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20화 : 함정>


2대의 수송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송기에서 스틸라인 분대원들이 먼저 내렸다. CMC 전투복을 장비한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그리고 노움과 이프리트가 먼저 내렸고 티아멧과 랜서 미나가 이어서 내렸다. 이어서 수송기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포츈과 강주호였다. 이 사건의 이야기는 3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밀 시설이요? 오메가의?"


"응. 그래서 그 시설을 조사하려고 하는데 뭘 연구하던 시설인지 모르다 보니 기술 자문을 해줄 대원 몇명이 같이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거든. 닥터는 080에서 추가적으로 하는 임무가 있어서 힘들 것 같고, 발할라가 출장을 가서 그렘린도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저희 둘이 가기로 했다는 거겠죠. 알겠습니다. 근데 괜찮을까요? 그래도 오메가의 시설인데..."


"얼마 전에 오메가의 인원들이 시설을 빠져나가는 것을 정찰로 확인했지. 화물차가 왔던 것도 확인했고. 우리쪽이 전선을 밀어내니까 어쩔 수 없이 시설을 버리는 걸 선택 한 것 같아. 급하게 빠져나온 걸로 보이는데, 그러면 남아있는 자료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뭐.. 시설도 우리가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값진 물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장비까지 동원해서 철수를 할 정도면 어지간히 중요한 물건이 있던 것은 아니였을것이다. 자료를 파기했어도 시설에 무엇을 연구했는지 흔적이라도 남아있을테니 무의미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탐사대가 결성되었던 것이었다. 탐사조는 다음과 같았다.


스틸라인 : 브라우니6, 레프리콘2, 노움1, 이프리트1

스트라이커즈 : 랜서 미나, 티아멧

기술자문 : 포츈, 강주호


그렇게 탐사조가 꾸려졌고 그들은 이제 시설 앞에 서있었다.


시설은 동굴을 개조해서 만든 듯 해안 절벽에 있었다. 강주호가 먼저 문에 다가갔지만 문은 반응하지 않았다. 다행히 080이 알아낸 시설 코드 몇가지가 있었고 그 코드를 입력하자 시설의 정문이 열렸다. 스틸라인이 앞서 들어가고 이어서 포츈과 주호는 스트라이커즈의 호위를 받으며 진입했다.


시설 내부의 조명은 꺼져있었다. 전원이 나간 듯 보였지만 문의 경우로 보아 보안시설의 전원은 남아있는게 분명했기에 그들은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내부가 어두웠기에 스틸라인 대원들은 CMC 전투복에 붙어있는 조명을 켰고 주호와 포츈, 스트라이커즈 역시 야간 투시경을 찬 채로 이동했다.


비어있는 시설 내부에선 적막만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기에 더욱 불안한 분위기. 시설의 로비쪽에 도달하자...


"침입자 감지, 자동 방어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인공지능의 음성과 함께 시설의 문이 닫혔다.


"뭐야! 문이 닫혔잖아!"


"포츈씨! 기술팀장님! 이거 열 수 있겠어요?"


주호와 포츈이 다가가보고 문의 상태를 보았다.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문의 전원 자체가 나가버렸거든.... 여는게 불가능할 것 같거든...."


"이뱀! 큰일났슴다! 본부하고 통신이 되지 않슴다!"


"뭐라고?! 그게 또 무슨소리야!"


문이 닫히면서 시설의 안과 밖의 신호가 완전히 차단되어버린 모양이었다. 아마 시설을 지을때 전파 차단 처리를 했나보군.


"이래서야 완전히 갇혔잖아."


"팀장님, 일단 더 안쪽으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시설 안과 밖의 통신이 막혔지만 시설의 중앙 통제실까지 가면 통신 방법이 남아있을지도 몰라요,"


티아멧의 말을 들은 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오메가와 주기적으로 통신을 했을테니 그렇게 보는게 맞겠지. 


"좋아. 안으로 더 들어가보자고 일단."


시설의 복도를 따라가던 부대원들은 잠시 멈춰섰다. 두갈래길이 보였다.


"표지판도 없고 불친절하네요."


스틸라인 1팀의 레프리콘이 푸념했다.


"별 수 없겠군. 우선은 둘로 나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분대장님."


"그래야겠네. 너희 넷은 부분대장 따라 가도록 해. 강주호 팀장님이랑 티아멧은 저쪽을 따라가십쇼. 미나씨랑 포츈씨는 이쪽으로."


