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후의 결전, 수호전대 P-StrikerS! (서장)


머큐리는 최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전투 중 자신의 회선으로 날아오는 수상한 메세지.

그것이 너무 신경쓰였던 탓이다.


'처음에는 본녀의 방해를 뚫고 날아온 적의 교란이라 생각했지만....'


머큐리는 그 메세지들을 무시하고 회선을 정비했지만,

마치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 접근하는 것처럼 전혀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머큐리는 적의 농간에 넘어가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메세지를 정리했는데....


[생존. 좌표. xxx.ooo. 도움. 필요. 마빡이.]


마빡이.

사령관이 죽은 이후로 한 번도 듣지 못한 별명.

겨우 그것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는 머큐리를 잘 안다는 듯 어떤 방법을 써도 회선을 뚫었다.


'사령관, 본녀는.... 본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아, 아니야...."


갑자기 옆에서 티아멧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을 찌푸리고 온몸에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끔찍하게 일그러진 모습.

머큐리는 옆에 미리 준비해둔 물수건으로 티아멧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티아멧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푹 젖은 옷과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거친 숨결이 느껴진다.

머큐리는 그런 티아멧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나요, 티아멧?"


P-스트라이커즈의 기동기사. 마음의 수호자 티아멧.

그런 그녀는 머큐리를 힘없이 바라보다 완전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르는...?"


본인도 괴로울텐데 다른 사람부터 생각하는 모습.

머큐리는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소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미나가 대신 봐주고 있사와요. 여전히 시덥잖은 개그를 하고 있죠."

"그렇구나... 하지만 분명 힘들거야. 나 대신 우르를...."


머큐리는 티아멧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으면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얼굴의 땀을 모두 닦아낸 다음 옆에 있던 물컵을 건내며 말했다.


"티아멧. 본녀가 모를거라 생각하셨나요?"

"...미안해."


티아멧이 시무룩하고 고개를 숙이자, 머큐리는 살짝 장난기가 돌았다.


"흥. 조금 슬퍼요. 티아멧이 본녀를 믿지 못하다니..."

"그, 그렇지 않아! 나는 언제나 머큐리를 믿... 믿..."


장난스럽게 건낸 말에 진지하게 답하려던 티아멧의 몸이 굳었다.

호흡을 멈추고 눈에서 빛이 사라지더니 목을 붙잡고 괴로워한다.

머큐리는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짜악!


"정신차려요, 티아멧!"

"케흑! 허억! 허억!"


안색이 창백해진 티아멧을 머큐리가 꼭 껴안았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자신을 속으로 질책하며 말했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이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데..."

"아니야. 미안해, 머큐리. 정말 미안해...."


머큐리의 품에서 티아멧이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이것이 최근에 생긴 그녀들의 일과와도 같았다.

싸우고 밤에 잠들다가 서로 껴안고 그 품에서 누군가 눈물을 흘리는 것.


사랑하는 사령관을 잃은 그녀들에게,

이제 의지할 것이라고는 서로의 모습밖에 없는 그녀들의 일과.

머큐리는 티아멧이 진정할 때까지 그녀를 위로했다.


잠시 후, 티아멧의 떨림이 멎고 진정한게 느껴지자 머큐리는 슬며시 떨어졌다.

머큐리의 옷은 티아멧의 땀과 눈물로 몸이 완전히 축축해진 상태.

머큐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투로 말했다.


"땀을 너무 흘렸사와요. 덕분에 본녀의 옷도 끈적한데, 같이 씻으시겠어요?"


수다 떨기 좋아하는 티아멧이니 분명 엄청나게 떠들겠지.

티아멧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머큐리는 쓰게 웃었다.

퉁퉁 부어오른 자신의 눈동자 같은 것은, 지금은 무시하자고 생각하며.


-


씻고 나오니 어느 새 일어날 시간이었기에, 두 사람은 그대로 부엌으로 갔다.

그곳에는 우르와 미나가 평소처럼 떠들고 있었다.


"미나는 밀대를 참 잘쓸거야. 면을 미나 안미나 해야하니까. 푸흐흐흐."

"아하하, 우르. 나 지금 칼쥐고 있다?"

"칼쥐는 날카로운 쥐야? 이히히."

"애휴... 아, 티아멧, 머큐리 어서와."


평소처럼 농담을 하는 우르와, 맞장구를 쳐주면서 두 사람을 반기는 미나의 모습.

변한게 없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머큐리는 그것이 모두 연기임을 알고 있었다.

분명 속은 곪아가고 있을테니 정신 바짝 차리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머큐리는 이 말을 참을 수 없었다.


"미나! 도마는 반드시 대나무 도마를 쓰라고 했잖아요!"


대나무 도마에 있는 향균효과가 모두를 건강하게 만들텐데!

건강제일이니 대나무 도마만큼은 양보할 수 없....


"그럼 네가 요리할래?"

"잘 생각해보니 대나무 도마는 맛을 빼았는다는 소문을 들은거 같사와요."

"미나가 요리조리 요리하고 있어... 푸흐흐..."


잘 생각해보니 나무 도마에 세균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기분이 든 머큐리는 슬며시 물러났다.

맛도 건강에도 안좋은 그런 도마는 쓰지 않는게 제일이다.

티아멧과 우르가 수다를 떠는 사이, 미나가 계속 요리를 한다.

뭔가, 뭔가 신경쓰인다.


"미나, 혹시 이 물을 써볼 생각은 없나요? 무려...."

"네가 요리하겠다고?"

"본녀가 마실 물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물을 마시는 머큐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을 염려스러운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음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신이 몰려있음을.


과학의 수호자, 프랭스터 머큐리.

그녀는 벌써 며칠 째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