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18화 : 비장의 카드>


공항으로 이동하는 타이런트의 발을 묶기위해 보낸 병력중 가장 먼저 도착한 건 바이킹이었다. 네대 뿐이었지만 바이킹들은 그들의 날렵한 기동성을 살려가며 타이런트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보통 이 전투기들은 지상의 목표물을 노려야 할 땐 돌격모드라는 폼으로 변환하여 전투를 치르곤 했는데 이 경우엔 돌격모드의 화력으로 뭘 할 수도 없는 상황일 뿐더러 타이런트의 강력한 화력이면 바이킹은 순식간에 파괴 될 것이 뻔했던 데다가 워낙에 덩치가 큰 로봇이었기에 저고도 비행하면서 렌저 유도탄 공격을 통해 시선을 묶어두는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무모해보이지만 사실 의외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테란이 프로토스와 전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지만 프로토스와 전투를 하게 되었을 경우에 프로토스는 거대한 거신이라는 병기를 꺼내들었고 이 무기는 끔찍하도록 위협적이었다. 이때 테란들이 대응책으로 꺼내든 것이 바로 바이킹이었다. 거신의 키가 매우 큰 것을 이용해 바이킹이 저공 비행으로 거신을 집중 공격하는 작전을 꺼내 든 것이었다. 물론 추적자에 의해 격추되는 바이킹의 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어쨋거나 거신에 초토화 되는 것 보다야 결과가 나았다.



타이런트는 물론 거신에 비하면 작은 로봇이었다. 그렇기에 바이킹들은 조금 더 저고도로 비행하며 싸워야만 했고 이때문에 타이런트의 공격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모습은 멸망 전 지구에서 유행했던 어떤 특촬물의 모습과 유사했는데 그 모습이 흡사 거대한 우주 괴수를 상대로 방위팀의 전투기가 전투를 벌이는 모습과 같았다. 보통 이런 특촬물에선 전투기들이 피격당해 추락하곤 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두기의 바이킹이 타이런트의 플라즈마 포와 미사일에 당해 전투 불능이 되었다. 완파당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의 비행이 힘들어졌던 이 기체들은 공항으로 후퇴해야만 했다. 이젠 두대의 바이킹만이 타이런트와 맞서고 있었다. 이런 특촬물에선 방위팀의 메카가 괴수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주인공들이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바이킹들의 노력이 헛수고였던 것 만은 아니였다. 바이킹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스틸라인이 공항에 도착해 공항 진입로에 벙커를 건설했고 밤까마귀 역시 자동포탑과 국지방어기를 설치한 후 일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송기는 이륙 준비를 이어갔으나 공항시설의 로봇들이 포격으로 파괴되면서 연료 주입이 늦어지며 이륙이 지체되고 있었다. 오르카에서 긴급하게 스페어 로봇을 보내고 있었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그때까지 공항이 버틸 수 있을까가 문제였던 것이다.






마지막 바이킹이 공항으로 퇴각하고 마침내 귀찮은 바이킹들을 전부 쫒아낸 타이런트는 다시 공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화가 많이 나있던 타이런트는 다시 플라즈마 포를 발사해 공항 주변의 건물들을 쓸어버렸다. 건물들은 마치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타이런트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만들어진 언덕들이 생겨났다. 


아마 아직 인류가 남아있었다면 이 장면을 보고 뒷목을 잡았겠지. 부순 건물이 몇채인데 복구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그렇게 따질 인간들이 없다는 사실이 좋은 일인지 씁쓸한 일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확실한 건 타이런트가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폭음이 들려왔다. 폭이 좁은 건물 밑동에 여러발의 미사일이 날아와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타이런트가 위를 바라보자 건물 한대가 무너져 자신을 덮치려고 하고 있었다. 타이런트는 최대한 빠르게 달렸고 아슬아슬하게 무너지는 건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다시 하늘을 바라보자 아까 퇴각한 바이킹이 보였다. 유도탄을 주차타워로 추정되는 건물 밑동을 향해 발사해 타이런트 쪽으로 무너뜨릴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바이킹은 마지막 남아있던 렌저 유도탄을 타이런트를 향해 발사했다.화가 나 반격하는 타이런트의 플라즈마 포를 여유롭게 피한 바이킹은 다시 공항 방향을 향해 날아가며 모습을 감췄다. 


이제 타이런트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저 망할 자식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전에는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내 공항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타이런트는 그 방향을 향해 육중한 몸을 옮겼다. 공항 주변은 조용했다. 아까까지 귀찮게 하던 놈들이 정작 공항 근처에선 조용하다니? 의아했던 타이런트는 주변을 돌아봤다.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삐 삐 삐


무슨 소리지? 타이런트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기위해 몸을 돌렸다. 밤까마귀 한대가 자신을 향해 붉은 광선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추적 미사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걸 발견하자 타이런트는 플라즈마 포를 미사일을 향해 쐈고 그대로 미사일은 불발되었다. 다음은 밤까마귀 차례였으나 이미 잽싸게 도망친 밤까마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 놈들이 조용 할 리가 없지. 분명 공항에 놈들이 모여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공격에 피격당했는데도 타이런트는 눈에 띄는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격이 유효타를 내지 못했거나 바이킹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대지상 로켓 공격을 하다보니 빗나갔던 것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오메가가 타이런트의 장갑을 보강해서 보냈기 때문이 컸다. 괴물중의 괴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아마 오르카의 타이런트를 데려와도 상대가 어려웠을 것이다.


