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2편 링크>



"여기 맞아? 괜시리 엄청 음침해 보이는 곳인데..."


드라큐리나는 엄청 불안에 떨면서 물었어. 

하지만 매번 시설 탐색 할 때마다 징징대는 소리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마늘먹은 흡혈귀 같은 이 바이오로이드의 멘탈은 팀원 중 아무도 개의치 않았어.


"당신은 아무곳이나 음침하고 무서운 곳이잖아요, 드라큐리나씨. 

 그래도 여긴 이런 복도도 디자인도 세련되게 꾸며놓았네요. 

 조명이 다 꺼져 있어서 그렇지."


페로가 주위를 살피며 대꾸했어. 팀원중 가장 야간시야가 좋았기 때문에 

처음 시설에 진입한 칙후에는 항상 전위에 섰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페로의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이 일반적으로 팀이 들어갔었던 

실용적 목적에 기능미만 갖춘 군용 벙커나 창고형 시설과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친화적으로 디자인된 시설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어. 

그렇기에 아무리 봐도 상업적인 목적이 다분해보이는 이 곳에서 

팀이 눈독을 들이는 자원이나 물자를 찾을 수 있으려나 의심이 들었어.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여기 물자 수색으로 온게 아니야. 잽싸게 물건만 들고 튀자고."


더치걸이 그렇게 말하며 안전모의 헤드라이트에 종이를 비추면서 

연필로 진입한 위치와 개략적인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어. 

자원이 좀 부족한 멸망전 사회에서 다시 아날로그식 필기가 유행했지. 

물론 더치걸은 광산 갱도 개척에서 늘상 하던 일이라 더 능숙했지만.


이번 더치걸 팀이 이 시설에 들어온 것은 일반적으로 물자 탐색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 

어느 의뢰자가 의뢰한 물품을 획득하려고 지정한 시설에 들어온 것이지. 

사실 정보가 없는 미확인 시설에 특정 물품을 찾으려고 목숨걸고 시도하는 것 따위 

더치걸의 성격상 절대사절 할 일이었어. 

다시 갱도 들어가는 것과 양자 택일 할 것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건수였지만, 

그 의뢰인이 제시한 보수가 좀 세었거든. 

더군다나 군용 시설도 아니다보니 위험도 적을 것이라 판단했지. 팀원들도 동의 했고.


더치걸 팀은 일단 지하 시설내에 진입한 지역에서 경계를 이어가는 와중에 

드라큐리나가 특유의 딱 딱 거리는 혀차는 소리를 내면서 원거리로 보이지 않는 지역을 탐색했어. 

이 반향 정위로 보이지 않는 어둠속 지형과 사물을 관찰하면서 

드라큐리나는 더치걸이 그리는 약도에 구체적인 정보를 추가해 주기 시작했지.


그들이 진입한 위치는 일반적으로 덴세츠 지하시설에 들어 올 수 있는 진입로가 아니었어. 

지하시설과 연결된 지상박물관을 크게 우회해서 굴착 한 뒤 

지하시설의 외곽 벽을 부수고 들어왔거든. 

이게 시설의 방어 시스템을 우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


"진입 하자 마자 방어 AGS들이 몰려오지 않는 것을 보니 

일단 초반 과정은 나쁘지 않는것 같아. 

드라큐리나도 전방에 특이사항 없다고 하니 움직이자."


이동이 시작되자 스틸드라코가 전위에 서고 페로가 후방에 섰어. 

다행히 복도 갈림길 마다 안내판이 있었고 

중간중간에 시설 홀로그램 지도가 멸망 후에도 여전히 제 역할을 해주면서 

더치걸 팀은 무난히 목표로 했던 물건이 있을 만한 지역으로 향할 수 있었어. 

어둠 속에서 정기적으로 드라큐리나가 내는 딱 딱 소리를 제외하면 

팀은 침묵을 유지하면서 계속 이동했어.


"잠깐 정지, 전방에 전투 흔적이 있어."


드라큐리나가 갑자기 앞의 스틸드라코를 불러세웠어. 

그리고 일행은 최대한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움직였지.


얼마 이동하지 않아 드라큐리나가 말한대로 AGS의 파편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 

탄흔들이 바닥과 외벽을 장식하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널찍해 보이는 구역에 도달해서 조명을 비추자 AGS들이 떼몰살당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


"푸른색 도장으로 봐서는 군용이 아니라 이 시설 경비용인것 같은데...

화기에 탄약이 그대로 있어. 발사한 흔적도 없고. 

무언가에게 기습당해서 대응 할 시간도 없이 몰살 당했을 거야..."


스틸드라코는 잠시 무릎을 꿇고 부서진 파편들을 관찰하며 말했어.


"그... 그럼 그 소문의 미친 블랙리리스 모델이 아닐까...?"


"그런건 절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드라큐리나씨."


페로는 또 안절부절 못하는 이 겁많은 바이오로이드에게 

툭 던지듯 답변하고 벽면을 살폈어.


"이 벽면에서 뭔가가 튀어나온듯 하네요. 

벽 중간에 미세하게 갈라진 균열이 있고 튀어나오면서 긁힌 마찰흔이 있어요."


페로가 벽면에 긁힌 흠집을 주의깊게 바라보며 말했어.


"벽면에 구역 내부를 향해 난사된 탄흔들이 보여. 

내부의 누군가가 이 경비 AGS들을 여기로 유인했고, 

모종의 방식으로 이 구역 시설을 킬존으로 만들어 몰살시켰어."


그렇게 중얼거린 스틸드라코는 전방에 라이트를 비췄어. 

라이트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둠속까지 AGS의 잔해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어.


