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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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책을 잘 안 보는구나. 책이 없네."


하르페가 말했다.

두 사람은 아득한 호텔 방의 탁자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르페가 저쪽에서 재료를 가져와 직접 달여준 차였다.


"아니 뭐.... 여행이기도 하고. 하하..."


그는 애써 변명한다.

사실 책을 잘 안 읽기는 했다.


"딱 보면 알 수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장실에 가도 책을 들고 가니까."


확실히, 하르페는 여기로 넘어올 때도 책 한 권을 소중히 들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말한다.


"아, 하르페는 화장실 갈 때 책 들고 가는구나. 팬티 벗고 책 읽는다 생각하니 뭔가 야하네."

"읏..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르페가 얼굴을 붉혔다.


"첫 만남부터 성희롱이라니. 다른 대원들한테도 이랬어?"

"음....."


그는 나앤을 떠올려본다.

비행기 화장실에서 뒤를 대주던 그녀.....

그리고 어제 그를 옭아매며 탐했던 홍련도.


'다시 생각해봐도 엄청 야하네.'


성희롱의 선을 넘은 지는 꽤 됐다.

저쪽도.

이쪽도.

이미 서로가 적나라한 성욕의 패스티벌을 벌이고 있었다.


"보통 내가 당하는 쪽이었는데, 다들 이보다는 심했던 것 같아. 여러모로."

".....크흠.... 뭐, 뭐어, 다들 어른이고, 사랑하는 사이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겠지...."


하르페가 슬쩍 눈을 뜨며 그를 본다.

뭔가, 젠 체하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사령관은 역시 야한 걸 좋아하니까.... 그렇지?"

"음...."


싫어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럼 하르페도 차 마시는 걸 빌미로 나랑 그런 거 하려고 온 거야?"

"읏....."


하르페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나, 나는...."

"농담이야."


사령관은 탁자 위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와줘서 고마워, 하르페."

"....응, 만나서 반가워 사령관. 아니, 지훈...아."

"이름은 아직 좀 어색하네."

"그러게."


둘은 웃음을 교환한다.


"참, 블하가 말해줬어. 사령관, 길거리 공연을 해보고 싶다면서?"

"응? 뭔가 좀 왜곡됐는데?"

"우리랑 같이 길거리 공연하자는 거 아니었어?"

"아, 얘기가 그렇게 전달됐나?"


그는 자초지총을 설명했다.


"사령관이 같이 부르는 게 아니라 우리만?"

"아, 너희 보고 쇼를 펼치라는 건 아니야."


그는 오해가 없도록 미리 말해둔다.


"뗑컨 같은 경우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서."

"음, 확실히 전대장은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

"응?"


말이 살짝 오묘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사실, 우리도 의견을 조율했어. 다들 바빠서 내가 대표로 왔고."

"아하."

"전대장이 말했어. '음, 사령관이 좋다면 좋은데, 굳이? 난 그냥 너희들과 어울리면서 부르면 그걸로 족하는데?'라고."

"그랬어?"

"응."


의외였다.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호응 얻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이쪽 인간들은 인간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지.'


지난날 홍련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애당초 관심 자체가 가질 않는다면 흥미가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음, 다른 대원들도 비슷해?"

"음.... 다들 굳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하나 싶은 분위기기는 했는데."

"그랬구나, 미안해."

"아냐.... 모두가 거절해서 내가 더 미안해. 기껏 생각해줬는데..."

"아냐, 아냐. 하르페. 난 너희가 원하지 않으면 권할 생각 없어. 미안해 하지 마."

"응....."


'그렇구나. 다들 지금에 만족하고 있었구나.'


어쩐지 꼰대 부장 짓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괜히 긁어 부스럼 낸 게 아닌지....


"음.... 사령관. 너무 고민하지 마. 우리는 괜찮으니까."

"응."


그는 웃으면서 손을 내민다.


"곧 점심 때인데, 뭐 먹고 싶어?"

"응, 난 사령관이랑 함께라면 뭐든 좋아."

"음,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더라 거기서 먹자."

