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셜록과 함께 계약서 뭉치를 읽으며 내용을 정리했다.


블랙리버산 바이오로이드의 정부 납품 건.


정확히는 덴세츠에서 생산한 블랙리버의 군용 바이오로이드 납품 이야기이다.


내가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하고 질문하자 셜록이 내게 설명했다.


현지 생산업체에서 타사의 바이오로이드를 하청이나 계약의 형식으로 생산해 내는 것이 그리 큰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비호하에 큰 회사인 덴세츠 산업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듯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러한 특혜를 받아 성장하고 있는 덴세츠 그리고 그것과 한통속인 쿄헤이 산업 그리고 그들과 관련 있는 쿄헤이 교단 그리고 그들의 연줄은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까지


"여기 왓슨이 쿄헤이에 잠입해서 찍은 사진을 한번 보시죠"


내가 사진을 받아 들고 한 장씩 넘기자 그곳에는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쿄헤이 교단의 바이오로이드와 관계자들로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이게 다 누구랍니까?"


"이쪽의 갈색 정장은 키리시마입니다. '바이오로이드 권리의 관한 기본법' 통칭 키리시마 법을 발의한 의원이고"


내가 간단한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셜록은 주변의 남자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여기 서 있는 사람들은 전부 덴세츠 산업의 고위 임원들."


"그럼 방금 우리가 본 서류와 연관 짓는다면..."


"맞습니다, 중의원과 덴세츠 그리고 쿄헤이 산업과 교단 이 전부가 서로 간의 유착 관계에 있을 거라는 소리죠."


나는 입 주변을 만지작거리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이 서류 같은 경우에는 써먹기 힘들 것 같은데, 안 그런가요 셜록?"


"그렇죠, 당장 이 서류도 원래는 경찰에 증거품으로 압수 당해야 하는 물건이니까..."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결국은 다시 원점이군"


"그래도 아예 원점은 아닙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령관과 토모가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럼 대충 시간도 다되어가니까, 마실만한 거나 좀 사 오려는데."


"같이 갈까요?"


"둘이 돌아올 시간 다 되었으니까 기다리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셜록?"


"그것도 그렇네요"


"혹시 따로 마시고 싶은 것 있으면 이야기하고"


"아, 그러면 카라멜 마키아토 따듯한 거로 한잔 부탁할게요 라붕씨"


"토모랑 왓슨은 뭐 좋아하는 거 있답니까?"


"토모는 복숭아 아이스티를 좋아하고 왓슨은... 그러고 보니 왓슨이 뭘 좋아하는지를 잘 모르네요"


"그러면 왓슨 거는 제가 알아서 사 오도록 하죠"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끝마치고 사무실의 문을 연 뒤 나는 근처 거리의 카페로 갔다.





음료를 사서 돌아가자 문 안쪽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 오셨습니까?"


"무슨 일이랍니까"


"토모가 한 건 했어요"


"이번에 키리시마 의원들과 관련인들이 밀회를 가지기로 약속한 술집의 정보를 얻었거든요"


"대박인데"


"히히힛, 어때? 아저씨도 토모가 다시 보이지 않아?"


"바보라고 스스로 이야기 하는 것 치고는 엉뚱한 데서 뛰어나단 말이야"


"그럼 셜록, 바로 출발하는 건가?"


"그래, 왓슨"


"토모, 롯폰기의 술집이라고 이야기했었지?"


"응!"


"좋아, 그럼 취재하러 가자고"


우리들은 차에 올라타 롯폰기로 향했다.




막히는 구간을 넘어 도착할 때쯤에는 벌써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진 뒤였다.


키리시마가 간다고 했던 술집 근처에 차를 간신히 세우고 우리는 차에서 내려 어느 한 빌딩 앞에 섰다.


"저건가..."


"우와아...!"


네온사인들이 저마다의 빛을 뿜어내며 화려하게 춤추는 거리에 토모와 사령관은 감탄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있지, 셜록.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 사치코가 학생은 못 들어간댔는데..."


"그걸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꼭 전부 다 들어갈 필요는 없으니까."


셜록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내가 들어가지"


내가 그들 사이에서 손을 들고 이야기 하자 모두가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기야... 지금까지 경찰이랑 연이 없는 사람이..."


"라붕씨밖에 없었죠"


"아저씨는 어떻게 들어가려고? 좋은 방법 있어?"


"방법이고 자시고 그냥 손님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야?"


"...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셜록"


"아니, 지금껏 취재하면서 담 넘고 해킹하고..."


"아직도 그쪽이 집행유예로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토모가 풋 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토모!"


"에헤헷, 셜록이 나보다 더 바보 같은 짓을 할 때도 있네"


토모와 셜록이 잠시 실랑이를 벌이고 난 뒤 셜록은 헛기침을 하면서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왁스랑 이어피스... 이건 또 뭐야"


"통신기랑 소형 카메라야"


이어피스를 귀에 꽂아 넣고 카메라를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고급 술집이니까, 머리도 좀 정돈하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좋은 생각이네"


나는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를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어때"


"이정도면 괜찮겠어"


"좋아, 일단 들어가기 전에 왓슨이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럼 그동안 내부의 CCTV를 해킹해 두도록 하지, 너무 오래 시간을 끌지는 말고"


나는 알았다고 대답한 뒤 사령관의 어깨를 잡고 차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왜요 라붕씨"


"지금 들어와 있는 인원들 다 파악하고 있지 사령관?"


"물론, 레이스랑 용, 마리, 바바리아나랑 린트불룸"


"레이스 지금 여기 있어?"


"있다"


허공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소리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있었구나 레이스"


나는 허공에서 자글거리듯 모습을 드러내는 중인 레이스를 보며 이야기했다.


"여기에서는 사령관을 경호하는 게 내 일이니 말이다."


"좋아, 그럼 됐어"


나는 주머니를 뒤져 카메라를 꺼내 레이스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


"소형 카메라야"


"그게 아니라 이걸 준 이유를 물어본 것이다"


"뭔가 회의한다고 했을 때 유명인들끼리 바에 줄줄이 앉아서 회의할 리는 없지, VIP룸에서 할 게 뻔하잖아"


"이해했다. 당신이 VIP 룸의 위치를 파악하면 내가 들어가서 찍으면 되는 것인가?"


"맞아"


"그렇다면 나도 내부로 들어갈 만한 경로를 찾아두겠다. 위치를 찾으면 연락해주길 바란다."


"전화로 연락해주지"


레이스가 다시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다시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자, 이거 받아"


"태블릿?"


"안쪽에서 이런 걸 들고 VIP들 떠드는 걸 염탐하고 있다가는 그대로 칼침 맞고 다리에 돌이 묶인 체 바다에 버려질걸"


사령관은 내 농담에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웃자고 한 소리야, 하여튼 내가 안쪽에서 VIP의 위치를 특정하고 내가 레이스한테 위치를 전달해 주면 레이스는 그 카메라로 녀석들을 찍을 거야."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레이스는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모를 테니까, 그쪽에서 사진을 찍어야 할 인물들을 레이스한테 지정해주면 되는 거지"


"좋은 생각이야"


"좋아, 그럼 다시 돌아가 볼까"


돌아오자 셜록은 노트북을 들고 자판을 두들기며 준비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다 끝났고?"


"그래, 바로 가면 되는 건가?"


"부탁할게"


입고 있던 정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나는 키리시마가 있을 빌딩을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