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뭐야, 토모랑 왓슨은?"


"아, 두 사람은 사진을 인쇄하러 갔어 프린터가 고장 나서 말이야... 그런데 윗선 놈들 아직도 손으로 직접 적은 보고서를 받는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에휴, 하여튼 지금은 이 파일들을 경찰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지"


셜록은 어제 사용한 USB를 흔들며 이야기했다.


"현직 의원이 야쿠자를 이용해 다른 의원을 청부살인 한 것도 모자라 온갖 중요 인사들에 대한 바이오로이드를 통한 성 접대, 금품 수수... 토오루 사건도 그쪽이 범인인 게 사실상 확실하긴 하지만 둘째치더라도 이 확실한 증거들 정도만 있으면 녀석을 끝장낼 수 있을 거야"


"잘됐군"


"이미 편집장한테 컨펌 부탁해 둔 상태야, 특종 중의 특종이니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인쇄에 들어갈걸"


셜록은 웃으며 이야기 했다.


"수고ㅎ...."


쾅!


갑자기 문짝이 큰 소리를 내며 나가떨어졌다.


"뭐야 당신ㄷ!.........."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를 향해 내가 외치고 있던 도중 무언가가 내 배를 세게 걷어찼다.




잠시 의식을 잃었었다.


컴퓨터를 비롯한 기자재들이 심하게 부서져 있었고 내 곁에는 담배꽁초와 라이터 그리고 불타고 있는 서류 더미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씨발 새끼들...."


이번 사건은 아마도 나에 의한 실화로 처리할 생각이었을까? 이미 이 신문사 내부에도 놈들의 끄나풀이 있는 게 분명할 것이다.


팔다리가 멀쩡한 걸 확인하고 불길 속에서 천천히 기어서 부서진 문을 향해 나간다.


불이 붙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길에 비해 연기가 가득 차지 않은 것 만을 다행히 여겨야 할 것이다.


'이미 게임은 사실상 클리어 한 거 아니였냐고'


속으로 분을 삭이며 출입구 근처에 쓰러져 있던 외투걸이와 함께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내 옷가지들을 뒤집어쓴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


"라붕씨!"


사령관과 토모가 내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대체 무슨...!"


"습격이야, 셜록이 납치당했어"


"셜록이..."


토모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러던 중 한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분명 기절한 체 불구덩이 속에서 죽었어야 할 텐데? 강화 인간이라는 게 그리 흔한 건 아닌데 말이에요, 요즘 따라 많이 보는 거 같은걸요"


흑발의 여자가 내게 질문하며 다가왔고 그 목소리를 들은 토모와 사령관은 뒤를 돌아 그쪽을 쳐다보았다.


"시라유리...! 키무라는 어쨌어!"


토모는 시라유리에게 날선 목소리로 외쳤다.


"키리시마를 적으로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요?"


시라유리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토모를 도발했다.


"......키무라를 구하러 갈 거야."


"그건 허락할 수 없어요, 토모양. 이 작전의 감독관으로서도, 당신의 친구로서도."


"......"


토모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씨발년아, 친구한테 이따위 짓을 하는 거냐?"


그 틈을 타서 나는 대놓고 욕지거리를 박았다.


"어머, 당신은 제 친구가 아니지 않나요? 물론 키무라 씨도 말이에요"


"한마디를 안 지는군, 기대도 안 했다만"


"당신들한테는 정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덕분에 덴세츠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었고, 저희 회사가 그 빈 자리를 채우게 될 거니 말이에요"


그녀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키무라 씨는 세상에 이런 부패를 알린 정의로운 기자로 기억될 거예요. 그 대신... 입을 다물어 줘야겠지만요, 영원히."


"...난 바보니까, 그런 건 몰라. 키무라를 구하러 갈 거야."


"흐음, 그런가요? 그럼 먼저 출발하시겠어요? 저는 곧 뒤 따라가죠."


그렇게 이야기하며 시라유리는 우리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순서가 좀 틀어지긴 하겠지만, 감독관의 권한으로 저쪽의 죽다 만 인간이랑 와타베 스즈키 씨를 먼저 처리하는 걸로 하죠"


"저 둘은 상관없잖아!"


"두분 모두 이미 너무 깊숙이 관여했어요. 토모양, 바보 연기를 하느라 저희의 모토도 잊어버리신 건 아니겠죠?"


"그러한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의 중얼거림에 시라유리는 눈매를 바꾸어 이쪽을 가늘게 노려보았다.


"어머... 후훗, 알수록 재밌는 분이시네요. 당신은 대체 모르는 게 뭔가요? 정말 제 취향이에요, 조금 다르게 만났다면... 한눈에 반해서 몸도 마음도 다 바쳤을지도요."


그렇게 이야기하던 시라유리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럼, 안녕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성이 울렸다.


바로 우리 앞에서 시라유리와의 사이를 가로막던 레이스가 은폐를 풀며 나타나 시라유리를 쏜 것이었다.


활에 총알이 맞으며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났다.


"뭐야, 사령관! 갑자기 왜 그래?"


