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21화 : 돌파>


"주호씨! 도망쳐요!"


티아멧이 철충을 막으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혼자서 그걸 무슨 수로 막는다고 그래!"


"주호씨는 무장도 하지 않았잖아요! 같이 있어봐야 둘 다 당할 뿐이에요! 주호씨만 믿을게요! 어서 가요!"


"젠장... 젠장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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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도움이 된다면 상관이 없으니 시설 내부를 조심스럽게 돌아다녀봤지만 그렇게 도움 될만한 물건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제2 회의실이라는 현판이 보이자 주호는 문을 열어봤다. 잠겨있지는 않았다. 무엇인가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주호는 가까이 다가갔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포... 포츈씨!!!"


자리에 앉아 죽어있는 포츈. 포츈의 앞에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쏜 것으로 보이는 권총 한정과 ID카드가 보였다. ID카드를 확인한 주호는 이 포츈이 오르카의 포츈이 아니라 이 시설의 포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장직을 맡고 있었던 개체. 굉장히 상위 개체였다. 권총을 들어서 탄창을 열어보자 몇발의 총알이 남아있었다. 없는 것 보다야 도움이 되겠지. 하다못해 자기 머리에라도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있겠지.


이 물건은 잘 쓰겠습니다. 포츈에게 애도와 감사를 표한 주호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복도를 따라서 걸어서 나와서 어둠 속을 해치고 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호는 환풍구 덮개를 열었다. 그 속으로 기어들어간 주호는 다시 조심스럽게 덮개를 닫았다. 환풍구 밖으로 나이트 칙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칙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한 주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환풍구를 타고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소의 애벌레가 나무 속을 갉아먹으며 그 구멍을 타고가는 모습처럼 우스운 모습이었다.


"뭐.... 좁은 틈 들어가는거야 발할라 시설에서 질리도록 해봤지...."


환풍구 내부는 좁은 미로처럼 복잡한 모습이었다. 나 참 뭔놈의 환풍구를 이렇게 복잡하게 지어둔거야? 길 잃어버리기 딱 좋겠네. 여기서 길 못찾고 망령이 되서 떠돌아다니는거 아냐? 고향떠나 소환타고 온 세상에서 죽게 생겼구만.


투덜거리며 배기관 안쪽을 기어다니던 주호의 마음이 이윽고 무거워졌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된걸까... 모두 철충에 당했을까? 모두 목숨을 잃었을까? 계획을 더 잘 세워야 했다. 더 깊게 생각하고 게획을 짰다면 희생당하지 않아도 됐을 애들이었다. 돌아간다고 해도 오르카 대원들을 무슨 면복으로 봐야할까? 사령관이 자신을 믿어주고 같이 보낸건데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모두를 볼 면목이 없었다. 차라리 그냥 여기서 머리에 쏴버릴까? 근데 죽어서 만난다고 대원들이 나를 용서해줄까? 못하겠지. 젠장.... 모두들 정말 미안해....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을때 주호가 있는 배기관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보자 눈 앞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환풍구 덮개가 보였다. 주호는 온 힘을 다해 덮개가 있는 방향을 향해 기어갔고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다. 덮개 아래로 복도가 보였다. 이쪽이 천장이로군. 그리고 그 복도를 따라서 한무리의 철충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철충들은 뭔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브라우니.... 노움...! 포츈씨...! 다들...!"


철충들이 의식을 잃은 대원들을 끌고가고 있었다. 숨을 쉬고 있는 걸 보아 목숨이 붙어있는 듯 했다. 그 뒤로 케미컬 칙이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끌려가는 인원들 사이로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대원이 보였다.


"놔! 놓으라고!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티아멧....!"


"만들어진 인형주제에 말이 아주 많군. 쓸데없이...."


스피커 철충이 말했다.


"정확히는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 기술자다. 본래는 이런 목적이 아니었지만 그 자가 너희와 같이 있는 걸 보고 즉석에서 세운 계획이다. 최근 그자가 만든 로봇들은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지. 그런데 애석하게도 너희 로봇들에는생체 회로가 달려있다보니 감염이 불가능해져서 말이야. 그래서 한가지 생각해낸 방법이 이거다."