귀찮게 자신에게 딱총을 쏘고있는 자동포탑을 사뿐히 즈려밟고 타이런트는 공항 입구에 들어섰다. 놈들은 활주로 부근에 모여있을 게 분명했다. 아마 지금쯤 꽁지 빠지게 도망 칠 준비를 하고 있겠지. 공항의 본 건물이 보였지만 타이런트는 그대로 몸으로 건물에 들이 받았다. 유리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타이런트의 육중한 몸뚱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길이 다른게 길인가. 자기가 지나갈 수 있다면 그게 길이지. 타이런트는 창문으로 비치는 유리창을 통해 활주로의 위치를 확인한 후 그 방향으로 나아갔다.


예상대로 한대의 수송기가 보였다. 그리고 스틸라인이 설치해 놓은 벙커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토미워커에게 응급수리를 받고 있는 아까 놓친 바이킹 네대가 모두 보였다. 오늘이 네 녀석들 향냄새 맡는 날이구나. 두뇌 칩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에 타이런트는 포효하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타이런트를 발견한 벙커 내부의 브라우니들은 가우스 소총을 들었다. 건물을 뚫고 나오는 타이런트를 향해 일제히 사격을 했지만 두꺼운 장갑의 타이런트에게 가우스 소총의 탄환은 이빨도 박히지 않는 것이었다.


타이런트는 그대로 벙커를 물었고 그대로 안면부를 흔들자 벙커의 지붕이 뜯겨져나갔다. 안에 있던 브라우니 세명과 레프리콘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플라즈마 포는 아직 충전중이었고 미사일을 저런 잔챙이들에게 쏘기엔 아까웠다. 마지막 저항으로 스틸라인 분대원들과 바이킹들이 일제히 사격해 타이런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타이런트에겐 조금 따가운 수준에 지나지 않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그 순간 모두는 생각했다. 이젠 끝이라고....


그 생각은 수송기의 모두도 하는 생각이었다. 여기저기서 기도소리가 들여왔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이륙만 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는데... 오르카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그 모든게 여기에서 막히고 말았다.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아직 끝난게 아니에요! 사령관님이 구원부대를 더 보내셨다고 했어요! 아! 지금 제 카두세우스에 수송기 정보가 떴어요! 병력 규모가....!"


수송기 한대.........?


순간 벙찐 오렌지 에이드는 말이 없어졌다. 수송기 한대라니...? 상대는 타이런트인데? 그때 오렌지에이드는 밖을 보았다. 타이런트가 자신을 끝장 낼 마지막 플라즈마 포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오렌지에이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령관님.... 유미씨... 죄송해요......... 이 난민 분들을 지켜내지 못했어요...."


번쩍하는 빛이 수송기를 감쌌다. 이제 눈을 뜨면 자신들은 죽어있겠지. 바이오로이드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 바이오로이드에게도 사후세계가 존재할까? 오랜 질문이었다. 그걸 이제 본인들의 눈으로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보기는 원하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눈을 뜨는 오렌지에이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체가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모두가 무사했다. 아니, 무사한게 맞나? 자신들은 살아있는 건가? 


그 질문의 대답은 바로 오렌지에이드에게 온 통신이었다. 통신의 발신자는...


"아자젤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렌지에이드. 그래도 모두 무사한 것 같아 다행이군요."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아자젤이 작동시킨 역장 보호막의 효과였다. 타이런트의 플라즈마 포 공격을 버텨 낼 정도로 강력한 보호막을 생성했던 것이다. 통신기를 통해 보이는 아자젤의 모습은 매우 피곤해보였다. 무리를 꽤 했던 것이겠지. 


바로 그 순간 수송기가 이륙 준비를 마쳤다. 난민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아자젤님! 혹시 지원군이 아자젤 님이신가요?"


"아니요. 반려가 보낸 지원군은 지금 도착했답니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와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해 이동했다. 모두 입을 떡하니 벌리게 될 정도의 거대한 로봇. 양팔에 달린 거포로 모자라서 등에 달린 거대한 4연장 포. 그 로봇이 지상에 내려와 타이런트와 대치하고 있었다. 타이런트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로봇은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 로봇이 타이런트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 로봇이 말했다.


"토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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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요?"


오렌지에이드가 물었다. 들어 본 적이 없는 로봇인데? 그러고보니 오르카에 새로 오신 강주호씨인가 하는 분이 그쪽 세계의 기술을 기반으로 신형 AGS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지? 그럼 저것도 그쪽 기술인가? 엄청나다....