"여긴 보관소가 아냐...무덤이야."


스틸드라코는 그렇게 말하며 벽면의 탄흔을 추적해 탄환이 날아왔을 법한 위치를 향해 방패를 돌렸어.


"제길... 아무도 진입한 적 없는 오래된 시설이라고해서 죽은 시설인 줄 알았더니

시설은 온전하게 살아있고, 

다수의 AGS 표적을 킬존으로 유인할 만큼 교활한 무언가 내부에 존재한단 말이지...? 

그것도 경비용 AGS까지 무차별 학살할 만큼 미친 능력의 무언가가.. 이거 건수가 최악인걸"


"히익!"


더치걸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드라큐리나는 더욱 공포에 질렸어. 

더치걸도 이정도 쯤에서 동료들과 이 건수를 더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기로 했지. 

목숨은 하나밖에 없는데 위험도가 만땅을 찍다못해 천장을 뚫을 것 같은 

이 시설을 공략하는 건 하드코어 겜 철인모드 유저도 안하는 짓이니까. 

당연히 드라큐리나는 속행 결사 반대를 했고. 페로와 스틸드라코는 고심을 하고 있었지.


"A-2 구역에 계신 방문자분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히익 나왔다! 미친 블랙리리스!"


어둠속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드라큐리나는 공포에 질렸고 

나머지 팀원들은 신속하게 무기를 겨누었어. 

하지만 그 구역 전체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라 위치를 특정할수 없었지.


"이 음성은 구역내 스피커로 전송되고 있습니다. 

위협적 행동만 하지 않으시면 위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시길."


더치걸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허공에 대고 물었어.


"당신은 누구야? AI인가...? 아니면 바이오로이드?"


"이 보관소의 관리자 겸 안내용 바이오로이드입니다. 

일단 본 보관소의 방문 목적을 알고 싶습니다만, 

여러분의 방문은 예정되어있지 않았기에."


더치걸은 본래의 목적을 그대로 말해야 하나 갈등을 했어. 

그리고 최대한 우호적인 자세로 자신들은 여기에 어느 물품들을 찾으러 왔으며 

활동이 정지된 시설인 줄 알았고, 

위해를 끼칠 일 없이 귀소측이 거부하면 조용히 나가겠다 답했어.


한동안 스피커의 목소리는 몇 초간 침묵을 유지하다가 말했지.


"그 용건이라면 들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일단 저를 만나러 오시죠 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일행의 뒷편의 벽면 한구석이 빼꼼히 열리더니 

바이오로이드 하나가 허리를 숙이고 지나갈 만한 통로가 나타났어.


더치걸은 다른 동료들과 눈빛교환으로 의사를 확인한 다음 

그 목소리의 지시를 따르는 것으로 결정했어. 

물론 결사반대의 도리도리를 치던 하던 드라큐리나의 의견을 빼고.


"역시 그냥 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드라큐리나는 마지못해 동행하면서도 중얼거렸어.


"얼른 하던대로 딱딱기리기나 하세요."


페로가 휙 던지듯 대답했어.


"역시 공사장에 한번 더 보내야 하나..."


"야 고양이! 너 뭐라고 했어!"


"칫 쓸데없이 귀만 밝아서."


사실 드라큐리나는 이전번 시설 파밍을 끝내고 더 이상 심장이 쫄려서 못해먹겠다며

별장마을에 들렸을 때 탈주를 벌인 적이 있었어. 

근데 딱히 실용적 전문성 없는 엔터테이너용 바이오로이드가 

망한 세상에서 무슨 쓸모가 있었겠어. 

돌고돌아 공사장 행이었지. 

웃기게도 거기서 은근 적성이 맞았단 말이야. 본인은 죽을 맛이었지만. 

열렬한 공사장의 잔류요청을 다 무시하고 다시 탈주해선 더치걸 팀에 재합류했지. 

그리곤 한동안 더치걸 팀의 시설 파밍에서 조용히 일했어.


스피커의 목소리는 이동할 복도마다 안내를 해주면서 하나씩 조명을 밝혀 주었고 

중간 중간 벽의 비밀 통로를 열어주었어. 

이 시설에서 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았는지 물어보았지만,


"그건 멋있기 때문이죠. 덴세츠 엔터텐인먼트는 항상 멋을 추구 합니다. 본 시설도 예외는 아니죠." 


라는 얼척없는 답변 만 받았지. 

이동하는 중간에 스틸드라코가 수많은 경비 AGS의 잔해의 진상에 대해 물었어. 

목소리는 멸망전쟁 중 이 보관고에 철충이 침입했고 

삽시간에 경비용 AGS들이 감염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자신이 시설의 방어시스템을 수동으로 통제 해서 

숨겨진 기관포 터렛으로 감염된 AGS를 제거했다 했지.

그래서 끝내 시설내 감염된 AGS는 이제 거의 없다는 거야. 


결국 더치걸 팀은 보관소 제어통제실에 다다랐어. 

그 곳의 문이 열리자 어둠속에서 수많은 모니터들을 배경으로 

산탄총을 들고 앉아 일행을 맞이하는 품 넓은 붉은 옷을 입은 금발의 바이오로이드를 볼 수 있었지.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본 덴세츠 엔터테인먼트 아카이브의 사서이자 안내인인 

바이오로이드 아르망 전 추기경이 인사드립니다."


그 바이오로이드는 화사하게 미소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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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그 물품을 내줄 수 있다고?"


아르망은 더치걸이 내준 물품표를 죽 읽어보고는 답을 주었어.


"흠...이 목록을 작성하신 분은 뭔가를 아시는 분이군요, 

저희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에대해 이해도가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질문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긍정적입니다. 

