 걱정했는지 내게 소리치는 게 들린다.


손을 들어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그대로 우리 집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바뀐 풍경들, 그래도 알고 있는 길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하고 잠시 멈춰 정신을 가다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슨 일이..."


요란한 소리에 니아가 이쪽을 보다 나를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안녕"


"당...신?"


"많이 바뀌었네, 니아"


그대로 내게 뛰어 들어와 내 품에 안겨 울기 시작한 그녀를 안고


한동안 우리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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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썼을 뿐인데 개추 70개에 댓글 40개 박혀서 바로 써와씀!


많이 봐줘서 고마워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