그 순간 오렌지에이드의 통신기에 또다른 사람이 연결됐다. 사령관이었다.


"오렌지에이드! 무사해서 다행이야! 이륙 준비는 어떻게 돼가?"


"지금 준비 끝났어요! 바로 발진할 예정이에요!"


그 말대로 수송기는 이미 이륙단계에 들어섰고 곧 기우는 느낌이 나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오렌지에이드가 창 밖을 보자 방금 공항에서 응급 수리를 마친 바이킹들이 자신들을 호위하는 모습이 보였다.


"걱정 마. 공항에 있던 스틸라인들도 전부 후퇴했으니까."


"네? 그럼 토르만 남아있는 거에요? 타이런트 상대로 괜찮을까요? 크기는 엄청나지만...."


"믿어 봐. 내가 아는 한 강주호 기술팀장이 실패 한 적은 없었어."


"대장!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거요! 저 덩치를 묵사발 내면 되는거요?"


껄렁껄렁한 목소리가 통신에 끼어들었다. 아하... 이게 토르의 음성이구나....


"그래. 마음껏 날뛰고 오도록. 이름답게 번개 한방 박아주고 와!"


"으하하하하! 알았소! 대장님은 구경이나 하쇼! 내가 저 장난감 묵사발 내는 모습을!"


수송기는 날아올랐고 구름 위로 올라갔다. 난민들은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잠을 자거나 앞으로 오르카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는 등의 여러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들의 희망 찬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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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대의 거대 로봇들은 서로를 노려봤다. 강자끼리는 알아본다고 했던가. 아무 생각 없이 전투를 시작했다간 질게 분명했다. 마치 서부 영화에서 악당과 대치하고 있는 보안관을 배경으로 흐르는 그 분위기. 정적이 흘러갔다. 그 정적을 먼저 깨뜨린 쪽은 토르 쪽이었다.


"신의 망치를 받아라!"


그 말과 동시에 토르의 팔에 달려있던 포, "토르의 망치"가 불을 뿜었다. 포는 정확히 타이런트의 왼쪽 측면에 명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타이런트에 대한 최초의 유효타가 발생했다. 장갑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타이런트는 포효했다. 분노에 이성을 잃은 타이런트가 미사일을 발사하며 토르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주 성격 급한 형씨일세! 고작 한대 맞은걸로 눈이 돌아간건가?" 


몇대의 미사일이 토르를 직격했으나 토르의 튼튼한 장갑을 뚫지는 못했다. 그리고 토르는 달려오는 타이런트를 노려보며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등에 붙어있던 250mm 포 4문이 타이런트를 향했다. 250mm 타격포가 전개 된 것이었다.


"천둥을 느껴라!!!!!!!!!"



그리고 엄청난 수의 포탄이 눈 앞믜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흙먼지가 엄청나게 올라와 시야를 가렸다. 먼지속은 고요했다. 250mm 포를 내리고 자세를 높여 통상 전투모드로 돌아간 토르. 하지만 끝날 때 까지는 끝난게 아닌 법이었다. 토르는 그런 덩치있는 상대라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즐겁게 해주길 바랬다. 그리고...


포효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뚫고 타이런트가 뛰쳐나왔다. 이미 외부 장갑은 너덜너덜해져 걸렛작처럼 변해버렸고 한쪽 팔도 보이지 않았다. 심각한 데미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타이런트는 달려들어 토르의 한쪽 팔을 물었다.


"이야! 이거 신의 팔을 잘랐다는 펜리르를 보는 기분이구만! 근데 말이지 형씨! 나는 티르가 아니라 토르거든! 팔을 드실 거라면 번지수 잘못 찾아오셨어!"


토르의 팔에 달려있던 토르의 망치가 타이런트의 아가리 안에서 불을 뿜었고 그대로 타이런트의 머리를 꿰뚫었다. 두뇌 회로가 날아간 타이런트는 잠시 그대로 서있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토르는 한쪽 발로 타이런트를 밟고 올라섰다. 과부화 회로도 250mm 타격포에 맞았을때 날아가 버리면서 자폭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형씨... 시시한데 이게 다요? 더 재밌게 해주실 줄 알았는데 재미없겠스리...."


그렇게 비웃고 있던 시점에 수송기가 나타났다. 수송기를 본 토르는 몸체를 움추리기 시작했다. 몸체를 움추린 토르를 아랫쪽에 매단 수송기는 이륙했고 용이 있는 전장을 향해 날아갔다. 실려가는 동안 토르의 미사일 포드에 제블린 미사일들이 장전되기 시작했다. 전투는 이제 클라이맥스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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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토르 드랍해보면 의료선 밑에 달고 가는데 개인적으로 이거 은근 덩치에 걸맞지 않아서 그런지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주호가 온 시점은 군단의 심장 시점이라 토르의 기술이 천벌포여야 하지만 극중 재미도 챙기고 싶었고 타격포가 워낙 간지나는 스킬이라 250mm 타격포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전 에피소드>

https://arca.live/b/lastorigin/52090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