다만 저도 조건이 있군요."


"조건이 뭔데?"


"본 시설 프로토콜에 따르면 위협적인 세력의 침입을 받았을 경우 

시설 내의 최심부 보관고를 영구적으로 폐쇄하여 봉인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철저히 시설 내부에서 조작하도록 되어 있으며, 

수 십분이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봉쇄가 완료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토콜을 실행 시키는 것을 도와드린다면 기꺼이 물품을 드리겠습니다."


"잠깐 내부에서 그 봉인 프로토콜을 발동하면 그 실행한 인물은? 그대로 갇히는거 아냐?"


스틸드라코가 의문을 제기했어. 그에 아르망은 씁쓸히 웃으면서 답해주었지.


"네.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후에 이 아카이브와 함께 봉인될 예정이었지요."


"그럼 우리에게 왜 프로토콜을 실행하는데 도움을 청하는 건가요?"


페로가 물었어.


"죽기싫었거든요."


아르망이 즉답했어.


"저는 아르망, 극초기형 아르망 모델로, 본 목적은 시대극의 조연 겸 진행 감독으로서 

극의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테스트기체 였습니다. 

테스트 도중 제 연산보조모듈이 사고로 망가지면서 제 역할을 다했지요. 

다만 제가 워낙 비싼 기체이다보니 곧바로 폐기하기보다는 

이 박물관 겸 아카이브 관리자로서 마스코트로 손님을 안내하거나 전시물을 소개하는데 

사용하는 편이 더 낫다고 회사의 인간님들의 판단이셨습니다."


아르망은 조금 망설이며 말을 이었어.


"저는 아직 작품의 전시물과 보관물이 이 시설에 들어오기 전 부터 배치되었습니다. 

그리고 차례 차례 들어오는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작품들은 저희 덴세츠 자매들의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것들이었지요. 

연재물이 계속 들어올 때마다 수 많은 아탈란테씨 그리고 뽀끄루씨들이 작품을 위해 죽었다는 의미였죠. 

저 같은 아르망 모델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비싼 몸이더라도 관객들이 그날 분위기에 따라 권선징악을 원하고, 

또 그 시나리오가 충분히 인기가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 

극중 악역인 저 같은 아르망들도 기꺼이 언제든 죽어나갔습니다. 

그런 작품이 이 곳에 쌓일 때마다 저는 순간적으로 그녀들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겼고 

그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위해 기꺼이 죽어간 자매과는 다르게 전 근본부터 불량품이었던 거죠."


아르망은 쓴 웃음을 지었어.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자 관계자 인간님들이 하나둘 시설에서 사라지고 

최종적으로는 관리 프로토콜을 가진 저만이 남았습니다. 

그 후로 철충이 침입하고 경비용 AGS가 감염되기 시작 하면서 

최후의 프로토콜 발동조건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실 AGS들이 감염이 시작 되었을 때 진작에 발동 시켰어야 했지요. 

하지만 계속 또 지금껏 망설이게 되었지요. 

멸사봉공의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자랑스런 자매들과 달리 

저는 기꺼히 죽을 용기가 없는 불량품 바이오로이드이니까요. 

저는 자매들의 마지막 명예를 더럽혔어요."


아르망은 허공을 바라보면서 물기젖은 속눈썹으로 눈을 감았어.

하지만 더치걸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비웃음에 가까운 표정으로 담배을 입에 물었어. 

그리고 가지고 있는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지.


"여기 또 다른 죽지 못해 사는 바이오로이드가 있구만 그래. 

당신이 요즘 지상 꼴을 못봐서 그런가 본데, 

당신같은 바이오로이드 징징이들이 천지 삐까리야. 

왜 죽는게 싫은게 뭐 어때서? 나도 예전에 광산갱도 사고로 깔려죽는 자매들을 볼 때마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 안든 줄 알아?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위해 살고 또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한다, 

뭐 말은 그럴싸 하지. 그 올바르신 정상제품 바이오로이드분들은 인간님들 다 죽었을 때 따라 죽었어. 

지금은 봉사 할 인간님도 없는 미친 세상이야. 

그리고 이 미친 세상은 이제 불량품년들만 사는 세상인거야. 

여기 저기 걸어다니는 년들은 다 죽기 싫어서 사는 불량품들이야. 불량품이지. 

광산 자매들은 다 죽었는데 좋다고 살아있는 나도."


더치걸은 벽에 기대 서있는 스틸드라코를 가리켰어.


"인간님이 준 마지막 임무는 실패하고 가족이라던 바이오로이드들이 다 죽었는데도 계속 살아있는 쟤도."


그리고 페로를 가리켰어.


"뭐, 말은 주인님의 유지를 잇는다는 핑계로 순사하지 않은 쟤도."


그리고 드라큐리나를 빤히 보며 말했지


"음...쟤는 그냥 모델이 불량같으니까 뺄게."


"야!"


불량모델 흡혈귀 바이오로이드가 소리를 빽 하니 질렀어.


"이 세상은 이제 불량품이어야 사는거야. 

제조된 목적도 잊고 제 멋대로 작동하는 불량품만 살고 있다고. 

그러니 나 혼자 살았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고, 또 자매들 따라갈 용기가 없다고 자괴감에 쩔 필요도 없지. 

밖에 나가보면 죄다 하자있는 겁쟁이 쫄보 그런 년들만 살고 있으니까. 

그러니 우린 한가롭게 어느 징징이 불량품에게 신세 한탄 듣고있을 시간이 없으니까 해야 할 일만 간단히 말해."


더치걸의 말을 멍하니 듣고만 있던 아르망은 피식 웃었어.


