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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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가 몸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다가온다.

아직 머리카락도 축축하게 젖었고, 몸 역시 방금 바른 로션으로 윤기가 빛났다.


"전단장님."

"...."


아까 엠피가 했던 말들.

그리고 이 분위기.


'으음....'


사령관은 고뇌한다.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시아는 아직 그런 거 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성숙이 덜 됐다.

육체만 성인이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순수한 아이를 물들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걸렸다.


"음, 우선 머리 좀 말릴까?"

"머리?"

"내가 말려줄게."

"응!"


시아는 해맑게 웃었다.

두 사람은 화장실 문 앞에 있는 화장대로 갔다.


시아가 의자에 앉고, 그는 시아의 등 뒤에 서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제대로 닦지도 않았네. 물기가 너무 많다."

"헤헤. 급했어."

"급했다니?"

"빨리 전단장님과 만나고 싶었어."


시아가 거울을 통해 그를 올려다본다.


"....나도 시아가 보고 싶었어."

"정말?"

"응."

"그럼 지훈님은 시아를 사랑하는 거야?"

"당연하지."

"헤헤."


시아가 베시시 웃는다.

예쁘지만, 살짝 묘한 분위기가 맴도는 미소였다.


"시아도 지훈님이 좋아."

"...."

"시아는 오늘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랬어?"

"응. 변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변한 모습?'


그는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시아는 살짝 멋쩍게 웃었다.


"조금 실패했지만. 너무 들떠서 예전처럼 행동해버렸어."

"...."


'그리고 보니 철이 많이 들었다고 했었지.'


시아가 핫도그를 사달라고 졸랐을 때, 엠피가 그렇게 말했었다.


-이상하네요, 요즘 철이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그냥 했던 말이 아니었나?'


헤어드라이기가 잔잔한 소음을 깐다.

그는 왼손으로 머리칼을 살살 흔들며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전단장님이 가짜라는 걸 알아챈 다음부터, 시아는 노력했어."


시아는 기분이 좋은 듯하면서도 착 가라앉은 미소를 지은 채 말한다.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오르카호는 이대로 무의미해질 거라고 다들 말했어. 시아는 그 말을 듣고 이대로 머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

"...."


"그래서 시아는 공부를 많이 했고, 많은 걸 배웠어.

옷을 벗고 복도를 돌아다니면 안 돼, 사랑하는 사람 앞이 아니면.

함부로 초콜렛을 훔쳐 먹어도 안 돼, 친한 사람의 것이라도.

질문을 할 때는 분위기를 봐 가면서 해야 해,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는 살짝 웃었다.


"팬티는 막 집어 던져도 되는 걸까?"

"헤헤헤. 오늘은 흥분해서 그랬어. 성장한 시아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어."

"아니야.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

"헤헤."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시아가 이런 무거운 말을 할 줄 아는 아이였나?

게임에서 본 그녀와는 달랐다.


"시아는 상식과 사람의 마음, 사랑에 대해서 공부했고, 크게 느낀 게 있어. 그리고 그건 오늘 지훈님을 만나면서 더 확실해졌어."

"뭔지 물어봐도 될까?"

"더 이상 외로운 건 싫어. 외로움은 슬프고 아파."


거울에 빛이 작게 반짝였다.

눈에 맺힌 눈물이었다.


"시아는... 나는... 고독 속에서 성장했어. 물론, 언니가 옆에 있어 줬지만, 부족해."

"부족하다니?"

"이제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해. 아니, 더 절실해졌어."

"..."

"사랑을 배우니까, 사랑이 더 고파졌어. 난 이제 언니의 사랑만으로는 안 돼."


시아가 눈물을 훔쳐 닦는다.

슬퍼 보였지만, 슬픔은 잠시뿐이었다.


"다른 언니 동생들도, 시아도, 한 가지만 바라보면서 버텨왔어."


그녀가 그를 본다.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쳤지만 거울에 비친 형상은 현실보다 더 실제 같았다.


"난 지훈님이 필요해. 지훈님을 원해. 이제 나는 사랑을 알아. 첫사랑이야. 그러니까 부탁할게. 꼭 안아줘. 품에 품어줘. 사랑을 넣어줘."

"...!"


시아가 두 팔을 벌린다.

여전히 거울을 보고 있고, 거울을 향해 벌린 팔이지만.

