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흠흠~♪"


초계 임무를 마친 세이렌은 콧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거닐었다.

그녀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령관님의 모습을 보러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업무 보고일 뿐이고 오랜 시간 있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오늘도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주시겠지.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려나.

그런 순진한 아이 같은 고민을 하던 세이렌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칫했다.


"서, 서방님... 곧 세이렌이 임무를 마치고 올 시간입니다. 그러니..."


부끄러워하고 연약함이 느껴지면서도, 성숙한 여인의 느낌을 풍기는 목소리.

분명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세이렌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이건, 무적의 용 대장님..?'


평소의 위엄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은, 여리디 여린 여인의 목소리였지만,

세이렌은 그것이 자신이 두 번째로 존경하는(첫 번째는 사령관이다) 대장님의 목소리임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대장님의 말에 담긴 뜻에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다.


'대장님이 서방님이라고 했어..! 그럼 사령관님과 대장님이...'


무적의 용 대장님과 사령관님은 비밀리에 맺어진 연인사이다.

세이렌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 왜 슬픈거지? 대장님과 사령관님이 맺어진건 기쁜 일인데...'


세이렌이 자기 감정에 의아해하는 사이, 방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방님의 애정표현은 좋지만, 때를 가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니 풀어주시면..."


비밀로 하고 있는 일이니 모른척 하는게 옳은 일이다.

지금 비서를 하고 있는 콘스탄챠에게 사령관님이 안계셨다고 하고,

나중에 호출을 받으면 돌아오는게 맞지만, 어째선지 세이렌은 움직일 수 없었다.


'궁금해. 사령관님과 대장님이 사랑하는 모습...'


아무리 성실하다고는 하지만 세이렌은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녀.

분명 저 안에서는 자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모습이 펼쳐질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한 세이렌은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문틈 사이로 방안을 훔쳐보기로 했다.


'잠깐만, 잠깐만 볼게요... 대장님 죄송해요....'


방안의 모습을 훔쳐보던 세이렌은 깜짝 놀라,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막았다.

무적의 용 대장님이, 마치 자신처럼 사령관님 품에 꼭 껴안겨있는 모습을 본것이다.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어리광과는 다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서방님... 정말 짖궂으십니다. 평생을 함께할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는겁니까..."

"그치만, 용을 껴안고 싶었는 걸."


한 사람의 여인이 되어 행복한 얼굴로 품에 안겨있는 무적의 용 대장님과,

그런 대장님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습에 세이렌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밀회여서 그런가, 세이렌 자신과는 다르게 뭔가 야릇했다.


'이, 이게 어른이라는 걸까...'


그때, 용이 사령관에게 뭔가를 바라는 눈빛을 하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음..."


잠시 고민하던 사령관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용이 내게 직접 키스해주면 풀어줄게."

"읏..."


'키, 키키키키키키스..!'


용은 수줍음에 몸을 움츠렸고, 세이렌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몇 초 있다가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걸 알고 고개를 갸웃했다.

세이렌의 그런 마음을 모르는 용은 살짝 망설이다가, 사령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짖궂은 서방님... 눈을 감아주세요... 응..."


사령관이 눈을 감았고, 용의 입술이 사령관의 입술과 겹쳐진다.

세이렌은 두근거림과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그때, 사령관의 손이 용의 등을 타고 올라가 목덜미와 머리를 꽉 안았다.


"으흡..! 으응...! 하음...! 서방님, 하읏...!"


'아으으으으으! 사, 사령관님, 대장님..!'


놀란 용이 벗어나려고 했으나 사령관이 손을 잡자마자 그 반항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사령관은 혀로 용의 입술을 톡톡 건드려 입을 열게 하고 입속을 범하기 시작했다.

세이렌은 알 수 없는 열기에 허벅지를 꼼지락 거리며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사령관이 패널을 집어들어 콘스탄챠를 호출했다.


[네, 주인님. 콘스탄챠입니다.]


사령관은 아쉬워하는 용을 가슴을 살며시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세이렌이 곧 보고하러 올텐데, 바빠질 거 같아서. 3시간만 있다 오라고 전해줘."


[3시간 이후에 말씀이시죠? 알겠어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주인님.]


자신의 이름을 들은 세이렌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이야. 주변에 아무도 안계셨어... 응?'


세이렌은 그것을 다행이라 여긴 것에 의문을 가지다가도,

조금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이 와, 단말기 소리가 울린다는 걸 깨달았다.

최대한 조심하면서도 신속하게 문을 닫은 세이렌은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오늘의 자신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