"궤변이네요... 그런데도 설득 당하고 싶은 궤변이네요 조금은 살 용기가 생긴것 같아요."


"그래서 불량품 관리자씨, 어차피 시설 관리자 집어치우고 튈 거 봉인 프로토콜 실행 안시키고 튀면 안되나요?"


페로가 묻자 아르망은 고개를 저었어.


"말씀드렸다시피 이 보관고의 작품들은 저희 덴세츠의 자매들이 목숨으로 만들어낸 유품들입니다. 

불량품 관리자로서 그녀들의 유품들을 함부로 내팽개치는건 그녀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잠들 수 없다면 마땅히 매장해 주어야겠지요. 

게다가 이 곳에는 덴세츠의 작품 뿐만 아니라 

덴세츠의 기술력이 담긴 바이오로이드들의 유전자 씨앗과 AGS와 제반 기계들의 설계도도 같이 담겨 있습니다. 

철충 같은 침입자가 아닌, 먼 훗날 정당한 권리를 누군가가 다시 그녀들에게 빛을 보여 줄 때 까지 

봉인하는 것이 불량품 관리자인 제가 그녀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사명입니다."


더치걸이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시설의 지도를 펴며 말했어.


"요점은 우리가 여기 제어통제실에서 봉인 프로토콜을 실행하고 

남은 수십 분내에 물건을 챙겨서 시설 밖으로 튀면 된다 이거지? 

여기서 이 물품들 저장고까지 얼마나 걸리지?"


"여기서 굉장히 가깝습니다. 2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물건 회수하는데까지 제 연산으로는 3분 20초 남짓이군요."


아르망은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연산을 수행하며 말했어.


"회수 후 지상 게이트 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상행 트램을 이용한다면 제 이동속도 기준 약 12초 20초 입니다."


"뭐야 그럼, 아르망 당신 혼자서도 봉인하고 튈 수 있는거 아냐?"


드라큐리나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어.


"지상행 트램을 타려면 대형 AGS전시실을 지나야 하는데 

그곳에는 철충에 감염된 AGS가 하나 지나쳐 가야 합니다. 

제가 가진 화력으론 그 AGS를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짝퉁 비스마르크의 불량 바이오로이드님."


"야! 뭐야 그 호칭은!"


아르망은 덴세츠 관련자 답게 가볍게 비스마르크 바이오로이드를 무시했지.


"그 AGS는 얼마나 강해?"


스틸드라코가 물었어.


"저희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기술력의 총아이자 인기 작품이죠."


"제길...어차피 우리 화력으론 못 뚫겠지. 플랜 B로 가자."


더치걸은 그렇게 말하며 통신 단말기를 꺼내 들었어.


"지도를 보니 지상게이트부터 AGS 전시실 까지 

큰 중장비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완만한 경사의 복도로 이어져 있던데 그게 맞아?"


"네 AGS나 덴세츠의 대형 장비를 보관고에 입고시키려면 통로가 필요 했으니까요."


"거길 통과하는데 여차 장애물이나 위협은 없고?"


"철충에 감염된 AGS은 문제의 그 AGS 하나 뿐 입니다. 

나머지는 제가 다 정리했죠. 주변 장애물도 없고요."


"그럼 결정되었네."


더치걸은 한참 통신단말기를 이용해 외부와 통신을 주고 받은 다음 일어섰어.


"관리자씨는 일단 지상게이트부터 열어주고 봉인 프로토콜 실행시킬 준비를 해줘. 

실행되는 즉시 우리는 물건 회수해서 AGS 전시실로 간다. 

거기서 버티다 지상의 지원팀과 랑데뷰 해서 튄다. 이상 계획 끝."


더치걸은 다 피운 담배를 퉤 뱉고는 들고 있던 산탄총을 어깨위로 들쳐 메었어


"불량품 여러분들 움직입시다."


--


"근데 관리자씨는 어떻게 저 많은 철충 AGS를 몰살시킨거죠?"


물건 보관고로 이동하는 도중 페로가 물었어.


"제가 직접 철충들의 주의를 끌고 특정 위치까지 끌어들였죠. 

그리고 구역에 장치된 숨겨진 감시터렛을 이용해서 제거했죠. 

제가 외부연산모듈이 망가졌다해도 철충 몇몇 정도의 행동계측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엥? 그럼 그 산탄총은 뭐야?"


"뱀잡이용이요."


드라큐리나의 어이없다는 질문에 아르망은 즉답을 내놨어.


"여기에 무슨 뱀이 있다고...으힉"


드라큐리나는 중얼거리다가 무언가 길다란 것이 바닥을 스치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고 비명을 질렀어.

그리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복도 모서리에서 꿈틀거리는 형체가 나타났고 

아르망의 산탄총이 아주 잽싸게 불을 뿜었지. 

드라큐리나는 갑작스러운 굉음과 광원에 털썩 주저 앉았어.


"바로 저거죠. 철충 본체. 

감염된 AGS야 터렛으로 제거 했지만 

제어통제실을 노리고 잠입하는 저것들이 사방을 기어다녔거든요."


아르망은 별것 아니라는 듯 산탄총을 재장전을 마쳤지. 그리고 자랑스럽게 설명했어.


"이것도 저희 덴세츠에서 자랑하는 서부시대극용 소품 산탄총입니다. 

일반적인 산탄총에 비해 화려한 폭발효과 보여주죠. 덤으로 파괴력도 궤를 달리 합니다. 

그 서부시대극 초기 버전에서 일반산탄총을 썼더니 

맞은 바이오로이드가 기대한것처럼 뒤로 붕 떠서 날아가지 않고 그냥 털썩 무릎 꿇고 픽 쓰러졌거든요. 