철충이 말을 계속 이었다.


"그 기술자를 생포해서 기술을 빼내 남아있는 공장 시설을 이용해 신형 AGS를 찍어낼것이다. 그러면 그 로봇들을 감염시킬 수 있겠지. 보아하니 너희와 아주 친한 모양이던데 이렇게 잡아두고 있으면 구하겠다고 제 발로 기어나올 터."


"우리를 미끼로 쓰겠다고! 미안하지만 주호씨는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거든요!"


발버둥치는 티아멧에게 케미컬 칙이 다가왔다. 그리고 티아멧을 향해 가스를 분사하자 티아멧이 그대로 축 늘어졌다.


"적당히 쓰도록. 이 녀석들이 죽으면 곤란해지니까. 잠 재우는 선에서 끝내도록 하라."


그때 어디선가 총성이 들려왔다. 철충들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대응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장난감 괜히 건들지 말도록. 이동하라."


그렇게 철충들은 복도를 따라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철충 특유의 붉은 빛이 보이지 않게되자 주호는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었다. 철충에 감염되면 더욱 강력한 능력을 지닌 괴물로 변하게 되는데, 만일 테란 AGS들이 철충에 감염이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안그래도 스파트탄 개체와 포트리스 개체를 감염시킨 철충들은 악명이 높았던 차였다. 토르나 공성 전차를 감염시킨 철충 개체가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자 주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자신은 여기서 사라지는게 가장 좋은 수인게 분명했다. 주호는 조심스럽게 권총을 꺼냈다. 머리에 대자 차가운 총구가 느껴졌다. 이런 끝은 바란 적도 없었는데....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방아쇠만...


엄마 엄마 나 죽으면 동산에다 묻어줘~


죽기 전 아니랄까봐 노래 한번 소름돋네.... 노래....?


앞산 말고 뒷산 말고 동산에다 묻어줘~


분명 노래가 들린다. 주호는 노래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굽어진 배기관 안에서 나는 소리같다. 누군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적어도 철충은 아닐 것이다. 철충이 이런 식으로 노래를 부를 리는 없겠지.


"친구들이 어딨냐고 물어도 말하지마~"


어둠 속의 그림자가 노래를 계속해서 불렀다. 들어 줄 사람도 없이 배기관 안을 맴돌 뿐인 노래.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림자는 이내 웅크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포츈언니........"


울어봤자 오지 않는 포츈언니. 그녀의 울음 소리도 이 배기관 속의 망령이 되어 떠돌뿐이었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더 흘렀다. 


"아무라도 와줘.... 귀신이라도 좋으니까 아무라도 와줘......"


고개를 파묻고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형체. 간절한 기도가 닿았던 걸까?


"아이고... 여기서 들리는 소리였구나. 너 괜찮아? 살아있는 거 맞지?"



더치 걸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확인했다. 인간 남성.... 인간....?


"정말로.... 귀신이 왔구나...."


"귀신이라니 무슨 섭섭한 소리야. 쌩쌩하게 살아있는 사람이거든."


"하... 하지만... 인간은 다 사라졌는걸....."


"아... 설명 하자면 좀 기니까 그냥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만 알아줘. 그나저나 넌 누구야?"


그 말을 들은 더치걸은 주호쪽으로 마주보고 앉아서 입을 열었다.


"더치 걸 NE-1443이야..... 이 배기관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어.... 너는....?"


"강주호. 코프룰루 구역의 테란 자치령에서 왔어. 기술자야."


"코프룰루....? 테란 자치령....?"


"말하자면 길다니까.... 혼자 있는거야?"


"응... 포츈 언니가 철충이 온다고 숨으라고 했었어... 우리는 시설 인원들이 철수 한 후에도 마지막까지 시설의 자료를 제거하고 종국엔 시설을 폭파시켜야 하는 임무가 있었거든.... 하지만 그 임무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철충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혹시... 언니 봤어...?"


주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렇구나... 그 포츈이.....


"아니... 못봤어."


"그렇겠지. 그럼 주호님은.... 왜 여기에 있어...? 그것도 혼자...."


