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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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은 저희 몽구스팀이 어떤 임무를 지녔는지 알고 계시나요?"


홍련이 물었다.

그녀는 정장에, 다소 딱딱한 태도로 그를 대하고 있었다.


'아니, 딱딱한 태도라기보다는....'


지금 홍련의 태도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어디서 봤냐 하면....


'유튜브였어.'


군대 체험 프로그램 비슷한 유튜브 영상에서 봤었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 일부로 겁을 주며 긴장하게 만드는 교관들이 나오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나 뭐 잘못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곧 이유가 떠올랐다.

등 뒤가 서늘했던 그 예감.


'내가 모르는 뭔가 있었구나.'


에이미는 도시의 암살자.

그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뭔가를 한 것이었을까?

홍련이 계속 말한다.


"듣고 계시나요?"

"아, 응. 몽구스팀은 대테러부대지."

"그렇습니다. 저희는 테러에 대응하는 부대로, 정의를 실천하는 부대입니다."

"응."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다소 역할이 달라지게 됩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지킬 대상이 한정되어 있을 때입니다."


홍련이 그를 바라본다.


"바로 사령관님. 지훈님을 지키기 위한, 오직 한 분을 위한 부대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는 오르카호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보호 대상이 한 명으로 국한될 터.


"다만, 여기서 문제는 테러를 실행하는 자입니다."

"음.... 펙스를 말하는 건 아니지?"

"예."


홍련은 순순히 인정했다.


"사령관님. 저희 부대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호네들?"

"예."

"착하지. 착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 하는 프로들이지."


그가 아는 대테러부대는 특한까지 훈련된 자들로, 명령이 떨어지면 방아쇠를 당기는 기계와 같은 느낌이었다.


"......핀토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핀토."


그는 홍련이 뭘 걱정하는 지 대강 알아차렸다.


"음, 적이라고. 그러니까 악이라고 인지하면 자비가 없지....?"

"그렇습니다."


홍련이 후, 하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예. 조금 두렵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사령관님. 저희의 총구가 이곳의 '인간'을 향할 때,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


'역시.'


사령관은 미간을 좁힌다.


"...에이미가 뭔가 한 거야?"

"약간은."

"해쳤어?"

"다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음...."


사령관은 고민한다.

사실, 이건 곧바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상식대로라면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그는 홍련을 본다.


"너희는?"

"무슨 말씀이신지...?"

"너희는 괜찮아? 총구가 인간을 향하는 게?"


자신을 위해 방아쇠를 당기라고 명령하는 쪽과

주인을 위해서 직접 방아쇠를 당기는 쪽.

어느 쪽이 더 괴로울까?


양쪽 모두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

양쪽 모두 제각각의 죄책감과 괴로움을 느낄 터.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저희는 이곳의 인간들을 인간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홍련이 설명을 시작한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할 수가 없지만, 지금까지 알아낸 것으로는 이렇습니다.

저희의 세계는 이 세계에서 창조된 것이나, 전혀 별개의 세계입니다.

현실은 현실. 게임은 게임.

이 두 세계는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단 하나의 연결점을 제외한다면."


무엇을 말하는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계정."

"맞습니다."

"저희에게 부여된 '설정'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세계 간의 격차 때문인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응, 계속 말해줘."

"저희가 이곳으로 넘어왔음에도 저희의 인류는 오직 한 분. 저희와 연결된 계정의 주인, 지훈님뿐입니다."

"그렇구나...."


솔직히 말하면, 이건 기뻤다.

그도 고민해봤다.

만약 다른 누군가가 명령을 내렸을 때 대원들이 어떻게 나올까...?

그런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다만, 문제도 했다.


"저희는 테러범에게 자비가 없는 대테러부대입니다."

"응."

"저희는 지훈님을 제외한 이곳의 인간에게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습니다."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즉, 하고자만 하면 언제든....

쏴 죽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건 좀.... 섬뜩한 얘기네."

"예.... 해서, 저 혼자 와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으음...."


요점은, 자신들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고민한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단, 살인은 안 돼."

"알겠습니다."

"응?"


그는 고개를 들어 홍련을 본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건가요?"

"아니, 대답이 너무 시원시원해서. 지금까지 대화 흐름은 좀 무거웠는데."

"후후."


홍련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진짜로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저희가 인간을 상대로 살인까지 갈 일은 없습니다."

"그런가?"

"예. 기본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가 심합니다. 모든 개체가 인간을 한손으로도 제압이 가능하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또, 다른 인간들이 지훈님에게 위협이 될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가?"

"에이미 씨의 경우, 강도를 상대해줬다고 하더군요. 아시아인을 노린 강도였습니다."

"아하...."


등 뒤에서 느꼈던 싸늘함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런 강도들쯤이야, 맨손으로도 상대가 가능합니다."

"그렇겠네."

"그리고 지훈님께서도 곧, 더스트 시술을 받으실 테니까요."

"아!"


까먹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네. 너희들이랑 계속 지내려면 언젠간 더스트 주입을 해야 하구나."

"예. 저희들의 욕심으로 잠시 미뤄뒀을 뿐이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맞네, 핀토처럼 극단적인 케이스만 조심하면 되겠다."

"네."


홍련의 미소가 조금 더 환해졌다.


"겁줘서 깜짝 놀랐네...."

"후후후."

"그냥 겁만 준 거지?"

"음, 사실은 못을 박아두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만약, 정말로 핀토가 도를 지나치게 될 때. 단호하게 말씀하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고개를 주억인다.

조금 극단적인 생각이기는 해도, 충분히 있을 법한 경우였다.


"그럼... 합격이야?"

"예. 합격이십니다."

"후... 다행이네."

"땀을 흘리시네요."

"응,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였다 보니까..."


홍련이 다가와서 손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정장이 다가왔다.


"어.. 음..."

"이상하네요."

"응?"

"여러 대원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 정도 자극은 익숙해지셨을 것 같았는데."

"아.... 그게 음... 역시 홍련이 너무 파괴적이라..."

"그런가요? 후후후."


홍련이 베시시 웃는다.

교관의 얼굴은 사라지고 서약한 아내의 얼굴이 서서히 떠올랐다.


"모두들 입을 모아 말했어요. 여보가 유한 성격이시라고."

"음."

"하지만 지난 번, 라비아타 씨와의 대화에서 단호한 면모를 언뜻 봤었어요."

"그랬었나?"

"네."


홍련이 그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붉은 입술이 은은하게 웃는다.


"라비아타 씨는 주인님이 절대적인 선함을 지니셨다고 하셨죠."

"그랬었지."

"하지만 그 선함이 우유부단함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안심이에요."


붉은 입술이 다가온다.

이마에 살짝, 촉촉함 부드러움이 묻어 났다.


"어머."


입술을 뗀 그녀가 의자에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넣었다.

손가락으로 슬쩍 그의 제2의 인격 끄트머리를 건드렸다.


"여기도 자의식이 강하시네요."

"하하...."

"죄송해요, 여보."

"응....?"


그녀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표범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원래는 제가 지는 쪽이 좋았지만...."


하나, 둘, 와이셔츠의 단추가 풀리면서 사로잡혔던 가슴의 봉인이 풀린다.


꿀꺽.


"오늘 만큼은 참을 수가 없어요."


입술이 덮쳐온다.

이번에는 입술로.


그 다음에는.....


"제 모든 것으로 감싸드릴게요. 부드럽고, 따뜻하게."


의자에서 두 사람의 몸이 합쳐진다.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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