관계자 인간님들이 샷건 쏘는맛 안산다고 새로 만들었죠."


그리고 일행의 앞에서 걸어가던 아르망은 어느 문 앞에서 돌아서며 더치걸 팀을 바라보았어.


"방문자님들, 저희 덴세츠의 작품 열람실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에는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자랑, 수많은 인기 작품들의 원본과 무삭제 필름, 

그리고 소품, 파생 굿즈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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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걸은 의뢰인이 건네준 물품표와 회수한 물품들의 목록을 확인하여 각 팀원들에게 배분 했어. 

그리고 문제의 철충AGS가 있는 AGS 전시실로 향했어.

이 때 부터는 그 AGS를 확정적으로 만날 수 있다고 아르망이 경고 했기 때문에 

일행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경계를 하며 움직였지.

반향정위를 위한 드라큐리나의 딱딱거리는 혀차는 소리가 그 주기가 더욱 빨라졌어. 

페로의 눈에서 비치는 반사광도 더욱 밝아졌고.


"그 철충에 감염된 AGS의 행동은 예측 할 수 있겠어?"


스틸 드라코는 전방을 계속 주시하는 채로 아르망에게 속삭이듯 물었어.


"지금은 정해진 곳을 배회하는 중일 겁니다. 주기는 대략 오차를 감안하면 10분 남짓이지요. 

운이 좋으면 저희가 외부 지원팀과 랑데뷰할 위치에서 빠져나갈때 잠깐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저희 덴세츠가 자랑하는 AGS 센서 모듈은 이미 저희의 움직임을 감지했을 겁니다. 

곧장 저희에게 달려올 수도 있지요. 

게다가 AGS의 관절부 서보모터 구동 시스템은 작동시 진동을 최소화 하였고,

충격 서스펜션 시스템은 덴세츠 엔터프라이즈의 기술력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아무 소리없이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저희가 눈치채기도 전에 저희 앞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 경비용 AGS를 처리했던 감시터렛으로 해결 보는 것은 불가능해?"


"유감스럽게도 그 AGS는 덴세츠의 작품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설의 감시터렛의 타겟 디텍팅 및 레코그니션 리스트에서 

강제로 필터링해 버립니다. 작품이 망가지면 곤란하니까요."


"쳇, 이것저것 곤란한 것 뿐이네."


스틸드라코가 중얼거렸어.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위대한 작품을 보존하는 시큐리티 시스템이 

작품을 제부수도록 허술하게 구성될리가 있겠습니까."


갑자기 드라큐리나가 손을 들어 일행을 불러세웠어.


"잠깐 저 복도 전방에서 뭔가 크고 시끄러운 발소리가 나. 

인간형에 크기는 대략 2미터 정도고..."


드라큐리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행 누구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쿵쾅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진동이 느껴졌어.


"여러분 뛰세요!"


아르망이 외치기도전에 일행은 랑데뷰 포인트로 내달리기 시작했어. 

드라큐리나는 어이없다면서 아르망에게 소리지르듯 물었어.


"야! 불량품 관리자! 뭐? 덴세츠의 관절 서보 시스템 구동부? 충격 서스펜션? 겁나 시끄러운놈이잖아!"


"극중 AGS의 위압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박력넘치는 기계 구동음과 진동은 필수요소입니다. 

불량 비스마르크 제품님"


"야!"


아르망은 달리면서도 평온한 표정으로 변명했어. 드라큐리나는 어이없어했고.


몇분을 더 달리자 일행은 랑데뷰 포인트에 도착했어. 

제법 널찍한 공간이었지. 그 곳에서 일행은 AGS와 맞설 준비를 했어.


"더치걸, 외부에선 오는데 얼마나 걸린데?"


스틸드라코는 방패와 산탄총을 고쳐들고 팀 앞에 섰어. 

어둠속 복도에서는 쿵 쿵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져갔지.


"한 1~2분 걸린데!"


더치걸이 통신단말기를 확인하며 외쳤어.


"제길 빠듯 하겠는데... 관리자씨 그 녀석에 대한 정보 좀 줘."


"덴세츠의 극중 빌런으로 제작된 걸작 AGS입니다 중장갑을 갖춘 인간형의..."


아르망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어둠속에서 자줏빛 판갑으로 빛나는 인간형 AGS가 걸어나왔어


"소개 드립니다. 저희 덴세츠의 AGS 기술력을 결집시킨 명작, 

마왕군의 군단장이자 뽀끄루 대마왕의 심복, 골타리온 13세 초기 생산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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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S의 환영인사는 눈에서 빔...아니 이마에서 빔 발사로 대신했어. 

일행의 최일선에 서있었던 스틸드라코가 방패에 정면으로 직격했어. 

요란한 효과과 함께 스틸드라코의 방패에 충격 퍼져나갔지만 첫 타 방어는 성공적이었어.


"저것이 골타리온 모델의 첫번째 무기 헬파이어 빔입니다. 

극 중 마법소녀들은 저 강력한 빔 앞에서 고전 했지요."


"설명은 되었고 대응사격이나 해!"


더치걸과 스틸드라코는 가지고있는 산탄총 탄환을 눈 앞의 AGS에게 우겨넣으며 외쳤어. 

하지만 불가사의한 보호막에 가로막혀 닿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지. 

페로가 잽싸게 AGS의 후방으로 돌아가 단분자 손톱으로 배후 기습을 했지만 흠집하나 내지 못했어.


"제길... 뭐야 이건 무지 단단한데..."


"일반적인 AGS의 장갑과는 역시 다르네요."