"대원들이랑 같이 시설 조사나왔다가 기습당했어. 대원들은 전부 잡혀간 모양이고 나만 간신히 숨었지... 바깥이랑은 통신이 안되고. 듣지 말아야 할 것도 들어버린지라 뭐라도 손을 써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 답답할 노릇이야."


"그렇구나... 시설 중앙 통제실로 가면 바깥이랑 통신이 가능할텐데...."


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 중앙 통제실은 통신이 가능했구나. 하지만....


"어떻게 가야 할지를 모른단 말이지...."


"이 배기관 타고 가면 될거야. 중앙 통제실 앞까지 연결되는 통로가 있거든."


그 말에 주호의 눈이 반짝하고 떠졌다.


"혹시 그 길, 나한테도 안내 가능해?"


더치 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철충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게 분명하다. 시설 전체를 다 지킬 수는 없겠지. 철충이 이 시설을 통제하는 것도 아닌게 분명하다. 방금 전 철충들과 총성... 아마 시설의 방어 시스템이 철충을 적으로 보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다는 건 철충이 시설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미와 같다. 아마 중앙 통제실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


애초에 이 구역은 오메가의 구역이었고 지금은 전투를 통해 오르카로 주인이 바뀐 영역이다. 철충이 다수의 병력을 보낼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주인이 바뀌는 혼란을 이용해 소수의 인원들만 잠입시켰던거겠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휘 통제실은 오메가의 시설로써 작동하고 있을 것이었다.


주호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장 꺼냈다. 방금 전에 주운 포츈의 카드였다.


"언니는 보지 못했지만 이런 건 찾았거든. 혹시 이 카드로 어느 구간까지 들어 갈 수 있을까?"


"그 카드라면 지휘 통제실 문을 여는 것 까지는 가능할거야. 언니가 소장이다보니 시설의 보안도 책임지고 있었거든. 다만 카드만으로 안되는 곳은 코드가 필요할거야. 근데 언니랑 일부 사람들만 아는 코드라 나는 몰라...."


주호가 희미하게 웃음지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돌파구가 하나 생겼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있지. 더치 걸. 그러면 나를 그 지휘 통제실 앞까지 안내해줄래?"


"뭐라도 할 수 있겠어? 주호님도 코드는 모를 거 아냐."


"모르지. 그래도..."


주호는 더치걸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덕분에 가능성이 0은 아니게 되었어. 그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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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관을 따라가며 그들은 그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듣자하니 더치 걸에게 포츈은 매우 소중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시설 공사를 할때 땅을 파던 더치 걸들에게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이 바로 포츈이었다. 포츈 역시 그런 더치 걸들을 마치 동생처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설 공사중 현장이 무너져 내려 더치 걸들이 모두 매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더치 걸이 눈을 떠봤을때 가장 먼저 눈에 보였던 사람이 포츈이었고 포츈은 울면서 더치 걸을 안아줬다고 한다. 다른 자매들의 소식을 물었으나 포츈은 대답하지 못했다. 더치 걸은 말없이 포츈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더치 걸들에게야 흔하게 생기는 일들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포츈 언니는 어딜 가든지 나를 데리고 다녔어. 내가 배기관을 검사하는 시간 빼고."


주호는 그 말을 듣고 에이미와 LRL을 떠올렸다. 마치 모녀지간처럼 보이는 관계. 바이오로이드에게도 가족같은 관계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으면 한다는 소박한 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도 근본은 사람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참 쓸쓸하면서 잔인한 이야기였다. 정말 가슴 아플 정도로. 포츈의 일에 대해서는 이 아이에겐 끝까지 숨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호는 더치 걸과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배기관을 타고 계속 이동했다.




중앙 통제실 앞.


막혀있던 덮개가 열리더니 권총을 들고 있는 주호의 몸이 빠져나왔다. 주위를 살펴보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 한 주호는 더치 걸에게 나와도 된다고 손짓했다. 그 신호를 확인한 더치 걸의 몸이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왔다. 


