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레이스와 함께 잠입한 술집에서 셜록이 건네준 사진들에 있었던 인물들을 찾는다.


담배 연기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안쪽에 있는 VIP 룸의 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체크해 나갔다.


들어온 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사진에서 보았던 인물이 VIP룸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4번 방'


나는 들어가는 인물을 확인하고는 잔을 비우고 화장실로 향하며 전화를 켰다.


-들린다, 잠입은 완료했다.-


"4번 방, 가서 준비하면 돼"


할 말만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상 적들의 소굴인 이곳에서 이런 통화를 오래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그대로 이어피스에 손을 대고 셜록을 호출한다.


-찾았습니까?-


"수리기사가 들어갔어, 곧 TV 고쳐준다고 하니까 잘 기다리고 있으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여기 구경 좀 하다 갈 테니까, 일 마치면 연락해"


-예, 끝나면 다시 연락하죠-


"그래"


엉성한 암호지만 당장 눈치채지만 않으면 좋으니 만들어 둔 암호로 이야기해서 그런지 주변에 깔린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 속에서 별다른 의심도 없이 다시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자리에 앉아 VIP룸의 입구가 보이는 위치에서 술을 홀짝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키리시마...'


사진으로 보았던 얼굴이 4번 방으로 들어가는 걸 곁눈질로 확인하고 제대로 했다는 안도감이 돌았다.


"아저씨? 여기는 왜 왔어?"


그러고 있으려니 이곳의 접객원이 내게 달라붙으며 이야기해 왔다.


"부하 녀석이 꼰대같이 굴지 좀 말고 이런 데라도 한 번씩 놀아보라고 해서 왔어"


"그래? 그러면 잠시 즐겨보는 건 어때?"


그녀는 가슴을 부각 시키며 내게 가까이 붙었다


"한 10년 젊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와이프도 있고 지갑도 얇아서 말이야."


나는 지갑을 흔들며 이야기 했다.


"에이, 재미없게"


"그러니 부하 녀석이 이런 데라도 가보라고 했겠지"


"알았어, 즐기다가 가"


흥미를 잃었다는 표정을 짓는 여자에게 나는 손을 들어주고는 다시 잔을 집었다.




-40분 후-


이어피스에서 소리가 나서 통신을 받으니 셜록이 필요한 증거물은 모두 확보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있던 잔을 비우고 지갑에 남아있던 돈을 꺼내 계산을 마친 뒤 일행이 기다리는 차 쪽으로 걸어 나왔다.


"으엑 술 냄새"


"미안, 미안... 헤헤, 의심받지 않으려면 몇 잔 마셔야 했으니까"


코앞에서 손을 휘휘 젓는 토모의 머리를 헝클어지도록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거, 머냐... 영화는 잘 봤고?"


"예, 당장 가서 정리해야겠어요"


"우리... 사.., 아니 왓슨은 이런 거에 영 익숙지 않으니까 말이야.."


"아저씨는 그냥 술 마시러 들어간 거 같은데"


"야, 토모 이 몸의 완벽한 위장 덕분에 의심조차 받지 않은 완벽한 잠입 수사를 무시하지 마라"


취기에 잠시 휘청이며 자동차 보닛을 짚자 사령관이 나를 잡아주었다.


"지금 차 타면 토할 거 같은데, 숙취해소 음료라도 사주고 가면 안 돼?"


"기다려요, 금방 사 올 테니까"


"셜록 같이 가!"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사령관과 나만이 남아있었다.


"좋은 녀석들이야."


"네 맞아요 라붕씨"


"너도 마찬가지고"


"라붕씨도 좋은 사람인걸요"


"좋기만 해서는 안 돼, 올바르게 살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


"예...?"


"너나, 저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을걸. 어떤 역경이 있어도 이겨나갈 수 있을 거야 설사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사령관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이랑 다르게 나는 타협하면서 살아왔어, 지키지 못한 것도 많고, 옳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제 살길에 바빠 무시하기도 했고..."


취해서 그런지 마음속에 담아뒀던 애먼 소리들이 튀어나온다.


"난 시발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어, 뭐든 해보려고 노력했고... 근데 그마저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더라고"


그의 눈에서 동정심이 느껴져 왔다.


"그에 비하면 너는... 됐다, 옛날일 계속 이야기해 봐야 뭐하겠냐"


사령관이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하려는 찰나 셜록과 토모가 다가왔다.


"자, 여기. 이거 마시고 잠깐 쉬었다가 가는 거지?"


나는 한번 끄덕이고 토모가 건넨 캔을 딴 뒤 안에 든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괜찮아지면 말해, 일이 술술 풀려서 그런지 이번엔 도망갈 일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롯폰기의 네온사인 사이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사무실-


"좋아, 그러면 나는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왓슨이랑 라붕씨는 좀 쉬고 있어요"


"나는 머리가 아파서, 먼저 들어가서 잘게"


일행의 고생했다는 인사를 들으며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접이식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