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약 한 달 뒤-


간만에 근처 해역에 상륙하여 물자 수색 임무의 예정이 잡혔다.


"시티가드 기지라..."


'이곳에 없는 인원들 중 시티가드 출신의 인물이면...'


"리앤인가"


드문드문 드는 기억으로 대충 추측해냈다.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상관은 없겠지 하고 넘겼다.


몇 가지 기억나는 내용들을 메모하고 있자니 워울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리더, 작전 계획 중이야?"


"워울프, 니가 웬일이냐?"


"수색 작전 잡혔다길래, 우리도 나가는 건가 해서 찾아와봤어"


"여기까지 온 걸 보니 영화는 다 본 거냐?"


"보긴 봤지, 씨발... 그냥 2편까지만 볼 걸 그랬어"


"그니까 내가 터미네이터는 2편까지만 보라고 했잖아"


"아니 그 개쩌는 영화를 보고 어떻게 다음 편을 안 봐!"


"뭐, 나도 이해는 한다"


여기 이 워울프는 우리가 이전에 받아서 보관하고 있던 옛 영화들을 제일 먼저 찾아본 녀석들 중 하나이다. 그것들을 보고 난 뒤 간혹 내게 찾아와 영화 이야기들을 나누다 최근에 내가 지휘하게 된 9 스쿼드의 인원으로 지원했다.


"가끔 보면 우리 스쿼드에 영화 보러 온 거 같단 말이야"


"하하핫 그건 아닌데 말이지"


"그럼 왜 지원했는데"


"롱코트를 입은 로봇 인간이 지휘를 한다고? 간지 터지잖아!"


"...진짜 아무 이유도 아니었잖아"


"엑, 나 지금 좀 상처받았다?"


"어차피 밥 먹고 나면 잊을 거잖아"


"하핫, 그러고 보니 리더는 밥 못 먹잖아, 나처럼 밥 먹고 싹 잊는 건 못하겠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이 화상아..."


"상으로 나중에 재밌는 영화나 추천해 달라고"


"아직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해줄게"


"알았어"


"근데 다른 녀석들은?"


"왜? 곧 출격이야?"


"그럴 것 같아, 준비해두라고 이야기 좀 해둬"


"알았어, 그럼 나는 애들한테 가볼게"


워울프가 내게 손을 흔들고는 밖으로 나갔고 소란스러운 방이 조용해졌다.


"후... 정신 사나워라"


그리고 나 또한 대충 생각을 정리해두며 적어둔 종잇조각들을 옷 주머니에 넣고 숙소로 향했다.




"당신 왔어요?"


"응"


"곧 수색 작전을 나간다고 하시던데..."


"소식 들었구나, 나도 나갔다 오게 되었어"


"일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나가시는 거에요"


"언제 까지고 식객으로 있을 수도 없잖아"


"그래도..."


"걱정되는가 보네?"


"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이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요"


"..."


"당신과 같이 있는 하루하루가.. 믿기지 않더라고요"


"니아..."


"조금만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죠"


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내 머리를 기대어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를 했다.


"괜찮아, 여기 사령관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데"


그녀는 불안한 눈빛을 한 채 애써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


"네..."


짧은 담소를 마치고 나는 연구동으로 향했다.


"오, 아저씨 왔네"


"그래, 준비해 준다던 물건은 다 완성된 거야?"


"응, 다 끝났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외부에 장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바이저를 집어 들었다.


"일단, 아저씨 같은 경우에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뇌 자체를 시뮬레이션하는 거니까, 추가 기능을 달기 어렵다고 했었잖아"


"그래, 그래서 이런 외부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한 거고"


"응, 일단은 아저씨가 이야기 한 대로 총기와 연동할 수 있는 HUD 장비야"


나는 바이저를 마치 썬캡처럼 쓴 뒤 안테나를 겸한 고정장비를 이용해 머리에 고정했다.


"그대로 내리면 바로 작동할 거야"


닥터가 이야기 한 대로 바이저를 내리자 눈앞에 녹색의 인터페이스들이 떠오른다.


"기본적으로 사격 통제장치, 무장 현황 피드백 그리고 GPS와 통신장비가 탑재되어있고. 나중에 필요하면 추가로 달 수도 있어"


"이거 쓰니까 옛날 생각나는데"


"아저씨 후방에서 지휘한 거 아니었어?"


"맞긴 하지 지휘용으로 커스텀 된 램파트를 원격조종해서 전투에 참가했으니까, 옛날 생각 난다는 건 인터페이스가 비슷한 느낌이라 그랬어"


"으음"


"준비해주느라 고생이 많았다."


"나야 뭐,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 히힛"


닥터에게 인사를 하고 나와서 정비실에서 그렘린에게 바이저와 무기의 동기화를 진행한 뒤 출격 준비 중이던 우리 스쿼드의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리더, 왔어?"


"그래 왔다."


"머리에 쓴 그 장비는 뭐임까?"


"아, 이거 너희들 머리에 지금 쓰고있는 전술 고글이랑 비슷한 물건"


"이야, 역시 지휘관쯤 되면 보급품 말고 맞춤 제품을 쓰는검까?"


"브라우니! 지휘관님께 무슨 실례에요!"


"아냐, 괜찮아 레프리콘.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지휘관님, 위계질서는 중요한 일입니다"


"으갹! 죄송함다 상병님!"


꿀밤 한대를 얻어맞은 브라우니가 머리를 붙잡고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고 있자 문이 열리고 안드바리와 샌드걸이 컨테이너와 함께 들어왔다.


"어, 오셨습니까 지휘관님"


"그래, 안드바리랑 같이 오느라 늦었구나"


"네, 출격 전에 보급품 전달을 위해 여기로 오던 안드바리와 만나서 방금 도착했습니다."


"좋아, 다들 무장 점검하고 잠시 대기하고 있자"


"여기 있습니다"


안드바리가 컨테이너를 드론에서 내려 방 한구석에 둔 뒤 나에게 키를 건네며 말했다.


"수고가 많아"


"아니에요, 언니들처럼 전선에 나갈 일이 적으니 이런 거라도 잘 챙겨드려야죠"


안드바리가 인사를 하고 나갔고 우리는 컨테이너 안의 무장을 하나씩 꺼냈다.


"우와, 상병님 이것 좀 보십쇼"


"브라우니 또 뭔..."


브라우니가 등에 둘러매는 거대한 탄통을 들어 올리며 레프리콘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적잖이 놀란 얼굴을 했다.


"아, 그거 내 물건이야"


"이야~ 리더, 진짜 있는 대로 쏟아부을 생각이야?"


"나야 뭐, 보급은 탄약만 챙기면 되니까. 창고에 박혀있던 저걸 좀 써도 되냐고 물어봤지"


"이거 몇 발 들어가는 거야?"


"천 이백 발"


"중간에 리더 탄약 떨어질 일은 없겠구먼"


워울프는 잠시 감탄하고는 다시 자신의 총과 탄약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우리 스쿼드의 첫 출격을 앞두고 잠시 말이 없어진 방에는 자잘 거리는 쇳소리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