그렇게 탐사대는 두 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1팀 : 이프리트, 레프리콘1, 브라우니3, 랜서 미나, 포츈

2팀 : 노움, 레프리콘1, 브라우니3, 티아멧, 강주호


-------------------------------------------------------------------------------------


왼쪽 길로 들아온 2팀은 복도를 따라 걸었고 마침내 굳게 닫혀있는 문 앞에 서게되었다. 문 앞에는 콘솔이 하나 붙어있었는데 키패트와 카드 리더기가 달려있는 모습이었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이 콘솔을 조작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호는 080이 적어 준 코드 몇개를 적어봤으나 이 문을 열게 해주는 코드가 아니였다. 코드를 3번 틀리자


"침입행위 확인."


이라는 인공지능 음성과 함께 자동 방어 시스템을 이루는 포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 서세요!"


주호를 뒤로 보내고 스틸라인이 앞섰다. 포탑들이 기관총을 쐈지만 스틸라인의 CMC 전투복을 뚫지는 못했고 역으로 스틸라인이 가우스 소총을 난사해 자동 포탑들을 모두 파괴시켰다. 마지막 남아있던 자동 포탑을 향해 티아멧이 달려들었다. 넓은 시설의 구조 덕분에 기동장치를 장착한 티아멧이 활약할 수 있었고 여유롭게 탄환을 피한 티아멧은 곧바로 검을 꺼내 포탑을 두동강 내버렸다.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노움은 곧바로 전투복의 통신기를 조작했다.


"1팀 응답하십시오. 여기는 2팀. 방금 시설 자동 방어 시스템과의 교전이 있었습니다.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쪽 상황은...."


"................................................."


"1팀! 응답하십시오! 여기는 2팀! 안들리십니까?"


무전기에선 지직거리는 잡음만 들려올 뿐 아무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팀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설마... 시설 내부에서도 통신 방해 전파가 흐르고 있나....? 이거 한번 흩어지면 애먹게 되있었구만...."


그때 노움의 머릿속에 뭔가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주 불안한 생각이....


"분대! 인원보고!"


"네! 레프리콘 하나! 브라우니 셋..... 셋....?"


브라우니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없는거지?"


"브라우니 13234가 보이지 않습니다!"


"젠장! 브라우니! 들리나! 응답해! 브라우니!"


역시 CMC 전투복의 통신기는 먹통이었다. 브라우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일단은...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보죠. 돌아가면서 찾아보면 있을지도 몰라요."


티아멧의 의견에 따라 탐사2팀은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화장실도 뒤져봤고 열 수 있는 문이란 문은 다 열어봤으나 브라우니는 찾을 수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처음 발을 딛었던 시설 정문에 도착했다.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답답했던 티아멧이 대검을 꺼내 문을 공격해봤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다.


"환장하겠네."


"레프리콘, 일단 남은 브라우니들 잘 관리해봐. 시설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레프리콘....?"


레프리콘이 사라진 것이다. 아까 로비에 진입할때까지는 분명히 있었는데? 등골이 서늘해진 그들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가 되었다.


"부분대장님.... 우... 우리 어떻합니까.... 이... 이대로 하나씩 사라지다가... 다.... 다 죽는검까....?"


"시... 싫슴다.... 죽기는 싫슴다!!!! 나갈검다! 문 열어주십쇼!!! 나갈검다!!!"


"다들 진정해! 일단은 너희 둘은 나 따라오고 팀장님과 티아멧씨는 여기서 기다리세요!"


"안돼! 이대로 또 흩어졌다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래! 네 쪽이나 우리쪽이나 안전하지 않을거야! 차라리 모두 모여있는게!"


"지금 이대로 모여있다간 시설 안에 갇힌 채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을 거에요."


노움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저희가 사라진 애들 찾아보고 구조신호도 게속 시도해볼게요. 저희가 계속 오지 않는다면 티아멧씨가... 주호씨를 이끌고 시설 중앙 통제실을 찾아가주세요. 누군가가 구조신호는 보내야죠. 그나마 저희중에 시설 내부 장치를 가동 시킬 줄 알만한 사람은 주호씨 뿐이니까...."


티아멧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세요. 주호씨는 제가 책임지고 지킬테니까. 노움씨랑 브라우니들도 조심하세요."


남은 스틸라인 대원 3명은 둘에게 경례를 한 뒤 시설의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대체 이 짙은 어둠속에 무엇이 있길래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인지 주호는 알고 싶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시설을 뜯어버리고 탐사하는 거였는데.... 공성 전차로 정문 날려버리고 들어갔으면 이정도로 일이 꼬이지는 않았을거야... 내 잘못이야... 내가 이 사람들을 죄다 사지로 끌고 온 거나 다름없어! 주호는 생각했다.