"응.... 그런데 그....."


그녀가 우물쭈물한다.


"왜 그래?"

"아니, 그게, 나만 이러면 미안해서...."

"미안하다니?"

"다른 대원들은 일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미안한지 시선이 아래를 향한다.

사령관은 잠깐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하르페는....'


하르페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이 연했다.

부드럽고 내성적인 성격.

아마 그녀가 가장 먼저 오게 된 것도, 그런 마음씨 덕분일 거다.


"음, 내 생각에는 오히려 지금을 안 즐기면 그게 더 미안할 거 같은데?"

"응...?"

"다들 먼저 오고 싶은데 양보한 거잖아. 하르페에게."

"...!"


그녀가 놀랐다.


"그, 그런가...?"

"응."

"에헤헤,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못해봤어."


베시시 웃는 그녀.

감동으로 살짝 눈시울이 붉어진 그 미소가 눈에 들어오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하르페."


그는 맞잡은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녀를 불렀다.


"응?"

"가슴 만져도 돼?"

"뭐어?"


그녀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트린다.


"아하하! 사령관. 갑자기 뭐야 진짜. 그러면 안 돼. 성희롱이란 말이야."

"너무 예뻐서."

"예쁜데 왜 가슴을 만지겠다는 거야. 에쁘면 좀 더.. 무드 있는 메트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참아, 하르페 가슴을."

"정말...."


하르페가 얼굴을 붉히면서 웃었다.


"역시 사령관은 사령관이구나. 마리오네트만 봐왔지만, 결국 그것도 사령관이 조종하는 몸이니까. 똑같아, 사령관은."

"그런가?"

"선택지가 좁다고 해도, 그걸 선택할 때 사령관의 성격이 드러나니까."

"음..."

"사령관이 내가 알던 그 사령관이 맞아서 안심이야. 조금은 이상하지만 자상하고, 상냥해. 그리고 야한 걸 좋아해."

"야한 거 좋지."


변태인 건 사실이다.

변태 아니면 라오를 하지 않지.

아스널의 웨딩 스킨에 혹해서 이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변태였다.


".....사령관. 뭐해?"

"응?"

"....만진다면서. 나, 기다리고 있는데....."

"오."


하르페의 가슴은 말랑했고, 풍만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만지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하르페가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짙은 키스를 연발하며 밀어붙였다.

탁자 바로 옆이 침대였기에, 그녀를 침대로 몰아 눕히기까지 2분도 걸리지 않았다.


"꺅…?!"


옷을 벗고 알몸으로 침대에 누운 하르페의 앞에 섰을 때,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하르페는 다리를 비비 꼬며 성기를 가렸고, 두 손으로 가슴의 가운데를 지긋이 눌러 젖꼭지를 가린 상태였다.

하지만 우뚝 솟은 사령관의 물건을 보자, 가리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입으로 손을 막았다.


"왜 그래?"

"아, 아냐. 그냥… 공부했던 거랑 조금 달라서...."

"음, 내가 큰 편인가?"


꿀꺽.

그녀가 침을 삼키며 눈을 떼지 못한다.


"하르페도 변태네.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읏...."


그녀가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내, 내가 져주는 척 할 뿐이야. 나는 연ㅅ... 나, 나는 원래 능숙하니까...."

"헤에."


그가 반박하지도, 농담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자 하르페가 더 부끄러워했다.


"그렇구나. 하르페 누나는 능숙하구나. 그럼 맡겨도 될까?"

"...."


잠시 침묵이 흐른다.

애무도, 키스도 하지 않아 자연히 몸이 식어야 할 텐데.

하르페는 오히려 점점 더 달아오르고, 빨개지고 있었다.


"나, 더 능숙해지고 싶으니까… 사령관이 알려줘...."

"진짜로 못 참겠다. 조금 격해져도 미안해."

"아... 읏....!"


그는 하르페의 유방을 만지며 꼭지를 빨았다.

이윽고 그가 그녀의 안,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을 때.


"아앗....!"


하르페는 허벅지와 발 끝을 파르르 떨며 조용히 절정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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