그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주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꼭 안아줘, 지훈님."

"응."


그는 시아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

시아가 그의 두 팔을 감싸 안으며 눈을 꼭 감는다.


"고마워."


마냥 해맑던 시아의 여린 미소는 성장통에 걸린 소녀의 미소로 변해 있었다.


그는 시아와 함께 침대로 향했다.

몸에 두른 수건을 부드럽게 풀자 언니보다 더 대단한 가슴이 한 차례 흔들렸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이였던 시아는, 이제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혹시라도 아프면...."

"그 아픔이 성장하는 의미랬어."

"대체 누가?"

"헤헤."


시아가 대답 대신 자신의 배를 퉁퉁 쳤다.


"하하."


로열 아스널.

생각해보면 그녀의 처녀도 그가 가져갔다.

아니, 지금까지 함께한 대원들 전부를.


'카사노바라고 오해할 만도 해.'


하지만 오해를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는 행복했고, 이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

그녀들이 그의 삶 그 자체가 됐기에.


"와줘."

"응."


그는 충분히 시간을 들여 시아를 젖게 만들었다.

이어서 그녀를 어른에 한 발 다가가게 만들었을 때.


"아...!"


시아는 환희에 젖어들었다.








"...."

"...."

"헤헤.."


엠피가 샤워를 끝내고 나온 다음, 살짝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시아..."

"응."

"아프지는 않았어?"

"너무 좋았어. 하나도 안 아팠어. 아니, 조금은 아팠을지도. 하지만 금방 기분 좋아져서 좋았어. 짜릿했어."

"...."

"...."


그는 머리를 긁적인다.


'어색할 거 같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그랬다.


"지훈님...."

"으, 응?!"

"지훈님도 씻으셔야죠."

"그, 그렇지. 하하..."

"저희가 씻겨드릴게요."

"응?"


시아와 엠피가 일어난다.

둘 다 알몸이었다.


"저기, 더스트 주입은...?"

"시간은 많습니다. 그러니까...."


엠피가 우물쭈물하는데, 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 지훈님. 같이 씻자. 여기저기 깊숙한 곳까지 전부."

"읏..."


세 사람은 화장실에서 벽에 달라붙듯 서로를 밀어붙이며 육체를 탐했다.

그 다음은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말리는데, 엠피와 시아의 아래쪽은 씻기 전보다 더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그 다음은 다시 침대에서 둘이 함께, 또는 번갈아가며 쉬지 않고 쾌락에 빠져들며 집어 삼켜졌다.


청순한 이미지였던 두 자매는 마치 다른 사람들처럼 성욕에 빠져들어 섹스를 탐했고,

아무리 잘났어도 인간이었던 그는 끝내 지쳐서 잠들었다.


"후후..."


엠피가 잠든 지훈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 옆에는 시아가 엉겨붙어 있었는데, 시아도 깨어 있었다.


"준비가 끝났군."


휴대폰에서 빛이 발하며 당찬 목소리가 말했다.


"아스널 준장님."

"음."

"그리고 닥터."

"안녕 언니들~"

"저분이 바로 새로운 주인님이시군요..."


다프네.


"잘생겼거든~ 누나는 못해서 아쉽거든~"


든든까지.

여러 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시작하지."


시술이 시작된다.








"으음...."


그는 개운함을 느끼며 눈을 뜬다.


'이상하네. 그렇게 해댔었는데 몸이 가볍다...?'


조금 놀라웠다.

운동을 꾸준히 했던 게 빛을 발한 걸까?

그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팽-


누운 채 몸이 구속되어 있었다.


"응?"

"오, 일어났는가?"


아스널이 얼굴을 보였다.


"아스널?"

"오! 오빠 깼다!"

"오, 드디어 눈을 뜬 거거든? 오래 기다렸거든?"


닥터와 든든까지.


"깨어나셨으니 몸 상태를 점검할게요."


다프네가 다가왔다.


"모두들 뭐해?"

"더스트를 주입했다."

"응? 시술 준비 한 거야?"

"막 깨어나서 아직 멍한 것 같군, 주입은 끝났다."

"어? 벌써?"


다프네가 구속구를 풀어준다.


"몸을 일으켜주시겠어요, 주인님?"

"응... 어? 방 상태가 왜 이래?"