그 생각을 아는지 티아멧이 입을 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언제나 생길 수 있죠. 준비를 철저히 해도 꼬이는 경우는 많아요. 일단은 지금 당장의 상황에 집중하자구요."


같은 시각, 어둠 속을 걷고있던 스틸라인 대원들. 노움과 브라우니 둘의 전투복에서 비쳐오는 불빛들을 제외하면 눈 앞의 것들은 모두 어둠과 하나가 되어 있는 듯 했다. 세 사람은 서로 최대한 붙은 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세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누구야! 브라우니? 레프리콘? 아니면 1팀 분들이십니까?"


어둠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뱀! 이뱀입니까! 미나씨? 포츈씨!"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응답. 초조해 하던 그녀들의 얼굴은 어느새 공포로 바뀌어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쏴! 쏘라고!!!"


---------------------------------------------------------------------------


1시간 경과. 누구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주호는 계속해서 문을 열기 위해 단말을 연결해 조작하고 있었고 티아멧은 그런 주호를 등지고 대검을 쥔 채로 경게하고 있었다. 


"안오는군요... 결국 그분들도...."


"이래서 떨어지면 안된다고 했던건데......"


주호는 뒤돌아섰다. 문을 만져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진짜 다른 수가 없어. 이젠 정말로 중앙 통제실이라는 장소를 찾아가는 수밖에...."


"그래야겠어요."


두 사람은 가까이 붙은 채로 어둠속을 해쳐나가기 시작했다. 노움과 브라우니들과 마주치지는 못했다. 방금 지나왔던 길들을 지났고 레프리콘이 사라졌던 로비를 지나 브라우니 하나가 처음으로 사라진 것을 알게 됐었던 그 커다란 문 앞에 다시 서게 되었다.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주호는 남아있던 접근 코드들을 다시 입력했으나 맞는 코드는 없었다. 방어 시스템이 죄다 파괴되었다는 사실 하나는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20분 정도 낑낑대고 있을때 티아멧이 다시 대검을 꺼냈다.


"정문보다야 얇을지도 몰라요. 비켜봐요."


그렇게 티아멧은 기합을 외친 후 문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몇번이나 휘둘렀을까, 마침내 문이 조각나고 길이 열렸다. 주호는 그 모습을 보고 말 그대로 벙져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나....


"앞으로도 게속 이렇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이게 통하기만 한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되겠죠."


심호흡. 두 사람은 다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마음의 준비가 끝나고 문 안쪽으로 발을 넣었다. 그 방 안에는 동력 발전기가 잔뜩 있었다. 무엇을 위한 발전기일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아 풀렸다. 


"팀장님... 저게 뭘까요...?"


티아멧이 손으로 가리친 곳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빛. 푸른 색의 영롱한 빛을 따라가자 수정의 모습이 보였다. 주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정탑. 수정탑이 정말로 있었다. 역시 자신이 이쪽으로 날아올때 수정탑도 같이 휩쓸린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저 발전기들은....


주호는 장갑을 낀 손으로 수정탑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벽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손을 떼어냈다.


"역장을 유지하려는 발전기들이었군...."


참 우스운 일이었다. 오메가는 이게 뭔지는 알고 가져온걸까?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 까지는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역장 보호막까지 쳐서 보호하고 있었겠지. 근데 연구한다고 뭐가 나오기는 했을까. 애초에 수정탑 기술은 고도로 발달한 프로토스가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미 문명이 테란에 비해서 수백 수천년은 앞서가는 이 외계인들의 기술은 테란도 겨우 조금씩 이해해가는 단계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뭔가를 얻어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이 물건의 진가를 알았다면 이걸 이렇게 버리고 갔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아마 좀 특이한 보석조각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티아멧 역시 이 수정탑에 매료되어 있는 듯 보였다. 프로토스의 물건을 접한 테란들이 자주 보이곤 하는 모습이었다. 프로토스의 기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에 가까웠으니까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런 정적을 깬건 갑자기 들려온 덜컹! 하는 소리와 부스럭 하는 소리였다. 주호는 주변을 살폈고 티아멧은 대검을 든 채로 사방을 경계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없다... 그럼 설마....


위.....?!


두 사람은 위를 바라봤고 끝내 보고야 말았다. 흉측하게 생긴 철충 감염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천장에 매달린 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들이 철충을 발견한 그 순간 철충은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무기를 들고있는 당장의 위협인 티아멧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새벽에 갑자기 쓰다보니 삽화가 없다는 점 죄송합니다.


전 에피소드

https://arca.live/b/lastorigin/52090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