옆에서 난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사령관이 무릎을 꿇고 쓰러지고 있었다.


"사령관! 사령관! 사령관! 정신 차려라!"


레이스가 그 소리에 총을 내게 던지듯 맡기고 사령관에게 달려들어 그를 흔들었다.


"어...?"


그가 바로 눈을 뜨고는 당황했다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자 시라유리가 입을 열었다.


"...이런 수를 숨기고 계셨군요."


"나도 몰랐던 수이긴 한데, 알 게 뭐야"


나는 레이스에게 받은 총을 겨누며 시라유리를 도발했다.


"다행이다... 사령관이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쓰러져서... 저는... 저는..."


"괜찮아, 진정해."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 심각한 모양이다.


"...저는 여러분들을 처리할 수 없게 되었네요."


그녀는 지금과는 다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토모양. 기관의 명령이에요. 와타베 스즈키를 포함한 이곳의 모두를 죽이세요. 그리고 약속된 지점으로 복귀하시면 돼요."


"싫어. 안 해."


"그래 좆까는 소리는 뒤진 다음에나 하지 그래?"


"정말 추잡한 소리나 하고는..."


그녀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거 아십니까 토모양? 당신이 저번에 덴세츠 잠입 임무에 실패하고 잠적했을 때 말이에요"


"......"


"그때 기관은 당신을 제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키무라를 이용해 또 다른 계획을 성공시키는 데 당신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제가 어필해서 당신은 살아남게 되었고요. 굳이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이라면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겠죠?"


"......."


"좋아요. 완전히 바보가 된 건 아닌 모양이군요. 그럼 어서..."


"왓슨도 키무라도 라붕씨도 전부 친구야!"


"......"


그녀는 감정에 휩싸여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듯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토모는... 토모는 왓슨이랑 키무라랑 지내면서 즐거웠어, 처음으로 따뜻한 음식을 먹어보고... 게임도 하고...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어"


'게임 이전의 배경 이야기인가 보군'


토모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계속 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토모는 친구를 버리지 않을 거야!"


"정말 고집불통...! 제대로 된 무기들도 없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골목 이곳저곳에서 AGS들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레이스가 내게서 총을 잡아채고 다시 저쪽을 향해 총을 겨누었지만 다행히도 무언가 일어나는 일 없이 대치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토모도 무기 있어!


그녀가 가방을 뒤적거려 꺼낸 작은 권총을 본 시라유리는 같잖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웃지 마! 지금은 이거밖에 없지만...! 토모는... 토모는 셜록을 구하러 갈 거야!"


"말 잘했다. 친구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레이스, 토모를 도와!"


"알겠다."


레이스가 든 총이 불을 뿜는 동시에 나는 사령관을 붙잡아 벽 한쪽 뒤로 몸을 숨겼다.


"숨어있어, 중요한 건 그쪽이니까 말이야"


나는 중간에 난입한 인물일 뿐이다, 무언가를 끝내야 한다면 사령관이겠지


"그쪽은 어떻게 하려고...!"


사령관이 튀어 나가려는 나를 보며 말리려 했지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튀어 나가고 이야기했다.


"이쪽은 상관 없으니까 잘 숨어있으라고!"


주머니 속의 급조한 너클을 꺼낸다, 연합전쟁 때 리리스가 무장도 없이 손상된 AGS를 제압한 걸 떠올린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오기 전 이야기들을 되새긴다.


"어차피 동기화만 끊으면 문제는 없다고 했으니까!"


AGS의 센서 카메라를 주먹으로 내다 꽂는다.


무기를 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나는 제압 순위에서 상당히 낮은 위치다


"레이스!"


"알았다!"


레이스가 내가 무력화한 램파트의 팔을 쏘아 총을 끊어냈다


그대로 나는 램파트의 팔을 비틀어 뜯어내 총을 탈취해 냈다.


"이렇게 내가 셀지는 몰랐는데 말이야!"


방아쇠를 당기며 AGS들의 취약한 부분을 노린다.


토모도 아까의 작은 권총이 아닌 어디서 가져왔을지 모를 기관단총을 들고 AGS와 싸우고 있었다.


내 앞을 가로막는 ASG들의 주요 부위에 총알구멍이 나며 스파크를 발산하며 쓰러진다.


시라유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게 눈에 보였다


순식간에 그녀가 끌고 온 AGS들은 고철 더미가 되어버렸다.


"사령관, 전부 처리했다."


"수고했어."


"...어쩔 수 없겠군요. 저에겐 이제 남은 카드가 없어요."


시라유리가 체념한 듯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가세요, 토모양. 아니면... 그 총으로 저를 쏘고 가셔도 좋아요. 아직 총알, 남았죠?"


"......"


말없이 시라유리를 노려보던 토모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난 셜록을 구하러 갈 거야. 부탁할게. 날 도와줄래?"


"당연하지"


"그런 걸 굳이 질문할 필요가 있어?"


우리의 대답에 토모는 처음 보는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럼 갈까?"


우리는 바깥에 서 있어서 멀쩡했던 셜록의 차를 향했다.