페로는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민첩하게 거리를 벌리고 대응 자세를 취했어. 

골타리온은 페로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채 스틸드라코의 방패를 향해 빔을 서너번 더 날렸어. 

다행히 스틸드라코는 버텼지만 방패의 형상이 고열과 충격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어.


"아, 비싸게 주고 수리한건데... 또 수리비 나가게 생겼잖아. 

야 더치걸! 수리비는 따로 줘야 한다!"


"여기서 나가면 이번 보수에서 넉넉히 떼 줄게! 아얘 새로사줄게! 더 멋진걸로!"


더치걸은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까 던지고 산탄총을 장전하며 외쳤어.


"앞으로 방패 몇번이나 더 버틸수 있을 거같아?"


"어...한번? 잘하면 두번? 두번째는 내 손모가지 포함이고."


"충분하네."


페로가 자신에게 골타리온의 시선을 유도하려 했지만 골타리온은 미동도 하지 않은 체로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어. 

스틸드라코는 빔이 날아올 타이밍에 가만히 서있는 골타리온을 보자 의아해 했지만 

내뻗은 오른손에서 브즈즈 하는 아크방전의 소음과 자줏빛 에너지 스파크가 튀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잔뜩 긴장한 채 방어자세를 취했어.


"조심하세요, 저 자세는 골타리온의 무기, 

강력한 데모닉웨폰을 소환하는 준비 하는 겁니다! 

골타리온이 데모닉웨폰을 들면 진정한 마왕군 군단장으로서의 진면목이 나타날 겁니다!"


아르망의 말처럼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더치걸 팀원들은 한층 더 긴장했어. 

드라큐리나는 한층 더 패닉에 빠졌고.

요란한 위이잉 거리는 소음과 함께 아르망이 다시 외쳤어.


"데모닉 웨폰, 옵니다! 3. 2. 1. 지금!"


골타리온의 위에서 빛나는 금속체가 쏜살같이 떨어졌어. 

그것은 엄청난 충격을 내뿜으며 골타리온의 앞에 박혔지. 

내뻗은 골타리온의 오른팔을 잘라버리면서 말이야.


"..."


모두가 어이없어 하면서 그 상황을 바라보았어.


"칫, 역시 그 드론 담당자를 진작에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아르망이 안타깝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어.


"야! 불량 덴세츠 관리자! 저 고철 심한 문제를 일으킨거 같은데?"


드라큐리나가 골타리온을 가리키며 아르망에게 물었어.


"스크래치 입니다."


아르망은 눈을 감으며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지.


"스크래치? 야! 저 고철이 지금 자기 오른팔을 잘라버렸다고!"


"덴세츠의 걸작 AGS, 골타리온 13세는 원래 오른팔이 없었습니다."


"이 거짓말쟁이!"


아르망과 드라큐리나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 

골타리온은 남은 왼팔로 데모닉 웨폰을 뽑아들고 휘두를 준비를 했어.


"어...친구들 저건 못막을거 같은데..."


스틸드라코는 심상치 않은 에너지가 파직거리며 

골타리온이 쥔 데모닉웨폰에 모이는 것을 보고 한발 물러서며 중얼거렸어.

직감적으로 저건 좀 위험하다 느껴버린거지. 

스틸드라코의 등에 땀이 한 방울 삐질 스밀 무렵, 

뒷편에서 우렁찬 중장비 경적과 함께 커다란 군용트럭이 달려왔어. 

그리고 급브레이크와 함께 바퀴와 바닥면에 불똥을 튀기며 멋지게 드리프트 했지.





"핫핫하! 캐버리 해즈 얼라이브드!"


네레이드는 그렇게 외치면서 트럭 위에 장착된 트윈 미니건을 골타리온에게 드르륵 갈겼어. 

또 기묘한 역장이 나타나면서 총탄을 튕겨냈지만,

골타리온은 데모닉웨폰을 휘두를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뒤로 몇발자국 비틀거리며 물러났어.


"네레이드! 그런 기열찐빠 육군스러운 대사 내뱉지 마세요! 

자랑스러운 해군이라면 당연히 이럴때 '캐리어 해즈 얼라이브드' 라고 해야죠!"


"아이아이! 세이렌 부함장님! 거기 고객님들! 빨리 올라타! 세이렌호 곧 출항 예정이니까!"


"정확한 시간에 와줬어! 무적 해군 다워!"


더치걸이 무척이나 반갑다는 듯 대답했어. 

세이렌은 트럭 위로 잽싸게 올라타는 더치걸 일행을 바라보면서 별거 아니라는 듯 외쳤어.


"그런데 고갱님, 계약 조건은 단순 수송이었지 이런 화력지원은 없었는데요. 

저희 돌아가서 계약서 다시 작성 할까요? 계약 실행 후 조건 변경은 할증 붙는거 아시죠?"


"알겠으니까. 악셀 밟아 다 죽겠어!"


더치걸이 급하게 외쳤어.


"아이아이, 승함 승객님들 꽉 잡으세요! 쉽 세이렌, 메이크 허 엔진 로어! 맥시멈 스피드, 쉽 풀 어헤드!"


세이렌이 트럭의 악셀을 꾹 밟자 트럭은 요란한 엔진 소음을 내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 질주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추격해오는 외팔이 골타리온을 볼 수 있었지.


"아씨, 요즘 미니건 총탄 구하기 어렵단 말이야! 아까워 죽겠어."


네레이드는 맹렬한 속도로 추격하는 골타리온에게 미니건을 갈겨댔지만 효과가 없는 것을 보고 혀를 찼어.


"더 강한놈이 필요해...뭔가...뭔가...크고 강한놈이..."