주호는 주변을 둘러봤다. 한쪽은 지휘 통제실 문이 보였고 반대쪽으로는 또다른 문이 하나 보였다. 이 문은 아직 열지 못한 모양이구만. 그렇게 생각한 주호는 중앙 통제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앞서 본 다른 문처럼 이 문도 앞에 콘솔이 붙어있었다. 키패드와 카드리더기가 붙어있는 콘솔. 콘솔에 소장 포츈의 카드를 태그시키자 그대로 문이 열렸다. 지휘 통제실 안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주호는 더치 걸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먼저 시설로 들어갔다. 시설 내에도 특별히 위험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호는 더치 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더치 걸이 들어오자 주호는 문 옆의 버튼을 눌렀고 지휘 통제실의 문이 그대로 닫혔다.


눈 앞에는 "접근 코드 요구" 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화면이 보였다. 주변 컴퓨터들의 전원은 모두 꺼져있었고 화면 앞에 있는 콘솔들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큰 메인 콘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곳에 다가가 카드를 태그시켰다. 이 카드론 어디까지 보안을 통과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마치고 화면을 바라보자 "인증 완료" 라는 초록색 글씨가 뜨더니 오른쪽에 있었던 보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감시 카메라 화면이었다.


주호는 곧바로 화면에 다가가 각 구역의 상황을 확인했다. 2층 B-143호실에 대원들이 갇혀있었다. 의식을 찾았는지 대원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손과 발이 묶여있었기에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구해줄테니....


이윽고 감시 카메라를 전환하자 바깥의 상황이 보였다. 오르카의 병력이 어느새 시설에 집결해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중에서는 바이킹이 맴돌고 있었고 사령관이 휘하 대원들에게 뭐라뭐라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장님...."


아마 계속 통신이 두절임을 확인한 사령관이 곧바로 병력을 꾸리고 온 것이리라. 그렘린이 사령관 앞에서 고개를 젓는 모습이 잡혔고 그걸 본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주호는 이어서 감청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버튼은 멀리 있지 않았다. 별다른 권한을 요구하지 않았고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 그럼 토르를 끌고와서 이 문을 부숴버리고 들어가는 걸로 하지."


"모두 무사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각하."


"..... 무사해야지... 젠장... 내가 너무 안일하게 계획을 세운 탓이야.... 병력을 더 꾸리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대장님 탓 아니니까 걱정마시길. 주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인간님도 주호님의 동료들이야?"


더치 걸이 물었다.


"인간은 모두 사라진 줄 알았는데...."


주호는 뒤돌아 서서 더치 걸에게 웃어보였다.


"다른 인간들은 몰라도 우리 대장님은 아주 강한 분이시거든."


이제 통신만 하면 된다. 어떻게 통신만 보내면 되는데.... 통신에 관련 된 패널은 찾았지만 카드 외의 보안 코드를 요구하고 있었다. 080에서 준 코드 역시 모두 통하지 않았다. 다른 코드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미안해.... 언니라면 알았을텐데 난 몰라서.... 도움이 안돼서 미안해..."


주호는 고개를 저었다. 도움이 안되다니.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포츈이 더치 걸을 보면 매우 자랑스러워 해줬을 것이다. 포츈에게도 가장 소중한 아이었을테니 살아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게 느낄테지.....


소중한 아이....


그 순간 주호 머릿속을 번쩍 하고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포츈이 이 시설의 책임자라면 그렇다면 보안 코드는....!


"더치 걸! 너 몇번이라고 했지!


"어...? 내 일련번호 말이지...? NE-1443....."


주호는 콘솔의 키패드를 열었다. 화면에는 7자리의 코드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뒷자리 1443은 네자리고 나머지 세자리는....."


주호는 이내 웃음지었다. 그리고 7자리 숫자를 입력했다.


1131443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더치 걸이 놀라는 표정을 보이고 주호는 그런 더치 걸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줬다.


"네 덕분이야."


아리송해하는 더치 걸을 뒤로하고 주호는 통신 패널을 조작했다. 그리고 오르카 부대의 주파수에 맞춘 후.... 입을 열었다.


"여기는 탐사팀 강주호. 팀원 전체 긴급 구조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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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에피소드>

https://arca.live/b/lastorigin/52090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