모텔 방바닥은 굵고 긴 관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관들이 그가 누워 있던 침대.... 아니, 수술대와 연결되어 있었다.


"관...?"

"에너지 관이다."

"그런게 대체 어디서 났어?"

"어디기는."


아스널이 웃었다.


그는 시선으로 가장 큰 관을 타고 흘러가 끝을 본다.

그 끝에는 엠피, 시아와 함께 설치한 휴대폰이 있었다.


"오르카호에서 빼온 거야?"

"그렇다."

"와...."


생각도 못했다.

이런 게 가능할 줄은.


"어? 그런데 어떻게 여러 기기에서 한꺼번에 연결했어?"

"이건 특수한 경우다. 관에 흐르는 에너지를 통해 반 강제로 차원문 개통을 유지하고 있지."

"아하."


솔직히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이나 에너지가 없는 물건이라면 불가능하다. 즉, 실전에서는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지. 또, 위험하다."

"위험?"

"자칫하면 에너지 역류로 차원문이 닫히거나 폭주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엠피트리테에게 공기계를 잔뜩 사라고 지시했다."

"그렇구나."


에너지관을 끌어들이는데 사용한 휴대폰은 절반 정도인 것 같았다.

나머지는 애초의 목적대로 주변을 감시하고, 여차할 때의 통로로 쓰이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다프네. 몸 상태는 어떤가?"


다프네가 꼼꼼하게 몸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시술은 안정적으로 끝났어요. 몸상태는 최상이에요."

"그렇군."


아스널이 씩 웃으며 손을 건넨다.


"자, 그대여. 훈련을 시작하지."

"훈련?"

"그 몸에 익숙해져야지 않겠나."

"그렇지. 맞아."

"내가 도와주겠다."


섹스를 말하는가 했더니 눈빛은 진지했다.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 훈련을 시작하려는 듯했다.


"응, 잘 부탁할게."


그는 손을 잡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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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과문.


요 며칠 조회수, 추천, 댓글이 엄청 떨어졌더라고.

그 원인을 계속 생각해봤는데, 사실 생각하고 자시고도 없는 것 같아

감마랑 오메가를 비롯한 펙스 등장 관련해서 너무 급발진이 심했던 것 같음.


원래 15화 전부터 해서 좀 더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일상물 반응이 너무 좋아서 거기 심취한 나머지 좀 뒤로 미뤘었음.


그러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장르가 아예 일상물로 자리 잡아버렸음.

20화에 걸쳐서 대원들이 넘어와서 알콩달콩 섹스하는 이야기만 보여줘서 확실하게 그 장르가 자리 잡았던 거.


그런데 21화 끝에 갑자기 알파가 "이건..."하면서 장르가 흔들릴 만한 요소를 심었고,

이어서 감마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일상물의 장르가 변해버렸음.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 흘러가던 일상물에 갑자기 펙스가 난입한 꼴이 되어 버린 거임.


흔히 말하는 드리프트를 해버린 거지.


그 전부터 짧게짧게 펙스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건 빌드업이라고 하기는 너무 약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원래는 12화부터 빌드업이 들어가고 15화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질 예정이었음.

그대로 갔으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함.


장편에서는 흐름이랑 이야기 템포가 가장 중요한 법인데,

난 어리석게도 당장의 호응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걸 저버렸음.


15화 이전부터 빌드업을 차근차근 쌓았으면 보던 사람들도

'오, 일상물만 있는 건 아니구나, 적당히 긴장감 있어서 재밌네.'라고 느꼈겠지.

그런데 내가 눈이 멀어서 그 황금기를 놓쳐버렸음.


그게 정말로 너무 아쉽고 미안합니다.


재밌게 읽다가 떨어져 나간 게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네.

이미 흥미 잃고 안 읽는 게이들에게는 이 미안함을 전할 수 없어서 더 그렇고.


실력이 없다는 걸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겠지.

욕심을 부리면 안 됐는데

잠깐의 욕심 때문에 잃은 게 많아서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그리고 삽질을 크게 했는데도 계속 봐주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참 추천이나 댓글 더 달라는 건 아닙니다.

평소처럼 재밌을 때만 표현해주면 됨.

그게 맞는 거고

제가 지표 판단할 때도 그게 더 좋습니다.


아무쪼록 남은 분량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화:  "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