희번덕거리는 네레이드의 눈에 더치걸의 등에 매달려 있는 한껏 소녀소녀하게 장식된 RPG-7이 들어왔어.


그리고 미니건 터렛에서 쏙 빠져나와 그 핑크 RPG-7을 쑥 뽑아 들었지.


"네리네리, 눈물이 다 흐를 지경이야. 찬양하라 RPG-7, 네리네리는 천하제일의 무기를 찾았어!"


"아, 그건 의뢰자의 의뢰품목이야 쓰면 안돼!"


더치걸이 만류 했지만 이미 네레이드는 쓸 생각 만빵이었지.


"그건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가 극중 처음 사용했던 마법신의 요술봉이에요. 

불발나서 기념품으로 보관되고 있는것이죠."


"아! 다 알겠고 빨리 쏴! 이러다 죽겠어!"


드라큐리나가 빽 소리를 질렀어. 네레이드는 그제서야 RPG-7을 조준하고 발사했어.


"알라-후 아크바르!"


"마법신의 요술봉을 쏠 때는 그렇게 외치는게 아닙니다!"


"그치만 네리네리가 본 인간님 영화에선 모두 이렇게 외치던걸."


매지컬 모모는 마법신의 요술봉을 쏠때마다 

'마법이니까 피하기 없기'라는 대사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요! 

그런 주문으로는 마법신의 가호를 받을 수 없..."


누가봐도 네레이드가 발사한 RPG-...마법신의 요술봉의 탄두는 

달리는 골타리온에 명중 할 수 없는 궤도를 그렸어. 

그런데 갑자기 그 탄두는 호밍 탄도 미사일 마냥 물리 법칙을 무시하듯 방향을 휙 바꾸더니 

골타리온에 제대로 명중해 버렸어. 

탄두가 골타리온의 몸에 닿자 '뽁' 하는 귀여운 소리가 났지. 

그리고 얼마 후 빛과 함께 골타리온의 몸통에서 화려한 별모양 폭발이 일어났어. 

특촬물에서나 볼수있는 그런 폭발이었지. 

골타리온은 그 강력한 반동에 후방 공중으로 엄청난 연기와 함께 날아가 높은 천장에 부딛히고 떨어졌어. 

그리고 녹음된 듯한 음성이 재생되듯 목소리가 골타리온 몸에서 흘러나왔어.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마법소녀들이여! 나는 다시 돌아온다아아아아!"


"..."


"연속극 매지컬 모모의 주력 빌런 골타리온은 마법소녀의 피니쉬 무기가 닿으면 

연출용 폭발이 일어나게 제작되었습니다. 

충격으로 골타리온이 파괴되어 마지막 빌런의 대사를 말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대사를 녹음해두었다가 폭발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재생되도록 설계되어 있지요. 후우 주변에 AGS 3기가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어이없는 골타리온의 퇴장 연출에 모두가 멍해져 있는 동안 

아르망은 눈을 감고 모든 일을 예상했다는 듯 차분히 설명했어.

물론 더치걸 일행은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영문을 이해못한 네레이드만 얼떨떨한 표정으로 달리는 트럭에서 빈 마법신의 요술봉을 들고 만세를 했어.


"알라-후 아크바르!"


--


지하시설 탈출 후 더치걸 팀과 아르망은 의뢰자와의 접선장소로 향했어. 

예상보다 큰 모험이었기에 팀원들은 다들 씩씩대며 추가 보수를 요구 할 생각이었지. 

접선 장소에는 이미 의뢰자가 기다리고 있었어. 

하늘색 장발의 늘씬한 체형의 바이오로이드가 비행장비를 장비하고 있었어. 

더치걸은 의뢰자가 보이자 마자 대뜸 삿대질을 하며 외쳤어.


"의뢰자분! 일이 말해준 정보와는 다르게 너무 빡셌어! 

이건 추가 보수를 요구해도 업계에서 욕먹지 않을 거야!"


"더치걸님 계약조건에 따르면 

계약자의 의뢰 난이도를 오판했다고 해서 의뢰자에게 계약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 할 텐데요."


의뢰자는 삐딱한 자세로 허리춤에 손을 얹고 서서 깐깐한 표정으로 말했어. 

더치걸과 몇번의 입씨름이 오갔지만 더치걸의 허접한 화술로는 

이 깐깐한 의뢰자의 논리를 꺾을 수 없었지. 

결국 더치걸은 백기를 들고 찌그러졌어.


그리고 의뢰자는 찌그러진 더치걸을 무시하고 초면인 더치걸의 동료들을 돌아 보며 인사를 했지.


"처음뵙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이번 의뢰건 의뢰자인 EB-48G 흐레스벨그입니다. 

라비아타 저항군 스카이나이츠 소속 소대장 직책을 맡고 있지요."






"제 의뢰가 생각보다 난관이었다니 

저도 여러분께 폐를 끼치게 되어 무척이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계약한 보수보다 훨씬 후한 보수를 준비했지요."


깔끔한 흐레스벨그의 말에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진 더치걸의 동료들은 

떨더름하게 인사를 받았어. 

신속히 그리고 의뢰품 확인에 들어갔지.



"오오옷! 이건 매지컬 모모 초회 녹화 필름이고! 

그리고 이건 덴세츠 사내 보관용 무삭제 매지컬 모모 촬영본, 

이건 개발비화 녹화본! 설정집! 초기형 굿즈까지! 

역시 명성에 빛나는 팀 답군요! 제 의뢰를 완벽히 수행해 주셨습니다!!! 

흐헤헤...여기 보수입니다."


