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이, 버러지들이...!!]


거대한 도끼가 육중한 기간테스의 장갑에 처박혔다. 우드득 하며 파고든 도끼는 손쉽게도 기간테스의 한 팔을 짓이기듯 끊어놓았고 발탄의 매서운 주먹이 가슴팍에 꽂히자 기간테스의 시스템은 다운되었다.


[다 짓뭉개주마!!]


도끼를 거둔 발탄은 자기를 거슬리게 하는 한 골렘을 보곤, 손을 뻗어 머리 부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땅바닥에 쳐박으려고 팔에 힘을 주자 썩어도 준치라는 듯 골렘은 굳세게도 버티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습다는 듯 가볍게 힘으로 그 저항을 꺾어버리며 땅바닥에 구멍이 남을 만큼, 강하게 내려찍었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궁지로 몬 버러지들을 상대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지만, 그 누구도 없는 것을 보며 강하게 포효를 내질렀다. 감히 자신 앞에서 도망친 그 꼬락서니가 역겨워서.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아서.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카마인이 증오스러워서.


그리고, 점점 느껴지는 아찔한 고통은 이미 거의 너덜너덜해져 찢기기 직전인 이성을 더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만약, 발탄이 평상시의 상태라면 이 장소가 자신이 있던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행동을 했었을 것이다.


허나, 이미 수육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몸에서 새어 나오는 막대한 고통과 찢긴 영혼으로 인하여 나오는 고통은 평상시라도 얇았던 이성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데 충분했다. 그렇기에 다시금 발탄은 도끼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버러지들을 찢기 위해 힘껏 휘둘렀다.














"휘유, 살았다."

"그러게 말이에요."


이 공대의 공대장인 건슬링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자신을 운반해주는 로봇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었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고 싶어 한들, 저쪽에서 우리를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허나, 아르데타인의 해결사를 해온 사람으로서 저것이 적의가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들이 짓는 것은 경계도 적의도 아닌, 혼란스러움이었다.


"저쪽은 왜 우릴 저렇게 지켜본 대냐?"

"글쎄요. 일단 이쪽의 높은 분을 만나봐야 알겠죠."

"그렇겠지?"

"그렇죠. 저쪽도 그렇듯, 저희도 이쪽을 모르니까요."


옆에서 오랜 시간 같이 지낸 아르카나가 그렇게 말하자, 픽 웃으면서 담뱃갑을 꺼냈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기대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르카나는 자연스럽게도 내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꼬나물고는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에스더님들도 같이 왔는데... 오히려 거대한 힘 때문에 튕길 줄은..."

"그러게 말이야. 에스더님들이 있었더라면, 금방 수습했을텐데."


건슬링어는 담배를 꼬나물고는 난간에 기댄 체, 툭툭 난간을 두들겼다. 머릿속이 많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우리가 강해졌다고 한들, 정말로 에스더님들이 없이 그 발탄을 상대할 수 있는가? 깊게 고민해보고, 여러 계산을 해봐도 모자라기 그지없다.


"후우-..."


짙은 연기를 내쉬며, 이리저리 고민을 해봐도 역시나 우리들의 대실패라는 것이었다. 에스더님들의 도움 없이는 그 발탄의 거센 공격에 버틸 재간도 없었고, 발탄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워로드라 해도 4명이 한계였다. 그 이상은 실드가 버티지 못하고 깨져 우리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고.


"답이 없네. 복귀를 하려고 해도, 저 발탄의 마력이 아닌 이상 게이트를 여는 건 힘든데 말이야. 도화가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아무리 도화가라고 해도, 역시 그건 무리죠"

"...역시 그렇겠지?"


차원의 문을 다루는 도화가라 하더라도, 아예 타 차원으로 향하는 문을 열기엔 역시 마력이 턱없이 모자라니. 그렇기에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을 데려가는 낯선 인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지금 봤는데. 너도 뭔지 알아차렸지?"

"네. 벌써 알아차렸죠. 우리 해결사 공대장님보다 빠르게."

"진짜 말 주까치 하는 거 봐. ...역시, 클론쪽인가?"

"글쎄요. 클론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죠."

"신기한 세계네..."


그렇게 모두 피운 담배를 휙 바깥으로 던지며 기차 안쪽으로 들어갔다.









"..."


저, 발탄이라고 부르는 생명체는 온갖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았다. 타이런트의 공격을 뚫고 들어와 오히려 자기 아래에 무릎을 꿇게 만들어 그대로 아작을 내버렸으며, 든든하던 알바트로스의 보호막은 단 몇번의 주먹질에 형편없이 깨져나갔다.


"하지만, 이들은."


하지만, 이들은 우리와 똑같지만 아주 능숙하게 그 생명체에 대비하고 있었다. 마치 거센 공격을 하자, 어디로 주먹을 뻗는지 알고 있다는 듯 가볍게 피하고 있었고,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장판 공격은 서로 모여서 합쳐지게 만든 후, 그곳에서 벗어나 그 장판 공격을 파훼했다.


"수습한다고 했었지."


하지만, 실패했다. 갑작스레 어딘가 잘못된 것인지 한 축이 당하자 금세 파티는 점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예상치 못한 것에 당하기라도 한 듯이.


"이걸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얼른 우리 쪽으로 오길 고대했다.






[작가의 말] 현재 아크라시아의 모험가들은 1430쯤. 현재 발탄은 하드 급. 굳이 비비라면 비빌 수 있지만 못이기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