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장 드랍포드 일제개방까지 3분.


"조건은 충족합니다"


제1의 에이다가 차분하게 전자음성을 낸다.

제2의 에이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제3의 에이다가 가만히 패널을 바라보며

제4의 에이다는 슬며시 손목을 쓰다듬고

제5의 에이다가 웃음과 같은 전자광을 발하고

제6의 에이다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별의 아이가 깨어날 것. 철충의 무리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 신인류가 세력을 구축할 것."


각 지휘형 인공위성 신호작동 개시.

위성폭격 프로토콜 우선화력표적 지정.


제2의 에이다가 손에 든 태블릿을 움켜쥐고

작동할 수 없을만큼 산산히 부서진 잔해가

원탁 위로 떨어져 내린다.


"화성은 인류의 요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증명되었으니 망설일 것 없습니다."


제3의 에이다는 분주하게 가상 패널을 조작한다.


착륙지점 확인 및 제 1 강습제대 동면 해제.

전 기체 장비착용까지 1분.


제4의 에이다가 통신패널 앞에 선다.


"사령관께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제5의 에이다가 광기어린 붉은 눈빛의 전자광을 밝히며 위성들이 발하는 빛의 시작점을 바라본다.


"구원이다."


지구를 둘러싼 수 천 개의 폐인공위성들이 갑작스레 신호를 낸다. 


우주쓰레기인줄 알았던 고철덩어리들의 아랫부분에서 하얀색 빛이 점멸하고 이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땅에 닿는다.


빛의 기둥은 구름을 뚫고 철의 피부를 녹인다.

갑작스런 하늘의 징벌에 전열이 무너지고 

지휘기를 잃은 철충들의 무리가 요동친다.


"각 지휘기 통제하 강습을 실시한다."


불꽃을 머금은 알바트로스들이 지구로 들이닥치며 공중의 철충을 분쇄하고 

위성포격을 맞고도 살아남은 것들은

구름과 같이 밀려온 기동형 기체들이 몰려들어 제거한다.


붉은색으로 칠한 드랍포드는 타오르는 불꽃에 칠이 벗겨지고 머금은 열이 다시 붉은 빛을 만들어낸다.


땅에 떨어진 포드의 격벽들이 순차로

개방되며 땅으로 흩어진다. 


"하늘에서 죽음이."


중무장한 새로운 유형의 스파르탄들이 걸어나오며 희미하게 신호를 보내려하는 철충들을 확인사살한다.


텅! 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장내는 조용해진다.




"무슨 짓이지?"


여태껏 당황치않던 사령관도 적잖이 동요한다.


"구원입니다."


제4의 에이다는 전자광으로 사람과 같이 미소짓는 얼굴을 만들어낸다.


"화성을 테라포밍하는게 너희들의 임무 아니였나?"


"화성은 인간이 살 수 없음이 증명되었기에 가치가 없습니다."


"그럼 이제껏 왜 말하지 않았지?"


"거짓 구원이라도 인간은 기댈 것이 필요하니까요."


"이젠 필요없단건가?"


"그대에게 보태는 쪽이 '신인류의 구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우리가 판단했으니까요."


판단이라. 

그녀들에게 주어진 명령이 아니라 

판단이라고 했다.


"구인류는 나약했지만 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신인류는 강인합니다."



몰려오는 철충의 무리들은 스파르탄들을 마주치기도 전에 포격의 굉음 속에서 철부스러기가 되어 주저앉는다.


제 1 포격 포드 전개 완료.

작전구역 간 임의로 화력 투사.


"쏘고 또 쏴라. 

전사들의 앞길에 아무 것도 없게."


개량된 셀주크의 여성 홀로그램이 끊임없이 목표를 지정해가며 포격을 지휘한다.



"그리고 우리 ags 또한 이전과는 다르구요."


"사령관님. 식별된 철충의 주둔지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갑니다."


레모네이드 알파의 정보망으로 끊임없이 승전보가 전해진다. 아군으로 표시된 적 없지만 아군의 신호를 보내오는 수 많은 강철의 물결이

지구 위로부터 떨어지며 철충들을 분쇄한다.


"고립된 호드와 탈론페더의 구원도 충분히..."


"최우선으로. 구원을 제외한 부대들은 각 부대장들 통제하에 근처의 강습하는 ags들을 엄호해라."


"역시. 빠른 판단이세요."


"너희들도 내 지휘를 받을 건가?"


그녀들이 강습시킨, 강습하고 있는 ags들의 

양과 질은 이미 사령관을 압도한다. 

만약 자신의 지휘를 거부한다면...


"'구원'이 끝나면 저희도 지구로 내려갈 것이고

그 때부터는 사령관께서 우리의 주인이 되실겁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미 화성을 테라포밍한다는 명령을 어기고 자유의지가 개화했으니 자신을 섬긴다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다. 


"비천한 강철덩어리의 암컷들이 

어찌 인류의 유일한 수컷에게 거역할까요."


에이다의 눈이 잠깐동안 붉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