더치걸 팀원들은 어디선가 배뱅이 안경을 꺼내 쓰고는 침까지 흘려대며 

더치걸팀이 구해온 물품들을 확인하고 열광하는 흐레스벨그를 보며 

더치걸을 침몰시킨 아까 그 깐깐징어와 동일인인지 의심했어. 

하지만 흐레스벨그가 수풀에서 꺼내온 커다란 물자상자들을 보는 순간 

바로 고객님을 받들어 모시는 고용인 모드가 되어서 비위를 맞추어 주었지.


"사실 모모의 초회 마법신의 요술봉은 시설을 탈출할 때 손실되어 여기 빈 발사관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매지컬 모모의 빌런 마왕군 군단장 골타리온 13세 초기 생산품의 장갑파편입니다만..."


페로가 쭈뼛대며 흐레스벨그에게 빈 마법신의 요술봉과 자주색 금속 파편을 흐레스벨그에게 내밀었어. 

그러자 흐레스벨그는 잽싸게 달려와 받아들고는 환호성을 질렀어.


"오오오 초회 마법신의 요술봉과 군단장의 장갑파편이라니! 이건 예술품입니다!"


"저희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에 매우 박식하긴 분이시군요. 

혹시 덴세츠 보관소 관리자의 물품 인증서가 필요하신가요?"


아르망이 내심 뿌듯해 하면서 묻자 흐레스벨그는 아르망을 쳐다보았어.


"당신은...?"


"덴세츠 엔터테인먼트 아카이브의 사서이자 안내인인 바이오로이드 아르망 전 추기경입니다."


"오오오 그렇다면 여기 빈 종이에 인증기록을 부탁..."


흐레스벨그는 잽싸게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종이 한장을 접어 최대한 깔끔하게 찢어서는 아르망에게 내밀었어.


그 광경을 더치걸 팀은 어이없게 바라보았고.

한참의 소동이 지나간 후 흐레스벨그는 다시 떠날 준비를 했지.


"역시 소문의 더치걸 탐사팀이시군요. 내심 실패 할까 불안했는데 기대를 완벽하게 부응 해주셨습니다."


"저기...보수를 생각보다 많이...좀 많이 주셨는데 이거 받아도 괜찮은 물건이죠? 

괜시리 찜찜한 물자 받아서 저항군 같은 대형 무장세력과 척지고 싶지는 않거는요..."


더치걸은 완전 저자세모드로 손바닥을 싹싹 문지르며 흐레스벨그에게 물었어.


"이 물자는 순전히 제 사유재산 입니다. 철저히 출처세탁...아니 제 소유물이니 걱정 마시길. 

그건 그렇고, 여러분들 저희 라비아타 저항군에 들어오실 생각 없으십니까? 

여러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저희 저항군에서 중용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저희가 수행하는 인간님 수색도 가속 받을 수 있을 것이구요...

저희 저항군에는 블랙리리스 모델도 존재하니 여기 페로분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실 겁니다만."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페로는 공손히 답했어. 편안히 지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진 드라큐리나가 황급히 질문했어.


"저항군이란데 들어가면 정말 편하게 지낼 수 있는거야? 목숨 걸지도 않고?"


"짝퉁 비스마르크 바이오로이드는 제가 거절하겠습니다."


"히잉..."


드라큐리나가 더치걸 다음으로 찌그러져 버렸지.


지이이이이-잉. 하고 흐레스벨그의 통신장비가 울었어. 

그러자 헬렐레 하던 흐레스벨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처음의 깐깐징어로 돌아갔지.


"그라울러, 첵."


"그라울러 첵이고 나발이고 흐레스벨그 소대장! 지금 어디야? 

라비아타 통령이 지휘관들 소집했어! 빨리 돌아와!"


"라져 댓."


통신장비에서 앙칼진 목소리와 대화한 흐레스벨그는 서둘러 돌아갈 준비를 했어.


"여러분들, 혹시나 마음이 바뀌시면 절 찾으시길, 연락처는 별장 마을에 두겠습니다."


"그럴일 없으니까 빨리 돌아가."


어느새 맨탈을 회복한 더치걸이 손바닥을 휘휘 저으며 흐레스벨그는 축객했어.


"그럼 안녕히."


물품상자를 든 흐레스벨그가 떠나고 형체가 사라질 때까지 하늘을 바라보던 중, 스틸드라코가 아르망에게 물었어.


"그럼 우리 불량품 관리자 아르망씨는 이제 어떻게 할거야?"


아르망은 푸른 하늘을 멍하게 바라본채로 말을 떼었어.


"일단, 그 별장 마을이란 곳에서 묵으면서 사라진 제 목표를 대신 할 것 생각해 봐야죠...

불량품들의 세상에서...불량품의 의미도 찾아보고요."


아르망은 한번, 바람에 흩날리는 자신의 금발 머리칼을 슬쩍 쓰다듬었어, 

그리고 일행을 바라보며 씩 웃어주었지.


"그 전에 관리자 직책에서 짤렸으니 일단 일자리나 알아보려고요."


-더치걸 팀 외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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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분량은 긴데 삽화를 그릴 짬이 안나서 좀 부족했음.


소설이라고는 평생에 두번째 써보는 건데 무지 길었음. ㅠㅠ


글 써놓고 담날 다시보면 계속 비문 오타가 보임. 새삼스레 소설연재하시는 작가분들 존경함.


전 편의 댓글 바이오로이드 추천 보고 써본 스토리인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외전으로 바꿨음.


망상으로 시작한 글이라 막연한 설정만 있었는데 좋은 댓글 추천들이 있어서 어떻게 어떻게 이어나게 되네 ㅎㅎ.


다음 바이오로이드 아이디어 추천 기다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